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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과 정직함은 다르다.
나는 본능과 욕심에 떳떳해지는 대신, 양심과 진실 앞에 떳떳하려 한다.

한때 멋지게 살려고 노력했었다. 적어도 환상과 꿈이 가득한 1024*768의 픽셀들 속에서만큼은 친구도 별로 없고 이렇다 할 자랑거리도 없는 인생이 되기 싫었다. 그래서 아는 체를 했고, 실제로 열심히 배우려고 했고, 배운 티를 내려고 했고, 쿨한 척하려고 노력했다. 스스로에게 솔직하지도 못했고 정직하지도 못했다. koj89는 그렇게 엽토군이라는 필명을 얻었지만, 그것만으로 만족을 못 해 ┃엽토군┃으로 표기하고, 거기다가 나의 신앙을 표현하고 싶어서 †┃엽토군┃으로 적고 다녔었다. 지금은 이 시절이 일차적으로는 부끄럽고, 이차적으로는 담담하다.
어느 날 그것이 부질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온갖 모에 미소녀물(과 거기서 선을 넘어버린 성인만화들)을 본격적으로 보게 되면서였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나는 이토록 쿨하고 적절하고 크리스천하며 건전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나는 뒤에서 혼자 이게 뭐 하는 취미생활이야?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보니 그렇게 못난 나 자신을 납득할 수 없어서, 차라리 납득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때쯤부터는 ISCARIOT으로 활동했다. 숨을 필요가 있었다. 나의 부끄러움을 죄인의 대명사 뒤에 숨겨서 나는 부끄러울 만한 놈이라는 변명을 할 수 있게 보험을 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는 또 문득 '김어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아마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내 기억은 실제와 많이 어긋나지만, 여기서 사용하는 기억들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서사적 심상으로서 기능한다고 봐 달라.) 남녀공학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에 대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부끄러워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었다. 야한 만화를 겉으로는 참는 척하면서 표정 풀고 쳐다보던 것도 나고, 적절한 통신어체와 관념어를 의뭉스럽게 섞어쓰는 말빨로 평택 사는 88년생 여학생 하나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있었던 것도 나고(이 여학생은 지금 연대 법대생인데 사시 공부중이란다), 입 꼭 다물고 공부만 하느라 '어사마' 팬클럽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있던 순진한 수컷 고삐리도 나였다(돌이켜 생각해 보면 몹쓸 놈이었다, 이렇게 빈곤한 내면을 알았더라면 아무도 나를 그렇게까지 좋아해주지 않았겠지). 이래서는 안 되겠는 것이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내게로 다시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해서, 어느 누구든 나를 내 본명으로 다시 부르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렇게 활동했었다.
지금 엽토군이라는 필명을 쓰면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나를 김어진이나 ISCARIOT보다는 엽토군으로 더 잘 기억해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그때의 풋풋함과 쿨하려 노력하는, 어쨌든 그러므로 '노력하는' 모습, 노가다와 초짜 정신으로 무장한 어찌할 도리가 없는 그 젊음―그것이 그리워져서인 것 같다. 앞으로 필명은 바꾸지 않을 계획이다. 엽토군(본명 김어진) 정도면 이제 누구든지, 당신도 친구들도 나 자신도, 나를 나로 봐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꿋꿋이 나의 역사를 수렴시켜 나가는 하나의 이름으로만 살아가다 보면, 돌이켜볼 때 스스로에게 정직했노라고 떳떳해할 수 있을까.

이 글도 나와 하나님과 저들 앞에서 정직하게 살겠다는 내 의지의 한 방편이다. 저들이 솔직히 말하라며 본능과 욕심에 충실하라 할 때 나는 양심과 진실 앞에 떳떳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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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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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htvn.com/VR/toronBattle/index.asp

아무리 토론이라는게 원래 답이 안나오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한다지만 이번 주제와 국민영웅 박지성 술 광고 해도 되나? 였나요 제가 토론을 못봐서 언급은 안했습니다. 어쨌든 저 주제들을 보고 느낀 생각은 왜 저걸 주제로 잡았을까... 라는 생각과 다 보고 나서도 별로 남는게 없는 주제 같구요 무엇보다 대학생 배틀토론?에서 할만한 토론 주제로도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만 하게 되네요...

