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들, 서울 상공 비행
기사입력 2008-4-31 21:07 | 최종수정 2008-4-30 06:31
‘하늘에서 아이들이 날아다녀요’
오늘 서울시 상공에 20여 명의 학생들이 느닷없이 출몰해 약 2시간 가량 비행하다가 경찰에 의해 제지되어 연행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비행을 한 사람들은 전부 10대들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특히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중3이 주를 이루었다.
처음 서너 명의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우발적으로 날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시민들은 너무 높게 날고 있는 학생들을 눈치채지 못했으나, 맨 처음 경찰에 접수된 "서울 하늘에서 아이들이 아무것도 달지 않고 날아다녀요"라는 주민신고를 장난전화라고 무시하지 않은 마포경찰서 수사2과 조 모 경관이 조사에 나선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서 본격적인 경찰 대응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의 비행현상 발생 후 1시간 정도가 경과해서야 시민들이 불안감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멀리 혹은 가까이 날아다니는 학생들을 보던 시민들은 "무슨 영화를 합성도 하지 않고 무식하게 찍나 보다", "신종 스포츠인가보다"부터 "드디어 자녀들이 예언할 것이라는 그 날이 이르렀다", "나무관세음보살"이라는 종말론적 걱정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날아다님으로써 오늘 하루 서울 시민들은 하늘을 마음 편하게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날았을 뿐’…안전대책 전무, 유사현상 방지 시급해
오늘 경찰에 연행된 '비행청소년'은 모두 25명으로, 몸에는 아무런 장치도 달지 않은 채 평소 다니는 차림으로 공중을 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25명의 청소년들은 사는 지역도 전부 달랐고 남녀의 차별도 없었다. 성적도 전교 10위권의 우등생부터 학교를 그만둔 자퇴아까지 다양했으며, 가정형편도 60평대 아파트에 사는 학생부터 최저생계보조금을 받는 소녀가장까지 넓은 폭으로 분포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전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연치 않게 날아올랐더니 그것이 오늘이었고, 또 날고 보니 자기처럼 날아오른 친구들이 많았다고 진술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학생 중 하나인 김 모 군(16)은 어떻게 날 수 있었느냐고 물었을 때 '잘은 모르겠지만, 교실이 너무 답답해서 점심시간에 옥상에서 쉬고 있다가 문득 갑갑함을 풀어 보려고 뜀을 뛰어 보았더니 떠오르더라. 그래서 조금 연습한 후엔 속도나 고도, 방향까지도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서울을 한 바퀴 돌아볼 생각으로 날다 보니 경찰 헬리콥터가 다가와서 체포됐다'라고 했다. 실제로 모든 학생들이 비슷하게, "날아가고 싶다"라든가 "갑갑한 데서 풀려나고 싶다"라고 강력하게 소망했더니 떠오를 수 있게 되었다고 진술해 경찰들을 곤혹케 하고 있다.
마포경찰서에서는 "현재 이들을 다룰 법안이 없어서 일단은 시내 안전을 혼란시켰다는 정도로 경범죄 훈방조치를 내렸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 그것도 서울 상공을 날아다니는 사람이란 법적으로나 형사상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전혀 가이드라인이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뿐 아니라 "이와 같은 현상이 서울에서만 일어나라는 법은 없다, 필시 어디선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므로 각 도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이에 대해 주의를 주어 제2, 제3의 비행청소년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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