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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여러분 안녕? 엽토군 형이야.

잊을 만하면 이런 글을 써서 잘난 체하기 좋아하는 불쌍한 어른이지.

불쌍하니까 불쌍한 사람 얘기 좀 들어 줘.


형은 어제 오늘 어떤 청소년수련관의 진로박람회라는 곳에서 일했어.

하루 5만원 받고 9 to 6로 일했지.

어떤 국립과학관의 상담 부스에서 짐을 나르고, 여러분 같은 중고딩들을 자리에 앉히고,

출결과 상벌점에 반영되는 것 같던 '도장'이란 걸 찍어주는 일이었어.



정말 많은 친구들이 '도전! 나도 K팝스타', '△성SDS', '구강위생사', '수도방위사령부' 등 다양한 직업 및 진로 소개 부스를 돌아다니며 어디에서 도장을 받아야 할지 몰라 어려워하더라고.

물론 그건 단순히 "도장 4개까지는 벌점이고 5개부터 상점이다"라고 윽박지르던 여러분의 선생님들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겠지만.

다들 고생했어.

그리고 여전히 여러분의 마음 속엔 진로가 결정되지 않았겠지.

대학생 멘토링도 해 보고 사회 각계 업종 현직 종사자들과의 1:1 상담 코너도 가 봤을 테지만 말이야.

형은 친구들의 표정을 봤어. 자기가 뭘 찾는지도 모른 채 뭔가 찾기는 찾는데 찾지 못해서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지는 그 힘없는 눈빛들. 그래서 치마라도 짧게 잘라 보고 귀에 뭐라도 달아 본 여러분의 겉모습들.


형도 고딩 때 ‘진로와 적성’이라는 과목이 제일 싫었어.

그게 왜 과목이고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들어야 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어.

둘 중 한 타임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선생의 시간이었고 한 타임은 모두가 좋아하는 교목님의 시간이었지.

그야말로 “시험에도 안 나오는” 교과 내용과 실습들.

수많은 적성검사를 받으면서 코웃음쳤어.

이게 다 뭐람. 대학도 못 갔는데 업무니 적성이니 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리고 그거 아니?

이 나이가 되어 보니까 느끼는 건데,

그때 형의 생각은 옳았어.

사람이 자기 적성을 살려서 살아갈 확률은 정말 극히 적어. 나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래.


그리고 형이 좀더 약을 팔아볼게.

형 말이 맞다 싶으면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에 퍼날라 줘.


첫째, 자기 적성을 살린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치자. 그게 행복할까?

형은 지금 농담을 하자는 게 아니야.

여러분의 인생을 몇십 년 앞까지 시뮬레이션해 보자는 거야.


자, 여러분은 이제 마흔셋이 되었어. 월요일 아침 6시 40분에 알람을 끄겠지.

그 다음엔 “와, 오늘도 쩔어주는 아침이군, 내 적성에 딱 맞는 일을 하러 갈 시간이야! 퐈하하!”라고 웃으며 일어나겠지?

개뿔 그럴 리가 있냐? 월요일 아침 6시 40분에 어떤 사람이 웃으면서 일어날 수 있겠어?

그것도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을 시작하려고 일어나는 그 시간에?

그때 여러분은 문득 수십 년 전의 자기 자신의 꿈을 기억하게 되겠지.

이 일만 하고 살게 해 주면 밥 안 주고 돈 안 줘도 행복할 거라고 꿈꿨던 그 어린 시절 말이야.

그때 여러분의 감정은 무엇일까? 보람일까, 후회일까? 만족일까, 배반감일까?

후회는 몰라도 배반감은 크지 않을까?

‘너 지금 이 일이 싫다는 거야?’라고 자문하며 스스로에게 화를 내게 되지 않을까?


형이 말하고 싶은 것의 핵심은 이거야.

어쩌면 “적성” 개념이란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거지.

있지도 않은 ‘적성’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딱 꼬집어서 존재한다는 그런 개념 자체가 공갈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솔직히 사람 전자제품이 아니잖아. 어떤 용도에 최적화해서 생산할 수가 없어.

설령 그 적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모두가 그 적성에 맞게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 불필요 혹은 비윤리에 가까워.

최근의 인사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적성과 인성은 기본적으로 유전이라고 해.

그렇다면 지난 수백 년간 ‘가업’을 이어 왔던 옛날 사람들의 전통은 바보짓이 아니었다는 거야.

게다가 “적성”이 하나의 의무적인 생계 수단으로 전환되어 자발성과 자아실현성을 상실할 때,

적성의 허구성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란 말이지.

“어떻게 내가 이 일을 지겨워하게 됐지? 나는 이거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그럼 이제 어떡하지?”

이런 생각에 이르러 멘붕에 빠지고 갑자기 사표 쓰는 어른들이 없을 것 같니?


둘째, 자기 적성과 전혀 안 맞는 일로 먹고산다고 치자. 그게 왜 불행할까?