솔직히, 촌철살인 같은 말들을 상당히 기대했습니다.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학교의 학생들이기도 하니까. 제가 너무 큰 기대를 했던건가요? 나름대로, 논리성을 부여하려고 조사한 자료들로 의견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전혀 조사된 자료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뿐더러, 말만 어려운 말 '워킹푸어' 따위의 말을 써가면서도 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조차 못하고 있는 모습이 참 시청자로 하여금 할말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걸 두고 안 봐도 비디오라고 한다.[각주:1] 탁석산 선생과 백지연씨만 너무 불쌍하다.
그건그렇고 서강대가 안 나온게 천만다행이다. 역시 강자는 말이 없다(...)

tvN을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한다. 차원을 다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하는 정도까지 모든 주제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한다. 아예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르다는 것은, 좀더 본질적인, 주제적인... 그리고 성경적인. -_-;
  1. ㅇㅇ눈치채다시피 정작 본편은 못봤음 예고편만봄ㄳㄳ [본문으로]
Posted by 엽토군
:

0. http://gyuhang.net/2043

'디지털 시대'의 진실은 삼성전자 서비스 차량에 적힌 ‘디지털 노마드’라는 구호와, 먼지 하나 허용하지 않는 청정한 삼성반도체 공장(디지털의 꽃을 생산하는)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가면서도 산재 판정조차 받지 못한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피눈물의 대비 속에, 들어있다.

1. http://tl.gd/282ao2

"서울시에서 구둣방 지금처럼 다 교체해 주고 나서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고, 공간은 예전보다 더 좁아졌어요. 문을 닫으면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안보이고. 이왕이면 새로 하는 거 안 덥게, 안 춥게 해주셔야 하는데...이거 책에 적어주신다고? 그럼 좋지."

2. http://www.twipl.net/AAu2
image
@mariyurion 진짜 놀라운 사진이군요...()

3. http://twitter.com/KwonYoungGhil/status/12191993533
한나라당은 4대강반대의 물결이 거세게 일자 지방선거패배를 우려,김연아를 4대강공사홍보대사로 기용할 논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원래 노땅 정치꾼들이라는 어른들은 "요즘 애들이 뭐 좋아하냐?" 한 마디 질문으로 대충 젊은이들을 꼬드겨 혹세무민해 왔거니와 요새는 그게 더 심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디자인 좋아하고, 모에로운 거 좋아하고 김연아 좋아하니까 그런 걸로 자신들의 얼룩을 덮어씌울 요량들인가 봅니다. 하여튼 다들 이 모양입니다. 이제는 수구꼴통들도 잘 나가는 쿨을 걸치고 깔끔한 디자인의 옷을 입고 순진한 피라미 백성들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니깐요.
왼쪽으로 진보중인 우리들이 고민해야 할 건 이겁니다. 도대체 이렇게 빼앗기고 있는 동안, 우리의 쿨은 어디로 가 있느냐 혹은 어디서 찾아와야 할 것이냐? 본디 문화사란 비주류가 주류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 했거니와 이제는 그저 '뽀대나는', '멋진', '모에한' 것이 곧 '진보된', '좌파적인' 그래서 '흡인력 있는' 것이라는 필요충분 명제가 성립이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큰일났습니다. 일본은 이미 전쟁 특히 2차대전을 미화하는 듯한 뉘앙스의 모에 애니메이션을 아무렇지도 않게 니뽄바시에서 팔고 있습니다. 좌파로 오는 젊은이들 중에는 그것이 선점하고 있었던 '쿨'이 좋아서 온 이들도 있을 줄로 압니다. 만약 그대가 그런 사람이라면, 이젠 앞장서서 걱정해 주셔요. 3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기간 안에 한나라당이 모에화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있습니다. 이미 비주류(라고 안 하면 거짓말이니까) 쪽에서 나온 것이 있고 보면 돈 주고 사든지 자체개발하든지 할 거란 말입니다.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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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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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관물대 식기함 문짝 안쪽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에 그렇게 써 있다. "500만명이 보는 Animation은 어때야 하는가?"라고.

