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뉴스 시절과 강호순 뉴스 시절의 딱 중간쯤에
이런 걸 봤었다. 상상력의 힘이라는 제목이 너무 계면쩍은 지식채널e 짝퉁 프로그램... 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갔다. 강호순이 잡히고 나니까 이게 뉴스에 다시 등장하더라. 거의 까먹고 있었는데 개 떡밥이 그렇게 유명한가보더라.
싸이코패스 테스트 받지 마라. 붙잡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고 맛보지도 말라.
적어도 그런 테스트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댁들은 싸이코패스가 아니다.
싸이코패스 테스트의 핵심은 한결같다.
'논리상, 전개상 타당할 수 있으나 심히 잔혹하고 비상식적인 이유 혹 추론에 대하여 싸이코패스식 사고로 간주한다.' 문제는 그런 테스트가 싸이코패스 테스트라고 공공연히 알려져 있을 때다. 누가 이 테스트를 허투루 대하겠는가?
이런 이름의 테스트를 보고 지레 겁먹은 혹은 긴장한 우리의 뇌는, 자연히 그럴싸한 답을 내놓기 위해 별로 그럴 힘도 없으면서 괜히 싸이코패스식 사고를 시도하게 된다. 어린아이 하나가 축구공, 운동화 등을 선물받았는데 하나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자. 왜 그럴까?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 오타쿠라거나 여자아이라거나. 그러나 이 질문이 싸이코패스 검사가 될 경우 답은 '두 발이 없어서'. 테스트 받지 마라. 댁들 기분만 께름칙해진다.
아무 의미나 미덕도 없는 이 따위 논리 추론 게임을 뭣하러 검색까지 해 가며 디비고 앉았는가?
현대인들의 사고방식과 반응 매커니즘은, 불과 1세기 전만 하더라도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현관문을 열어 놓고 외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도둑이 들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여러분 댁의 현관문이 열렸는지 어쨌는지 신경쓰는 사람은 정말로 거의 없다. 기다린 끝에 드디어 ATM 앞에 섰을 때, 당신 등 뒤에 바짝 선 사람은 당신의 비밀번호를 엿보고 있겠는가? 그럴 리 없다. 그냥 급한 김에 재촉해 보는 것일 따름이다. 연신 필살기를 날려대며 치고박고 싸우는 게임에 빠진 소년을 보고 우리는 뭐라고 충고해야 하는가? "적당히 놀고 공부도 해야지"와 "너 자꾸 그런 게임 하면 청소년 폭력사범으로 전락해 버린다" 중 어느 게 더 맞는 말인가? 싸이코패스가 우리 주위에 싹싹하고 건실한 미청년의 얼굴로 숨어 있겠는가? 댁들의 내면 깊은 곳에 어쩔 수 없는 죄악이 불끈불끈 일어나려 하고 있는가? 그런 게 겁나면 테스트를 퍼나르지 말고, 내일부터 첫차 타고 새벽기도회나 다녀라.
현대사회가 왜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공갈협박을 많이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사고 회로를 '상정할 수 있는 가장 무시무시한 상황'으로 선회하게 만들어 놨다. 그러니 싸이코패스 테스트를 받아 보았자 소용이 없다. 비사회적 인격 장애인이 아닐지라도 충분히 그 답을 생각할 수 있으니까.
"작고 별 볼일 없는 평화주의자인 내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는가? 제길, 남들처럼 나도 겁이 난다.
공포는 합리적인 것이며 우리의 생존 능력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한 부분이다. 진짜 위험을 감지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은 수천 년 내내 우리 인류에게 봉사해온 본능이다.
그러나 비합리적 공포는 살인자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 나침반을 던져버린다."
P.s 일부러 사이코패스라고 쓰지 않고 싸이코패스라고 쓴다. 이 글은 쌍시옷을 넣어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