너네 프란츠 카프카라는 소설가 아냐?

어떤 사람이 자고 일어났더니 거대 벌레 괴물이 되어 버려서 가족한테 버림받았더라는 소설을 써서 현대 소설계의 10대 유명 작가가 된 사람이야.

이 사람이 평소 직업이 뭐였는지 아니?

우체국 직원이었어.

상대성이론 만들어낸 아인슈타인은 특허청에서 꼬붕으로 일했고 스피노자라는 철학자는 안경 가게에서 유리 깎아서 안경알 만들던 사람이었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니?

한 사람의 탁월성이 결코 직업을 통해서만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이거야.

오히려 고도화, 분업화, 파편화, 단순화된 현대 산업 노동 사회에서는 직업 외의 생활 요소가 자아 실현의 결정적 장소가 될 확률이 높고, 시대를 앞서갔던 사람들은 이미 그렇게 살았더라는 거야.


그리고 어쩌면 그게 정답인지도 몰라.

일이라는 건 어원상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것’이거든.

적성이라는 건 ‘이 사람이 하기만 하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고 말이지.

그렇다면, 일에 적성을 살린다는 건 ‘하기 싫은 것을 꼭 해야 한다고 하니까 자기가 제일 잘 하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된단 말이야.

전혀 낭만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잖아.

차라리 이런 게 어떠냐는 거야.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든 후딱 해치우고, 남는 시간에 제일 잘 하는 걸 하고 싶은 방식대로 하기”.

이게 우리가 살고 싶은 인생 아닐까?


그래서 형이 하는 말인데,

차라리 진로 선택을 그냥 아무거나 해 버리자는 거야.

어른들의 기대를 맛깔나게 저버리는 거지.

‘다 돈 때문에 하는 거지’를 외치면서 그냥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결정해서 일단 먹고사는 거야.

서해에 있는 대교(大橋) 관리소에서 일하면 뭐 어때? 군바리가 되면 뭐 어때? 노가다를 하면 뭐 어때? 어차피 직업으로 할 일이라면 ‘정말 지겨워 죽지 않을 만한 걸로’ 아무거나 골라서 대충 하고,

일 자체 대신에 일과 여가의 틈새 이곳저곳에서 너의 적성과 성격과 취향을 드러내면서 살 수 있다면, 그게 대체 뭐가 나빠?


이제부터 여러분의 진로 적성 고민 해결법을 말해 줄게.

꿈이 없다고 말해.

그 꿈이 이루어져 버리고 나면 곤란하니까 일부러 꿈을 안 꾼다고 대답해.

가족 먹여 살릴 수 있고 한 달에 7일 이상 놀 수 있는 직업이면 아무거나 할 거라고 얘기해.

어차피 일이란 건 내 소질 같은 거랑 상관없는 거니까 진짜 “일 같은 일”을 골라서 빡세게 일하고,

일 안 할 때는 완전히 내 맘대로 살 거라고 말씀드려.

어른들은 아마 기가 막혀서 ‘너 생각이 있는 거니?’라고 역정내실 거야.

웃으면서 대답해. “아 그럼요, 이게 21세기를 즐기는 방법이거든요, 전 산업역군[각주:1]이 될 생각은 없어요.”


절대 자포자기하라는 말이 아니야!

실제로 일을 찾아야 해, 그리고 열심히 일해야 해!

하지만 그 일이 꿈을 이루거나 소질을 살리는 것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게 중요해!

왜?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하거나 비윤리적이니까!


이 얘기만 하고 그만할게.

형은 고등학교 수학을 풍산자라는 책으로 했어.

짱이지. 바람산 선생님은 수포자가 될 뻔했던 형을 곁에서 응원해 줬고, 형은 그 책을 리뷰한 글로 이벤트에 응모해서 PMP를 선물받았었어.

그 책에서 풍산자 님은 말씀하셨지.

“벗들에게 한 가지 제안. 꿈이 없는 벗들은 선형 계획만 열나게 파라. 선형 계획만 잘 해도 밥 먹고 살 수 있다. 대학교는 산업공학과.”

선형 계획은 정말 재미없는 부등식 계산이야.

근데 풍산자님은 (한 번도 하지 않던 ‘제안’이란 걸 하셨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제안하셨어.

이걸 열나게 해라.

이거만 해도 밥 먹고 살 수 있다.

그거 아냐? 산업공학과라는 전공은 지방 전문대에 있거나 서울대에 있어.

꿈이 없는 친구가 정말 선형 계획만 열나게 해서 밥 먹고 살려고 해도, 서울대라는 도전 과제가 있더라는 거지.

풍산자 님은 꿈 없이 대충 살 수 있는 법을 제안하신 게 아니야. 우리가 실제로는 꿈이 없다는 걸 일깨워주신 거야. 그리고 그게 나쁜 게 아니니까, 차라리 선형 계획 같은 거라도 열나게 해 보면 어떠냐고, 형이 위에서 제안한 것과 비슷한 제안을 해 주셨던 거야. 이게 고1때의 형에게 얼마나 큰 가르침과 위로가 됐는지 몰라. 수학책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통찰이 아닐까?


