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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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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해

2013. 9. 17. 13:30


0. 이런 사람임

yhchoi65@donga.com

1965년 3월 16일생

前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現 동아일보 논설위원, 차장



1. 홍보맨을 열심히 하면 고위직에 중용될 수 있음을 알게 됨

홍보맨 출신 왜 CEO로 중용되나, 충성심…마당발…위기돌파에 적격

홍보 업무에 오래 몸담은 ‘홍보맨’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대기업의 별’인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되고 있다. (...) 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홍보맨들은 총수의 지근거리에서 일하면서 부단한 노력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플러스로 작용한다. (...)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2005년, 출처]



2. 외국에서 홍보맨을 열심히 함

“한국전 추모의 벽, 한인들이 나서주세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웨버 워싱턴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회장이 24일 애넌데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전쟁 추모의 벽’ 조감도. 애넌데일=최영해 특파원 [2012년, 출처]


관타나모 미군기지, 불량죄수 1~3분 단위로 감시… 모범수엔 닌텐도 게임도 허용


(...) 1주일에 4시간은 TV 시청이 허용된다. 22개 TV채널과 영화를 볼 수 있고 유에스에이투데이 등 미국 신문과 아랍어 잡지도 열람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1주일에 책 2권을 빌릴 수 있다. 도시바 TV가 놓인 TV시청실엔 푹신한 1인용 소파가 놓여있고 바로 앞엔 족쇄가 바닥에 박혀 있다. TV를 시청하는 동안 손은 자유롭지만 족쇄는 반드시 차야 한다. 간수가 음식을 건넬 때도 독방에서 별도 자물쇠가 채워진 미닫이 함을 통한다. 수감자들이 먹는 물은 기자가 캠프저스티스의 텐트 막사에서 배급받은 것과 같은 브랜드의 미국산 고급 생수. 식사는 기지 내 군인들에게 제공되는 메뉴와 똑같다. 생선과 닭고기 야채 등 6가지 메뉴에서 골라 먹을 수 있다. 캠프Ⅴ엔 모두 100개의 독방이 있지만 지금 사용되는 독방은 30여 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어 있다. 수형 실적이 우수하면 행동이 훨씬 자유로운 캠프Ⅵ로 이감된다. (...)


관타나모=최영해 특파원 [2012년, 출처]



3. 고위직에 중용됨

[오늘과 내일/최영해]MB꽃사슴과 새롬이 희망이

(...) 꽃사슴의 영화(榮華)는 여기까지였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뒤 한 달도 안 돼 꽃사슴을 모두 서울대공원으로 돌려보냈다. 주인 잃은 꽃사슴은 (…) 푸대접을 받았다. 서울대공원은 26마리나 되는 꽃사슴을 수용할 데가 마땅찮아 경기도 한 농가에 모두 팔아치웠다.


꽃사슴의 자리를 차지한 게 새롬이와 희망이다. 대통령의 한 측근은 “요샌 마치 사냥개처럼 사나워졌다”고 했다. 청와대에 들어갈 때 털이 뽀송뽀송한 애완견이 더이상 아니라는 말이다. 낯익지 않은 참모들이 관저를 드나들 땐 귀를 곧추세우고 컹컹 짖어대 겁먹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MB꽃사슴처럼 잘나가던 MB맨들도 줄줄이 옷을 벗었다. 금융계를 쥐락펴락한 ‘4대 천왕(天王)’이 새 대통령의 카리스마에 짓눌려 찍소리 한번 못하고 물러났다.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말까지 방을 빼라는 통보를 받은 공기업 사장도 한둘이 아니다. 낙제점인 경영성적표를 들이댔지만 ‘MB맨 솎아내기’라는 말이 많다. (...) [2013년 7월, 출처]



4. 홍보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음을 입증함

[오늘과 내일/최영해]채동욱 아버지 前 上書


아버지, 미국에 온 지도 벌써 보름이나 됐네요. 태어나서 이렇게 비행기를 오래 타 보기는 처음이에요. 저는 뉴욕의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갔답니다. 이모와 함께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 만나고, 영어 수학 시험을 본 뒤에야 며칠 전 반 배정을 받았어요. 백인과 흑인, 중국인, 히스패닉 등 우리 반 아이들은 피부 색깔이 참 다양해요. 여기선 전부 영어로 말해야 돼 아직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어머니는 8월 마지막 날 저를 비행기에 태우면서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미국에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한참 우셨어요. 진짜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될 거예요.