군대 들어와서 그저 가만히 생각하(다가 멍때린다고 혼나)고 앉아있(다가 안 움직인다고 혼나)는 수밖에 없어지니 그저 꿈만 부풀어간다. 밴드를 하고 싶다(혼자서만 인터넷에 자작곡을 올리긴 뻘쭘하니까). 전세계에서 관객 500만을 돌파하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 강연회를 열고 싶다. 책을 내고 싶다. 쇼를 하고 싶다. 스타가 되고 싶고 연예인이 되고 싶다(군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암만 봐도 나는 나의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딱 2인자 자리까지). 5분짜리 재미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그러니까 이건 시대착오진흥원 이야기이고, 기왕이면 교양 부문에서 케이블보다 후달리는 SBS가 좋겠다). 그 프로그램(요컨대 이것은 교양계의 무한도전 격이 될 것이다, 그렇게 꿈꾼다)으로부터 각종 반소비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이고 반사회적이기까지 한 각종 관련품과 기획 그리고 패러다임의 생산 등을 통해 복음주의적인 문화 창조에 기여... 응? 반소비주의적인 각종 상품? 뭐야 그게?

500만은 쉬운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꿈의 숫자이고 차원이 아예 다른 급수이다. 거기엔 인류 보편의 모티프와 내러티브, 감정과 라이프스타일은 기본이고 뭔가 근본적으로 세계를 달리 창조하는 어떤 것이어야 하며 '상당 수준의 발랄한 진보일 것'이라는 기본 전제가 깔린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 모든 것들은 대체로 그러하다. 소위 진보합네, 의식 있네 하는 사람들이 찾는 깔쌈하고 스타일 좋은, 약간은 비현실적인 듯한 세련됨, 지적임, 쿨함, 반듯함, 그리고 눈뜸.

이런 것들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느낀다. 당신들이 그토록 바꾸고 싶어하는 이 세상이란, 정확히 막사 수준이다. 그저 하루하루 케이블TV의 콘서트나 구경하며 하나도 바뀌지 않는 일상을 지겹게 지겹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아무것도 진보하지 않는단 말이다. 소비주의에 대해, 신자유주의에 대해, 시대착오 정신에 대해... 아, 더는 못 말하겠다. 숨이 가쁘다.

둘 중 하나다. 이 무겁디무거운 공기 밑에서 압사당하든지, 이 공기가 사람이 숨쉴 수 없는 공기라는 걸 깨달은 뒤에 질식사하든지― 500만명이 티켓을 샀다. 무엇을 보고 싶어할까? 내가 내놓은 어떤 서사를 사람들은 즐기고 싶어할까? 그들에게 주어야 할 것은 따로 있지 않을까? 나는 질식사당할 것 같다. 숨이 가쁘다. 최규석이 만화를 그린 <백도씨>를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찾아보고, 내가 어떤 상품을 만들고 싶었는지 생각하다 말고 문득 <작은 연못>을 CGV에서 볼 수 있나 싶어서 찾아보려다가 이 글을 쓰고 있다. 너무 놀랐다.

자본의 벽은 너무 높고 군대와 2차대전은 이 세계를 다 망쳐놨다. 이걸 하면 과연 통할지 불안한 것들뿐이다.

