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라디오 '시대착오진흥원'이 처음 기획된 건 고3이 되던 겨울방학때인 거 같다. 너무 구시대적이든 너무 앞서나가든, 시대착오적인 발상과 사실과 주장들이라면 무엇이든지 다루는 라디오 채널. 이하는 현재까지 생각해낸 프로그램들. '감사'와 '착오회'는 매번 내보내고, 나머지 중 택2 정도로 하여 1회를 꾸민다. 프로그램 아이디어 더 있으면 알려달라.
정기 총 착오회: 보통 사연 소개하기. 자기가 시대를 착오했다고 생각되는 청취자들의 사연들이 이어진다. 명작 본문 감사: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만 잘 읽어보지 않는 명작들의 아주 구체적인 '본문'을 소개하고 이에 대해 토론한다. 사상 발굴 사업: 최근 이슈 하나에 동서양의 고전 사상 하나를 엮는다.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는 청취자 여러분의 판단에. 동어 반복 공지: 오늘 날자의 옛날 뉴스를 아무거나 찾아 보도한다. 그러면서 마치 오늘 있었던 일처럼 꾸며 본다. 고대 가요 연구: 옛날의 명곡(잊혀졌거나 알려지지 않은 곡 위주)을 소개한다. 핵심은 음악이 나가는 중간중간에 자꾸 끼어드는 자유 대담. 혁신 발상 개발: 블로그, 신문, 고전 등에서 괜찮은 생각이나 명문장을 찾아 소개하고 이를 확대 논의한다. 물론 선정 기준은 없음. 대 망상 공청회: 어떤 최근 사안에 대한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망상해 나가거나 옛날 있었던 일로 되풀이시켜 나간다. 물론 형식은 공청회의 틀을 빌린다. 상식 내부 고발: NGC의 'think again'의 시대착오진흥원식 방송. 사실로 받아들이기가 잘 되지 않는 '사실'들을 매회 하나씩 소개한다.
그리고 여기에 가담할 기술자나 실제 목소리를 녹음할 담당자를 찾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니 거의 잠정적으로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담당자들에게 프로그램을 할당하고 각자 제작한 것을 묶어 배포하는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좀 본격적인 아이디어이므로 따로 게시물로 뺐다.
말 나온 김에 더 적는데 일단은 위험해질(아니면 내가 곤란해질) 소지가 있어 조금만 적겠다. 이 아이디어는 고3때 처음 나왔다.
내 생각에 세상 모든 언어는 세 갈래로 구분된다. 칸트는 인간의 사고범주를 열둘로 나누면서 '시공간의 틀 그리고 이 사고범주 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오성의 밖에 있다'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그가 제시한 갈래는 나름대로 예외 없이 잘 구분되게 만들어 놓았으므로 떳떳하다. 반면 이하의 구분은 좀 불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일단은 적겠다. 제1종은 '소통언어'다. 한국어, 수화, 모스 부호 등이 이에 들어간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주체끼리 유의미한 의사, 정보, 감정 등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문법의 틀을 지닌 수단과 체계이다. 우리가 가장 흔히 다루는 언어로서, 이에 대해서는 이미 엄청난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 제2종은 '논리언어'다. C++, html 태그, 수식 등을 꼽을 수 있다. 객체와 객체 간의 상관관계를 표현하는 데 사용하는, 다분히 수학적인 언어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범위는 입출력되는 '객체'로 한정되어 있지만, 그 객체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상당한 융통성을 띠고 있다. 제3종은 '분석언어'다. 악보, 설계도, 바코드 등이 이에 속한다. 소통언어로 즉각 표현, 전달, 가공되기 어려운 내용을 다루기 위해 내용(사고) 자체를 분석하여 그 결과를 표현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 이것들이 무슨 언어냐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악보(혹 설계도)를 읽는다는 말을 흔히 하고, 바코드 또한 기계가 스캔하여 점과 선으로 된 정보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분석언어를 이야기할 때 가장 문제되는 것은,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분석'언어'고 어디까지가 단순한 '매개체' 혹은 '정보'인가 하는 난점이다. 방금 전 예를 적을 때 '이미지 파일'을 넣을까 하다가 넣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모든 파일, 나아가 모든 전자'정보'를 다 언어라고 말해버리는 심각한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위의 3종 언어를 두고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사실은 바코드도 빼야 옳다. 이 부분은 너무 어려우므로 지금의 내겐 벅찬 문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이 모든 언어의 기저에 깔려 있는 언어, 인간으로 하여금 언어를 언어로 받아들이고 또 쓰게 하는 제0종의 언어를 제안하고 싶다. 물론 그런 게 있긴 한지조차 알 수 없지만. 만약 이 언어가 실제 있다는 것을 인간이 인지할 수 있고 연구할 수 있다면, 모든 언어의 근본적 물음들이 풀릴지도 모른다. 이름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이 신비한 '생각의 영감'에 대해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상상해 본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나는 여기서 이름을 붙이지 않겠다. 다른 이름이 기존에 있을 것이다.
-08.07.05 수정: Language Acquisition Device라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위에서 내가 뭐나 아는 것처럼 장황하게 적어놓은 것들도 상아탑에선 우스운 기초이론으로 보일 것이다. 사실 나는 그들이 이것에 대해 뭐라고 이름을 붙였고 무슨 말을 하는지를 좀 배우고 싶다. 설마 보잘것없는 대학교 새내기의 거친 아이디어가 지금까지의 위대한 학술연구 속에 한 번도 없었겠는가. 다만 내가 이런 걸 생각하고 있고, 이런 게 도대체 정확히 뭔지를 좀 알고 싶다는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언어 쪽에서 학문 높으신 분 있으시면 가르쳐 달라.
