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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유민주주의주의.
이 나라는 어째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주의' 국가라는 인상이 있다.

내가 지금 녹을 먹고 있는 곳이 군대인지라 별수없이 국방일보를 보는데, 천안함 피격사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참여연대를 규탄하는 시위내용을 계속 맨날 커다랗게 보도하더라. 이미 대명천지에 드러난 사실에 의구심을 왜 자꾸 들먹여서 북한을 돕고 국론 분열시키느냐고.
글쎄, 내가 배운 바 자유민주주의란, 사람이라면 으레 그런 소리들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니 참여연대도 그럴 수 있나보지 하고 봐 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른 이야기도 좀 해 보게 해 주고, 반대하고, 찬성하고, 부닥치고, 끝장토론을 벌이고, 합의점을 찾아가고, 다시 반대에 대한 반대를 반대하고.

대한민국어버이연대 등등의 자칭 자유민주주의 단체라는 곳들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라는 일종의 우상화된(곧 실체를 갖지 못하고 관념화된) 절대가치 그 자체를 수호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육군 가치관에서 계속 학습된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통일의... 내용 없는 가치관 학습은 곧 대상이 아닌 대상의 해석에 대한 반응으로 이어진다.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주의가 될 때 위험하다. 그렇겠지만 자유민주주의도 그러하다. 자유민주주의주의의 나라에서는 살기 싫다. 근데 '의'가 너무 많이 나오는 이번 글도 별로 좋은 글은 아니렷다.


2. 진보주의주의.
본디 'A를 위한 A'라는 표현치고 좋은 의미를 가지는 일이 없다. 대상 자체가 목적이 되면 그때부터 알아서 수틀리게 돼 있으므로.

소위 진보합네 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일련의(비유하건대 시맨틱 관련검색어쯤으로 따라나오는) 관념어들이 몇 가지 있다. 평등, 평화, 연대(와 투쟁), 소통, 반자본, 공존, 소수 권리 확장, 반소비, 로컬, 그린 등등. 음, 그런데 좀 식상한 얘기일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이 곧 진보요 좌파적 쿨(left cool)이라는 보증은 없다... 이것들은 그냥 가치이지 진보적 가치라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진보하려면 당연히 지지해야 하는 가치들이냐 하면 그게 좀 어려운 얘기라는 뜻이다.
당장 로컬부터 보자. 이것들이 정치적 구호가 된 지 오래라는 떡밥은 옆으로 치우고, 이것들이 사실상 새로운 자본주의의 틀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는지? 지역경제는 포스트모던 생산체제가 핵심으로 삼는 '맞춤생산(personalizing)'이나 '인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에 문자 그대로 안성맞춤이 되는 시장이다. 다시 지역경제의 각 영역(예를 들면 채소?)을 쥐고 트는 거대 자본이 생기겠지. 거기에 반대들 할 거고, 다시 로컬푸드, 로컬프로덕트 하면서 다른 비주류가 생길 테고 그리고... 뭐 당장 이 정권부터 녹색성장이라는 모순형용을 보여줌으로써 반어적으로 이 사실을 설파해주고 있는 마당이다.

진보하기 위해 진보하는 것, 나는 이것을 진보주의주의라고 칭하겠다. 아 이게 진보로구나 싶은 것들이면 무작정 따라가는 이데올로기. 처음엔 코난, 멋모르고 하야테로 가더니 절망선생, 나중엔 카이조부터 해서 아이스하키가 어쩌고... 아니면, 처음에는 한나라가 싫어서 민주당, 그 다음엔 민노당, 그러다가 진보신당, 나중엔 사회당 덕후위원회로 가더니...[각주:1] 등. 절망선생은 작화로 보나 센스로 보나 수위로 보나 9권[각주:2]쯤이 최고였다. 우리나라 정당 중에서 좌파를 고르라면 늙다리는 민노당 병아리는 진보신당 정도면 딱 알맞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로 알맞는 정도라는 게 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 나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저 지평선을 한없이 말달리는 천국의 시민이고 싶다! 하지만, 너희 여러분 그 진보하는 애벌레들이여, 여러분끼리를 더위잡고 올라가는 여러분들끼리의 탑 꼭대기에는 누가 서서 무엇이라고 외치고 있을 것인가?[각주:3]