P.s: 근데, 난 할 거다. 모두가 기겁할 만큼, 뭐라 말할 엄두가 안 날 만큼 나는 대단해질 거다.
이 세상의 수많은 복잡하고 골치 아프고 따분한 모든 것들은 결국 몇 가지 멍청한 짓들을 하기 위해 존재하며 결국 그리로 모인다고 본다. 나는 브랜드가 된다.
아 맞다. 내가 처음 말하고 싶었던 문제의식이 바로 이거였다. 나는 내 스스로 브랜드가 될 준비가 돼 있는가?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될까? 'Yuptogun the creative'는 어떤 모습일까? 500만명이 몰려오는 작품이면 어떤 걸까, 를 넘어서,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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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가 되기 싫다.

도량이 좁은 사람이 되기 싫다. 30원 할인과 마일리지 적립율과 버스 도착 예정시간에 목 매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남이 비판해 놓은 글의 문맥을 뚝뚝뚝 끊어 가며 구구절절 반박하고 나중에는 태도로 꼬투리 잡는 행태가 짜증스럽다. 사람을 앞에서 서글서글 대하고 뒤에서 있는 대로 욕할 바엔 차라리 시종 침묵으로 일관하고 싶다. 줄을 서서 기다릴 때 묵묵히 잘 기다리는 인간이 되고 싶지, 눈치 보고 눈치 주고 그러기는 싫다. 속좁은 인간, 작은 놈이 되기 싫다.

소인배들이 양산되고 있다.

그것은 포인트카드와 제휴사 정책, 최장 노동시간, 세계 최고의 인터넷 사용률, 좁아터진 개미굴처럼 생긴 도시공간적 구조, 총점 500점의 수능시험을 지나면 싸워야 하는 최고 4.3의 상대평가 학점, 애당초 궁금하지도 않았던 온갖 숫자와 할인율과 편리들에 대한 과대 선전 등에 그 핑계를 돌릴 수도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포부를 가지고 도량을 키우는 삶을 살아볼 수 없도록 모든 생활양식이 체제적으로 규격화, 표준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을 것이다. 모험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어 죽겠는데 탐험이고 도전이고 누가 다 해 놔서 모험하러 갈 곳이 없다.[각주:1] 광야를 말달리던 사람들의 야망을 갖고 싶은데 고작해야 초국적기업 CEO 아니면 정치판 거물 정도가 한계여서 실망스럽다.[각주:2] 시대정신을 바꾸는 위대한 영혼이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우선 100분 토론에서 생방송으로 짧고 정확하고 조리 있게 말하는 법부터 연습해야 한다.[각주:3]

어쩌면 이런 글조차도 소인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구차하다...

니체가 말한 건 이런 것이다. 닭장 속의 육계가 될 것이냐, 슈퍼맨이 될 것이냐. 닭장의 하느님인 모이통만 쳐다보며 살 것이냐, 닭 몇 마리 잡아먹는 좀 야만적인 놈이 될지언정 거기서 뛰쳐나와 슈퍼맨으로 살아볼 것이냐? 나는 니체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가 느낀 문제의식은 대단히 미래지향적인 것이었다. 소인배가 되지 마라.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크기로 지어져 있다...



P.s 추천태그에 '위대한 유산'이 나오더라. 아, 디킨즈. leveled reader로 읽어두길 잘한 작품이었다. 요즘 이 내러티브가 적잖이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생각있는 몇몇 사람들은 이미 반작용적으로 느끼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린 좀더 많은 것을 받았으리라는, 다만 누가 줬는지 그리고 뭘 받은 건지 모를 뿐이라는 그런 걸...
P.s2 RT @oisoo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파리 한 마리가 하늘에 떠 있는 독수리를 보고 빈정거렸다. 저 큰 덩치로 날개를 저리도 느리게 움직이다니, 봐라, 저놈은 곧 추락하고 말거다.

