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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徒会役員共(원래는 '학생회 임원들'이지만 만화가 만화이니만큼 좀더 상스럽게 역하여 '년놈들')의 한 페이지. 맘에 들어서 번역해 봤음.
"여동생은 사춘기" 보고서 그림에 대실망했는데 얼마 전 산 매거진에서 뜻밖에 만난 우지이에 토젠은... 발전했다! 정말 발전했다! 원래 이런 만화는 그림이 귀여워야 진가를 발휘하는데(타케우치 모토키처럼) 캐릭터가 너무 이쁘다! 핡핡
Posted by 엽토군
:
불법시위, 불법시위 하는데 합법시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떼거리로 모여서 떼거리로 행동하니까 도매금으로 무시당하고 진압당하는 거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위방법 발상의 핵심 두 가지는 "불법인지 합법인지 애매호모하게", 그리고 "개인의 의지가 분명히 보이도록".
    1. 이어달리기 1인시위. 불특정 다수가 목표점(본사 사옥 등)을 향해 시위할 때 사용한다. 먼저 온 순서대로 일렬로 서서, 자기 이름과 특정 구호를 차례로 외치고 줄에서 나간다. 참여자가 1만 명 이상이 되면 이어달리기를 겹치지 않고도 하루종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집에 가도 되고 따로 모여서 뒷풀이 시위를 해도 된다.
    2. 전국구 플래시몹. 서울로 올라올 수 없는 시위자들이 정부청사(시청 등)를 향해 시위해야 할 때를 위한 방편이다. 한 날 한 시에 전국의 소수정예(10~100명 정도) 시위대들이 정부청사(정 안 되면 사람 많은 곳)로 난입해 법(공무집행방해죄)에 아슬아슬하게 걸리지 않을 정도로의 플래시몹(사무실에 다짜고짜 들어와 딱 한 마디만 하고 도망간다든지)을 한다.
    3. 벌받기. 모두가 무릎을 꿇고 앉는다거나 손을 들고 서 있는다거나 목표점을 등지고 앉아서 사죄하듯이 숙이고 있는다. 아무 까닭없이 벌을 받는 사람 앞에서 분노하지 않을 인간은 없다(특히 벌받는 사람을 강경진압하는 상황이 보도되면 효과는 더욱 극대화된다). 시위대는 침통하게 침묵을 지키되, 플래카드나 피켓으로 말한다.
    4. 들쥐 태우기. 광장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때 적절하다. 죽은 들쥐를 여기저기서 자발적으로 공수해 오면 시위대는 그걸 나눠 받고 신나에 찍어서 불을 당기고 한곳에 모은다. 냄새와 불길이 가히 해외토픽 수준의 진풍경을 연출할 것이다. 들쥐는 마땅히 박멸해야 할 민중의 적이므로 죄는 되지 않는다. 피켓은 비유적인 문구를 사용한다.
    5. 계속 해산만 하는 시위. 먼저 프락치 α←1이 나와 구호 한 번 하고 해산 선언을 한다. 그러고서 프락치 α가 내려가면 프락치 α←(α+1)이 나와 개회를 선언하고 구호 한 번 하고 해산 선언을 한다. 이것을 무한히 반복한다. 선두 프락치들은 전부 다른 단체의 일원들로 구성하며, 현장에서 프락치 자원을 받는다. 집회명이나 취지도 전부 즉석에서 지어내는 종합선물세트로 한다. 전경이 "해산하십시오" 경고를 언제 하든지 "해산했습니다" 혹은 "해산하려던 참입니다"라고만 답하면 된다.
    6. 웃는 얼굴 시위. 현장에서 즉석으로 시위자의 웃는 얼굴을 촬영해 만든 임시 가면 혹은 시위자들이 직접 만들어 온 웃는 얼굴 가면을 활용한다. 시위대 전원은 시종일관 자기가 웃고 있는 얼굴의 가면을 쓰고 험악한 구호를 외치며 시위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전경대를 이 아햏햏한 시위 방법으로 방법 쌔워주자.
    7. 철야기도집회(찬양예배, 성찬식). 준비물은 따로 없다. 스스로 신앙고백이 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해당 장소로 나와서 철야로 구국기도를 드리면 된다. 간혹 찬양팀을 동원하여 찬양집회를 여는 것도 괜찮을 것이고 빵과 포도주스를 좀 준비하면 성찬식도 거룩하게 진행할 수 있다(잘은 모르지만 성찬식이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되는 그림이 나와준다면 봐줄 만하겠다). 이거는 이미 용산 철거민들이 하고 있어서 새롭진 않지만.