진로나 직업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

살아 있는 사람은 입에 거미줄을 치지 않아. 때 되면 다 하게 되어 있어.

세상엔 여러분 같은 사람들이 많아. 다들 비슷비슷하게 먹고살게 되어 있거든? 너무 걱정하지 마.

그렇잖아도 생존을 위해 모든 걸 내던져 노동해야 하는 이 인간소외의 시장주의 사회에서 생계 해결과 자아 실현을 한번에 다 해내는 것만이 행복이라고 공갈 협박하는 이 사회의 패러다임 앞에, 웃으면서, 보란 듯이 일할때 팍 일하고 쉴때 푹 쉬면서 살면 될 뿐이야.






P.S.

Re: 

가장 큰 문제는 '꿈', '적성', '성취'와 같은 단어는(혹은 개념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혹은 시대의 수요를 섣불리 대입시키는데 있다고 봐요 당장 서점가서 '꿈을 이룬 사람들'에 대한 책을 살펴보면, 스티브 잡스같은 대기업 CEO라든가, 국내에서 공부한 끝에 스탠퍼드, 하버드 같은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의 이야기라든가(솔직히 어릴 때부터 그래 이 사람이 뭔가 이룬 것은 알겠는데, '성공 신화'로까지 미화될 만한 것인지 정말 의문이었습니다.. 당장 세계적 수준의 명문대라고 해도 다니는 학생 수만 만단위인데다가, 입학 자체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없으니까요)..그야말로 뻔한 성공의 자화상만 가득한 것이 현실이죠 밥을 굶어 가며 등단한 시인의 시집을 찬양할 망정, 진심으로 그의 일생을 동경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또.. 실제로 적성을 살려 직업을 구하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본인이 '가장 잘 하는 것'이 실제 직업 상황에서도 '특출난'재능인지는 부딪혀 봐야 아는 것이고, 실제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잘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엄연히 다른 범주니까요.. 될 수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갈 수 있도록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또, 설령 해당 분야에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나아가 지극히 이상적인 발상으로 비춰질 수 있겠습니다만.. 직업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최소한의 생계는 해결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갖춰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연금 제도의 확장이라고 할까요? 그런 여건이 갖춰진다면, 최소한 입에 풀칠할 일이 걱정되서 꿈을 놓아버리는 사례는 많이 줄지 않을까 싶어요 '입에 풀칠한다'는 말의 정의가 실제로는 단순히 생계만을 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또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요. 자원 분배의 문제가 효율적으로 해결된다면 그저 이상론에 그칠 담론만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류 전체에 진정한 풍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제안이라는 점에서 시도할 가치도 있어 보이구요.


  1. 산업역군 패러다임에 대해 간단히만 설명해 줄게. 압축적 고도성장이라는 방식밖에 못 겪어본 한국 사회에서 특히 심한 집단 고정관념 중에 '산업화에 대한 강박'이 있어. 번듯한 직장에서 연봉을 받아 사회에 쓸모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지. 60~70년대에는 “중고교에서 소양을 갖추고 대학에 가서 고급 인력으로 전환되어 직장에서 후임자로서의 최고 생산성을 달성하고 사회에 기여할 사람들”이 아주아주 많이 필요했어. 그런 사람들을 산업역군이라고 불렀지. 오직 이 사람들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으며, 그러므로 이런 인생이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이고, 그렇기 때문에 닭장 같은 공장이나 무섭게 도외시되는 농어촌에서 묵묵히 노동하는 사람들은 뒤떨어졌거나 능력이 없는 것이라는 아주 반사회적이고 싸가지없고 역사의존적인 집단의식이 생겨났지. 그리고 더 이상 회사에 가는 것이 사회에의 기여도 되지 않고 자아 실현도 안 되고 집안 자랑거리도 안 되고 고도성장을 가져다주지도 않는 이 시대에까지도 먹혀들어가는 사고방식이 바로 이 산업역군 패러다임이야. 여기서 이 패러다임을 결정적으로 시중들고 있는 것이 ‘소질’, ‘적성’ 개념이라는 게 형의 생각이야. 요즘의 대다수 직업적성검사가 단순노무를 결과로 추천해주지 않고 대신 3차 직종 위주로 추천해 준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야. 그건 어쩌면 1만 가지 이상의 직업만큼이나 다양할 것 같고 또 그래야만 하는 ‘인간 적성’이라는 것이 사실은 그렇게까지 면밀하게 분석되어 제안될 필요가 없이 그저 21세기형 산업역군 양산에 수단적으로 동원만 되면 되기 때문에 잔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거야. 이해 안 되지? 미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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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Arial Unicode MS

2013. 10. 11. 12:18

와 내가 이거 알아낸다고 오만 삽질을 다 했네... 시간이 아까워서 올린다.