  1. "트루먼 쇼"에서 내가 명장면 중 하나로 꼽는 이런 장면이 있다. 어린 트루먼 버뱅크가 교실에서 발표한다. "전 모험가가 될래요." 교사 역할의 엑스트라는, 그가 섬 밖을 나가고 싶어하지 않도록 하려고 당장 세계지도를 펼쳐보여준다. "미안한데 이미 다 모험돼 있어." [본문으로]
  2. 오늘날 규격화 제도화 표준화돼 버린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야망이다. 사람들이 뭘 야심차게 꿈꾸지 않는다. [본문으로]
  3. 간디 할아버지가 토론프로그램에 나갔다면... 당연히 참패했을 거다, 그리고 그의 영혼은 아주 초라해 보였을 것이다, 안 그런가? [본문으로]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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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운대를 봤다.
지금 나는 오후 세 시다. 뭘 하기엔 너무 늦은 듯도 하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가기엔 너무 아쉽다.

지금껏 못본 하루히 2기를 최신 방영분까지 몰아봤다.
지금 이 이야기는 11시 45분에 멈춰 있다. 무려 네 편에 걸쳐서 데자뷰를 보여주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바람에 결국 6화분은 휙휙 돌려버렸다. 원작을 전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아웃 루트는 이런 거다: 쿈이 마침내 하루히를 불러세워 방학숙제 벼락치기 모임을 하자고 한다. 31일 예비일은 방학숙제일이 되고, 드디어 다카포는 풀리며 유키는 따분해하는 표정을 뜯어 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뭐, 원작에서는 그렇게 결말이 난다는 거 같은데, 잘은 모르겠고, 쿄토 애니메이션 측은 하루히즘이 뭔지[각주:1] 한 번 더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이젠 몇 화가 몇 화인지 모르기 시작했다, 나가토의 심정이 이해된다는 글까지 올려가면서 근성으로 가고 있는 거 같다, 아무튼,
지금 세상이 오후 세 시에 멈춰 있다.
데자뷰가 계속된다.
"내일이 오든 안 오든, 이 일상이 다시 반복된다면, 그 땐 그 때의 나로서 어떻게든 하면 되겠지."

그건 아냐.

여기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다시 1만 몇천 번을 반복한 그 2주간으로 돌아가게 돼. 저놈이 했던 말 가운데에 힌트는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게 뭐지? 쟤가 뭐랬더라? 난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지? 제길, 모르겠다. 도무지 짐작이 서지 않는다...



미디어법을 가지고 한바탕 쓰나미가 있었다.

지금 나는 오후 세 시다. 뭔가 말하기엔 늦은 듯도 하고 그렇다고 마냥 다물고 있기엔 너무 아쉽다.

아니다. 지금 여기서 불러세우지 않으면, 다시 영겁의 회귀로 돌아가게 돼. 이 여름방학을 끝내고 싶지 않아하는 저들을 불러세우지 않으면. 불러세우지 않으면, 불러세우지 않으면... 불러세우지 않으면! 불러세우지 않으면!!!

  1. '스즈미야 하루히적 이념', '하루히스러움'으로 번역할 만한 신조어. 내가 이해하는 바 하루히즘은, 순수한 자기중심적 의도를 위해 말도 안 되는 기획과 발상을 말 되게 하는 것이며 니체와 카뮈를 빌어 말하건대 초인적 반항이라 할 만한 것이다. 현재까지의 하루히 애니판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은 '하루히즘'에 대한 원작자적 해석과 실현이라고 해야지, 지겹다거나 전파가 아깝다는 식으로 매도해 버리고 끝낼 만한 것은 좀 아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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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Monster, <게임이든 대자연이든 모두 환상으로서 찾게 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이하 트랙백 본문