시위라는 말이 우리말로는 '비가 많이 내려서 강물이 넘쳐 육지를 침범하는 일'을 가리킨다. 냇물은 가만히 흐르지만은 않는다. 때 되면 왈칵 성을 내서 한바탕 위아래를 섞어 뒤집고 지나간다.
시위는 물난리이다. 침범하자.


P.s 아이디어 더 있으면 트랙백 부탁드립니다. 이하는 퍼온 아이디어
파란불 횡단보도 점거. 집시법과 도로교통법상 꿀릴 게 없다고 한다. 파란불이 되면 횡단보도 양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위대가 일제히 횡단보도로 뛰쳐나와 구호를 외치고 빨간불 되기 전에 다시 양편으로 찢어진다. 이것을 전경이 보다못해 먼저 도발할 때까지 계속한다. 맞나? (출처)

Posted by 엽토군
:

(이하 전부 뻥입니다.)

날로날로 늘어나는 불법 시위의 누명이 무서우신 민주시민 여러분께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은 신상품이 있어 소개합니다.

"한없이 합법적인" T셔츠

본 티셔츠는 입기만 하면 특별한 발언이나 행위 없이도 시위 참가자의 기본적 의사 및 법적 필요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시위에 참가할 때 입고 가는 것만으로도 법적 보호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S부터 XXL까지 다양한 사이즈로 구비되어 있으며, A형과 B형이 있어 취향대로 골라 입으실 수 있습니다.
먼저 A형입니다.

앞의 문구는 "일반 시민입니다./죽이지 마세요."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는 전경들이 시위대와 일반 시민을 오해하여 고의 없이 상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조치입니다.
뒷면에는 이 옷을 입으실 시위대 여러분의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구성성분을 명기하여 다가올 한미 FTA 시대에 대비하도록 하였습니다.

B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가오는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모욕죄 등에 적극적, 전위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T셔츠에 착용자의 본명이 될 만한 일반명사를 한글, 한자, 영어로 동시기재하였습니다.
앞면에는 프락치라는 사람이 귀화하여 지은 이름인 '부락치'가 적혀 있어서, 프락치 여러분은 안심하시고 앞장서서 시위대를 이끄는 깃발을 들고 가실 수 있습니다.
뒷면은 '배후세력'의 이름이 적혀 있어, 이 T셔츠를 입고 행진하시는 시위대 후방이 전혀 꿀리지 않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샘플 이미지의 색상은 여러 색상 중 하나이며, 한반도대운하색, 제2롯데월드색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사이즈와 타입 불문하고 장당 특별 보급가 3천원에 모십니다.

누가 좀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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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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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패배

2009. 1. 23. 13:10

우리는 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이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 누군가는 이겼다고 으스대고 한쪽에서 또 누군가는 패배자 의식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절망하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상 이것들은 안타깝게도 죄다 싸그리 곱쳐서 하나의 거대한 패배의 전체집합인 것입니다.

