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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런 사람임
yhchoi65@donga.com
1965년 3월 16일생
前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現 동아일보 논설위원, 차장
1. 홍보맨을 열심히 하면 고위직에 중용될 수 있음을 알게 됨
홍보맨 출신 왜 CEO로 중용되나, 충성심…마당발…위기돌파에 적격
홍보 업무에 오래 몸담은 ‘홍보맨’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대기업의 별’인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되고 있다. (...) 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홍보맨들은 총수의 지근거리에서 일하면서 부단한 노력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플러스로 작용한다. (...)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2005년, 출처]
2. 외국에서 홍보맨을 열심히 함
“한국전 추모의 벽, 한인들이 나서주세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웨버 워싱턴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회장이 24일 애넌데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전쟁 추모의 벽’ 조감도. 애넌데일=최영해 특파원 [2012년, 출처]
관타나모 미군기지, 불량죄수 1~3분 단위로 감시… 모범수엔 닌텐도 게임도 허용
(...) 1주일에 4시간은 TV 시청이 허용된다. 22개 TV채널과 영화를 볼 수 있고 유에스에이투데이 등 미국 신문과 아랍어 잡지도 열람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1주일에 책 2권을 빌릴 수 있다. 도시바 TV가 놓인 TV시청실엔 푹신한 1인용 소파가 놓여있고 바로 앞엔 족쇄가 바닥에 박혀 있다. TV를 시청하는 동안 손은 자유롭지만 족쇄는 반드시 차야 한다. 간수가 음식을 건넬 때도 독방에서 별도 자물쇠가 채워진 미닫이 함을 통한다. 수감자들이 먹는 물은 기자가 캠프저스티스의 텐트 막사에서 배급받은 것과 같은 브랜드의 미국산 고급 생수. 식사는 기지 내 군인들에게 제공되는 메뉴와 똑같다. 생선과 닭고기 야채 등 6가지 메뉴에서 골라 먹을 수 있다. 캠프Ⅴ엔 모두 100개의 독방이 있지만 지금 사용되는 독방은 30여 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어 있다. 수형 실적이 우수하면 행동이 훨씬 자유로운 캠프Ⅵ로 이감된다. (...)
관타나모=최영해 특파원 [2012년, 출처]
3. 고위직에 중용됨
[오늘과 내일/최영해]MB꽃사슴과 새롬이 희망이
(...) 꽃사슴의 영화(榮華)는 여기까지였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뒤 한 달도 안 돼 꽃사슴을 모두 서울대공원으로 돌려보냈다. 주인 잃은 꽃사슴은 (…) 푸대접을 받았다. 서울대공원은 26마리나 되는 꽃사슴을 수용할 데가 마땅찮아 경기도 한 농가에 모두 팔아치웠다.
꽃사슴의 자리를 차지한 게 새롬이와 희망이다. 대통령의 한 측근은 “요샌 마치 사냥개처럼 사나워졌다”고 했다. 청와대에 들어갈 때 털이 뽀송뽀송한 애완견이 더이상 아니라는 말이다. 낯익지 않은 참모들이 관저를 드나들 땐 귀를 곧추세우고 컹컹 짖어대 겁먹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MB꽃사슴처럼 잘나가던 MB맨들도 줄줄이 옷을 벗었다. 금융계를 쥐락펴락한 ‘4대 천왕(天王)’이 새 대통령의 카리스마에 짓눌려 찍소리 한번 못하고 물러났다.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말까지 방을 빼라는 통보를 받은 공기업 사장도 한둘이 아니다. 낙제점인 경영성적표를 들이댔지만 ‘MB맨 솎아내기’라는 말이 많다. (...) [2013년 7월, 출처]
4. 홍보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음을 입증함
[오늘과 내일/최영해]채동욱 아버지 前 上書
아버지, 미국에 온 지도 벌써 보름이나 됐네요. 태어나서 이렇게 비행기를 오래 타 보기는 처음이에요. 저는 뉴욕의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갔답니다. 이모와 함께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 만나고, 영어 수학 시험을 본 뒤에야 며칠 전 반 배정을 받았어요. 백인과 흑인, 중국인, 히스패닉 등 우리 반 아이들은 피부 색깔이 참 다양해요. 여기선 전부 영어로 말해야 돼 아직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어머니는 8월 마지막 날 저를 비행기에 태우면서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미국에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한참 우셨어요. 진짜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될 거예요.
