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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24 갱신:

구글이 노토산스 한국어 폰트 early access를 내놨습니다. google.com/fonts/earlyaccess 에서 Noto Sans KR을 찾으시면 됩니다.

구글답게 매우 잘 됩니다. 사설 CDN 굴릴 필요가 없어졌음.


고로 예전 텍스트는 닫아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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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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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와 답변

2014. 7. 22. 21:26

1. 문의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방금 전에 브랜드 연필 2통 구입한 김어진입니다.

결제 과정에서 이메일 주소를 넣었고 계좌이체를 마쳤는데(21시 06분경 농협), 확인 메일이 오질 않네요.

주문이 제대로 처리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만약 이메일 주소에 오타가 나 있다면 yuptogun@gmail.com 으로 고쳐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와웸에 6년 정도밖에 안 있어 봤지만 CMK쪽에 상품 결제 관련 질문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CMK가 브랜드를 운운하리라는 거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말이죠. 개인적으로 정직하게 말해서, 이 방향성에 대해 마음을 사기가 어렵네요. 우리는 단순히 티셔츠나 기도책자, 콜드컵 같은 걸 사고파는 사람들이 아니라 어딘가에 대해 누군가에 대해 "마음을 사는" 사역자들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제가 너무 고리타분한가요? 휴학 중 학원 일을 하게 되면서 7개월째 캠모 캠워를 안 가서 그런 걸까요? 이번 MC를 참석했더라면 충분히 마음을 사고 동참할 수 있었을까요? 이게 우리가 말해 왔던 과격한 헌신인가요? 한 발 물러나서 보자니 잘 모르겠습니다.


2. 답변

김어진님 안녕하세요.  

예수전도단 한국대학사역입니다.   


주문하신 내역은 조회 결과 주문 처리(입금완료) 되었습니다. 입력하신 Gmail의 경우 주문 확인 메일이 스펨함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펨함에도 없는 경우엔 다시 답변주시면 저희도 이니시스 쪽에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전문 쇼핑몰이 아니고, 현재 간사님들이 MC 마친 이후 잠깐의 숨고르기 시간과 전도여행 기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요일에 배송드릴 예정입니다. 그때까지만 조금 더 기다려주시길, 양해를 구합니다^^ 

 

배송비까지 결제까지 잘 되신거 확인되면 바로 월요일에 배송하겠습니다. 

 

한국대학사역과 계속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필로 사랑을 쓰윽쓰윽 적어내려 갈때마다 주님과 더 깊은 사랑이 쌓여가길, 부족하지만 기도할께요.  

  

그리고 추가로 의견 보내주신 것에 대해 짧지만 제 마음을 나눌께요. (공식적인 CMK의 답변이 아닌 것에 대해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참고로 저도 짧은 시간 이 몸에 있었네요. 04학번 학부때부터 간사로 섬긴지 만 5년의 시간이 지났네요^^ 

 

김어진 님의 질문이, CMK 브랜드를 런칭 준비를 할 때에 저의 마음과 비슷한거 같아요. '브랜드'는 단순히 무언가를 판매하는 것 이상에 '네임 벨류'를 부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랑하고 싶은 것, 그리고 자랑스럽게 여겨지게 하는 것, 그래서 누군가에게 더 많이 다가가도록 하는 것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몸을 위한 것을 뛰어 넘어, 우리 몸 밖과도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 몸에 있는 분들에게 (복음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 뿐만 아니라)이런 작은 물건으로도, 로고로도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고리타분하지 않구요, 충분히 그런 갈등을 느낄 수 있지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더 많은 채널과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여 복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더 느낄 수 있도록 CMK도 노력하겠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셨는지요. 완벽하지는 않겠죠? ^^ 더 궁금한거 있다면 연락주세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3. 수긍은 했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허허롭다고 느낀다.