철거민이 화염병을 던지며 '생존권 투쟁'을 합니다. 전경들은 크레인을 끌고 와 '불법시위를 저지'합니다. 서민 다섯과 경찰관 하나가 떠났습니다. 아무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대학교에 들어갑니다. 모두가 학점과 토익을 위해 아등바등합니다. 오르비와 수만휘에서는 오늘도 숱한 청소년들이 서로의 봉사경력 등으로 스펙을 키재기합니다. 모두가 지고 있습니다.
웰빙 브랜드 채소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면 그렇게나 보기 좋은 모양이 되는지 전혀 모르는 어린이들은, 채소란 응당 마트에 가서 가격표를 보고 고르는 것인 줄 압니다. 바로 옆에 논밭이 펼쳐진 신도시의 어린이들은 양상추와 콜라가 같은 종류라고 배울 것입니다. 실로 지구촌 규모의 패배입니다.
병원을 개업한 뒤 손님 많이 오게 해 달라고 고사를 지냅니다. 불경기라는 이유로 투자를 하지 않아서 불경기가 됩니다. 은행이 대출한 돈이 다시 은행으로 들어가 다시 대출됩니다. 우리는 지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패배는 누군가의 승리입니다. 그러할진대 누군가는 분명히 이기고 있어야 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아무도 이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상위 1%는 승리하고 있습니까? 그들이야말로 이 세계가 당해내고 있는 거대한 패배의 콜로세움에서 단연 우수하게 지고 있는 것입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우리는 아주 자신감 넘치는 속도로 벼랑을 향하고 있습니다. 맨 앞에서 달리고 있는 건 누구이고, 2인자와 3인자는 누구이며, 뒤처지는 낙오자들은 또 누구인가요? 의미가 없습니다. 낭떠러지로 전력질주하는 시합에 등수가 있겠습니까? 모두가 패배자입니다.

아무도 이기지 못하는 경기는 한시바삐 중단해야 합니다. GPS[각주:1]를 켜고 경로를 재탐색해야 합니다. 이 크고도 큰 패배 앞에서는 신자유주의나 공산주의나 다 개나발이고 강남 땅부자 1등이건 최저빈곤층이건 좀벌레의 솜털만한 격차일 따름입니다.[각주:2] 3류 경제예측 서적도 서술할 엄두를 못 내는, 나도 감히 상상을 못 하는 이 거대한 거대한 패배에 비하면...



P.s: 이하는 이 글의 제목과 모티브(?)를 따 온 김수영의 시 <거대한 뿌리>의 일부. 겸사겸사 오랜만에 좋은 시 읽어보네.

비숍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진보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씹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좆이다
은밀도 심오도 학구도 체면도 인습도 치안국(治安局)으로 가라
동양척식회사, 일본영사관,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種苗商),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이 땅에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제삼인도교(第三人道橋)의 물 속에 박은 철근 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벌레의 솜털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괴기영화의 맘모스를 연상시키는
까치도 까마귀도 응접을 못하는 시꺼먼 가지를 가진
나도 감히 상상을 못하는 거대한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1. GosPel Song의 약자. [본문으로]
  2. 현대민주주의론 수업을 듣는데 이런 걸 배웠다. "민주주의가 그러하고 시장자본주의가 그러한데, 자유와 기회의 평등 등등 그들이 부르짖는 것은 많지만 정작 내용적으로는 아주 빈곤하며 이에 대해 체제는 침묵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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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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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법 정신