1. 게임이 놀이대상으로서의 자연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설계됨'에 있다는 생각이 일단 듭니다. 자연은 적어도 액면상으로는 아무런 선행적 의미 없이 소여돼 있다면(그래서 무시킹 같은 가상으로 만들 수도 있고 그냥 곤충갤로 갈 수도 있는 오픈됨이 존재하죠), 게임세계는 '무엇을 무찌르자', '최고점수에 도달하라' 등의 기획의도와 설계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밀리터리 마니아 까페 정팅이 아바온라인에서 이루어질 리 만무하잖아요? 치고 박고 싸우라고 만든 게임서버 안에서는, 채팅기능이 들어 있을진 모르지만, 최근에 무슨 군용품을 구했느니 하는 잡담을 하는 데 대해서는 체제적으로 의도적으로 열려 있지 않죠. 뭐, 그래서 가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도무지 그거밖에 모르게 되니까.
2. 자연세계와 완전히 같은 가상세계는 존재하기 어려우며(자연이라는 것은 우습게 볼 것이 못 되며 모사하기엔 너무나 방대한 것입니다. "맨땅에서 사과파이를 만들려면 일단 우주를 지어야죠."[각주:1] 그리고 그런 세계를 굳이 성립시킨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은 가상이라는 의미 대신 차라리 '전생' 개념에 가까운 어떤 존재조건이 될 것입니다. 가상이라지만 현실과 도대체 다를 바 없다는 논리적 전제 하에선 "그러면 거기서도 삶은 가능하다"라는 결론밖에 안 나와요. 그게 실존적인 삶일지, 단순한 경험과 가공된 의식의 불연속적 다발에 불과할지는 장담 못합니다만
3. 요새 버추얼 기술이 너무도 현실과 비슷해졌다는 말들을 하는데, 제가 보기에 이것은 허위성 표현이고, 차라리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비해 '감각을 훨씬 더 과장하고 있다'라는 게 제 소견입니다. '와 진짜같다'라고 느껴지는 것들과 진짜를 한번 곰곰이 비교해 보세요. 피아노로 장학금 타먹고 있는 친구를 하나 아는데, DJMAX는 고사하고 키보드매니아도 못 놀겠다더군요. 건반악기 연주의 감각을 과장 변용 포장해서 만든 음악게임들은 정작 현실(original)의 음악을 열심히 한 사람들에겐 하나의 '허풍'으로 다가와요.

자 인제 빈 강의실 나가서 공부하자 ㅅㅂ
  1. "If you wish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 you must first invent the universe." - Carl Sagan, Cosmos, p.21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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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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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공연을 한다길래 가봤다. 가기로사는 6시 10분 전에 닿았는데 6시 반에야 입장해서 8시쯤에 아무 이유 없이 나왔다.

클럽퀸에서 공연중인 메시지

클럽이란 곳의 첫인상이다...

감상 소감은... 이건 아니야, 사람들이 이걸 즐기고 있을 리 없어, 였다. 누가 봐도 관객들과 공연자 학우들은 서로 남남이었다. 같은 섹 사람들이 태반임에도 불구하고...
맥주 한 모금 얻어마시고(나머지는 변소에서 버리고) 적당히 흥 맞춰주다가(내가 흥 다 깼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와서 생각해 보니, 따지고 보면 이런 무대나 '뮤직뱅크' 같은 것이나 홍대 밴드나 별로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다 비슷한 원리 아닌가? 어째서 이 바닥에서 성공하기 어려운지 잘 알 수 있었고, 오늘의 대중문화라는 것이 얼마나 한심하리만치 허무한지가 절절하게 느껴졌으며, 내가 듣는 CBMASS, 싸이 등등의 '그쪽 퍼포머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좀더 알 수 있을 거 같았다(사실을 말하자면 얘들이 썩 좋은 실력은 아니더라!)
정말로 흥겨워서라기보다, 어떻게든 흥을 내야 하니까 비트도 크게 넣고 효과를 써 보고 되도 않는 랩과 푸쳐핸접을 해 보는 거다. 현대인들의 마음을 여는 데는 엄청난 양의 밈 바이러스[각주:1] 투입이 필요하다. 왜냐면 서로 모르고, 흥겨워야 할 진정한 이유도 없고, 마음은 닫혀 있는데 어쨌든 셈 치러 준 돈만큼의 재미는 얻어가야 하니까. 이걸 실패하면 아무 흥도 돋우지 못하므로 퇴출되는 거다. 그리고 생각건대 대부분의 세상 무대 문화가 그럴 테다. 솔직히 나는 진짜배기 감동과 감격이 넘쳐나는 Live Worship[각주:2]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이게 너무 괴란쩍고 밋밋하고 생경하고 뭣보다 허무해서...