연필은 예쁘고 좋다. 잘 샀다. 여전히 이 몸에 있을 테고 의탁할 테지만, 글쎄 나는 YWAM CMK라는 네임을 자랑스러워하게 될까 예수님을 자랑스러워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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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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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성실에 대하여

2014. 7. 21. 11:48

지난 금요일 예비군 3년차 동미참 훈련 사흗날 오후 3시 반쯤이었을까, "전원 조기퇴소라매?" "집에 좀 가자!" 툴툴거리는 예비군 아저씨들 틈에 끼어 야전 교육장에서 부대로 복귀하던 도중에 실수로 폰을 떨궜다. 군용 시멘트는 특별히 더 단단한 것인지 정말 어이없게 앞면 유리가 바스락 깨졌다. 조금 난감했다. 어떤 사람들은 박살나다시피한 폰을 그냥저냥 쓴다지만,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사적이고 활용도 높은 액정 화면이 이렇게 금이 가 있어서는 곤란해서, 그리고 돈이 마침 얼마간 있어서, 오늘 당장 수리 가능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찾다가 생각해 보니 강동역과 천호역 사이에 애플 공인서비스센터가 있는 것이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안 받더니 두 번째에는 받았다. "7시까지 하는 것 맞나요?" "일단 내방은 상관없으신데 부품 재고가 있어야 수리를 해 드려요." 시세를 알아 보니 공인대리점 수리비는 22만원 정도라고 한다. 한숨을 푹 쉬고 시간 계산을 했다. 여기서 강변역 가는 빨간 버스를 타고 강동까지 가는 데 1시간 반, 수리하는 데 최대 1시간, 그러고서 강동에서 학원까지 출근하는 데 30분. 넉넉잡고 7시에 간다고 봐야겠구나. 한숨을 한 번 더 쉬었다.

첫째 날부터 발뒤꿈치에 물집을 잔뜩 만들어 준 "A급 전투화"를 아예 집에 던져두고 운동화만 신고 왔기에, 위병소에서 대여받은 예비군용 전투화를 가는 길에 반납하고 그곳에 숨겨둔 우산을 챙겨 나왔다. 내가 우산을 숨긴 곳에는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라이트노벨 몇 권이 먼저 숨겨져 있었다. 15분 가량 내가 타야 할 광역버스를 기다려 탑승하고, 강동에 내려, 애플 공인서비스센터로 가려다가, 그 건물 그 공인대리점 바로 아래층에 사설 수리업체가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로 경로를 바꿨다. 도착하니 6시가 조금 못 되었다. 그 사람은 12만원을 부르고는 유리를 갈아끼우는가 싶더니 전화 테스트를 몇 번 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다. "왜 그러세요?" "아니 딴 게 아니고요, 전화를 받으면 화면이 어두워져야 되거든요?" 다른 유리를 갈아끼우고 또 테스트를 자꾸 하길래, 치명적인 거 아니면 상관없으니 그냥 놔두라 하고 대금을 결제했다. 놀랍게도 이곳은 계좌이체로도 요금을 받더라. 방금 수리받은 폰으로 기분 좋게 이체를 실행해 주었고, 20분쯤 걸려서 그곳을 나왔다.

학원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늦어져서 정말로 7시에 도착했다. 학원 선생이 오늘 내게 준 긴급업무는 방학 특강용 교재로 쓸 기존 어법 교재 한 권의 특정 구간을 통째로 베끼는 것이었다. 왜 OCR 스캔을 안 해 주지, 야속하다고 생각하며 3시간 가량 보람차게 타이핑을 했다. 한 5/7쯤 했을까, 지금껏 그래 왔듯이 Ctrl+S를 눌러 저장을 하려고 했는데 "오류가 있어 종료해야 합니다" 창이 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보내지 않음"을 눌렀다. 그리고 다시 파일을 열었는데, "문서를 읽는 데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만 뜨고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이제 퇴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복구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답이 없었다. 이대로 꼼짝없이 헛짓한 걸로 쳐야 하나 싶었는데, 선생에게 다음메일로 보내 놓은 첨부파일을 미리보기로 열었더니 웬걸 멀쩡하게 보이는 것이다. 선생이 불러서 본관으로 가 보니 "야 내가 네이버 오피스로 열어보니까 되는데 너 이거 몰랐지, 좀 똑바로 좀 해라" 생색을 내는 것이다. 예 예 하고 뒤돌아서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 바빴다. 원래 생각했던 퇴근 시간보다 30분 늦게 퇴근하는 김에, 엄마가 투잡을 뛰고 있는 홈플러스에나 들러 같이 귀가할까 싶어 발걸음을 돌렸다. 그래 그 금요일 밤에 학원에서 홈플러스로 걸어가는데, 사흘 연속 예비군, 이틀 연속 긴급작업, 발뒤꿈치의 물집과 빌려 신은 전투화, 엄마의 투잡 알바, 바스러지는 아이폰 강화유리를 생각하며,


문득, '성실(誠實, faithfulness)'을 생각했다.