2009. 1. 10. 11:02
법이니까 따라라.
종법(從法)이라 하면 원래는 실체법의 운영상의 절차에 관해 정한 '절차법'의 구식 용어지만, 여기서는 그와는 다르게 "법이니까 졸래졸래 따라감"을 뜻하기로 한다.
현 정권이 준법 정신을 되게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종법 정신을 잘못 발음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들은 우리―위와 아래―모두가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법을 지으면 아래는 그저 법에 순순히 따라와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준법 정신은 좋은 것인가? 당연하다. 왕도 없고 독재당도 없는 나라에서 법처럼 권위 있는 지배체계는 없으며 없어야겠다. 그러나 '遵法'의 독음이 '종법'으로 달린 오늘날은 어떠한가? 그것은 문제가 생긴다. 준법 정신의 본디된 뜻에 그 까닭이 있다.
준법이란 무엇인가? 법을 지킴이다. 법을 지키려면 어떡해야 하는가? 뭐가 법인지,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아야 지킬 것 아닌가? 준법이란 법에 대한 이해와 개인적 구체화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전제적으로 법체계를 긍정하고 법에 근거해 세워진 국가체제를 긍정하겠다는, 적극적인 민주시민의 자세를 요구한다. 민주시민은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로 이행하려 하며, 자유와 평등과 정의가 얼마나 어려운 이상인지, 그럼에도 왜 그 단어들을 계속 말해야 하는지 잘 안다.
종법이란 무엇인가? 법이니까 졸래졸래 따라감이다. 왜 따라가는가? 법이니까 그렇다. 다른 이유가 있나? 정의상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없다. 종법 정신은 법이라는 이름의 권위에 대한 신민으로서의 복종을 요구한다. 준법에서 이루어지는 이해는 없으며 구체화는 더욱 없다. 그럴 만하니까 시키겠지. 이 복종은 성격상 왕에 대한 것이든 독재당에 대한 것이든 매한가지다. 법이든 나랏님이든 위에서 뭐라고 시키는 것은 똑같지 않나? 그러므로 종법 정신은 민주시민이 요구받을 성격의 미덕이 절대 되지 못한다. 나라에서 시키는 거 나 같은 무지렁이가 뭘 어째.
좋다. 거기까진 알겠는데, 그러면 어떻게 현 정권을 두고 '종법주의' 정권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보면 몰라? 현안이 터질 때마다 법을 갈겠다고 하니까. 우리가 법을 믿고 따르고 지킬 수 있는 것은 '법적 안정성'이 있으며 '합목적성'을 갖추었을 때이다. 촛불집회를 거의 두세 달 열었다. 일부 프락치나 과격한 분자들도 나왔지만, 참가자 절대다수가 아주 평화롭게 집회했다. 그런데 그것조차 꼴보기 싫어 마스크 쓰면 잡아가겠다고 법을 고친다. 안정적인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한갓 인터넷 게시물에 허위 정보 좀 들어갔다고 검찰 단위로 구속하겠단다. 목적 실현에 적합한가? 현 정권은 순전히 즉각적인 필요에 의해 법을 적용하고 개정해 가며 준법 정신을 무색케 하고 있다. 그러면서 법을 지키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요란이다.
생각해 보면 현 정권의 준법 정신 강조는 사실상 '법대로 하자'라는 반 공갈이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누가 하는가? 법대로 하면 유리해질 사람이 하는 말이다. 문제는 그 유리한 사람이 법을 지었다 고쳤다 하면서 법대로 해보자고 말할 때다. 그걸 보고 홧김에 혹은 귀찮아서 혹은 어리숙해서 좋다 그러면 그건 종법이다. "그럼 그 법 한번 내놔봐라"라고 말하면 그건 준법이다. 법을 그저 졸래졸래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알고나 따라갈 것인가? 사실 알고 나면 도저히 못 따라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준법이다. 진짜 준법 정신은 현 정권이 잘못 발음하는 그 준법 정신과는 딴판이다.
Posted by 엽토군
:

해가 뜨면

2009. 1. 1. 10:40

          G           G/B        C
해가 뜨면 첫차가 다니기 시작하고
      D        D7        G
시장에는 불이 켜지지
          G              G/B          C
해가 뜨면 아버지는 한 번 더 일어나고
      D        D7        G
어머니는 밥을 안치지

          C              G/B
해가 뜨면 사람들은 2호선이 아닌
   Em        C/E        D    D7
새로운 시작으로 갈아타겠지
          C              G/B
해가 뜨면 짙은 안개 눈물처럼 걷히고
   C          Am         Fmaj7 D
멋쩍은 웃음으로 인사하겠지

          G            G/B        C
달이 뜨면 온 가족 집으로 돌아와서
    D           D7         C                   G
한 상에 둘러앉아 식사하겠지 (웃으면서)
          G              G/B         C
달이 뜨면 사람들은 새 해를 기다리며
   D             D7
눕겠지 잠들겠지