P.s 그래 거기서 끝나고 귀가하려고 이대역으로 속절없이 걸어가다가 심심해서 들어가 본 maniaX에서 뜻밖의 월척을 건졌다.
maniaX 피규어 진열장에서

誰がどう見ても確かに魔砲少女4号ちゃん

마포소녀 4호ㅋㅋ 우왘ㅋㅋ 이걸 대한민국에서 만나다니ㅋㅋㅋㅋ
하도 반가와서 주인장 불러다가 나 돌아올 때까지 저거 절대 팔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왔다. 돈 벌면 가야지. 우왕ㅋ2천원 버렸다 싶더니 이런걸 건지네ㅋ굳ㅋ

  1. (이 따위 것이 있다고 치고.) [본문으로]
  2. 엄격히 말하자면 "예배는 콘서트가 아닙니다"만 비겨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 형식은 콘서트라 하겠지만, 예배라는건 아무래도 프로듀서가 성령님쯤 되고보면 이건 뭐 콘서트의 차원이 아니다. ㅋㅋ [본문으로]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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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일과를 피곤하게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너무 피곤하니 잠도 안 오더라마는) 잤는데, 꿈에 나는 어딘가 지구 북쪽으로 배를 타고 갈 일이 생겼다. 그런데 문득 꿈 줄거리와는 아무 상관없이 지구 자전의 중심축이 통과하는 땅(북극은 아니었다)을 지도에서 찾고 있었다. 아무튼 나는 이제 여객선에 타야 했는데, 내가 승객들의 짐수레를 끌고 넓디넓은(공항 활주로 같은) 평지를 달려 배로 들어갔다. 그렇게 탔는데, 또 꿈 줄거리와는 아무 상관없이 웬 역사 교사가 강의를 하는데, 타이타닉에 버금가는 여객선 침몰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 걸 잠깐 보았다. 객실은 우습게도 대강당처럼 되어 있어 각자 자기 의자에 앉으면 되는 꼴이었는데, 갈릴리 모임 몇 명과 서강 와웨머 몇 명도 거기 같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 안의 낌새가 이상해졌다. 알고 보니 바깥에선 대규모 해전이 전개되고 있었고, 내가 탄 여객선은 그 전선의 한복판에 휘말려 있었더라는 것이다. 어뢰가 날아오고 포탄이 날아가고 하는 듯하더니, 마침내 내가 끌어다 넣은 짐수레 근처에서 폭발이 났다. 배가 흔들리고 전기가 나가더니 이내 아주 직감적으로 위험하게 흔들렸다. 사람들은 다급해하기 시작했는데, 우습게도 한쪽에서는 부활이 무엇이냐에 대해 토론하고, 목사님은 구원의 확신이 있으면 된다고 말씀하고, 어느샌가 객실 한복판에 누가 '예수구원' 운운을 영어로 쓴 골판지를 붙여놨더라. 한쪽에서는 '아, 인제는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가르치던 게 이해가 된다'라는 말도 들려오고... 그러더니 급기야는 배가 기우뚱 기울어져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이 내가 앉아 있던 구석 쪽으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짧은 순간 '아, 내가 여기서 죽는구나. 죽으면 부활이야 하겠지, 근데 이승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이런 데서 사람들에게 깔려 죽는다니 그건 좀 아쉬운걸, 주님' 하고 절박하게 생각했다. 침몰이 멎는다거나 하는 무슨 반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관두는 지경에 이르렀다―정말로 나는 죽는 거다. 예상과는 다르게 나와 승객들은 깔려죽지는 않았고 다만 익사했다. 물에 빠진 사람들이 해수면 위로 떠오르는 걸 보던 내 시야가 어두워지고 이내 암전되었다. 그런데 그 어두움을 보며 이대로 끝인가 싶더니 문득 다시 시야가 확 밝아지며 그 뒷이야기가 마치 영화의 에필로그처럼 펼쳐졌다. 때는 새해 벽두, 사람들은 신년 카운트다운을 하며 즐기고 있었고, 나는 그걸 말없이 지켜보는 내 모습을 보았다. 나는 독백을 했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곧 만나요." 그러면서 나는 어둡고도 환한 새해의 밤 길거리를 걸어 사라지더라. 거기서 깼다.

