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엽토군 형이야.
저번에 글짓기 대회에 관한 얘기 한 이후로 처음이네.
형이 요새 블로그에 '길게 쓰는 글'을 영 안 썼거든. 그래서 한 번 쓸께.
여러분에 대해서는 그냥 친구들이라고 해도 되겠지?
친구들 학원차 타고 학원 다녀 봤니?
형도 학원 네댓 군데를 다녀 봤는데, 학원차라는 게 참 편리해.
제때 제 자리에 가 있으면 차가 와서 자기 같은 학원 원생들을 태워 학원까지 가 주잖아.
지각(해서 괜히 혼날) 걱정도 없고,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훈훈하고, 친구들 만나서 좋고.
그런데 이 좋은 학원차에 대해 형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어.
왜 그러냐고? 얼마 전에 이상한 풍경을 봤거든.
어떤 학원 가방을 멘 친구들 또래쯤 되어 보이는 어린이들이 있었는데,
버스 정류장 앞에 세워진 학원차 앞에서 심심해 어쩔 줄 몰라하는 거야.
그 안에 들락날락거리고, 차 안에서 뒹굴거리고 하면서.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더라고. 그 시간에 버스를 타고 집에 가 버리면 되잖아.
그런데 왜 미련하게 학원차 움직이기를 기다리지?
형은 거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을 얻게 되었어. 사실은 충격적인 장면이었거든.
그리고 드디어 이 글을 쓰는 거야.
바로 본론 얘기할께.
이런 의심을 해 볼 수 있어.
학원차란 학원 공부 일정을 어른들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생각에서 나온 거야.
여러분이 제때 차에 타는가, 제때 학원에 갔는가,
집에 돌아가는 학원차 시간까지 잘 버텼는가 (그러니까, 중간에 토끼지 않았는가) 등등이
학원차 제도 하나로 전부 확인이 가능하거든.
한마디로, 학원차는 친구들 좋으라고 있는 게 아니라 어른들 좋으라고 있는 거야.
여러분은 어른들을 위해 학원차에 타고 내리는 거라, 이거지.
겉으로 드러나는 학원차의 운행 이유는 이런 거야.
"원생들이 학원까지 찾아오기에는 학원이 너무 머니까,
학원에서 아이들을 태워 주겠습니다.
그러면 제때제때 편리하게 학원에 오고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요즘에 와서는 잘 생각해 보면 대체로 대단한 이유가 아니야.
친구들이 다니고 있는 학원과 집(혹 학교)은 서로 얼마나 멀리 있니?
형이 처음 탔던 학원차는 제주도의 도평청소년수련관 차였어.
형이 제일 먼 곳에 살았었는데, 총주행 시간이 못 잡아도 40분은 걸렸을 거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벽지 지역의 몇몇 원생들을 위해서라면 학원차가 정말 필요하지.
하지만 여러분은, 잘은 몰라도, 도시에 살고 있을 것이고,
거기서는 대중교통과 학원 밀집지역이 잘 갖추어져 있을 거야.
그러니까 마음만 먹으면 학원차 아니라도 학원에 제때 가는 방법은 당연히 있어.
아까 얘기한 심심해 하는 어린이들은 그걸 모른 거고.
물론 학원차라는 게 처음에는 그런 의도로 시작되었을 꺼야.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의도보다는,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지만,
아까 말한 '원생들의 움직임 감시/통제'의 쪽이 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을 거 같아.
또 학원차 제도는, 가뜩이나 안 좋은 여러분의 자기통제력을 더 약화시킬 거야.
자기통제력이 뭐냐구?
스스로 '이것을 해야겠다', '하지 말아야겠다' 하고 마음먹고 그대로 옮기는 힘이야.
자기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친구들은 자기통제력이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형이 알기로는,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의 적지 않은 수가
'저 알아서는 공부하지 않으니까' 부모님이 억지로 보내는 경우인 걸로 알고 있어.
그런데 이런 친구들이 학원차를 아무 생각 없이 타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
숙제 안 한 걸로 혼나던 그 친구들은, 이제 학원차에 제때 안 탔다는 걸로 혼나겠지.
그러면서 점점 '혼나야 말을 듣는' 자기통제력 없는 사람으로 자라날지도 몰라.
물론 이건 과장이야.
그렇지만 걸어가거나 버스, 지하철 등을 타고 학원에 제 발로 가는 친구들이랑,
'학원차에 타기조차 귀찮아하는' 친구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겠지.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 주라.
여러분을 어엿한 사람으로 봐 주는 어른들은 거의 없어.
대부분의 어른들은 여러분을 자기들이 기르고 있는 나무 정도로 생각해. 꿈이 열리는 꿈나무.
그래서 그 나무가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떡하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여러분을 학원에 보내고 계시고, 학원차까지 몰아서 데려가는 거야.
그러면서, 마치 아이들을 학원에 제때 보내 주는 건 우리들이라는 식의 자부심에 절어서
'어린이 보호차량'이라는 표지까지 붙여 가면서 난폭운전을 일삼지.
사실은 여러분이 학원에 갔나, 가면 언제 갔나, 끝까지 잘 있었나, 그런 거나 지켜보고 있으면서.
학원차는 당연히 움직이는 게 아니야.
어른들이 다 돈을 주고받고 했기 때문에 아저씨들이 여러분을 태워주는 거지,
마음이 착해서 여러분을 공짜로 태워준다든가 그런 건 전혀 없어.
(사실은 그래서 난폭운전을 하게 되는 거야. 그건 이해해 줘.)
거기엔 당연히 어떤 의도가 있고, 어른들이 원하는 게 있다는 게 형의 이야기야.
여러분 좋으라고 만든 제도가 절대 아니라는 거지.
그런 생각 해 본 적 있니? 형도 얼마 전에야 해 본 생각이었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줄께.
먼저 집이나 학교에서 학원까지 가는 버스/지하철/걸어갈 길을 잘 찾아봐.
엄마한테 가서 "나 학원차 안 타고 학원 갈 테니까 학원 갈 교통비를 달라"라고 말씀을 드려.
그리고 학원 선생님한테 가서 "나 학원차 안 타고 학원 다닐 테니까
내 학원비에서 학원차 운행 요금만큼을 에누리해 달라"라고 말씀드려 봐.
그 다음엔 어떡하면 되냐고?
허락해 주면 뭐 학원차 타는 대신 알아서 학원 다니면 되고,
허락이 안 되면 아마 여러분은 어른들의 또 다른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을 거야.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해를 못 하실 거야.
그래도 "어쨌든 지각 안 하고 땡땡이 안 치면 되잖아요?"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려야 해.
그러면 허락이 떨어질 수도 있어.
물론 그 책임은 니들이 지는 거야! 형은 지금 그걸 실천해 보라고 말하고 있는 거고.
여기까지 글을 읽어준 친구들은 똑똑한 친구들임에 틀림없는 줄 형은 믿어.
그래서 이런 거까지 얘기해 주는 거야.
남은 학원 생활 멋있게 잘 해라.
기왕 다니는 곳이라면, 어떤 생각을 가슴에 품고 학원을 경험해 봐.
청소년의 자기통제에 전제적으로 개입하여 그 능력을 있는 대로 저하시키고, 기성 세대의 통제와 감시 욕구를 가장 개별적인 영역에까지 침투시키는 이 국제적 웃음거리 수준의 한국 사회 체제 안에서, 그래도 여러분은 부디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고 행동하는 그루터기 친구들로 남아 있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