유튜브 동영상 중에는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는 비디오들이 있습니다. TED가 대표적이고, 유명 기업체가 전세계적인 프로모션을 위해 만드는 영상의 경우 Closed Caption이 지원되기도 합니다.

거기서 볼 수 있는 그 특유의 글씨체는 무슨 폰트일까?



Google Drive의 문서 기능 중에는 PDF 만들기가 있습니다. 파일 > 다른 이름으로 다운로드 > PDF를 선택하면 되지요. 그런데 이렇게 할 경우, 편집기에서는 시스템 폰트(굴림 등)로 나오던 한글이 PDF에서는 갑자기 웬 괴상한 고딕체로 나오게 됩니다.

이 글씨는 대체 무슨 폰트일까?



잊을 만하면 보게 되는 저 끝없이 못생긴 괴짜 고딕!

대체 뭘까? SM고딕인가? 근데 SM고딕도 못생기긴 했지만 자꾸 보다 보니 뭔가 그래도 이 정도로 조악하고 난잡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문체부 돋움이나 아니면 다른 옛날 고딕폰트, 북한 폰트인가? 역시 아닙니다.

Adobe std gothic을 가장 유력하게 의심했지만, 이 폰트는 bold(굵게)말고는 없다고 하네요.


그럼 대체 뭘까? 답은 의외로 쉽게 찾았습니다. 구글 문서도구가 변환해 준 PDF의 속성에서 사용된 글꼴 목록을 보니 한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허탈함이란.)

그건 바로 Arial Unicode MS였습니다.


폰트명에서 알 수 있듯이 기계적으로나마 모든 언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Google docs의 PDF 변환이나 YouTube의 자막 등에서 빈번히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분의 컴퓨터에 설치돼 있을 확률이 높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글 입력시 선택할 수 없는 서체일 수도 있습니다(한글 스크립트 설정 삽입이 안 돼 있는 것 같습니다).


다운로드 링크는 따로 제공해 드리지 않습니다. arial unicode ms download라고 아무 데서나 검색하시면 되기 때문이죠.

근데 자꾸 보다 보니 이 특유의 조악한 무작위성이 또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있' 같은 글자는 참 우습습니다. 거짓된 / 번역된 / 출처가 불분명한 / 시스템이 자동으로 만들어낸... 등등의 느낌을 줘야 할 때 쓰면 좋은 타입페이스인 것 같습니다. 이 서체는 희한하게 어느 언어 사용자가 사용하더라도 못생겼다고 느끼는 모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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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 캠워나 together집회 등에서 자꾸 홍보하길래 뭘까 하다가 결국 충동적으로 압구정CGV에 가서 봤습니다. 15시 20분에 맞춰서 못 가면 강남 구경이나 하다가 19시 표 보고 집에 가야지... 했는데 어쩜 그렇게 칼같이 15시 17분에 티켓박스로 갈 수 있었는지!


- 이 영화는 아무래도 리뷰가 부족할 터이니 잡설 빼고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겠습니다.



일단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영화는, 엔터테인먼트는 거의 포기하고, 대신 남북 분단과 통일을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introduction을 숨가쁘게 진행합니다. 토마스 선교사 덕분에 한국과 인연이 있게 된 영국 웨일즈에 잠깐 다녀오고, 판문점과 칠골교회를 잠깐 방문하고, 가명(이게 기억이 안 나는데;;;)을 주고 얼굴까지 숨겨 가면서 탈북자 기자를 찾아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대한 인터뷰를 받아냅니다. 물론 타임라인 상에서만 그렇다는 이야기지 각각이 사실은 상당히 긴 여정이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그 여정 하나하나를 일일이 다 소개하기를 포기하고 자료화면과 인터뷰 형태의 강의에 더 집중합니다.



- "교회사를 배워 보니 '십자가의 역사'와 '십자군의 역사'가 있더라." 감독은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두 역사가 한반도라고 하는 오만가지 정치사회 갈등의 첨단에서 극적으로 마주친다고 말하고 있지요. 분단 이전에는 오히려 복음에 있어 먼저 되었고, 분단 이후 주체사상 아래 고난을 겪으며 초대 교회처럼 '주여 속히 오시옵소서'의 기도만 반복한다는 남아 있는 신앙인들의 북녘. 그리고 북녘 신앙 선배들의 덕과 국제 정세의 가호 아래 풍요는 얻었지만 그 결과 "어쩜 그렇게 탁월하게 두 주인을 섬기게 됐는지" 알 수 없는 남녘. 이제 북한의 문호는 열리고, 남한의 신앙도 탈북민들을 사랑으로 품는 동안 개혁될 텐데, 그렇게 되면 인류 복음화 역사도 걷잡을 수 없게 될 텐데, "너희는 준비가 되었니?"



