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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오빠는 도대체 기분 좋을 때가 언제야"라며 나의 리액션을 불평한다. 동생이 웃기는 얘기라고 한창 웃기게 하고 있는데도 시큰둥해하고, 각 잡고 심각한 얘기를 해도 시큰둥하게 받아넘기며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으니 이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동생은 군대 핑계를 대지 말라는데, 그것 참 자꾸 군대 핑계를 대게 된다.

동생에게만 그런 게 아니다... 분위기를 띄우지 못하겠다. 성의를 보이기가 힘들다. 요컨대 어떤 상황의 방청객이 되어주기가 너무 힘들다. 뭐랄까, 결국에는 객관화해서 보게 된달까, 자꾸 개플동어가 나타난다고 해야 할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다는 것과 내가 무엇에 집중하면 되는지, 이 두 가지를 파악하기만도 버겁다. 머릿속은 내 낙서공책을 그대로 닮았고, 세상은 케이블TV를 그대로 닮았다. 서로 무슨 접점이 있겠나. 어렵다. 정신이 없다. 누가 그랬다. 어진이 너는 장인(匠人)을 하는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 틀어박혀서 뭐 하나만 뻔질나게 열심히 잘 만들어놓는... 듣고 보니 그것 참 예리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자막질(번역)이라든가 만화라든가 폰트 제작 등등이 그런 류의 작업이고, 나는 그런 쪽으로는 성의를 보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상황에 내가 집중하면 그만인 거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몇 가지 양념을 쳐 주면 되는... 글쎄, 내가 무슨 분야의 장인으로 살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내 속 편한 대로 살자면 그렇게 살게 될 텐데, 그때 난 어떤 성의를 보이고 있을까? 모르겠다. 쿠메타 코지를 찾아가서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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