언젠가 티거군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한번 질문을 해서, 내가 그 때 '꿈' 의 예를 들어준 거 같다.[각주:1] 인식은 할 수 있지만 설명이 되지 않는 세상은 분명히 존재한다. 잘 연결이 안 되는 듯하지만,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을 '언어'라는 매개를 가지고 전달할 수 없다는 의미로 본다면, 말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의견 쪽으로 갖다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교수가 던진 '언어 없이 사고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언어 없이'에 대해 최근 깊이 생각하고 있다가 떠올린 현대적 물음은 이것이다. 과연 검색사이트는 무엇까지 검색할 수 있는가? 사이버 세계는 언어와 소통에 관한 담론들의 기정사실과 같던 전제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가령 시공간이 필요하다든가 내용이 전달되는 물리적 거리에 한계가 있다든가 등등. 그리고 마치 기존의 소통 방식과 언어적 상호교류 방식의 한계를 비웃기나 하는 듯이 인터넷 검색사이트들은 별의별 검색들을 지원한다. 언뜻 보기엔 인터넷 검색 덕분에 그림, 지하철 노선도, 맛집이나 관광코스, 동영상, 심지어 전문자료의 본문에 이르기까지 정말 별의별 정보에 대해 어떤 간접적인 매체나 중간표현 없이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여전히 아주 기본적 형태의 언어인 텍스트가 그 모든 종류의 검색들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칙대로 말하자면, 이미지 검색이란 그 이미지의 이름을 알아내어 그 이름을 검색해 원본파일을 얻어내는 검색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와 가장 흡사한 것을 찾아내는 것일 터이다. 그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 가능해야 한다. 어떤 만화의 한 장면이 기억나, 그것을 대충 따라 그리고 색칠도 비슷하게 해서 스캔해 입력하면, 그와 흡사하게 닮은 이미지들을 출력해 주는 것(물론 여기서도 반론은 가능하다. 자세히는 아래에서 다루겠다). 내가 알기로는 이것과 비슷한 검색(자기와 닮은 얼굴을 찾아주는 서비스 등)이 시도되고 있는 듯하다. 비슷한 것이 벅스에서 한때 얘기가 나왔던 계이름 검색[각주:2]이다.[각주:3] 사실 이것이야말로 음악검색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난제가 남아 있다. 당시엔 음정이 확실한 최신가요만이 입력되어 있었고 좀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만 크게 나왔었다. 아마도 클래식이나 전자연주 등의 음악은 설령 계이름으로 검색한다든지 직접 녹음을 해서 매치시킨다든지 하는 서비스가 확실하게 굳어져도 검색하기 곤란할 것이고, 여기엔 여전히 전문가의 축적된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마디로 정리하면, 비록 사이버스페이스가 프로그래밍이나 멀티미디어 등의 비약적인 발전의 첨단에 있다 할지라도 여전히 이것들은 어떤 형태로든 언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태란 뜻이다. 내 머릿속의 무엇과 실세계가 곧장 직결되어 사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는 무리다. 아니, 사이버 공간 자체가 하나의 매개체이므로 어떤 식으로든 언어를 동원하지 않고는 곤란할 것이다. 혹자는 반론할지도 모른다. 위에서 말한 대로, 어떤 그림을 찾기 위해 내가 기억을 더듬어 그려 본 그림을 분석해 검색해 준다면, 이건 매우 직관적이지 않느냐? 여기에 언어가 개입될 소지가 있느냐? 나는 여기서, 따라 그려 본 그 그림이 또 다른 언어의 일종이라고 본다. 다른 모든 것도 마찬가지다. 정확도에 따라 자료들을 나열해 주는 검색결과라는 것, 그걸 출력하기 위해선 입력쿼리를 분석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어떤 식으로든 분석언어가 사용되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서비스가 있다. 어떤 음악 파일이 온전할 경우, 단추 하나만 누르면 전세계 파일DB를 검색하여 그 파일이 어떤 앨범에 실린 누구의 무슨 노래인지를 알려준다. 아마도 음조나 음량 변화 등등을 일일이 스캔하여 그 정보와 매치되는 것을 찾아주는 듯하다. 그런데 내가 전부터 알고 싶던 어떤 아카펠라 노래에 대해 이 단추를 눌러 보니 전혀 관계가 없는 락음악 아티스트 노래라고 ID3 태그를 씌워버렸다. 물론 파일이 녹음판이라 온전치 못하긴 하다. 그러나 이렇게나 언어가 없어 보이는 검색에서마저도 일종의 분석도구로서 특수한 형태의 언어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해도 나오는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할 이야기가 참 많은 고전적 얘깃거리(떡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인다. 실컷 적고 보니 처음의 물음, '언어 없는 사고' 즉 언어에 기반하지 않은 사고의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말았다. 뭐, 상관없다. 그렇게 위대한 논제는 내 깜냥이 안 되고, 일단 난 그 물음을 발단으로만 삼아 끝말잇기를 한 끝에 좀 엄하긴 하지만 비슷한 문제를 생각해보았을 뿐이라고 해 두자.
이 내용은 전문자료에 거의 의존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멍청하게 이거 복사해 가서 적당히 꾸며다가 레포트를 쓰거나 해피캠퍼스 같은 곳에 올리면 고발하겠다. 왜? 내가 창피하니까. 그저 이런 아이디어도 있다는 정도로만 읽어달라.
티거군 응답 좀 해주오. 그때 먼얘기 했었는지. 이건 딴얘기지만, 소위 '이과생'들에게 인문학적인 얘기를 들려주면 매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은 적절한 처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본문으로]
현재 벅스에서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사실 관계가 파악되면 정보를 달라. [본문으로]
이 아이디어는 필자가 아주 오래 전 스스로 그 필요를 느껴 벅스뮤직에 한 번 건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연관은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