이것은 사실 내 자신을 위한 자기변명이다. 본디 사람은 어떤 영원이든 영원을 꿈꾸게 마련인지라, 어떤 행복의 상태나 가치가 마냥 끝없이 이어지고 쏟아지길 원한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정말로 그렇게 되었을 때 끝없이 이어지고 쏟아지는 행복은 없다 그것은 그저 너무나 당연한 존재양태가 되어버릴 뿐! 그리고 이것은 현실타협론이 아니다. 내 스스로에게 가장 정직하고자 하는 일종의 선언 같은 것이다. 까놓고 노골적으로 말하겠다. 난 말이지, 숲이 울창하고 온갖 벌레와 짐승이 짹짹거리며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이 없고 온갖 명품과 유명 브랜드 대신 옆집 아저씨가 값싸게 만들어 준 소박하기 짝이 없는 의자와 가방에 노트북 대신 공책을 넣은 채 수많은 동성애자들이 사랑을 나누고 있는 학교 교정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통학할 준비가... 돼 있을 리 만무하잖아! 당신들은 그런 삶을 꿈꾸기 때문에 진보하는가? 솔직해져 보라! 여러분이 꿈꾸는 세상은, 다시 한 번 보면, 분명히 어디선가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너무 부풀려져 있을 거다. 그래서 나는 진보주의주의자는 못 되겠단 말이다. 내 말이 그렇게나 헛소리인가?

진보란 나아짐이다. 나아져야만 하느냐는 질문과 왜 나아져야 하느냐는 질문 그리고 얼마나 나아져야 하느냐는 질문이 존재한다. 가장 쉬운 질문은 왜냐는 질문이고(항상 진보는 기초적인 불만과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그 다음은 그래야만 하느냐는 질문이다(그러면 뭐 쇠퇴하랴? 하지만 도덕적 가치판단의 문제가 있어 여기서 공회전하는 쟁점들이 몇 개 생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얼마나의 문제이다. 그래서 진보는 어렵고 또 어려운 것이어야 한다. 이데올로기는 쉽다. 진보주의는 어려운 사상이지만 진보주의주의는 쉬운 신념이란 말이다. 그냥 또 한 명의 얼간이가 앞뒤 안 재 보고 토해낸 꿈을 넙죽 주워섬기며 거울 안 보고 살아가면 그만이니까. 내가 애드버스터를 매일 지켜보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걸러서 보기 시작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모르겠다. 내 신분이 이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 진리가 무엇이냐?


3. 후배 박가에게.
야 야 야 야 야;;;; 그냥 떠본 거야 임마;;; 왜이렇게 쎄게 나와;;;
다른건 모르겠고 내가 고지식하다고 말하니 거기서 참 할 말이 없다. 옳은 소리니까... 하여튼 그러니까 일단 내가 반성문 써들고 부산역 가겠다. 딴 건 다 집어치우고 서로 어떻게 살고 지냈길래 서로 이 사단이 났나 그거만 좀 확인하고 그 다음엔 만취하자. 그나마 사람한테 실례한 사람이 용기 내서 사과하러 가겠다는데 너도 염치가 있는 사람이면 이 진심을 봐서라도 마중 나와서 침을 뱉든 때리든 받아주든 해라. 니가 일방통보하니 나도 일방통보한다.
일단 가서 할 얘기 중에 한 자락만 미리 해주마. 너도 내사정좀 이해해줘야 한다. 넌 군대 안 갔고 나는 갔잖냐? 그러니 군대 간 사람(이 소수자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봤겠지.) 입장도 한번 들어봐줘라. 나도 일단 듣자. 고지식한 사람이 반드시 꽉 막힌 사람일 필요는 없잖아? 그럼 내가 그런 사람 돼주면 되잖아 그지? 안 죽일 테니까 죽자고 마시면서 세계를 좀 넓혀보자.

  1. 뭐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내가 설마하니 사회당 비하하려고 이런 글을 쓰고 있을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좀 알아듣자. [본문으로]
  2. 절대 나미쨩이 표지모델에 등극하시어서 최고라고는 말 못하겠다. [본문으로]
  3. '야!'이 바보야 조용히 해, 저 아래서 듣잖아. 저들이 올라오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여기야.'/줄무늬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이렇게 올라온 것이 헛일이라니! 아래서 볼 때만 굉장해 보였구나.' - '꽃들에게 희망을', p. 83 [본문으로]
Posted by 엽토군
:

사줘

2010. 6. 6. 15:24
Posted by 엽토군
:
출처: cine21.com


그래서 <무한도전>은 집중력을 요하는 쇼다. 방을 닦으며 건성으로 눈길을 던져서는 100% 즐길 수가 없다. <무한도전>이 ‘피곤하게’ 만든 건 시청자뿐만이 아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김병욱 PD는 “<무한도전>은 예능 분야 종사자들을 엄청나게 피곤하게 만든 것 같다. 이제는 모두 사력을 다해 찍고 혼신을 다해 편집하지 않으면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관전평을 들려준다. 토요일 오후 약속 장소에 나온 김태호 PD의 빨간 헤드폰 속에는 조용필의 노래가 플레이되고 있었다. 복고 취향에 꽂힌 걸까? 속 편한 짐작이었다. 그는 조용필의 음악으로 이루어진 <맘마미아!> 같은 뮤지컬”을 1년이 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이 김태호 PD의 휴일이었다.
"돌아이 콘테스트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라는 영화처럼 누가 보기에도 평범한 학생, 회사원들인데 알고보면 ‘또라이’인 사람들을 생각한 거예요. 멀쩡히 지내다가 어느 날 하늘에 ‘또라이’ 마크가 뜨고 홍철이가 드디어 우리가 활약할 때가 됐다고 선언하면 “나는 돌아이야!” 하면서 결집하는 거죠." (좌중 폭소)
"1, 2년 전 해외에서 <무한도전>의 포맷을 사겠다고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제일 먼저 매뉴얼을 요구해요. 그런데 매주 원점에서 시작하는 우린 매뉴얼이 없거든요. 그들이 내린 결론은 “정말 몹쓸 프로그램이다”였어요." (웃음)
소재고갈? 그게 먹는 건가요? 물론 김태호 PD가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소재는 인체 세포 수만큼, 여기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의 숫자만큼 많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그걸 어떤 내러티브로 엮어가느냐죠”라고 털어놓았을 뿐이다. 과거를 물어도 그의 이야기는 깔때기라도 달린 듯, 현재진행형의 기획과 내년에 추수할 아이디어들로 연방 되돌아왔다. 홍콩에 가서 <무간도>를 찍어도 재미날 것 같고, 버라이어티 안에 뮤지컬을 넣는 방식을 숙고 중이라며 상상도를 펼쳤다. 4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무한도전> 캐릭터 사업을 비로소 매듭지었다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고, 사진작가에게 의뢰해서 작업해온 <무한도전> 스틸 사진 전시회를 예고할 때는 설레 보였다.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그의 배낭을 맡았다가 무게에 무릎이 꺾일 뻔했다. 자료 파일과 서류, 그리고 노트북 컴퓨터가 들어 있다고 했다. 그 등짐을 멘 채 김태호 PD는 지인의 결혼식장에 가는 길이었다. 누군가에게 ‘재미’란 그렇게 지구만큼 거대하고 무거운 것이었다.

공익성은 거품을 빼고 진실을 확대하라. 광고를 만들듯 감정을 전달하라. RPM을 올려라. 매뉴얼을 없애버려라. 멀리 보고, 끈덕지게 준비하고, 꾸준히 가라. 드러내려 하지 말라. 함축하라.

P.s 그건그렇고 무도갤 능력자 횽아들이 자막 붙인 유앤미콘서트 무도빠 버전을 봤는데 대박이다. 휴가나가면 제대로 감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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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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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2010. 5. 1. 19:16
종이비행기 - Apr. 2010


1. 하늘에 구름을 그리지 못해도 좋아 너는 평범하니까
모두의 머리 위로 날지 못해도 좋아 그게 진짜 너니까
다만 너의 작은 두 날개와 볼품없는 부리로만 날아갈 수 있는 초저공비행을 보여줘
간단한 바람을 타고 부담없는 빠르기로 오직 한 번뿐인 너만의 항로를 그려줘

* Paraglide, 무거운 건 접어 날려버려, let it paraglide... (*2)

+ 떴다 떴다 비행기 높이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종이비행기


전역을 전후해서 코드가 붙든 안 붙든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제 좀 나대며 살기 시작해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ㅁ 노래' 카테고리도 새로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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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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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름

2010. 5. 1. 19:06
안녕, 여름 - Sep. 2009


1. 숙제도 어느 정도 끝났고
놀기도 참 많이 놀았고
가보고 싶은 곳도 다는 아니지만 가 봤으니

* 안녕, 짧았던 여름
안녕, 참 길었던 여름
안녕, 미칠 듯이 더웠던 내 한때의 여름날이여 (*2)

2. 용돈도 어느 정도 벌었고
사람도 참 많이 만났고
해보고 싶은 일도 다는 아니지만 해 봤으니

+ 잘은 몰라도 그곳은 아마도 여름만 계속되지 않을까
잘은 몰라도 거기선 아마도 휴가만 계속되지 않을까
잘은 몰라도 그곳은 아마도 햇빛보다 더 밝지 않을까
잘은 몰라도 거기선 아마도 축제만 계속되지 않을까

전역을 전후해서 코드가 붙든 안 붙든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제 좀 나대며 살기 시작해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ㅁ 노래' 카테고리도 새로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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