아버지, 그런데 며칠 전에 어머니가 신문사에 보낸 편지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었어요. 어머니는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 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뇨? 저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됐을 때 뛸 듯이 기뻤어요. 아버지가 나쁜 사람 혼내 주는 검사 중에서도 최고 짱이 됐잖아요. 우리 반 애들은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였어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된 후 우리 가족은 사실 조금 피곤했어요.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할 때 서울 삼성동에서 도곡동으로 이사를 갔고, 거기서 다섯 달만 살다가 다시 미국까지 왔잖아요. 어머니와 떨어져 이모와 함께 뉴욕에서 사는 게 불안했지만 아버지처럼 높은 사람이 되려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꾹 참았답니다.


아버지가 저 때문에 회사에 사표를 썼다고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알려줬어요. 그 친구는 한국에 아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간첩 잡는 아저씨들이 지난해 선거에서 못된 짓을 하다가 아버지에게 걸려 혼났다고 어머니가 그러던데,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힘없는 전두환 할아버지 재산을 너무 많이 빼앗아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매일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큰 상은 못 줄 망정 왜 저를 갖고 이렇게 난리인가요?


어머니는 저에게 “당장은 떨어져 살지만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살 날이 올 것”이라고 늘 얘기하곤 했죠. 우리 가족은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자꾸 수군거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예전에 부산에서 어머니를 만난 것까지도 트집을 잡는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아버지, 어떤 사람들은 제가 진짜 아버지 자식이 맞는지 머리카락 뽑고 피도 뽑아 검사해보자고 한다는데 정말 미친 사람들 아닌가요? 이모가 그러는데 어머니는 그것 때문에 울고불고 야단이었대요. 


아버지, 근데 전 진짜 피 뽑는 것은 싫거든요. 사람들은 제 피와 아버지 피가 같다는 것을 왜 조사하려고 하나요? 검사 뒤엔 유전자가 조작됐다느니 하면서 또 시비를 붙을 수 있잖아요. 아버지, 그래서 그러는데 저한테 피 검사 하자는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만에 하나 피 검사가 잘못돼 가지고 저하고 아버지하고 다르게 나오면 그 땐 어떡해요? 하루아침에 아버지 없는 아이가 돼 버리잖아요. 여태껏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했는데,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 있을 땐 아버지라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제발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2013년 9월 16일

뉴욕에서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 올림


※이 칼럼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엄마의 말을 듣고 자라온 아이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입니다. [2013년 9월, 출처]




퍼가실 분은 퍼가세요. 혹시나 하고 디벼봤는데 정말 알기 쉬운 사람이었음. 무릇 기자라면 누구나 자기의 글이 몇십만년 뒤에 다시 거론된다 해도 부끄러움 없어야 할 줄로 압니다. 내 사람뒤캐는거 ㅈ나 싫어하는데 하나만 털어볼까 호로ㅅㄲ야




P.S. 유입로그 관리페이지 캡쳐.

이딴 거나 검색해서 이 블로그 읽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나라는 답이 없다. 정말 궁금한 게 그거 하나뿐이세요? 그걸 몰라서 뭐라고 할 말이 없으세요? 왜 아직도 자기가 후삼국시대에 살고 있다고 자랑을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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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이런 페북업뎃을 쌔운 적이 있었다. 반대정신의 교훈을 적용하기 위한 거였는데, (지금은 아니지만) 저걸 쓸 때는 정말 굉장히 맘이 여러가지로 어려웠던 것이 저 글 쓰느라 이런저런 아햏햏한 걸 생각하다 보니 나아졌음. 이 반대정신은 앞으로도 유용할 듯하여, 수시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따로 블로그로 옮겨 쌔웁니다. 이 글이 다시 최신글로 수정되어 뜬다면 엽토군의 멘탈이 취약하다는 신호이므로 밥을 사먹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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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권리금