          G            G/B       C          Fmaj7         G
달이 떠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별이 비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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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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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보는 크게 두 가지 정보로 나뉜다. '~이다', '~ㄹ 수 있다' 등의 긍정적 서술로 표현된 '예(yes)형 정보'가 있고, '~지 않다', '~ㄹ 수 없다' 등의 부정적 서술로 이루어진 '아니오(no)형 정보'가 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굳이 말하자면 둘 다 중요하다. 전자는 개괄하며 후자는 예외를 둔다. 전자는 가르치며 후자는 지적한다. 사실 전자는 지식으로서 주어지고 후자는 정보로서 주어진다. 교육과정상 수학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역행렬의 곱셈은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 '분모에 0을 넣어서는 안 된다' 등의 아니오형 정보가 중요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예형 정보인 수학 법칙을 우리는 배우지만, 그 가운데서도 빼놓고 가서는 안 되는 아니오형 정보, 즉 예외조항들 역시 그 법칙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기록과 전승을 통해 지식을 축적한 이래로 인류는 아니오형 정보에서 예형 정보의 양을 현격히 늘려 왔고, 현대의 정보와 지식은 예형 정보로 가득 차 있다. 요컨대 '~ㄴ가요? ~면 됩니다'의 세상이다. 그것은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온통 '무엇이 어찌하다', '어찌어찌하면 된다'로 가득하다. 문제는 아니오형 정보의 결핍이다. 아니오형 정보는 그 성격상 해당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충분한 사실확인 후에야 도출되는 고급 정보인데(불안에 떨면서 병원에 갔더니 별거 아니라고 진단 내리는 의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후기산업시대로 들어오면서 쏟아지는 예형 정보는 체계적인 이해와 정보의 취사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고, 정보사회의 신속 정확 문화가 아니오형 정보 수요를 더욱 줄이고 있다. 왜 위성방송이 잘 안 나오지? 옛날에는 위성방송 수신기만 죽어라고 점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태양의 흑점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천문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지경이다.[각주:1] 그러니 위성방송이 수신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러 경우를 검토하고 '이건 수신기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라는 진단도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그래야 문제가 해결되니까) 요즘은 그렇게까지 하기엔 필요한 아니오형 정보가 너무 많은 것이다.
온갖 원인, 온갖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는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의 정보 체계에서 아니오형 정보의 공급량 절대 부족은, 다소 과장이지만 장차 학문체계와 지식의 구조 자체에 위협을 줄지도 모른다. 감기 증세가 열흘 이상 지속되면 어떡하지? 내일 나을 거야. 안타깝게도 조류독감입니다. 이 약 한 번 잡숴봐! 일단 내과의와 상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저랑 같이 SM님 말씀 들으러 가면 나을 거예요. 학교에서 그런 얘기 들었는데 혹시 백혈병 아닐까요? 등등. 누군가가 나서서 "그냥 인플루엔자니까 일반병원 가서 항생제 주사 맞고 오면 되거든요?" 하고 아니오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이 웃지 못할 지식검색(?)이 계속될 것이다. 실제로 펼쳐지고 있는 진풍경이다.
해결책은 잘 모르겠지만 몇 가지 제시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아니오형 떡밥을 던져줘야 한다. "화생방 할 때 방독면 벗고 눈이나 얼굴 비비면 안 됩니다. 엄청 따가워요." 김모 일병이 쓴 책에 나오는 말이다. 유용한 아니오형 정보 아닌가. "노조가 무조건 사회적 약자니까 보호해 줘야 된다, 그거 한편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어요. 노조가 드세면 노동공급의 진입, 다시 말해 청년실업이 심각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아니오형 관점과 지식이지만 이런 차원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젊은 시위대가 얼마든지 있지 않겠는가.
"모든 것이 다 허용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모든 것이 다 유익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다 허용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모든 것이 다 덕을 세우는 것도 아니다. 이 사람은 이 말을 하고 저 사람은 저 말을 할 따름이다. 누구 말을 따를 것인가? 사실은 여기서 '누구 말을 따르지 않아도 좋은가?, 누구 말을 따라서는 안 되는가?' 역시 중요한 표지판인 것이다. 이 표지판이 너무나 모자란 오늘, 사람들은 지식정보 로터리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다.