인류가 적어도 근대 초기까지는 전승해 왔던 '가치'들 중 현대와 탈근대를 거치면서 거지반 화석화된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착한 사람"이라는 가치가 그렇고 친절이 그렇고 성실함이라는 가치가 그렇다. 전통 사회에서 성실함이란 무엇인가? 매일 아침 닭 홰치는 소리에 일어나 어제 하던 대로 밭 갈고 나무하고 모이 주고 그물 내리다가 밥때 되면 참 먹고 한잠 자고 다시 해 떨어질 때까지 밭 갈고 나무하고 우리 치우고 그물 걷어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자는 것, 꾀부리지 않고 다른 것 신경쓰지 않고 주어진 삶과 그 조건을 몸으로 받아내며 자기 몫을 해내는 모습이 성실함의 형태가 아니었던가? 이제는 그런 종류의 성실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매일 각자 조금도 겹치지 않는 빽빽한 스케줄이 있고, 그걸 소화시켜 줄 각종 탈것들이 교통 체증이라는 변수 속에서 매번 힘겹게 돌아다닌다. 퇴근해서 장 보는 사람들 때문에 마트는 11시까지 영업을 하며, 다음 주까지 만들어야 하는 교재 작업이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쏟아진다. 나의 의지나 예상과 상관없이 여객선과 열차가 어처구니없이 전복되고 환율은 떨어지고 대통령은 불의의 죽음을 맞는다. 예비군 갔다 온 사람을 출근시켜야 하는 긴급 상황이 생기고, 상사는 기껏 열심히 일한 사람의 속도 모르고 "아무개 씨는 왜 일을 꼭 그 따위로 해요?" 면박을 주고, 휴대폰 액정은 말도 안 되게 순순히 깨어진다.

상황이 이러니 현대인들은 조금 덜 성실해도 될 방편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훈련부대 지휘관은 맨몸으로 입소하는 예비군을 위한 전투복 세트를 위병소에 구비하도록 지시하고, 요즘 나오는 웬만한 문서 작성 프로그램은 백업 체계와 클라우드 저장소를 거의 기본 사양으로 세팅해 준다. 공인서비스센터 밑에는 약속이라도 된 듯 사설 수리업체가 들어서 있고, 대다수 편의점이 부의(賻儀) 봉투와 붓펜과 ATM을 구비한 지는 오래되었고, 비료와 조미료와 화장품은 더 교묘해져서 누가 어떻게 쓰더라도 그럭저럭 괜찮게 되었다. 딱히 '코리안 타임' 같은 게 아닌데도 그냥 정시보다 약간 늦는 것이 용서되는 분위기가 되었고, 그래서 심지어 이제는 극장 영화조차도 제 시간에 칼같이 상영되지 않는다. 특강을 들으러 온 학생들이 지급받는 몇백 쪽의 교재와 몇백 문제의 답안지는 사실 OCR 스캔과 "복사-붙여넣기"로 며칠 만에 양산된 것이며, 부서진 기계를 위한 어떤 초거대기업의 정책은 해당 제품 수리 보수가 아니라 '묻지마 교환'이 되었다. 어느 정도의 돈과 어느 정도의 요령이 있으면 성실성이 상당 수준 보장되는 세상, 그래서 사실상 '성실'이 흉내만 내어지고 있는 세상, '전화 연결시 화면 밝기 자동조정' 같은 걸 반복 검사하는 성실함이 어쩐지 '뻘하다고' 느껴지는 세상을,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엄마는 힘들 텐데 왜 왔어, 하면서도 반갑게 날 다른 알바 아주머니들에게 소개하며 좋아하셨다. 같이 장을 보다가 초밥과 삼각김밥이 떨이로 나왔길래 샀다. "김밥은 왜?" "나 내일 9시 반까지 양화진 가야 하니까 이건 내일 아침으로 먹으려고요." 집에 돌아와 단둘이 간장에 (아마도 기계로 개별 포장되었을) 초밥을 찍어먹으며 성실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엄마도 회사에서 괜한 이유로 혼난다는 푸념을 하셨다. "일을 하다 보면 거 좀 늦을 수도 있고 약간씩 틀릴 수도 있잖아, 그걸 가지고 그렇게 생트집을 잡고 그 난리야." "그니까요, 사실 그게, 어떤 의미에서, 진짜 성실함은 그런 거인지도 모르는 거거든, 다들 참 너무 무심해" 주고받고 있는데 마침 어떤 초밥의 비닐 포장을 벗겼더니 생선살 밑의 밥이 세 동강으로 와르르 바스러지길래 벌컥 성을 냈다. "옘병 뭔 놈의 초밥이 이렇게 불성실해??" 엄마와 나는 그 꼴을 보고 웃었다. 각자가 한 주 내내 성실하려고 애썼던 어느 금요일 밤 열한 시 반이어서 그랬는지, 나와 엄마는 생각보다 오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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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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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드라마 정도전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


