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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리산휴게소 저 아래쪽에는―내가 차마 내려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은―무슨 전승 내지는 반공, 참전, 순국 과에 속하는 기념 조형물[각주:1]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것은 박정희시절에 무수히 제작된 기념 조각의 전형으로 삐죽 솟은 20여 미터의 기념탑 아래쪽에 철모 쓴 군인들이 돌격하는 동상인 것이다. 특히 이 기념탑은 약 80˚를 이루는 예각의 첨탑으로 삐죽 솟아 있고 위 모서리도 사선으로 마감함으로써 날카로움을 극대화시켰는데 그것이 바로 앞산 지리산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 조용하고 한적한 산골에 저처럼 생선회 치는 긴 칼[각주:2] 모양의 조형물을 세워놓는 아이디어, 이것은 단군 갑자 이래 20세기 후반의 인간들[각주:3] 아니고서는 5천년 역사 속에 없었던 일이다. 우리는 이런 엄청난 시절에 살고 있는 것이다.[각주:4]
  1. 600고지 전승탑. 조사해 보면, 이 부근을 간단히 답사할 때 으레 코스로 지정되는 모양이다. [본문으로]
  2. 일본어로 刺身包丁(さしみぼうちょう), 우리는 흔히 사시미라고 부르는 그거. [본문으로]
  3. 현재 1권을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끊임없이 경멸스러운 어감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20세기'이다. 유홍준은 20세기 특히 그 후반 격동기를 문화유산의 흑사병 기간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본문으로]
  4. 이상하게도 이 책은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을 적으려는 책인데, 그가 시종일관 한탄하는 문화유산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폭력과 무개념에 대해서만 기억하게 한다. 그것이 이 책의 성공비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히, 여전히, 우리는 터무니없이 엄청난 시절에 살고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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