  1. 흑점에서는 강한 자기장 활동이 일어난다. 이것이 위성방송 전파를 교란한다는 말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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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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獄・さよなら絶望先生 註巻
「曰く、過程の幸福は諸悪の本」「予言省告示」「バラバラの名前」
안녕 절망선생 옥편 주권
"모든 과정에는 꽃이 핀다",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리 없으니",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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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토군 자막'으로 매일같이 검색해 들어오시던 수많은 클박이나 TV팟 업로더, 절망선생 팬 여러분,
그리고 카미양으로부터 포로로카해 들어오신 BL녀 여러분 대환영합니다. (혼잣말)
일찍 끝내고 싶어서 C파트의 책 줄거리 써 있는 기나긴 줄은 근성대로 못하고 결국 그냥 지나갔네요.
온양온천은 참 좋군요. 제 일본어는 더욱 짧아졌고요. 샤프트는 더더욱 대단해져만 갑니다.
하권이 기대 반 걱정 반이로군요.
지적은 늘 겸허히 받습니다.

이거 다운받으세요↓
니코니코 영상 기준 (23분 40초)
Posted by 엽토군
:

하늘에 계신 우리 자본이여 Our capital in the heaven,
달러가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Hallowed be Dollars' name,
자유경쟁시장이 임하옵시며 Your free market come,
가격이 하늘에서 정해진 것 같이 Your price be fixed on earth
땅에서도 정해지리이다 as it is in heaven.
오늘날 우리에겐 일용할 양식만 주옵시고 Give us only our daily bread,
우리가 우리의 자금력을 따라 계급을 양극화하듯이 Bipolarize our class
우리의 계급을 양극화하여 주옵시고 as we do by our asset,
우리를 가난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Lead us not to the poorness,
다만 공산주의에서 구하옵소서 But deliver us from communism.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For money's is the nations, the power,
돈에게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and the glory forever.
할인 Sale.

연재를 할까. 한 줄씩 곰곰이 뜯어가면서, 내가 가진 돈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보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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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컴퓨터 사인펜의 용도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마킹, 뒤에 붙은 빨간펜, 먹칠.


앞의 두 가지밖에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나미든 동아든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 번째를 해 본 사람에게 있어서, 도대체, 이 두 회사의 제품 품질은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동아연필주식회사에서 팔고 있는 필승/올백입니다. 실물을 보시면 알겠지만, 캡형 뚜껑의 견고함과 굵직한 펜대 그리고 출시 초기부터 굵직했던 닙(芯)은 '난 내용물도 진득하다'라고 몸으로 말하는 듯한 신뢰감을 줍니다.  실제로 잉크 역시 진하고 선명합니다. 한 번 쭉 칠하면 잉크가 마를 때까지 광택이 한동안 남을 정도입니다.


