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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Monster, <게임이든 대자연이든 모두 환상으로서 찾게 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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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이 놀이대상으로서의 자연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설계됨'에 있다는 생각이 일단 듭니다. 자연은 적어도 액면상으로는 아무런 선행적 의미 없이 소여돼 있다면(그래서 무시킹 같은 가상으로 만들 수도 있고 그냥 곤충갤로 갈 수도 있는 오픈됨이 존재하죠), 게임세계는 '무엇을 무찌르자', '최고점수에 도달하라' 등의 기획의도와 설계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밀리터리 마니아 까페 정팅이 아바온라인에서 이루어질 리 만무하잖아요? 치고 박고 싸우라고 만든 게임서버 안에서는, 채팅기능이 들어 있을진 모르지만, 최근에 무슨 군용품을 구했느니 하는 잡담을 하는 데 대해서는 체제적으로 의도적으로 열려 있지 않죠. 뭐, 그래서 가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도무지 그거밖에 모르게 되니까.
2. 자연세계와 완전히 같은 가상세계는 존재하기 어려우며(자연이라는 것은 우습게 볼 것이 못 되며 모사하기엔 너무나 방대한 것입니다. "맨땅에서 사과파이를 만들려면 일단 우주를 지어야죠."[각주:1] 그리고 그런 세계를 굳이 성립시킨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은 가상이라는 의미 대신 차라리 '전생' 개념에 가까운 어떤 존재조건이 될 것입니다. 가상이라지만 현실과 도대체 다를 바 없다는 논리적 전제 하에선 "그러면 거기서도 삶은 가능하다"라는 결론밖에 안 나와요. 그게 실존적인 삶일지, 단순한 경험과 가공된 의식의 불연속적 다발에 불과할지는 장담 못합니다만
3. 요새 버추얼 기술이 너무도 현실과 비슷해졌다는 말들을 하는데, 제가 보기에 이것은 허위성 표현이고, 차라리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비해 '감각을 훨씬 더 과장하고 있다'라는 게 제 소견입니다. '와 진짜같다'라고 느껴지는 것들과 진짜를 한번 곰곰이 비교해 보세요. 피아노로 장학금 타먹고 있는 친구를 하나 아는데, DJMAX는 고사하고 키보드매니아도 못 놀겠다더군요. 건반악기 연주의 감각을 과장 변용 포장해서 만든 음악게임들은 정작 현실(original)의 음악을 열심히 한 사람들에겐 하나의 '허풍'으로 다가와요.

자 인제 빈 강의실 나가서 공부하자 ㅅㅂ
  1. "If you wish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 you must first invent the universe." - Carl Sagan, Cosmos, p.21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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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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