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니까 따라라.
종법(從法)이라 하면 원래는 실체법의 운영상의 절차에 관해 정한 '절차법'의 구식 용어지만, 여기서는 그와는 다르게 "법이니까 졸래졸래 따라감"을 뜻하기로 한다.
현 정권이 준법 정신을 되게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종법 정신을 잘못 발음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들은 우리―위와 아래―모두가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법을 지으면 아래는 그저 법에 순순히 따라와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준법 정신은 좋은 것인가? 당연하다. 왕도 없고 독재당도 없는 나라에서 법처럼 권위 있는 지배체계는 없으며 없어야겠다. 그러나 '遵法'의 독음이 '종법'으로 달린 오늘날은 어떠한가? 그것은 문제가 생긴다. 준법 정신의 본디된 뜻에 그 까닭이 있다.
준법이란 무엇인가? 법을 지킴이다. 법을 지키려면 어떡해야 하는가? 뭐가 법인지,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아야 지킬 것 아닌가? 준법이란 법에 대한 이해와 개인적 구체화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전제적으로 법체계를 긍정하고 법에 근거해 세워진 국가체제를 긍정하겠다는, 적극적인 민주시민의 자세를 요구한다. 민주시민은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로 이행하려 하며, 자유와 평등과 정의가 얼마나 어려운 이상인지, 그럼에도 왜 그 단어들을 계속 말해야 하는지 잘 안다.
종법이란 무엇인가? 법이니까 졸래졸래 따라감이다. 왜 따라가는가? 법이니까 그렇다. 다른 이유가 있나? 정의상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없다. 종법 정신은 법이라는 이름의 권위에 대한 신민으로서의 복종을 요구한다. 준법에서 이루어지는 이해는 없으며 구체화는 더욱 없다. 그럴 만하니까 시키겠지. 이 복종은 성격상 왕에 대한 것이든 독재당에 대한 것이든 매한가지다. 법이든 나랏님이든 위에서 뭐라고 시키는 것은 똑같지 않나? 그러므로 종법 정신은 민주시민이 요구받을 성격의 미덕이 절대 되지 못한다. 나라에서 시키는 거 나 같은 무지렁이가 뭘 어째.
좋다. 거기까진 알겠는데, 그러면 어떻게 현 정권을 두고 '종법주의' 정권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보면 몰라? 현안이 터질 때마다 법을 갈겠다고 하니까. 우리가 법을 믿고 따르고 지킬 수 있는 것은 '법적 안정성'이 있으며 '합목적성'을 갖추었을 때이다. 촛불집회를 거의 두세 달 열었다. 일부 프락치나 과격한 분자들도 나왔지만, 참가자 절대다수가 아주 평화롭게 집회했다. 그런데 그것조차 꼴보기 싫어 마스크 쓰면 잡아가겠다고 법을 고친다. 안정적인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한갓 인터넷 게시물에 허위 정보 좀 들어갔다고 검찰 단위로 구속하겠단다. 목적 실현에 적합한가? 현 정권은 순전히 즉각적인 필요에 의해 법을 적용하고 개정해 가며 준법 정신을 무색케 하고 있다. 그러면서 법을 지키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요란이다.
생각해 보면 현 정권의 준법 정신 강조는 사실상 '법대로 하자'라는 반 공갈이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누가 하는가? 법대로 하면 유리해질 사람이 하는 말이다. 문제는 그 유리한 사람이 법을 지었다 고쳤다 하면서 법대로 해보자고 말할 때다. 그걸 보고 홧김에 혹은 귀찮아서 혹은 어리숙해서 좋다 그러면 그건 종법이다. "그럼 그 법 한번 내놔봐라"라고 말하면 그건 준법이다. 법을 그저 졸래졸래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알고나 따라갈 것인가? 사실 알고 나면 도저히 못 따라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준법이다. 진짜 준법 정신은 현 정권이 잘못 발음하는 그 준법 정신과는 딴판이다.
