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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9

2011. 1. 15. 22:25

(매일 같은 곳에 두던 무엇을 잃어버린 상황, 절박하게) 어디 갔지? 분명 여기 있었는데.
...
이쪽으로 굴러갔나? 아닌데. 저기도 아니고. 이게 발이 달렸나 어디 갔지? 여기 있어야 하는데.
...
아니 근데 진짜 누가 건드리나? 왜 여기 있어야 할 게 딴 데 가고 없는 거야? 땅으로 꺼졌나?
...
아 씨발! 진짜 누가 가져간 거 아냐? 아닌데... 좀전만 해도 있었잖아! 맨날 여기 뒀는데! 니미랄, 어디 갔어, 진짜!
어진아.
예?
어딨냐?
전 여깄는데요?
어, 그래. 미안. 너 없어진 줄 알고.
그게 무슨...?
아니, 내가 아는 어진이는 너 같지 않았거든. 욕할 줄도 모르고.
...?!
한동안 널 되게 찾았다. 그래도 이등병 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찾으면 있을 법한 자리에 너답게 있고 나한테 찾아도 오고 하더니.
...!
일병 달고 상병 달길래 그러려니 하고 냅둬봤다. 그랬더니 어째 안 보이기 시작하더라? 요새 너 좀 찾아볼라니까 안 보이더라. 그래서.
!!!
...
...
뭐 잃어버렸어? 어때?
절박합니다.
그게 다야?
너무 허탈하고 황당합니다. 분명 여기 있어야 할 건데...
너 가끔 그렇게 잊을 만하면 뭔가 잃어버리고 다니지?
예.
나도 가끔 널 잃어버린다. 얘가 어디 갔지, 하고. 넌 분명 다시 어디선가 나타나거든, 근데 또 잊을 만하면 또 어디로 굴러가고 없더라.
...
여자가 한 드라크마를 잃어버리면 아홉 드라크마를 내버려두고 온 집을 들어내 뒤진단다. 너는 어디를 뒤지고 있느냐? 나는 너 하나 찾는다고 한 개 대대를 다 들어내 그 컨테이너로 때려넣었다.
...
...
주님.
왜?
절 잃어버리고 계시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오, 그래.
전 여기 있습니다. 절 잃어버리지 않으시길 원합니다.
그래.
전 여기 있습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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