아버지, 그런데 며칠 전에 어머니가 신문사에 보낸 편지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었어요. 어머니는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 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뇨? 저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됐을 때 뛸 듯이 기뻤어요. 아버지가 나쁜 사람 혼내 주는 검사 중에서도 최고 짱이 됐잖아요. 우리 반 애들은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였어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된 후 우리 가족은 사실 조금 피곤했어요.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할 때 서울 삼성동에서 도곡동으로 이사를 갔고, 거기서 다섯 달만 살다가 다시 미국까지 왔잖아요. 어머니와 떨어져 이모와 함께 뉴욕에서 사는 게 불안했지만 아버지처럼 높은 사람이 되려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꾹 참았답니다.
아버지가 저 때문에 회사에 사표를 썼다고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알려줬어요. 그 친구는 한국에 아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간첩 잡는 아저씨들이 지난해 선거에서 못된 짓을 하다가 아버지에게 걸려 혼났다고 어머니가 그러던데,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힘없는 전두환 할아버지 재산을 너무 많이 빼앗아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매일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큰 상은 못 줄 망정 왜 저를 갖고 이렇게 난리인가요?
어머니는 저에게 “당장은 떨어져 살지만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살 날이 올 것”이라고 늘 얘기하곤 했죠. 우리 가족은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자꾸 수군거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예전에 부산에서 어머니를 만난 것까지도 트집을 잡는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아버지, 어떤 사람들은 제가 진짜 아버지 자식이 맞는지 머리카락 뽑고 피도 뽑아 검사해보자고 한다는데 정말 미친 사람들 아닌가요? 이모가 그러는데 어머니는 그것 때문에 울고불고 야단이었대요.
아버지, 근데 전 진짜 피 뽑는 것은 싫거든요. 사람들은 제 피와 아버지 피가 같다는 것을 왜 조사하려고 하나요? 검사 뒤엔 유전자가 조작됐다느니 하면서 또 시비를 붙을 수 있잖아요. 아버지, 그래서 그러는데 저한테 피 검사 하자는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만에 하나 피 검사가 잘못돼 가지고 저하고 아버지하고 다르게 나오면 그 땐 어떡해요? 하루아침에 아버지 없는 아이가 돼 버리잖아요. 여태껏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했는데,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 있을 땐 아버지라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제발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2013년 9월 16일
뉴욕에서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 올림
※이 칼럼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엄마의 말을 듣고 자라온 아이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입니다. [2013년 9월, 출처]
퍼가실 분은 퍼가세요. 혹시나 하고 디벼봤는데 정말 알기 쉬운 사람이었음. 무릇 기자라면 누구나 자기의 글이 몇십만년 뒤에 다시 거론된다 해도 부끄러움 없어야 할 줄로 압니다. 내 사람뒤캐는거 ㅈ나 싫어하는데 하나만 털어볼까 호로ㅅㄲ야
신문은 언론이다. 수필집이 아니고! 논설위원은 언론인이다. 소설가가 아니고! 이 글을 그 아이가 볼 수도 있다. 어른스럽지 못해도 좋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한다. http://t.co/1aVrzsqCZY
— 문규학 (Greg Moon) (@unclevenca) September 17, 2013
P.S. 유입로그 관리페이지 캡쳐.
