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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도 만년필이란 걸 갖고 있긴 갖고 있었다는 생각이 나서 꺼내봤다.


Parker 15 Jotter F.

엄마가 편지 한 통 인쇄해 끼워서 내게 주셨던 거다. 그땐 잘 몰랐는데, 다시 찾아보니 3만 원도 안 하는 물건이고 부담없는 선물용으로 아주 인기만점이라는 모양. 그래도 홀로그램, 인증서, 있을 거 다 있으니 파커 만년필이 맞긴 맞다. 그래서 찾아봤다. 어떤 물건일까, 파커란 건 어떤 메이커일까, 앞으로도 두고두고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


펜을 세척해 주는 곳과 관련 상품을 살 수 있는 대리점들을 살펴보니, 우연찮게도, 내가 부르조아적이라고 경멸하면서도 한편으로 사실은 동경해 마지않는 곳들이 종류별로 다 모여 있었다. 파커 병잉크 검정색 57ml가 대략 7000원에서 9000원, 무료각인을 받을 수 있는 펜이 3만원대부터 비싸면 50만원대까지. 잉크를 진하게 쓰려면 잉크병을 살짝 열어 휴지나 헝겊으로 덮어두고 하루쯤 기다려서 농도를 보아 말려서 쓰면 된다고.


통기타에 이어 또 하나의 문화상품 세계를 알아버렸다. 한동안은 이 싸구려 만년필에 정품보증서 하나 들고 대리점을 순회하면서 이 세계를 탐방해야겠다.
다음 만년필도 벌써 생각하고 있다―파커(내가 원래 메이커를 좀 외곬으로 씀) 래티튜드 GT 검정색. 이상하게 이런 게 자꾸 보인다. 필기구의 세계가 생각보다 넓다, 고시생 분들이 어느 만년필을 애용하는지, 제도샤프가 100% 국산이 아니고 베껴온 것이었다느니 생각도 못했던 범위(latitude)가 펼쳐지고 있어 신기하다. 진짜 만년필 써야겠다.



P.s 여담이지만 샤프펜슬은 뭐니뭐니해도 국민샤프 제도1000 0.5(1500도 2000도 다 싫다, 무조건 천)를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ㅋㅋ 거의 8년째 클립 제거한 제도샤프에 모나미 0.5mm B심 넣어서 쓰는데 내가 적응해서 그런지 워낙 싸구려라 적응시키기 쉬워서인지 하여간 내 손엔 제일 꼭맞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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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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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가톨릭 여류시인 홍윤숙(1925~)님의 <7월의 비극>(2002) 전문. ―


http://vimeo.com/26222164

하루 전부터 막아선 전경들

산도 들도 바다도 모두 다 불붙는 사막입니다



최루액 씻는중

저희는 지금 땀 펑펑 쏟으며 마른 입술 헉헉대며
 


최루액 발사

죽을 힘 다하여 삼복의 사막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전경 진압

가라지도 밀도 한데 엉켜서 사막 끝에 닿을 오아시스를 향해



한진중공업 플랭카드

그러나 그때 뽑혀나갈 가라지 너무 불쌍합니다




경찰과 대치

다 함께 이 고난의 시절을 넘어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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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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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과 정직함은 다르다.
나는 본능과 욕심에 떳떳해지는 대신, 양심과 진실 앞에 떳떳하려 한다.

한때 멋지게 살려고 노력했었다. 적어도 환상과 꿈이 가득한 1024*768의 픽셀들 속에서만큼은 친구도 별로 없고 이렇다 할 자랑거리도 없는 인생이 되기 싫었다. 그래서 아는 체를 했고, 실제로 열심히 배우려고 했고, 배운 티를 내려고 했고, 쿨한 척하려고 노력했다. 스스로에게 솔직하지도 못했고 정직하지도 못했다. koj89는 그렇게 엽토군이라는 필명을 얻었지만, 그것만으로 만족을 못 해 ┃엽토군┃으로 표기하고, 거기다가 나의 신앙을 표현하고 싶어서 †┃엽토군┃으로 적고 다녔었다. 지금은 이 시절이 일차적으로는 부끄럽고, 이차적으로는 담담하다.
어느 날 그것이 부질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온갖 모에 미소녀물(과 거기서 선을 넘어버린 성인만화들)을 본격적으로 보게 되면서였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나는 이토록 쿨하고 적절하고 크리스천하며 건전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나는 뒤에서 혼자 이게 뭐 하는 취미생활이야?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보니 그렇게 못난 나 자신을 납득할 수 없어서, 차라리 납득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때쯤부터는 ISCARIOT으로 활동했다. 숨을 필요가 있었다. 나의 부끄러움을 죄인의 대명사 뒤에 숨겨서 나는 부끄러울 만한 놈이라는 변명을 할 수 있게 보험을 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는 또 문득 '김어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아마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내 기억은 실제와 많이 어긋나지만, 여기서 사용하는 기억들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서사적 심상으로서 기능한다고 봐 달라.) 남녀공학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에 대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부끄러워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었다. 야한 만화를 겉으로는 참는 척하면서 표정 풀고 쳐다보던 것도 나고, 적절한 통신어체와 관념어를 의뭉스럽게 섞어쓰는 말빨로 평택 사는 88년생 여학생 하나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있었던 것도 나고(이 여학생은 지금 연대 법대생인데 사시 공부중이란다), 입 꼭 다물고 공부만 하느라 '어사마' 팬클럽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있던 순진한 수컷 고삐리도 나였다(돌이켜 생각해 보면 몹쓸 놈이었다, 이렇게 빈곤한 내면을 알았더라면 아무도 나를 그렇게까지 좋아해주지 않았겠지). 이래서는 안 되겠는 것이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내게로 다시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해서, 어느 누구든 나를 내 본명으로 다시 부르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렇게 활동했었다.
지금 엽토군이라는 필명을 쓰면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나를 김어진이나 ISCARIOT보다는 엽토군으로 더 잘 기억해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그때의 풋풋함과 쿨하려 노력하는, 어쨌든 그러므로 '노력하는' 모습, 노가다와 초짜 정신으로 무장한 어찌할 도리가 없는 그 젊음―그것이 그리워져서인 것 같다. 앞으로 필명은 바꾸지 않을 계획이다. 엽토군(본명 김어진) 정도면 이제 누구든지, 당신도 친구들도 나 자신도, 나를 나로 봐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꿋꿋이 나의 역사를 수렴시켜 나가는 하나의 이름으로만 살아가다 보면, 돌이켜볼 때 스스로에게 정직했노라고 떳떳해할 수 있을까.

이 글도 나와 하나님과 저들 앞에서 정직하게 살겠다는 내 의지의 한 방편이다. 저들이 솔직히 말하라며 본능과 욕심에 충실하라 할 때 나는 양심과 진실 앞에 떳떳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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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12라는 숫자를 보는순간 최소공배수가 생각났다. 이게뭐야 근데 한국시문학저작권협회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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