그 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뜻에 맞는 대로 하였다.

(삿17:6, 21:25)


나는 이 말씀의 ‘왕이 없었다’라는 표현을 단순히 “왕 역할을 하는 사람이 옹립되지 않았었다”라고 읽지 않는다. 이것은 사사기라는 히브리 경전의 한가운데와 맨 끝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가장 극적으로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요약일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왕이 없었다’는 말은 “왕정(王政)”, 나아가서 정체(政體, regime)가 없었음을 의미한다고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그 뒤의 “저마다 자기의 뜻에 맞는 대로 하였다”라는 서술이 상호 호응이 된다. 왕이 있든 없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문자 그대로 임금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미 이상을 함축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개념과 사사기의 ‘왕이 없어 저마다 자기 뜻대로 하더라’ 관점은 서로 모순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상적인 왕정은, 아니 이상적인 정체는 그것이 무엇이든 궁극적으로는 구성원 전체의 집단적 원망(願望)의 응축 및 실현일 것이라는 점에서 서로 공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느냐에 따라 regime의 종류가 나뉘는 것일 테다. 왕정에서는 그것이 ‘성군’으로 응축되어 ‘태평성대’로 실현될 것이 기대되며, 일반 민주공화정 사회에서는 대의제, 삼권의 분립 및 적극적 활약을 통해서 각 사안별로 수시로 응축 및 실현될 것이 기대된다는 점만이 다르다. 그저 “지금으로 말하자면 지금 우리 대통령님이 왕과 같은 자리에 있는 셈이다” 운운하는 유치한 말씀 해석이 한탄스러울 뿐, 어쩌면 우리는 진정한 “왕”을 모셔 본 적이 없거나, 진정으로 이 나라의 주인으로 살아 본 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실제로는 둘 다일 것이다. 그때에 이 반도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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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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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알바하는 학원에서 문제지 작업을 하다가 어쩐지 한 번쯤 공유하고 싶어지는 대목이 있을 때 캡쳐해서 올리는 글입니다.




# 4개의 직각 > 3개의 직각

최근 초등수학 난이도 관련 논란이 불거졌었는데요, 알바를 하면서 실제 '문제지'를 만들고 편집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사실 요즘 초등수학은 문제의 난이도보다는 그 무의미성 내지는 무성의함, 즉 '피상성'이 훨씬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받았던 문제 원본에서 ⑤는 '직사각형은 직각이 3개 있습니다'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직사각형은 4개의 직각을 가지는데, 그렇다면 직각이 3개 있다는 말도 틀리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원본이 원한 답은 ④였습니다. 그래서 ⑤의 "3개"를 "3개만"으로 고쳐서 올렸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초등수학 문제들은 이런 식입니다. 조건 제시는 허술하고 문장의 해석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으며 출제자들은 그럴 리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수능 때 단어 하나 조사 하나가 숱한 사람들의 명운을 결정한다면, 왜 초등수학에서부터 그것을 염두에 두지 않느냐 말이죠.


# 표가 알바를 구원하리라

한글에서 삼각형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최근에 시도하고 있는 것은 표 도구입니다. 셀 테두리 / 배경 > 여러 셀에 걸쳐 적용 > 대각선으로 들어가 이런 식으로 지정해 줍니다.