2013. 9. 13. 22:01
  1. 잠실 장미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참 걸작인데, 짝수 층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되어 있다. 대신 자기가 가고 싶은 층±1층을 누른 뒤 내려서 계단을 타고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한다. 이것 참 생활건강 아파트가 아닌가? "이거 때문에 (택배) 아저씨들 죽으려고 해요."
  2. 8동 303호라든가 306동 2204호라든가 오피스텔102동A 204호 같은 곳을 가다 보면 죽는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루 40세대 이상의 아파트와 빌라에 "추석 선물세트"를 들고 뛰고 나르고 갖다주고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솟아나지만,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일까, 이게 이 사람들에게는 당연할까.
  3. 아침 7시에서 7시 반 사이에 창모루마을 끝자락에 임시로 마련한 '강동센터'에 가서, 출근 카드를 찍고, 배차를 왜 당신들 마음대로 받느냐는 '데스크'와 기사님의 한바탕 실랑이를 거친 뒤, 유니폼 조끼와 각종 장비를 지급받고 '취급주의'가 태반인 화물들을 휙휙 던져 다마스에 구겨넣고 올림픽대로를 타면, 대략 8시 반이 된다.


  4. 이때부터 "이사님", "교수님", "부회장님", "장로님"들의 하루 일과는 대략 짐작할 만하다. 아직 9시가 안 되었을 때는 차라리 통화가 더 잘 되지만, 일단 9시가 되면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10시쯤부터 그들은 전화를 받을 태세가 되어 있고, "아마 집사람은 집에 있을 거"다. 오전에 그 '집사람' 혹 '사모님'들은 장을 보러 가거나 친구들과 놀러 가거나 어떤 문화센터에 가느라고 대부분 집을 비운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전화를 받거나 안 받거나 응대하는 확률이 좋아지지만 여전히 예측 불가능하다가, 정말 거짓말같이 4시 반쯤부터, 유치원과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아이들을 뱉어낼 때쯤부터 자택 직접배달 성공률이 급증한다. 하다못해 집 보는 아줌마라도 있어서 초인종을 누르고 "신세계백화점입니다"라고 외치면 다들 달려나오는 것이다. 이런 풍경을 5일째 보고 있는데 정말 절실하게 느낀다. 아, 이게 이 사람들의 삶이구나. 아파트 주민들이란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구나.
  5. 아파트 단지 택배 배달의 애처로운 점은, 몇 동이 어디 있는지 몰라 동선 짜고 좌회전 우회전 유턴 피턴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버려야 한다는 데 있다. (시간이 아까워 미칠 것 같다. 도대체 왜 아파트 설계자들은 stranger의 입장을 개무시하고 왼쪽 위부터 "뒤로번호"로 아파트 동 수를 책정하는가? 내가 가 본 중에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이외의 어느 아파트도, 처음 온 사람이 용달차 타고 돌아다녀서는 절대 목적지를 찾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더라.) 자기 집이 어디 있는지는 귀신같이 알지만, 그 외의 무엇이 어디 있는지,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부터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평당 몇백 몇천의 울타리 안에서 자기 갈 길은 잘도 알고 돌아다닌다.
  6. 그 다음으로 애처로운 일은 경비실과 투닥거려야 할 때이다. 오늘은 나와 휴대폰 번호가 매우 흡사한 우체국 택배 정지용이란 사람 덕에 생전 모르는 물건을 놓고 경비와 푸닥거리를 했다. (참치 세트라니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그냥 두고 가라는 경비원, 이것저것 다 쓰라는 보안실 등을 다니다 보면 정말 불안하다. 저 사람들이 오리발을 내밀면 난 어떻게 되지? 생각도 하기 싫다.
  7. 그 다음으로 애처로운 일은 그 집에 어떻게 찾아가는지를 알아내서 문 앞까지 가는 일이다. 문 앞에 가서 초인종을 누르는 일이다. 행여나 오배송(엉뚱한 물건을 갖다주는 일)이 아닌가 그 문간에서의 찰나에 재차 확인하는 일이다. 응답하지 않는 문 너머를 상상하며 괴로워하는 일이다. 전표에 적혀 있는 유일한 전화번호가 응답이 없을 때이다. 그 부재중 전화를 보고 한참 뒤에야 콜백하는 수신 내역을 보고 경비실 보관처리된 전표를 뒤져서 "혹시 경비실에 맡겨드려도 될까요?"라며 시치미 뚝 떼고 질문을 덮어쓰는 일이다. (이 대목은 이해가 안 된다면 이해하지 말라.)
  8.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 중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한 걸까?

