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
고작해야 10평이 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것도 없는 방.
한쪽 구석에 문이 있고, 그 반대편 벽에 커다랗게 난 채광창으로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는 빛.
그 빛을 마주보고 방에 앉은 그분.
보좌에 앉아,
탁상 위의 서류들을 보고 일을 하고 계시다.
방을 가득 채우는 그 빛이 워낙 밝아서 서류의 글자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그분의 얼굴, 심지어 신체 윤곽마저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왼편에 서 있는 나.
아무 불편함이 없는 침묵.
문득 나를 쳐다보시는 그분.
나는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닫고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 침묵하는 웃는 얼굴을 보인다.
그때 분명히 웃는 것처럼 보인 그분의 표정.
다시 길고 긴 침묵.
일하시는 그분.
그분이 일하심을 그분의 왼편에 서서 보는 나.
그뿐인 방.
쏟아지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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