이딴 거나 검색해서 이 블로그 읽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나라는 답이 없다. 정말 궁금한 게 그거 하나뿐이세요? 그걸 몰라서 뭐라고 할 말이 없으세요? 왜 아직도 자기가 후삼국시대에 살고 있다고 자랑을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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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페북업뎃을 쌔운 적이 있었다. 반대정신의 교훈을 적용하기 위한 거였는데, (지금은 아니지만) 저걸 쓸 때는 정말 굉장히 맘이 여러가지로 어려웠던 것이 저 글 쓰느라 이런저런 아햏햏한 걸 생각하다 보니 나아졌음. 이 반대정신은 앞으로도 유용할 듯하여, 수시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따로 블로그로 옮겨 쌔웁니다. 이 글이 다시 최신글로 수정되어 뜬다면 엽토군의 멘탈이 취약하다는 신호이므로 밥을 사먹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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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40만 기념글을 빙자한 근황입니다.
1. 방문자수가 40만을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습니다. 아 글쓰러가야지
2. 글 하니까 생각나는데요, 요즘 누가 읽어는 줄까 싶은 산업용 글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제 평생 이렇게 전략적으로 글쓰느라 하루 이틀 마구 시간을 보내보는 건 서울대를 가보겠답시고 자기소개서를 써보던 때(사실 그때도 지금처럼 아득바득하진 않았지만ㅋ... 엄마 미안) 이후 처음인 듯합니다.
3. 여기저기 컨택을 넣어야 할 일이 생겨서 각종 기업체의 CEO라는 사람들을 찾아다녀보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연락처가 회사 홈페이지 주소더군요. 대단한 사람일수록 소통하는 척할 뿐 실제로 자기와 연락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한 거겠죠. 그치만 지금의 나도 그렇게 되는 날이 올까 생각해 보면 좀 그건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제 이메일 주소는 앞으로도 알기 쉬운 곳에서 알려지게 될 거 같습니다. 내가 컨택하는 건 무섭지만, 나에게 들어오는 컨택은 무시하고 싶지 않아요.
4. 단기알바를 열심히 뛰면서 장기알바를 해 보려고 찾는 중입니다. 추석선물 배송 알바를 하게 됐어요. 기대되네요. 땅밟기 신나게 해야지 ㅋㅋ
5. 방금 전에 집 인터넷이 빨라졌어요 U+로 바꿨거든요 과연 앞으로 얼마나 갈지? 여튼 좋네요
6. 휴학했습니다. 다시 알려드립니다. 휴학중입니다. 갈 곳은 없지만 오라는 곳은 많아요! 네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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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쓰기 한 번에 힘을 주지 못하니까 자꾸 뱃살 처지듯이 글이 처진다. 무슨 운동을 해야 글에 근력이 붙을까? 퇴고를 하는 게 제일이겠지?

최신 일본 만화 몇 개를 추천받은 김에
![]()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
기운이 빠지고 맥이 풀려서
![]()
보지를 못하겠다.
![]()
아무도 모에하지 않고, 무엇도 나를 설레게 하지 않으며, 어느 작품도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fantasy의 씨가 마른 자리에 unreality의 기분 나쁜 검버섯만 자라고 있다는 기분이다.
Fantasy란 무엇인가? 판타지, 몽상, 환상곡을 말할 때 주로 사용되지만, 관용적 표현으로서 '기발한 생각'을 표현할 때도 판타지라는 어휘를 쓴다. 여기서의 의미는 그 뜻이다. Fantasy란 단순히 '판타지 소설' 따위에서나 사용될 만한 개념이 아니다. 더 대단한 개념이다. "일어날 법하지만 일어나지 않고 있는 일들이 적어도 작중에서만큼은 절대적이고 충만한 실존조건으로서 정교하고 총체적으로 일어나는 양상", 그것이 바로 fantasy다.