    어느 2호선 지하철역 출구 두 개와 딱 맞닿아 있고 금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상가의 뒤편 큼직한 회전문을 지나 "입주민 전용 드링크바"가 있는 라운지의 안내데스크에 자기 집으로 온 택배가 있는지 확인한 후 화물 전용 회백색 승강기가 아닌 입주민 전용 금색 승강기에 카드를 대고 들어가는 것이, 정말 어떤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일까?
  9. 당연할 리 없다. 그들은 어마어마한 권리금을 내고 거기 들어갔다. 그들의 그렇게 살 "권리"는, 어떤 수준 이상의 금액으로 환산되어 구매된 것이다.
  10. 그 권리란 택배를 자기 집 문 앞으로 불러낼 권리이다. 동마다 "라인"마다 경비원을 24시간 대기시켜 놓을 권리이다. 자기 집이 복도 끝일 때 거기에 따로 덧문을 설치해서 자기들만의 현관 앞 화단을 만들 권리이다. 카드를 찍고 1층의 '자이젠토들러유치원' 따위에 자기 손녀를 보내 놓을 수 있는 권리이다. 문간과 건물 밖에 각종 백화점에서 보내 온 이렇고 저렇고 그런 각종 명목의 선물 보따리의 빈 껍데기를 잔뜩 쌓아둘 수 있는 권리이다. 가정부를 부를 권리이다. (이건 실제로 목격한 광경인데) 유모차에 타고 있는 젖먹이를 "미술학원"에 보낸다며 자랑할 권리이다.
  11. 그런데 그 권리는, 그 젖먹이에게, 자이젠토들러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에게, 잠실중 아이들의 상당수에게는 조금도 권리금 따위와 연결지어지지 않은 채, 그냥 울 아빠가 우리 집이 우리 동네가 그렇다는 식으로, 생의 초기조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나는 이 일을 하며 이것이 가장 애처롭다고 느낀다.
  12. 이것만큼은 정말로, 머리를 볶은 사모님들이 초대형 아파트단지의 놀이터에 자기 딸, 손녀, 손자들을 풀어 놓고 깔깔 웃으며 진심으로 흐뭇하게 지켜보는 모습을 보았을 때, 육성으로 한탄했던 것이다. "너희들은 이게 당연하니? 저 구역질 솟구치는 형광색의 폴리우레탄을 아무렇게나 떡칠해 놓은 저 역겨운 놀이터가 당연하니? 지면에서 한창 위로 떠 있는 곳을 집이라고 느끼고 바닥에 등 대고 편히 눕는 게 당연하니? 나 같은 택배 아저씨가 너희 집에 머슴처럼 꾸역꾸역 짐을 들고 가는 것이 당연하니? 유치원이 너희 집 11층 밑에 있는 게 당연하니? 해가 어느 쪽에서 뜨는지, 옆집 아저씨 이름이 뭔지, 보다 A상가 마트가 어디인지, marvelous라는 영단어 뜻이 뭔지 아는 게 더 중요한 게 당연하니?"
  13. 당연할 것이다. 뭐가 문제란 말인가. 집에 가려면 쭉쭉 가서 313동을 찾아서 카드를 대서 엘리베이터에 가서 8을 누르고 내려서 오른쪽으로 오면 되는데. 나는 정말 궁금하다. 그들은, 지구멸망은 고사하고, 어딘가에서 길을 잃어보거나 누군가를 위해 열심을 다해 시간을 버려 본 경험, 아니면 하다못해 노숙을 해 본 적은 있을까? 부모 세대가 대납한 권리금을 조금도 쓸 수 없는 순간에, 그들은 어떤 감정으로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며 무슨 생떼를 쓸 것인가?
  14. 너무나 많은 것이 당연하게 주어진 세대가 오고 있다. '저장' 아이콘이 왜 저렇게 네모낳고 이상하게 생겼는지, 왜 어떤 화면은 터치가 안 되는지, 인터넷 쇼핑몰의 배송방식 선택 목록에 왜 '직접 찾아가서 받기'의 옵션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가 오고 있다. 동시에 그 부모들이 대납한 권리금이 소진되는 시기가 오고 있다. 뭔가를 쌓아올려 본 적이 없는, 발로 뛰어본 적이 없는, 그래서 정작 모든 것이 망했을 때 자기에게 배달되기로 약속되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G-9 샤또와인 선물세트가 왜 안 오는지에 대해서만 길길이 분노할 줄 아는 세대, blank하고 ignorant하고 baseless한 세대, 지면에서 붕 떠서 살아본 적밖에 없는 세대가 들이닥치고 있다. 오유와 일베와 트위터와 네이트판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5시 반까지 폭우와 찜통더위를 헤치고 죽자사자 뛰어다니다 돌아와서 한숨 잘 시간에 이런 분량의 글을 쓰는데 농담을 섞을 여력 같은 건 없다.
  15. 이 단기알바의 일당은 6만원이다. 그게 백화점이, 운송 아웃소싱 업체가 내게 대해 갖고 있는 권리금일 것이다. 나는 어디까지 책임을 지게 될까. 일단은 다행스럽게도 내가 맡은 물건들은 거의 모두 제자리를 찾아서 간다. 배송상 하자로 자비부담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죄송하지만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라는 실례되는 질문까지 감행하고 있다.
  16. 액수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요점은 어떤 권리가 구매의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그게 당연해지는 것은 얼마나 무섭느냐는 말이다. 그게 당연한 젊은이들이 마구 들이닥치는데, 이제 그들에게 "너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을 위해서는 사실 이만큼의 권리금이 필요하니 마련해 오세요"라고 청구하는 게 그들에게는 얼마나 낯설고 거대한 집단 패닉이겠느냐, 그 광경 자체는 얼마나 인류사적으로 얼척없는 사태가 되겠느냐 이 말이다.
  17. 택배 알바 1주일 해 놓고 하는 말이라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거 하나만은 잊지 마라. 택배는 2500원을 냈으니까 당연히 오는 게 아니다. 당신은 지극정성으로 그 물건의 박스개봉기를 찍어 올리겠지만, 그 즐거움을 위해 박스를 일일이 체크해서 분류해서 실어 나르려고 밤낮없이 발로 뛴 최소 7명 이상의 지저분한 용달 아저씨들이 끝까지 일했기 때문에 택배가 배달되는 것이란 말이다.
  18. ㅅㅂ 말해놓고 보니 기분 더럽다. ㅈ나 당연한 거잖아. 하지만 이렇게 꼭 적어줘야 네이버에서 "추석택배알바시급"이나 검색하고 있을 그 세대의 귀에 들어갈 걸 생각하니 다시 애처롭다.
    (한마디 해 주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2013년 추석선물 배송 도우미 알바는 추가모집이 끝났을 확률이 높다. 다른 거 알아봐라.)


