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 관물대 식기함 문짝 안쪽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에 그렇게 써 있다. "500만명이 보는 Animation은 어때야 하는가?"라고.
군대 들어와서 그저 가만히 생각하(다가 멍때린다고 혼나)고 앉아있(다가 안 움직인다고 혼나)는 수밖에 없어지니 그저 꿈만 부풀어간다. 밴드를 하고 싶다(혼자서만 인터넷에 자작곡을 올리긴 뻘쭘하니까). 전세계에서 관객 500만을 돌파하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 강연회를 열고 싶다. 책을 내고 싶다. 쇼를 하고 싶다. 스타가 되고 싶고 연예인이 되고 싶다(군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암만 봐도 나는 나의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딱 2인자 자리까지). 5분짜리 재미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그러니까 이건 시대착오진흥원 이야기이고, 기왕이면 교양 부문에서 케이블보다 후달리는 SBS가 좋겠다). 그 프로그램(요컨대 이것은 교양계의 무한도전 격이 될 것이다, 그렇게 꿈꾼다)으로부터 각종 반소비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이고 반사회적이기까지 한 각종 관련품과 기획 그리고 패러다임의 생산 등을 통해 복음주의적인 문화 창조에 기여... 응? 반소비주의적인 각종 상품? 뭐야 그게?
500만은 쉬운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꿈의 숫자이고 차원이 아예 다른 급수이다. 거기엔 인류 보편의 모티프와 내러티브, 감정과 라이프스타일은 기본이고 뭔가 근본적으로 세계를 달리 창조하는 어떤 것이어야 하며 '상당 수준의 발랄한 진보일 것'이라는 기본 전제가 깔린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 모든 것들은 대체로 그러하다. 소위 진보합네, 의식 있네 하는 사람들이 찾는 깔쌈하고 스타일 좋은, 약간은 비현실적인 듯한 세련됨, 지적임, 쿨함, 반듯함, 그리고 눈뜸.
이런 것들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느낀다. 당신들이 그토록 바꾸고 싶어하는 이 세상이란, 정확히 막사 수준이다. 그저 하루하루 케이블TV의 콘서트나 구경하며 하나도 바뀌지 않는 일상을 지겹게 지겹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아무것도 진보하지 않는단 말이다. 소비주의에 대해, 신자유주의에 대해, 시대착오 정신에 대해... 아, 더는 못 말하겠다. 숨이 가쁘다.
둘 중 하나다. 이 무겁디무거운 공기 밑에서 압사당하든지, 이 공기가 사람이 숨쉴 수 없는 공기라는 걸 깨달은 뒤에 질식사하든지― 500만명이 티켓을 샀다. 무엇을 보고 싶어할까? 내가 내놓은 어떤 서사를 사람들은 즐기고 싶어할까? 그들에게 주어야 할 것은 따로 있지 않을까? 나는 질식사당할 것 같다. 숨이 가쁘다. 최규석이 만화를 그린 <백도씨>를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찾아보고, 내가 어떤 상품을 만들고 싶었는지 생각하다 말고 문득 <작은 연못>을 CGV에서 볼 수 있나 싶어서 찾아보려다가 이 글을 쓰고 있다. 너무 놀랐다.
자본의 벽은 너무 높고 군대와 2차대전은 이 세계를 다 망쳐놨다. 이걸 하면 과연 통할지 불안한 것들뿐이다.
P.s: 근데, 난 할 거다. 모두가 기겁할 만큼, 뭐라 말할 엄두가 안 날 만큼 나는 대단해질 거다.
이 세상의 수많은 복잡하고 골치 아프고 따분한 모든 것들은 결국 몇 가지 멍청한 짓들을 하기 위해 존재하며 결국 그리로 모인다고 본다. 나는 브랜드가 된다.
아 맞다. 내가 처음 말하고 싶었던 문제의식이 바로 이거였다. 나는 내 스스로 브랜드가 될 준비가 돼 있는가?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될까? 'Yuptogun the creative'는 어떤 모습일까? 500만명이 몰려오는 작품이면 어떤 걸까, 를 넘어서,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
P.s: 근데, 난 할 거다. 모두가 기겁할 만큼, 뭐라 말할 엄두가 안 날 만큼 나는 대단해질 거다.
이 세상의 수많은 복잡하고 골치 아프고 따분한 모든 것들은 결국 몇 가지 멍청한 짓들을 하기 위해 존재하며 결국 그리로 모인다고 본다. 나는 브랜드가 된다.
아 맞다. 내가 처음 말하고 싶었던 문제의식이 바로 이거였다. 나는 내 스스로 브랜드가 될 준비가 돼 있는가?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될까? 'Yuptogun the creative'는 어떤 모습일까? 500만명이 몰려오는 작품이면 어떤 걸까, 를 넘어서,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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