한편 모나미 어데나를 보시죠. 위가 구형이고 아래가 신형입니다. 제가 한때 어데나를 절대로 쓰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였던 저 말도 안 되는 골무 뚜껑이 신형에 와서 바뀌긴 했군요.
모나미 사측에서는 자기네가 제일 먼저 컴싸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하기사 그래서 동아가 모나미 시장점유율을 못 따라가는 건지도 모르지요마는) 솔직히 그 나잇값을 하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일단 모나미의 컴싸는 동아의 컴싸에 비해 (브랜드는 무관) 너무 연합니다. 필승과 어데나를 한 손에 같이 쥐고 그어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신형도 구형의 심 굵기를 그대로 가지고 가는 모양인데, 조금만 뭣하면 휘어져버릴 것 같은 심에서 그나마 색도 연하게 나와서는, 홈페이지에 소개된 바 "시험시간 절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중량감 역시 동아에 비해 턱없이 떨어집니다. 컴퓨터 사인펜으로는 마킹을 하는데, 나름대로 섬세한 작업인지라 펜대에 일정량 이상의 무게감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모나미 어데나(구형)는 뚜껑도 가볍고 펜대도 가볍고 색도 가벼워서, 시험 기간에 한 번 사 쓰고 버리는 일회용 학용품의 대표격이 되었지요.
거기다가 필승의 시장 점유율이 지극히 낮고 보니 "컴싸=어데나=한 번 쓰고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구도가 딱 잡혀서 더더욱 컴퓨터용 사인펜에 정성을 들일 이유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선빵필승이라는 경합시장에서의 불합리가 악순환하는 결과를 부릅니다.

사인펜 이야기는 이쯤 하죠. 제가 최근에 정말 열받은 건 B심 샤프심 이야기입니다. 샤프심 그까짓 것, 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B심이라는 부분이 핵심입니다. HB가 아닌 것을 따지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샤프심이 가히 샤프펜슬에 버금가는 중요함이 있는 것입니다.
역시 동아 것부터 보도록 하죠.

동아 XQ세라믹스B 0.5mm입니다. 케이스는 사실 심을 모아두는 기능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내용물은 물건입니다. 그 촉감은 B심 연필의 딱 그것이지요. 제 필압이 좀 센 편이어서 잘 부러지는 건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자꾸 부러지는 걸 감수하고라도 일단 길들면 다른 심은 쓰지 못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일반 필기용이 아닌 진한심이고 보면, 상대적으로 색칠이 더 수월하다거나 촉감이 더 부드러워야 하는데, 대체로 그런 요구를 잘 만족시켜 주고 있는 B심 샤프심의 고전이라 하겠습니다.


한편 모나미 세라믹300 B 0.5mm는... 30+3본(심을 세는 단위)을 넣어준다는 말에 코웃음치면서 그것도 평소 습관대로 두 개 사서 한 통에 합치고(똑딱이 뚜껑에 약간 감탄한 것도 잠시) 하나 뽑아 써 보니...  동아 B심에 없던 심 한가운데의 중심축 감촉이 팍 다가오면서(물론 가운데 버팀이 들어가 있어 그런지 동아보다는 확실히 안 부러집니다만 왠지 그건 HB를 B라고 믿고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단 말이죠...), "잘못 샀다"는 후회가 마구 밀려옵니다!
동아 샤프심이 보여주었던 일관된 질감은 찾아볼 수 없고, 쓰는 종이마다 다른 촉감, 다른 질감, 다른 표현... 개판입니다. 필기할 때 샤프심 특유의 삑삑거리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B심은 상대적으로 잘 닳으므로 종이 긁는 소리가 덜합니다.) 이걸 앞으로 60개나 더 써야 하다니... 깜깜합니다.
물론 모나미 공식홈페이지에서는 위 제품이 소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종인 모양입니다. 학교 매점에서 생각 없이 B심이니까, 하고 샀다가 제대로 낭패 본 제품입니다.

이상으로 동아를 변호하면서 모나미를 열라게 까 봤습니다.
어느 회사 하나를 편들고 하나를 엿먹이자는 건 아니지만(전 필기구 회사들에 딱히 무슨 감정 없습니다), 제품 자체에 대해서는 분명히 할 말이 있다는 겁니다.
대한민국 중고생의 기초 필기구인 샤프심과 컴싸에 신경쓰시는 분들이라면, 저뿐 아니라도 분명히 동아가 모나미만 못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잘난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런데 왜 이런 논의는 나오지 않고, 동아연필주식회사는 모나미에 비해 회사 홈페이지 디자인이며 광고 물량 등등이 왜 이렇게 열악한지 모르겠습니다.

조달청은 컴싸와 샤프심 조달을 동아연필에 수주하라! 수주하라! (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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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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