사실은, 어떤 서사이든 매력적인 서사라면 하나의 미덕으로서 반드시 판타지를 갖춘다. 아주 의외라고 생각될 만한 예를 하나 들어 보여주겠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사슴 한 마리의 "향기로운 관"과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본 감동을 그린 노천명의 <사슴>에서조차, 사실은, 하나의 판타지가 존재한다. 당장 표층적으로만 보아도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 "무척 높은 족속", "잃었던 전설" 등 몹시 '환상적'인 시상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보다는 이 모든 시적 장치들이 순수하게 시각적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이상으로 독자를 어떤 '실재하지 않지만 실재할 만한 어떤 장소'로 초청해 이끈다는 것이, 이 작품에 fantasy가 있다고 할 만한 이유이다. 이 시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로운 삶"1 따위로 읽지 않고 제대로 읽는다면, 누구나 이 시를 감상할 때만큼은, 관을 쓰던 족속이 사슴이 되었구나, 하는 식의 허황되지만 아름답고 흥미로운 공상으로 이끌려 간다는 것이다. 시어 하나하나가 그런 공상으로의 안내판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제대로 된 (값어치를 하는) 어떤 서사에서나, 4컷만화부터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찾을 수 있는 격정이고 미덕이다. 단순히 지면과 화면에 그려진 대상 그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총체적으로 실존해낸 결과로서 스스로 제시하고 증언하는 어떤 모형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그게 fantasy고, 그것이 잘 된 서사와 "대충 기승전결만 맞추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성의하게 작성하는" 서사의 결정적 등위를 가른다.
나는, 정작 아키하바라의 오타쿠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치겠지만, 어떤 캐릭터의 '모에함' 역시 fantasy를 그 캐릭터에게 막대하게 부과한 결과물이라고 이해한다. 모에하다고 소문난 캐릭터들을 잘 살펴보라. 그들의 가정사, 개인적 취미, 말버릇, 왜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하는지 등 정말 아무래도 좋은 것들까지도 다른 '병풍 캐릭터'에 비해 훨씬 더 자세하고 요연하게 제시되고 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단순히 가슴이 크다든가 츤과 데레의 비율이 좋다든가 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 캐릭터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충실하게 실존한 바로 그 캐릭터로서 독자적이고 fantasy적인 인간상을 획득했기 때문에 그 캐릭터는 모에로워지는 것이다. 모에는 속성에 있지 않고 fantasy에 있다. 캐릭터의 fantasy를 형성하는 주요 심상에 흔히 '모에 요소'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들이 포함될지는 모르지만, 가능세계에 대한 해석과 process 없이 그것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모에 요소의 단순 가감승제가 모에 캐릭터를 만들어 흥행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요즘은 사방에서 도무지 제대로 된 fantasy를 찾을 수 없다는 기분이다. 대신 unreality가 판을 친다.
Unreality 즉 비현실성이란, 허황됐다는 말이 아니라, "그럴 리가 없음", "와 닿지 않음"의 어감에 더 가깝다. Real이 '생생한, 생각한 그대로인'의 의미를 갖는다면, unreal이란 '허위, 부자연스러움, 어색함, 가공적인'의 의미를 갖는 어휘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서 견디지 못하겠다. 이 블로그에서 몇 번 '깐' 바 있는, 그 공허하고 가볍기 짝없는 3D 블록버스터 장면들이나 누구도 진짜 피가 튀기도록 진짜로 육체를 난도질하지 않고 있음을 알 법한 싸구려 슬래셔 신, 공장에서 방금 막 질소를 잔뜩 충전해서 내놓은 것 같은 실속 없는 모에 캐릭터들 따위가, "이런 스펙터클/폭력/캐릭터 따위가 있긴 어디 있다는 거야"와 같이 이성적으로 기초적인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Unreal하니까 unreality로 인지할 뿐이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아무것도 아무 중력도 갖지 못하게 된 사이버스페이스 위주의 21세기가 되면서, 정말 거짓말처럼 놀라운 속도로, 서사 산업에서 그 unreality가 아무래도 좋은 것이 되어 버렸다. "중력(gravity)"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어떤 견고한 현실성의 물감(物感)이, 요즘의 서사에서는 우스울 정도로 간편히 무시되고 있고, 그래서 그저 '부유하는(floating)' 컨셉과 내러티브와 캐릭터와 펀과 프로덕트들만이 강냉이 뻥튀기 잔치라도 벌어진 양 사방에 가득하다. 