- 압구정CGV같은 세속적인(?) 스크린으로 예배당에서나 뵙던 분들을 만나보는 것은 매우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죠. 네, 이색적이고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대천덕 신부님과 고형원 목사님을 고화질 대화면으로 접한 것은 좋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영화의 한계부터 말해 볼까요. '통일한국을 준비하라'라는 메시지는 명확하지만, 사실 그것을 위해 실무적으로 필요한 것들(기구나 체제, 국가 상징 등의 결정, 통일 과정과 방법 등)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남한 위주의 흡수통일론을 암암리에 깔고 가는 느낌을 줍니다. "(탈북자) 2만 명도 품지 못하는데 어떻게 2천만을 품겠어요?" 그리고 이것은 국제 정세를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라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낡았거나 안일해서 곤란한 패러다임인 것이 분명합니다. 막판에 결국 "백 투 예루살렘"[각주:1]까지 언급되면서 번복할 수 없게 된 바, 영화는 단지 남북통일을 구원사적 관점으로만 보아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통일에 대한 보편적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기를 그만두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기존 리뷰들이 '비기독교인은 끝까지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 "남한 선교단체들 자꾸 사워요(싸워요)"라는 증언이 등장하는 이유 둘 다 여기에 있고요.



- 그럼에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기독교인 노릇 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부 다 극장으로 달려가서 봐야 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첫째, 이 정도 역사인식과 사회의식은 가져 주셔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초반의 신사참배 부분은 저도 처음 듣고 놀란 대목이었습니다. "신사참배는 국가의식이요 종교의식이 아닌 것으로 한다". 그것에 대해 인터뷰이들은 칼같이 단정합니다. "곧 올 하나님의 나라를 못 보고 잠깐의 고난에 그렇게 굴해 버린 거예요." 이것은 한국교회의 쓰라린 회개거리가 아닌가? 그렇지만 솔직히 이때까지 저는 이런 내용을 어디서도 들어 본 적이 없고, 이런 역사가 한국 교회사와 선교 역사의 중요한 과실(過失)로 남아 있다면, 정확하게 알고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말이죠.

- 한기총과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과 10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 지하교회 예배 현장을 몰래몰래 촬영한 footage를 보여주다가 남한 일간지들의 교회 파행 보도 지면들을 보면 낯부끄럽기 짝이 없게 됩니다. 대단히 정당한 비판 논지가 아닐 수 없지요. 왜 너희들의 신앙에는 고난은 없고 세습이니 확장이니 하는 것만 있느냐? 북한의 신앙 동지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으냐? 영화의 인터뷰이들이 내고 있는 이 정도의 혼쭐은 다들 한 번쯤 맞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지나치게 편리해진 신앙 생활에 진짜 힘이 생기고, 우리의 행실이 하나님 나라 역사에 가담하게 될 겁니다.

- 둘째,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남한에서 '풍요에의 경쟁'을 신앙의 고난인 줄 알고 열심히 싸워 온 '사모님들'과 '사장님들'에게, 혹은 "북괴=사탄"의 공식밖에 모르는 분들께 보여드려야 할 좋은 영화로 남게 된 것입니다. 일요일에 교회 지하주차장에서 차 꺼내 큰길로 나오자마자 택시기사에게 욕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굳이 일요일에 인터넷으로 대형마트 홈배달 서비스를 부려먹는 무슨 캐슬 무슨 뷰 무슨 하이츠 주민 어른들은 이 영화를 보며 불편함을 감추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북괴에 대한 무한한 증오심으로 불타는 무슨 전우회 무슨 향우회 분들의 잘못된 복음주의(자유자본주의=자유민주주의=하나님의 뜻=복음=교회=천국) 역시 이 영화는 조금도 옹호하지 않고 선교와 사랑과 연합에 대한 관심을 촉구합니다.

- 그리고 사실 그것은 여의도의 큰 교회나 강남의 큰 교회가 지금껏 열심히 디자인해 온 바 '교회 다니는 집안 사람'의 '성공상' 혹은 '바람직한 이념'으로 악랄하게 제시되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초대 교회는 고사하고 우리 동포들조차 생각지 않는, 주님께서 자기 사업과 자기 자녀와 자기 주식과 부동산에 복 주시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으신 분인 양 믿는, 미국이 최고고 북한은 돌로 쳐야 할 주적이니 북한과 사회주의에 조금이라도 수긍하는 사람들은 전부 이단 사이비인 줄로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정치가 어떻고 통일이 어떻고 따위 생각도 하기 싫은, 그래서 "원수를 사랑하라" 같은 말씀은 죽었다 깨나도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그래서 대신 자기방어 주문처럼 "여호와는 나의 목자"와 "근신하라 깨어라 마귀가 삼킬 자를 찾나니"만 염불처럼 외고 다니는 분들이 사실은 정말 많단 말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분들에게 가장 뜨거운 머리 위 숯불이 될 것입니다. 그런 분들을 억지로라도 권해서 상영관에 앉히는 것이 이 영화의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사역이 된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물론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분들의 사고가 90분도 채 안 되는 영화 한 편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 열심히 쓰고 보니 정작 줄거리를 자세하게 쓰려고 했던 시도는 실패했군요. 하지만 제가 본 것은 거의 대부분 적었습니다(항상 그랬듯). 직찍을 좀더 많이 하고 싶었는데, 의외로 관객이 많아서 실패했습니다! (자랑이냐...)