장점은 이등변삼각형, 직각삼각형 등의 작도가 쉽다는 점이고 단점은... 일일이 말하기가 어렵네요;;; TeX 배워서 함수 적고 plot하는 짓을 하는 순간부터 알바가 아니라 전문 지면 편집자의 일을 해주는 꼴이 날 것 같아 거기까지는 가지 않으면서 노력대비 최상의 결과를 내려고 머리를 굴리는 중입니다. -_-;;;


#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것을

이거는 수학은 아니고 학원 전용 영단어집 본문 엑셀 일부입니다. 예문만 쫙 모아놓는 페이지를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집필(!)할 기회가 있어서 그냥 확 다 해 버렸더랬죠. 그동안 초중고 영어교육을 받으면서 항상 불만족스럽게 보아 왔던 무미건조하고 "죽은" 예문들에 대한 반감을 가득 담아 약 35% 정도의 모험을 감행하여 탈고했습니다. 개중에는 서양 명사들의 실제 명언도 많이 넣었고, 노래 가사(Chumbawamba의 Tubthumping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것으로)나 TV 프로그램 제목("코갓탤"은 사실 하나의 문장이죠)도 활용했고, 심지어 'come true'라는 숙어에 대해 예문을 만들어야 해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도 구글링을 해서 넣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이 예문을 읽는 학생들이 '어딘가에서 분명히 사용되는 (혹은 사용할 수 있는)' 문장, "살아 있는" 예문을 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해 주려고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글은 심심하면 업데이트합니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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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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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2014. 4. 23. 16:40

※ 텍스트로 스압이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wordpress로 홈페이지를 짜고 있다. 이걸 좀 빨리 만들어야 할 사정이 생겨서, 코덱스 페이지를 번갯불에 구워먹을 기세로 테마 고치고 플러그인 추가하고 세팅이며 수정을 하고 있다. 새로 플러그인을 활성화할 때마다, php 파일들을 열고 수정하고 새로고침해 볼 때마다 항상 조금씩 떨리지만 의외로 별 문제가 없어 신기해하고 있다. 하긴 그렇게 빠르고 간단하게 때깔 나는 웹 출판을 실현하고 싶어서 만든 게 워드프레스였다고 하니까. 지금은 CSS도 나름 꽤 세련되게 만들어 놓았고, 모바일 뷰는 전체를 한방에 만들어주는 플러그인이 있어서 일거에 해결했다. 이제 오픈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어제 저녁까지는 그랬다.


상황은 이랬다. 원래 가지고 있던 무료호스팅 폴더에 워드프레스 설치 및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다 해 놓았고, 막판에 도메인 문제 때문에 새로 무료호스팅을 하나 더 받아서 거기로 이주시켜야 할 상황이 되었다. 밤 11시부터 4시까지 꼬박 다섯 시간 동안 잘 모르는 영어 참조 사이트며 별로 없는 기술 가지고 끙끙 앓아 가면서 잘은 모르지만 따라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간신히, DB와 테마와 플러그인을 유지하면서 이러구러 옮겨 놓았다. 자고 일어나 한두 시간 더 만지니 도메인도 원활하게 적용되고 드디어 내가 원했던 사이트의 90% 정도가 완성되어서(어떤 기능들은 심지어 개선되기도 했다!), 아 이제 다 됐구나 내심 기뻐했다.

그러다가 알바 출근 시간이 되어서 출근을 했고,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타이핑과 문서 제작 작업을 하다가 잠시 자율 휴식 시간에 숨이나 돌릴 생각으로 /wp-admin을 입력했다. 로그인하고, 관리자 화면에서 플러그인 에디터로 들어가, '모바일뷰의 카테고리별 보기 페이지에 카테고리 설명문만 추가하고 다시 일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wp-content 폴더 속의 어떤 php 아래쪽에 이런 코드를 하나 넣었다. 코덱스에서 생각없이 긁은 것에 괄호 안만 고쳐 붙여넣으면서 생각했다. 분명 여기일 거야. 이거 집어넣으면 카테고리 설명문이 딱 뜨겠지? 빨리 이거 적용시키고 남는 시간에 딴 거 하고 놀아야지. 어디 보자...


<?php echo category_description( %s ); ?>


그리고 새로고침한 화면은 순백 그 자체였다.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F12 눌러 확인한 태그라인은 가관이었다. body 태그 이하의 아무것도 로드되지 않은 상태였다. 데스크톱 뷰도, 모바일뷰도 통째로 코드가 꼬여 '폭파해체'된 것이었다.