종법(從法)이라 하면 원래는 실체법의 운영상의 절차에 관해 정한 '절차법'의 구식 용어지만, 여기서는 그와는 다르게 "법이니까 졸래졸래 따라감"을 뜻하기로 한다.
현 정권이 준법 정신을 되게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종법 정신을 잘못 발음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들은 우리―위와 아래―모두가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법을 지으면 아래는 그저 법에 순순히 따라와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준법 정신은 좋은 것인가? 당연하다. 왕도 없고 독재당도 없는 나라에서 법처럼 권위 있는 지배체계는 없으며 없어야겠다. 그러나 '遵法'의 독음이 '종법'으로 달린 오늘날은 어떠한가? 그것은 문제가 생긴다. 준법 정신의 본디된 뜻에 그 까닭이 있다.
준법이란 무엇인가? 법을 지킴이다. 법을 지키려면 어떡해야 하는가? 뭐가 법인지,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아야 지킬 것 아닌가? 준법이란 법에 대한 이해와 개인적 구체화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전제적으로 법체계를 긍정하고 법에 근거해 세워진 국가체제를 긍정하겠다는, 적극적인 민주시민의 자세를 요구한다. 민주시민은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로 이행하려 하며, 자유와 평등과 정의가 얼마나 어려운 이상인지, 그럼에도 왜 그 단어들을 계속 말해야 하는지 잘 안다.
종법이란 무엇인가? 법이니까 졸래졸래 따라감이다. 왜 따라가는가? 법이니까 그렇다. 다른 이유가 있나? 정의상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없다. 종법 정신은 법이라는 이름의 권위에 대한 신민으로서의 복종을 요구한다. 준법에서 이루어지는 이해는 없으며 구체화는 더욱 없다. 그럴 만하니까 시키겠지. 이 복종은 성격상 왕에 대한 것이든 독재당에 대한 것이든 매한가지다. 법이든 나랏님이든 위에서 뭐라고 시키는 것은 똑같지 않나? 그러므로 종법 정신은 민주시민이 요구받을 성격의 미덕이 절대 되지 못한다. 나라에서 시키는 거 나 같은 무지렁이가 뭘 어째.
좋다. 거기까진 알겠는데, 그러면 어떻게 현 정권을 두고 '종법주의' 정권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보면 몰라? 현안이 터질 때마다 법을 갈겠다고 하니까. 우리가 법을 믿고 따르고 지킬 수 있는 것은 '법적 안정성'이 있으며 '합목적성'을 갖추었을 때이다. 촛불집회를 거의 두세 달 열었다. 일부 프락치나 과격한 분자들도 나왔지만, 참가자 절대다수가 아주 평화롭게 집회했다. 그런데 그것조차 꼴보기 싫어 마스크 쓰면 잡아가겠다고 법을 고친다. 안정적인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한갓 인터넷 게시물에 허위 정보 좀 들어갔다고 검찰 단위로 구속하겠단다. 목적 실현에 적합한가? 현 정권은 순전히 즉각적인 필요에 의해 법을 적용하고 개정해 가며 준법 정신을 무색케 하고 있다. 그러면서 법을 지키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요란이다.
생각해 보면 현 정권의 준법 정신 강조는 사실상 '법대로 하자'라는 반 공갈이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누가 하는가? 법대로 하면 유리해질 사람이 하는 말이다. 문제는 그 유리한 사람이 법을 지었다 고쳤다 하면서 법대로 해보자고 말할 때다. 그걸 보고 홧김에 혹은 귀찮아서 혹은 어리숙해서 좋다 그러면 그건 종법이다. "그럼 그 법 한번 내놔봐라"라고 말하면 그건 준법이다. 법을 그저 졸래졸래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알고나 따라갈 것인가? 사실 알고 나면 도저히 못 따라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준법이다. 진짜 준법 정신은 현 정권이 잘못 발음하는 그 준법 정신과는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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