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드코어한 것을 좋아한다. 웬만하면 우리말을 쓰려는 나도 이것만큼은 굳이 'hard-core'라는 외래어를 사용해야 할 것 같을 정도로 이 단어가 주는 느낌과 내가 지향하는 것은 하드코어하게 일치한다.
하드코어하다는 것은 뭔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분명히 다르고, 자신의 색깔로서 원색적이고, 노골적이고, 극단적이며, 따라서 역설적으로 다소 단순한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본질에 다가가며, 호소력에 힘이 있고, 팬을 모으며, 발언하고, 역사에 남으므로, 그러므로 나 같은 사람이 쫓아갈 바임에 분명하다.
카라멜 마끼아또는 하드코어하지 않다. 하드코어한 것은 블랙커피다.
<1박 2일>은 하드코어하지 않다. 하드코어한 것은 <무한도전>이다.
이원복은 하드코어하지 않다. 하드코어한 것은 굽시니스트다.
노란 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이고 / 아마존 강변에 후라지아 꽃들이 만발했다.[각주:10]
“예를 들어 내가 쓴 ‘너구리, 너 구려. 너 구린 거 알아’라는 시를 보자. 이게 모국어의 맛과 멋이다. 그런데 이 시의 주제가 뭐냐. 시의 사조(思潮)가 뭐냐. 시인은 어느 동인 출신이냐 묻는 게 수능 시험이다. 그런 가르침은 ‘가래침’ 같은 거다.”
- 최승호, 관련 인터뷰에서
이 시가 서울시교육청 모의고사에 출제된 걸 시인이 응시했는데 한 개도 못 맞췄다고 하기에, 대체 뭐 그리 어려운 시인가 하고 내가 읽어봄. 오랜만에 시 읽어보는건데 잘 됐을랑가 [본문으로]
다음 로드뷰에서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십중팔구 세검정길 주변에 실제로 있는 상호명일 것임. 누구 아시는 분? [본문으로]
시인은 아마도 서대문구 한구석에 사는 사람으로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아마존 수족관이라는 관상어 파는 가게를 본 모양이다. [본문으로]
세검정길 로드뷰를 보면 인공물과 잡초 가득한 언덕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시인은 여기서 그 수족관이 아닌 세검정길 이곳을 아마존으로 발견한다. 일관성 없이 아무렇게나 포장되고 진열된 상품들, 튀어나온 철근들, 천박한 간판들은 밀림, 그 열기, 그 속의 꽃이 된다. [본문으로]
수조 한가운데에서 먼곳을 바라보며 의미 없이 마냥 뻐끔거리는 열대어가 눈앞에 보이는가? [본문으로]
세검정길은 서대문구 홍은동을 가로지르는 편리한 차로이며 보도가 발달돼 있지 않다. [본문으로]
농담이 아니라 문제가 된 그 문제 출제한 선생들은 시 가르칠 생각일랑 그만둬라. 무난하고 괜찮은 시 한 편을 발기발기 찢어 화장실 변기커버 일러스트 정도로 만들어놓는 재주는 인정하겠다. [본문으로]
이 시를 소재로 한 단편영화가 있다면, 아마 이 장면쯤에서 트럭과 승용차가 쌩쌩 오가는 여름밤의 세검정길은 갑자기 고요해지고, 그 대신 풀벌레 우는 소리와 함께 컴퓨터그래픽에 의해 신비롭고 몽환적인 노란빛을 받으며 시인과 열대어 사이에 열대우림이 쑥쑥 자라나 찬란한 열대야를 보여줄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