-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두 개 반. 시간이 정말 많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자세가 충분히 돼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자기 자신을 테스트해 보기에 알맞은 영화가 됩니다. 보고 나면 아마 주변의 기독교인들에게 일침을 놔줄 수 있는 레벨이 될 겁니다. 그리고 NL이신 분들은 보지 마세요. 굉장히 굴욕적인 기분이 들 겁니다.

- 기독교인에게는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다섯 개. 당장 가서 보세요. 생각나는 모든 성도님들을 다 초청해서 극장에 가세요. 불법 파일 다운받아 볼 생각 하지 마시고 네이버 영화나 다음 영화에서 검색해서 상영관을 찾으시고,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들을 가슴 속에 꽉꽉 담아 오세요. 우리의 믿음은 고작 칠십 평생 적당한 집 적당한 차 적당한 직장 적당히 누리다가 천국 가려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는 고작 그런 적당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흑백으로 쫙 찢어서 바라봐야 할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은 다급하게나마 준비를 해야 할 때라는 말이지요.


- 이번 리뷰는 도움이 되었으려나 모르겠네요.

  1. 세계 선교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 드리죠. 놀라지 마세요. 정말 많은 선교단체들이 '북한, 중국,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무슬림들의 중동을 거쳐 예루살렘'의 순서로 십자가 복음을 전해야 예수님 재림하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이 기획을 백 투 예루살렘이라 부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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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기엔 이 꼴불견은 너무 심하다.

http://www.seednovel.com/pb/module/board/list.php?code=writerfree



지금부터 쓴소리 들어간다. 정론만 말해줄 테니까 똑바로 앉아서 들어.


1. 니들의 "설정"에 독자는 관심이 없다. 이것은 사실이다. (좀 어려운 말이지만 지나가는 말로 해 주자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들이 설정 생각 안 하고 재밌는 이야기 재밌게 읽다가 언제부턴가 그 설정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마는 것이 니들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만렙 굇수들은 어떤 꼬락서니의 설정을 가지고도 이 목표를 달성할 줄 아는데, 이런 분들은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예능프로의 제작감독이라는 일을 해서 먹고산다.) 독자가 관심있어하는 건 어떤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게 얼마나 그럴 법한지그 둘뿐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 지극히 당연한 사실 하나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놈들이 무슨 글을 써서 독자의 관심을 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두 평가기준은, 못 믿겠지만, 자가진단이 가능한 기준들이다. 안 물어봐도 된단 말이다! 못 믿겠다고? 평가받고 싶은 글을 열심히 써 놓은 다음 서랍에 넣어 놓고 딱 27일 뒤에 꺼내서 다시 봐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다.


2. 니들의 "설정"이라는 게 정말 창의적인 건 한 개도 없고 사실은 니들이 며칠 전, 몇 달 전에 보았던 기존 작품에서 다 어렴풋하게 짜깁기해 온 것이라는 걸 제발 좀 인정했으면 좋겠다. 증거가 뭐냐고? 너네들이 설정을 설명하는 걸 들어 보면 알 수 있다. 어쩜 그렇게 다들 하나같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을 자기 방식으로 다시 말하는 것처럼 말하는지! 장님이 코끼리를 만져 보고 설명하는 것처럼 더듬더듬 지엽적이나마 구체적이고 물적 사실감이 느껴지는 설정 설명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저 "You know what I'm saying"이 행간마다 꾸역꾸역 삽입되어 읽힐 뿐이다.

아무것도 참고하지 말라는 말이 절대로 아니다. 너의 상상력이 그 정도라는 걸 인정하라는 소리다. 철저하게 독자적인 세계 설정은 불가능하다는 거 모르는 사람 없고, 그거 가지고 작가를 뭇매놓을 독자도 없다.


3. 니들은 "설정"결정론자들인 것처럼 보인다. ㅆㅂ 내 글이 안 팔리는 건 설정이 ㅄ같아서야! 라고 생각하고 그놈의 설정이란 걸 고치고 바꾸고 뒤집고 짜깁고 베끼고 자위하며 언젠가 완벽하고 흠결 없이 재미를 보장해주는 평행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딴 거 없어 미친놈들아. 오백 번에 한 번 정도 있는 특수 케이스가 아니라면, 설정은 재미의 본질을 조금도 배가해 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히트 게임들이 중력 알고리즘이나 몹 캐릭터 따위에 설정을 거의 부여하지 않다. 이유가 뭔지 모르지? 게이머들이 찾는 재미는 중력이나 몹 따위에 있지 않아서거든!