오랜만에 꿈이 꽤 생생해서 적어 남긴다. 느낀 점은...

  1. 잘은 모르지만,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왠지 현재를 현재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 눈앞에 펼쳐진 모든 과거처럼 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죽고 나면 아무 의식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라,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 후 1년' 자막 한 줄과 함께 에필로그 진행하듯이 '진짜 현재'가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 그런 꿈을 꾸고 엄마의 개꿈 한탄을 들어 주면서 밥 먹고 등교하는데, 문득 내가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난 죽었던 거 같은데? 꿈에서나마 임사체험을 해 보니 참으로 목숨 붙어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스러워지더라.
  3. 왠지 영원과 전능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어젯밤 꿈에서 나는, 지금 생각해 보면, 현재 시점에 있었던 게 아니라 과거의 어느 사건으로 시간 이동을 했던 것이고, 죽는가 싶던 그제서야 현재로 왔던 것이다.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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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들쳐메고 피켓은 직접 만들어서 아무 소속도 없이 5시부터 9시까지 돌아다녔다. 사진은 조만간 동영상으로 편집해 올리고, 그 때쯤 이 글은 1 내>ㄹ 영상이 되어 있겠다.

 (출처)
↑이 구석에 찍힌 곱슬머리가 나다...

소감 한 마디는... 우리는 또 실패했다는 것이다. 패배감이 밀려온다. 다른 시위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최대한 빨리 서울역에서 시청으로 가겠다고 하고 간 거였는데,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가기도 전에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은 닭장차의 벽이었다. 청계천 광장 그 협소한 곳만을 딱 둘러싸고 벌어지는 하이서울페스티발...
내가 멘 통기타를 보고 날 합류시킨(그리고 분명히 아까 단체로 모여서 티셔츠 팔고 있었던) 소위 시민악대 중 한 명이 기자들 틈바구니에 서 있던 내 눈앞에서 연행되어갔다. 나는 거기 끼는 척하면서 어물거리다가 빠져나왔을 뿐인데, 전경들은 내가 있었을 수도 있었던 자리를 15겹으로 욱여싸고 진압을 했던 모양이다.

또한 시청역 5번 출구 근처에서 체포돼 강서경찰서로 연행된 신아무개씨, 김아무개씨, 박아무개씨, 장아무개씨는 변호사들에게 "시민악대인데 서울하이페스티벌이 끝난 뒤 현장에서 즉석공연을 하다가 잡혀왔다"고 밝혔다. 출처

그것은... 불과 네 시간 전만 해도 전경과 시민의 대치상황 한가운데 휩쓸려서 "재밌구나!"를 외쳐 버린 내겐 대단한 공포였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실패하고 있다. 지고 있다. 용산참사 추모하러 모였을 사람들은 독재 타도 명박 퇴진을 외치고 있었고, 국풍81은 고스란히 하이서울페스티발로 재현됐다 그리고 전경들은 무시무시한 기합소리를 지르며 더욱 강력하게 덤벼든다... 절망이 닥쳐온다. 이제 촛불은 없는 것이다. 그 사실이 날 절망케 한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가, 한국이기 때문에, 이명박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아무 죄 없을 게 뻔한 그리고 아무 상관도 없는 전경들을 향해 허탈하게 몸을 날려야 하는 건가... 이건 뭔가 너무 아니지 않나...

P.s 사회당 덕후위원회 위원장 블로그인듯→ http://stcat.egloos.com/
이 위원회에 대한 촌평: 약간 더 위험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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