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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1일 종일 여주군 흥천면 상백리 일대에서 돈육 2천여 마리 살처분에 동원되어 갔다왔음. 이하는 그냥 현장스케치 형식의 술회.
  • 동원된 백여 명의 육군장병 전원에게 속옷+내복+양말 2족+패딩바지(?)+점퍼+빵모자+스키장갑+목토시+방진복+방한화가 지급되어 일회용으로 사용된 후 당일에 일체 소각폐기됨. 아울러 동원된 인원에게 일회용기에 든 도시락으로 중식, 석식, 컵라면과 막걸리 얼마가 제공됨.
  • 소독실태는 철저한 건지 방만한 건지 잘 모르겠음. 입고 들어간 옷은 절대 외부로 들고 나올 수 없도록 소각처리하였으며, 작업이 전부 완료된 뒤 축사를 나올 때 신발 밑바닥, 작업 후 환복 직전 공무수행 차량에서 조용하고 엷은 약을 뿌려 신체 전체를 소독시킴. 현장을 나와 복귀하는 도중 민간 사우나에 들러 일제히 온수 목욕을 실시하고 부대로 복귀.
  • 돼지 살처분 과정은 간단함. 모든 돼지를 열외 없이 축사에서 끌어내어 축사 뒤편 공터에 파놓은 아주 큰 (아마도 넓이 100평 깊이 5m의 지하를 비닐로 덮고 가루를 뿌려넣어놓은) 구덩이에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밀어넣기만 하면, 그 다음엔 자기들끼리 서로 밟혀 죽는다 함.
  • 돼지는 한두 마리가 아니라 떼거리로 하여, 때리거나 하는 대신 보내고자 하는 방향만을 터 주고 옆이나 뒤를 천막 따위로 막아 벽인 것처럼 몰아가면 알아서 몰려간다 함. 시에서 나왔다는 수의사와 책임관이 한 명씩 무균복을 입고 현장을 방문 순시하며 지도한 사항. 그러나 현장에서는 백여 명의 장병들이 축사 주인들과 함께 몽둥이, 호스 토막, 손발 등으로 잘 나아가지 않는 돼지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하며 하루 온종일 스트레스 발산.
  • 본인이 갔던 현장은 의료지원이 전무. 처음에 천막만을 들고 있던 본인도 결국 호스 토막을 하나 들고 몽둥이질을 해 돼지들을 몰다가 손에 물집이 잡혀 반창고를 찾으려고 살처분 본부 텐트로 열외 이동하였으나 텐트 내에도 구급상자 하나가 없었음. 텐트 안에서 라면 끓일 물을 끓이던 공무원 한 명이 연락하여 20여 분 만에 구급상자가 현장에 도착함.
  • 돼지들은 대체로 멀쩡해 보이나, 간혹 발굽에서 피를 흘리는 개체가 있음.
  • 축사 내부는 덥고, 통로는 좁고, 분뇨 냄새로 숨이 막히며, 그 냄새가 안개처럼 여기저기서 뿌옇게 올라와 어지러움.
  • 살처분 현장은 있으면 있을수록 동물을 대상으로 한 폭행/가혹행위가 자연스러워짐. 처음에는 살집 있는 생명체가 덤벼든다는 생각에 약간의 경외심과 흥분, 경탄과 불안이 겹치지만, 실제로 피흘리며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깊은 구덩이에까지 밀어넣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 그리고 '이것들이 고분고분하게 갈 것이지 왜 안 가' 등의 단순한 반사적 판단에 의하여.
  • 농가 주민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다고 느껴졌음. 무슨 대책이 있는 건지 의심되었으나 물어 확인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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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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