문제가 거기서 끝이면 다행이었을 거다. 다시 관리자 화면의 에디터를 열고 방금 넣었던 걸 빼면 되니까! 근데 그게 되지 않았다. 에디터는 고사하고 관리자 화면 자체가 들어가지지 않았다. 아뿔싸, 방금 내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wp-admin 쪽 코드까지 뒤섞어 버렸구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최악의 경우 어느 스텝까지 뒤로 돌아가서 다시 와야 하지? 모바일뷰 플러그인 자체를 지우고 새로 세팅해야 하나? 일단 기존 설치본은 유지되고 있으니까 무료호스팅 전체를 지우고 다시 해야 하나?
나는 알바하는 곳 사무실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고요와 정적 속에서, 지난 몇 주간의 고생의 결과가 백색 화면으로 리턴되는 패닉을 겪고 있었다. 정말 흔치 않게 '멘탈의 붕괴'를 제대로 경험했다. 무의미한 질문이 종결 조건 없이 순환하기 시작했다. 아니 왜? 그 코드가 몇 바이트나 된다고 사이트 구조 전체를 비틀어 무너뜨리는가? 이렇게 짧고 간단한 코드의 어디가 잘못될 수가 있다는 거지? 근데 내가 그걸 정확히 어디에 붙여넣었더라?


이성의 두꺼비집이 다시 올라갈 즈음 마지막 질문이 실낱 같은 희망이 되었다. 그래! 아무튼 일단 그 빌어먹을 코드만 다시 뽑아내면 수습된다! 그런데 지금 원래 사용하던 플러그인 에디터는 전혀 가용하지 않은데, 어떡해야 하나? FTP? 이 컴퓨터에는 FTP 프로그램이 없다. 지금 그걸 깔 시간도 없고 정신적 여유도 없다. 웹 FTP? 쓰고 있던 호스팅 사이트의 웹 FTP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net2ftp.com에 들어갔지만 이렇게 잘 알려진 곳의 AJAX가 원활할 리 없었다. 속이 타들어갔다. 결국 아주 예전에 쓰던 무명 호스팅 사이트의 웹 FTP 신세를 다시 져야 했다. 그마저도 대책 없이 느렸다. 그리고 폴더 안에 웬 놈의 php 파일은 또 그렇게 많은지, 그리고 아까는 그렇게 쉽고 명확하게 찾을 수 있었던 라인이 왜 지금은 눈에 불을 켜도 안 보이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멘탈이 웹사이트 body와 함께 일시에 와르르 무너진 상태라, 게다가 다른 동료나 상사 어른들이 드나들기 시작할 즈음이 되자 침착할 수가 없었다. 보는 눈이 있을 땐 크롬 내리고 hwp 올려서 작업하는 시늉을 하면서도 머릿속은 양편에 다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집에 가서 몇 시간이나 더 이걸 붙잡고 있어야 수습이 될지 생각하니 울고 싶어졌다. 내가 뭘 한 거지? 역시 일할 때 딴짓을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지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람? 이제 어떡하지? 이거 수습할 수 있긴 할까? 최악의 경우엔 뭘 해야 하지?


병크를 터뜨린 지 꼬박 두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내가 고친 소스가 fdn_archieve 함수에 연관된다는 걸 알았고, root-function.php를 열어서 그 저주스러운 코드를 삭제해 원상복구 시킬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거짓말처럼, 그전까지 작업했던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나는 마냥 안심하지만은 못했다. 여전히 나는 경악을 그만둘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그리고 이 참사가 보여준 이 나라의 붕괴상 때문에 그랬다.