4. 다시 말하지만 독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캐릭터의 고유한 판단과 움직임(이걸 '인물'이라 부른다), 그리고 캐릭터의 판단과 움직임이 납득 가능하다는 일말의 개연성(이걸 '줄거리'라 부른다), 크게 그 두 가지다. 따라서 설정이 아무리 황당하더라도 그 두 가지를 깨끗하게 풀고 가기만 하면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수작으로 칭송받는 것이고, 설정이 아무리 구체적이고 세세하더라도 그 두 가지를 잡는 데 실패한다면 '설정만 많고 이야기와 캐릭터가 빈곤한' 나쁜 사례로 전락한다 이 말이다.


5. "완벽했기 때문에 걸작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결함과 문제점과 비합리가 있음에도, 그 모든 부족함을 압도하는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에 걸작이 되는 것이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인데, 누가 한 말인지는 찾을 수 없었지만 여튼 이 말은 백번 옳다. 니들의 설정이 완벽하길 바랄 시간이 있으면 설정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에게 리얼함을 더 부여해라.


6. 이런 식이다. 너라면 니가 만든 설정 세계에서 살고 싶냐? 솔직히 너는 살기 싫다고? 그럼 너의 설정은 이미 ㅈ나 틀려먹었다. 밑바닥부터 다시 해라. 너라면 니가 만든 설정 세계에서 살 때 어떻게 살아갈/행동할 것 같냐? 너는 그렇게 살 거면서 왜 니가 만들어낸 애들은 그렇게 안 살고 꼭 그렇게 힘들게 사냐/행동하냐? 지금 후달리면 넌 망한 거다. 변명 지어내지 말고 0부터 다시 해라. 가차없이 다 둘러엎어 치우고 처음부터 말이다. 너의 공상이란 결국 그렇게 니 생각보다 백배 천배 허황되고 유치하고 빈곤하기 때문이다.


7. 그런 식으로 하면 자유로운 설정 창작이 가로막힌다고? ㅅㅂ 내가 지금 니네들보고 설정 창작 하지 말라고 했냐? 쌩기초에 해당하는 자문자답부터 해 보라고 했지.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면서 돈 주고, 혹은 연재란을 클릭해서 없는 시간 쪼개어 글을 읽으며 일말의 재미나 모에캐를 찾으려고 애쓰는 독자를 현혹할 수 있겠냐 이 말이지. 난 허황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허황될 거면 설득력 있게, 밀도 있게, 자신 있게 허황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절대 다수의 니네들은 그 정도 경지까지는 못 간다. 그러니까 허황된 설정 몇 개 깔아 독자를 후리겠다는 얄팍한 개수작일랑 집어치우고 기본기부터 갖춰 오라 이 말이다. 독자를 물로 보냐?


8. 제발 부탁이니 어디 가서 배경 설정 성의없이 주워다 누벼 넣지 마라. 학원도시. 마법세계. 특수목적고등학교. 알고리즘 구축도 안 끝난 프로그램에 이런 화려한 쉘부터 갖다 씌우는 이유는 대체 뭐냐? 장담하는데 그런 배경 다 지워 놔도 너의 그 단순한 용가리통뼈 서사 골격은 충분히 성립 가능하다. 이야기의 본질과 궁극적인 접점이 없는 타 작품 배경 설정을 좀 있어보인다고, 유행이라고, 남이 쓴 거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심산으로 막 갖다 씌우지 마라. 독서실에 벅스뮤직 힙합차트 틀어놓는 짓과 하등 다를 바 없어서, 아무도 그딴 건 반기지 않는다.


9. 캐릭터 만들면서 설정놀음 하는 거 아니다. 인간이라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좀 갖추고 이성을 되찾아라. 내가 이 글을 쓰게 만든 결정적인 뻘글을 하나 발췌해서 보여준다. 출처는 일부러 뺀다.

한 놈은 잘못된 기억으로 어릴때 주인공에게 독을 먹이거나 (그러나 살았다.) 칼빵을 놓거나.(살거나.) 하다가 원래 기억 찾고 얀데레가 되버린 히로인,(그러나 행동이 죽지 않음.)

마력으로 몸이 언제 폭발 할지 모르는 히로인 근데 졸 활발하고,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히로인에(지 잘못을 남에게 덮어 쒸우는 히로인)

츤데레인데 안에 수술로 인해 쌍둥이 언니가 몸에 있어서 이중인격으로 흑화하는 히로인, 그것도 얼마 없으면 튀어 나오는 히로인, 쌍으로 츤데레이다가 폭력성이 도을 지나침

ㄴㅁ ㅅㅂ 야 말을 해 봐라 이게 사람이냐? 이게 제정신을 가진, 그래서 독자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히로인"으로서의 한 인간 구실이 되겠냐? 츤데레니 가식적이니 하는 걸 보고 모에를 느끼기 전에 ㅆㅂ 방금 먹은 거 다 토할 거 같다. 자기도 "개인적으로 짜고나서 이상한 히로인"이란다. 왜 "개인적" 같은 비겁한 접두사를 갖다붙이냐? 이상해! 그냥 ㅈ나 이상하다고!

