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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방치

2008. 10. 14. 19:00

지난 몇 주간 나를 괴롭게 하는 문제가 있었다. 사실 나는 온갖 무력감, 피곤, 무감각, 자격지심, 무책임 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베갯머리에서 생각해 봤다. 난 어떤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은 것일까 자문해 보니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리고 지난 주일날 드디어 답을 알았던 것이... 나는 나를 방치해 두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내가 어떤 인간으로 기억되고 있는지도, 어떤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 체하고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그 결론을 얻은 순간 자괴심에 누구와 말을 할 마음이 전혀 나지 않았다.
세상에 내버려둘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다. 사회의 잘못을 내버려둘 수도 있고, 남의 흉을 내버려둘 수도 있다. 그런데 스스로를 내버려둘 수 있다는 것, 그 결과가 이토록 꼴사나운 것일 줄은 이제야 알았다. 창피하다.
연필을 깎지 않고 그냥 계속 쓰면 무뎌지고 닳다 못해 나중엔 글씨가 나오지 않는다. 그땐 귀찮아도 그 연필을 깎아야 한다. 내가 연필인데, 젠장, 난 왜 내 뒤꽁무니가 다 닳아빠지도록 날 이렇게 내버려둔 것일까.

이 글이 공개되고 있을 때 나는 아마도 학교 어느 강의실에서인가 예배를 드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곧 중간시험이 닥친다. 다음 주 주일에 나는 또 찬송 시간을 맡아야 한다. 난 나를 내버려두지 않겠다. 그럴 여유도 없거니와 나도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나를 강권하시는도다.

포기가 나를 포기할 때까지.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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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2008. 10. 11. 22:05
바퀴벌레 - 08.10.09


너를 잡아죽이려는 시선들 앞에서
만일 너가 바퀴벌레보다 못하지 않다면

너는 다리를 벌려 죽을 힘으로 말하라
나도 달릴 줄 안다고


"언젠가 나도 입사시험을 보겠지→취미가 뭐냐고 묻겠지→시 쓴다고 해야지→지금 시를 하나 읊어보라고 할지도 모르지→뭔가 채점관들을 놀래줄 만한 걸 읊어야 되는데→음..."
해서 좀 뜬금없이 떠올려본 제재가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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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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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컷만화인데다가 가능한 글자를 안 넣어서 그런가... 내 주변엔 이거 보고 이해하는 경우가 별로 없더라고. 함 봐죠.
이해 안 돼도 괜찮아. 내가 못 그린 거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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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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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통합이니 연합이니 그러면서 관용 있는 신앙생활을 부르짖는다. 타 신앙의 교리에서 좋은 점을 따 오고, 서로 인용하고, 문자 그대로 좋게 좋게 지내고 그러자는 것이다. 이상하다. 그건 다양함이 아닌 거 같다. 그렇게 관용하다가 어느 날 이 세상에 죽도 밥도 아닌 이상한 종교 짬뽕 한 그릇이 끓여지면 그야말로 지상낙원이 되는 건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다양성을 강조하다가 개성(고유함)을 소홀히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현실의 세계화가 그렇고 종교 간 연합이 그렇다. 다양성이란 짬뽕 한 그릇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해물탕은 해물탕대로 우동은 우동대로 끓여 내놓자는 그런 뜻이 아닌가?

"너희는 그들과 언약을 맺지 말아라. 그들의 신들과도 언약을 맺지 말아라.(출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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