Posted by 엽토군
:

0. 40만 기념글을 빙자한 근황입니다.


1. 방문자수가 40만을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습니다. 아 글쓰러가야지


2. 글 하니까 생각나는데요, 요즘 누가 읽어는 줄까 싶은 산업용 글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제 평생 이렇게 전략적으로 글쓰느라 하루 이틀 마구 시간을 보내보는 건 서울대를 가보겠답시고 자기소개서를 써보던 때(사실 그때도 지금처럼 아득바득하진 않았지만ㅋ... 엄마 미안) 이후 처음인 듯합니다.


3. 여기저기 컨택을 넣어야 할 일이 생겨서 각종 기업체의 CEO라는 사람들을 찾아다녀보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연락처가 회사 홈페이지 주소더군요. 대단한 사람일수록 소통하는 척할 뿐 실제로 자기와 연락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한 거겠죠. 그치만 지금의 나도 그렇게 되는 날이 올까 생각해 보면 좀 그건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제 이메일 주소는 앞으로도 알기 쉬운 곳에서 알려지게 될 거 같습니다. 내가 컨택하는 건 무섭지만, 나에게 들어오는 컨택은 무시하고 싶지 않아요.


4. 단기알바를 열심히 뛰면서 장기알바를 해 보려고 찾는 중입니다. 추석선물 배송 알바를 하게 됐어요. 기대되네요. 땅밟기 신나게 해야지 ㅋㅋ


5. 방금 전에 집 인터넷이 빨라졌어요 U+로 바꿨거든요 과연 앞으로 얼마나 갈지? 여튼 좋네요


6. 휴학했습니다. 다시 알려드립니다. 휴학중입니다. 갈 곳은 없지만 오라는 곳은 많아요! 네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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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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