예를 들자면, 10년 전에는 200발의 실탄만을 가지고 어떻게든 효과적으로 촬영을 강행해야 했던 총격전 영화를, 요즘은 2만 발이고 2억 발이고 쏘아댈 수 있는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서 제작해 버리는 셈이다. 이 경우 10년 전의 그 영화는 총격전을 위해 많은 '중력'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고, 바로 여기에서 특유의 fantasy―대결의 긴장감, 총탄의 타격감, 총상의 생생함―이 만들어진다. 반면 모든 총알과 총상과 총격전 장소가 그린스크린과 애프터이펙트에서 제작되었을 때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굳이 실존해야 할 세계의 실제성(이 바로 중력이라고 총칭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이 확보되지 않음에 따라 fantasy가 만들어지지 못하기에, 결과적으로 값싸고 빠르고 간편하고 가볍고 공허하고 unreal한, 그래서 관객이 굳이 그 세계로의 초청에 응할 이유가 전혀 없는 하찮은 서사가 만들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떤 작품에도 열광하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영화는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기 바쁘고, 만화는 더 unreal한 쓰리사이즈와 더 괴랄한 성미의 어떤 정신이상자들2로 채워지며, 음악이며 뮤직비디오와 소설과 게임 등등의 어느 서사 산업에서도 잠시잠깐 반짝 돈을 벌어볼 만한 unreality 찾기 이상의 fantasy 구축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매크로와 단축키와 모에 속성 목록을 몰랐던 20세기 말에 판타지는 절정을 이루었다. 그리고 아닌게아니라 unreality는 그런 곳들―지면과 화면―에서밖에 감상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 인류는 열광에 지쳤고, 판타지에 대한 일체의 기대를 버렸으며, 사이버스페이스와 기술주의적 접근법에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폭발 장면, 예쁜 엉덩이 등이 주는 unreality를 판타지인 줄로 오인하여 과다복용하고 있다. 그러니 <에반게리온>과 <매트릭스> 이후의 메가히트 작품이 나오지 않는대도 누굴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천사들이 과자를 배설(排泄)한다든가 각종 이상한 성격의 여자아이들이 여자에 관심 없는 남자애 주변에서 하렘을 만든다든가 어떤 소년이 반 식인종 반 인간의 운명을 짊어진 뒤 세상에 섞여들어 살 수 있는지 고뇌한다든가 하는, 기발한 듯 기괴하고 재밌는 척 힘없고 쌔끈한 척 클리셰적인 "최신작들"을 것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누군가를 탓하고 싶기는 하다. 도대체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왜 아무도 "이거 뭔가 와 닿지 않는다"라고 소신 발언하지 않은 것인가?
Fantasy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한끗 차이로 일으켜낼 수 있는 것이다. 그 발견과 재해석과 끊임없는 자문자답의 반복과 중력을 이기려는 '솟아오름'이 없이, 나 공중에 떠 있소 하고 자랑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늘을 날려면 무엇이든 예외 없이 양력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들이 헬륨 가스를 잔뜩 마시는 등의 알 수 없고 변칙적인 원리로 unreal하게 공중에 떠서 나름 돈을 법네 유행합네 히트작입네 행세하는 걸 보고 있으면, 저것들이 언제 다시 이 지면으로 와르르 추락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다만 아찔할 따름이다.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지금처럼 아무도 솟아올라서 공중에 뜨려는 생각이 없는 지금에는, 제대로 된 날개짓과 최소한의 고도만 확보하면, 그 서사는 "정통파 기대주"로서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겠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쿠메타 코지나 우지이에 토젠의 작품들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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