캐릭터 설정 짤 때 제발 벌벌 떨면서 짰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제2의 존나세를 만들고 있는거 아닌가 하고 말이다. 자존심도 없냐? 너는 니 자식이 어디 가서 근본도 없고 생각 없는 초딩 작가가 하룻밤 몽상으로 싸지른 장애인 같은 캐릭터라고 욕 먹으면 좋냐?


10. 왜 인물 설정 가지고 이렇게 ㅈㄹ하냐고? 한 인간의 인격이란 니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층적이고 심도 깊게 조올라 오랜 시간 동안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것이라서 그렇다. 니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고 깊고 엄청나다. 사소한 일 하나가 인격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서도, 십년 이십년 계속된 인간관계나 버릇, 생활 패턴 등이 인격의 세계관을 구성하기도 하는 식이다. 귀신도 모르는 그 인성 매커니즘이라는 걸 너네는 아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최근 일본 만화에 나오는 무슨 데레 무슨 모에 속성 가졌다는 여자애들 보면, 이게 무슨 여주인공 역이냐 마분지 인형 아니면 정신병자지 싶다. 미친년들을 풀어놓을 거라면 미친년들이 날뛰어도 되는 철조망 같은 작중세계를 똑바로 세워 놓든지 아니면 좀 납득 가능한 선에서 꼭지를 돌리든지 해야지 이건 그냥 단지 지면상 가상 인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인간을 창조해 놓고 731마루타로 사용하고 버리는 것 같아서 어떨 땐 비명을 지르고 싶어질 정도다. 그런 혐오스러운 것의 정상에 "얀데레"가 있다. 니미 씨부랄 내가 그냥 말해줄게. 얀데레는 정신병이야. 그것도 존나 희귀한 정신병이라서 한 작품에 한 명 등장시키는 빈도도 지랄발광이라고. 그러니까 제발 그런 것 좀 진흥(進興)하지 마. 있을 리가 없는 인물군이 당연하다는 듯이 판을 치니까 어디 가서 나 이런 거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거지 않냐? 비현실이라는 바로 그 점이 좋다고? 현실 비현실 운운하기 이전에 정상적인 인간 이성을 가지고는 이 서사의 앞뒤가 납득이 안 된다고, 납득이!

인격이라는 거 함부로 막 만들지 마라. 인물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고작 이것밖에 안 된다고 자랑하는 꼴밖에 안 된다. 요즘 만화에 나오는 정신 나간 비정상 계집애들 쳐다보지 말고 인간 연구 좀 해라. 이렇게 애걸복걸 부탁한다.


11. 설정 검토 받지 마라.

괴테가 설정 검토 받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쓴 줄 아냐? 헤르만 헤세가 설정이 좋다고 칭찬받고 나서 《데미안》 쓴 줄 아냐? 니들은 그냥 ㅈ나 자위가 하고 싶은 것일 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설정에 대한 미련을 버린 다음 그 설정으로나마 그래도 읽는 보람이 있을 만한 줄거리와 인물과 사건 타임라인을 구성한다는, 바로 그 각고의 노력만 쏙 생략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그 어설프고 줏대 없으며 어디서 많이 본 "설정" 덩어리를 보며 알아서 상상해 주기를, 그래서 과대평가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어떠신가요", "검토해 주세요", "설정을 하나 짜 봤습니다" 따위 제목의 글을 써올리고 자빠진 거 아니냔 말이다, 이 게으름뱅이들아.

설정 평가 받을 시간이 있으면 인물 연구 좀더 하고 사건 짜고 줄거리 짜고 상식적인 전개와 대사를 짜라. 진짜 고수들은 설정을 검토받지 않는다. 그걸 납득시킬 방법을 찾을 뿐이다. 알아듣냐 쪼렙 허접들아?


12. 지가 뭔데 설정 가지고 아는 체를 하나 싶지? 어디 그럼, 니들은 군대 막사 정수기가 몸 파는 여자라는 '설정'을 짜 본 적이 있냐? 그런 설정을 2만 자로 밀어붙여서 《정숙이와 온숙이의 파업》이란 제목까지 달아 병영문학상에 내 본 적이 있냐? 그딴 창피하고 허접한 3류 모에화 소설로 입선 트로피를 받아 본 적이 있느냔 말이다. 없는가? 없으면 아가리 닥치고 1부터 다시 읽어라.




13. 니네들이 설정 검토를 받아선 안 되는 이유를 하나 더 말해주마. 사실은 니네 설정 봐 주는 애들도 다 쪼렙이다. 돈 안 받고 남의 글을 봐 주는 지나가던 네티즌들이 제대로 된 직언과 도움이 되는 충고를 해 줄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시나? 평범한 독자의 입장을 듣고 싶은 거라고? 너의 글을 훑어보고 댓글까지 달아주는 한두 명의 네티즌들이 평범한 독자일까, '우호적이고 열성적인 열독자'일까? 어쩜 그렇게들 순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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