굳이 하인리히 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어마어마한 재변이 일어나는 것을 볼 때 직관적으로 깨닫는다. 뭔가 잘못되어 왔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적어도 대참사에 우리가 대처하는 자세나 경위를 보고 있으면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일사불란했더라면 이 정도의 난리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어제 내가 몇 주간 만들어 온 사이트를 무너뜨려 본 뒤 오늘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 사이트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플러그인 제작자의 의도와 그의 설계 구조를 정확히 모른 채 모양만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꿔서 슬쩍 가져다 쓰려고 하던 그 시점, 뭐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잘 모른 채 온갖 플러그인을 깔고 지우고를 반복하던 그 시점, 플러그인의 소스 코드 자체를 내 입맛대로 고치겠다는 심정으로 플러그인 에디터 플러그인을 깔던 그 시점, 테마 CSS의 미디어쿼리쪽이 성가시다는 이유로 그 부분 전체를 주석 처리해 놓은 그 시점에서, 이미 사이트는 붕괴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있으면 여지없이 가라앉을 배의 객실에 구명조끼만 입고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한 시점에서, 선원들이 해경과의 교신을 무시한 시점에서, 노후된 여객선에 층을 하나 더 얹은 시점에서, 선령이 지날 대로 지나 일본에서 버리는 배를 싸다고 좋다고 사서 인천에서 제주까지 돌린 시점에서, 그런 짓을 해도 되도록 규제를 풀어줄 대통령이 뽑힌 시점에서, 세월호는 침몰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것은 무지, 무관심, 무성의, 바쁘다는 핑계와 당장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성과주의 그리고 별 문제가 없으면 그걸로 괜찮다는 무사안일주의의 산물이다. 절대 한 개발자나 한 선장이나 한 대통령이나 한 교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몇 사람에 대한 징벌로 끝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가 소스 코드만 몇 메가바이트가 되는 웹사이트 하나를 어떻게 무너뜨렸는가 말이다. 이 기능? 잘 모르겠으니까 생략하고 걍 주석 처리해야지. 이 마진에 이 패딩? 내 취향 아니야. 없던 코드? 넣어서 돌아가면 되는 거 아냐? 구조적 안정성? 내일모레가 오픈하기로 약속한 날인데 지금 꼭 그런 거 신경 쓰고 있어야 해?


워드프레스를 쓰기 전에는 더 심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내 웹 개발 취향은 <!doctype html>부터 시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메모장과 개발자 도구만 가지고 하드코딩하는 쪽이다. 코드에 색깔 넣어주는 메모장 유틸도 안 쓰는 편이다. 나보고 CSS를 짜라고 하면 엘리먼트 하나에 라인 하나라는 원칙을 적용하고 {} 괄호 안에서 엔터나 탭은 절대로 안 친다. 문과인 내 눈에는 괄호 앞의 요소 이름이 주어로 보이고 괄호 안이 서술어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CSS를 다뤄 본 사람이라면 의심할 것이다. "그렇게 짜놓으면 나중에 수정하면서 소스 찾아볼 때 골치 아프지 않나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내가 짠 코드는 내가 원했던 그림 그대로 돌아가거나, 적어도 어디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끗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남들이 '미려하게' 짜 놓은 훌륭한 소스들을 보면, 분명히 최대한 알기 쉽고 논리 정연하게 짠 것일 텐데도 불구하고,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것은 고유하고 일관된 논리 구조의 문제이다. 명제를 추가할 때마다 출력 가능해지는 논리값이 제곱해서 증가하는 게 논리 체계이다. IFELSE 함수 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이 div를 먼저 입력하느냐 저 div를 먼저 입력하느냐에 따라 요소의 부모와 자식이 뒤바뀌는 게 웹 개발이지 않은가. 진짜로 실력 있는 웹 개발자는 CSS 트릭으로 인테리어 장난을 쳐서 인정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떤 환경에서 접속하든, 확대 축소를 어떻게 하든, 어떤 글꼴이 기본글꼴이 되든, 나중에 무엇을 넣거나 빼더라도 일체의 논리값이 갑자기 붕괴하지 않게 하는 기술, 거기에 진짜 웹 개발자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소스 코드는 어떤가? 일관된 논리대로 작성되기는커녕 그때그때 필요한 요소 붙여넣고 업데이트해서 유지 보수하기 바빴던, 그래서 기트헙에서 포크요청은커녕 레포 업로드하기도 부끄러울 코드임에 틀림없다. 일단 서양에서 추천해 주는 대로 저사양 리버럴리즘 서버를 하나 얻기는 했는데, "일단 사이트를 대박 터뜨려야 할 것 아니냐"라는 미명하에 어설프게 자유게시판 CGI 작성해서 죽어라 돌리고 트래픽 유입은 오는 대로 다 받고, 어디서 신자유 BGM 플레이어 주워다가 정지 불가능한 소스로 때려박고, 파이선인지 뭔지에 제이쿼리인지 뭔지를 접목한 커뮤니티가 유행한다니까 과거 CGI 게시판에 플러그인 갖다 끼우면서 "왜 이거 안 되냐, 우리도 쟤네들처럼 팍팍 돌아가는 것 좀 못 만드냐, 이러니까 랭키 순위가 그 모양이지" 헛소리나 하고, 발견되는 버그는 안 잡고, 허술한 게시판에는 광고 배너만 넘쳐나게 많고, 그러니 올라오는 게시물은 사이트 수준 따라 허접하기 짝이 없는데 운영진이 하는 일이라곤 그저 불량유저 차단, 강퇴, '굵은 빨간색 글씨'로 무섭게 번쩍이는 경고 공지 올리기뿐인 이런 역사를 한 50년쯤 지속했으면, 이젠 슬슬 최신 사양 소셜데모크라시 서버 하나 구해서 거기서 잘 돌아간다는 DB 관리툴이며 웹프로그램을 좀 깔아다가 적극적으로 테스트를 해 보고 체계를 세워서 이주할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건 고사하고 최근에 게시판 컬러 테마만 빨간색으로 고친 다음 "새 시대를 맞아 새 색깔로 거듭난 새 사이트입니다"라고 몇주째 공지 팝업을 띄우는 뭐 그런 꼴, 그게 이 나라 꼴 아닌가? 이런 사이트에 뭐가 아쉬워서 누가 접속을 해 준단 말인가? "탈퇴하고 싶다", "이 사이트에서 활동하기 싫다"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게 뭐가 이상한가? 우리는 정녕 우리의 나라가 '다음 카페' 혹은 '싸이월드 클럽'의 전철을 밟기를 원하는가?


경향신문이 꾸준히 밀고 있는 슬로건 "사회계약 다시 쓰자"는 그렇게 이해돼야 한다. 내가 만들고 있는 사이트가 두 번 다시 어제 저녁처럼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으려면 우선 내가 워드프레스의 파일 연결 구조와 php와 db 돌아가는 원리며 CSS 하나하나까지 철저히 안 상태에서 내가 알아볼 수 있는 형태의 코드로 작성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제 2의 세월호, 제 3의 성수대교, 제 4의 삼풍백화점을 만들지 않으려면 재난 관리 체제부터 하급 말단 공직자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조금의 허술함도 없이 빠릿빠릿해야 할 것이다. 이 나라가 진정한 의미에서 발전을 하려면 체제부터 그 체제를 살아갈 사람 한 명까지 고유하고 일관된 논리에 따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야 하는 것이다. 더 큰 건물 한 채 더 짓고 더 큰 행사 더 유치한다고 해서 국가 경제가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보았으며, 배 안에 구명정 구명조끼 비치했다고 해서 승객 전원이 비상시에 안전 탈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보았고, 잘 이해하지도 못한 플러그인 소스를 눈치껏 살금살금 고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위태했던 워드프레스 사이트의 구조 붕괴가 원천 방지될 수는 없다는 것을 나는 보았다.


붕괴란 그렇게 필연적이고 느리게, 논리 정연하고 체계적으로 복잡하게 들이닥친다.

더 큰 붕괴는, "더욱 '구조적으로 불가피했고'", "더욱 '무지 무관심 무성의 무사안일에 기인한'" 붕괴일 뿐이다.

더 많은 것이 붕괴하고 있다. 내 웹사이트는 소스 코드 하나 넣었다 뺀 것으로 해결했지만, 세월호 참사는, 이 나라의 "병크"를 완전히 디버그하기까지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라인을 지우고 빼고 넣고 고쳐야 할까? 까무러칠 것 같다.




우리는 그 엄마가 느낀 절망감을 15년이 지나서야 느끼고 있다. 미처 몰랐다는 듯한 얼굴로, 나와는 무관한 특별한 불행인 줄 알았다는 얼굴로 말이다. 우리는 박근혜씨의 대통령직 하야를 요구한다. 하야의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박근혜의 하야는 나의 하야와 병행되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말하며, 나와 내 새끼의 구명보트를 기대하며 이 살인 체제를 외면해온, 그래서 결국 99%에 해당하는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지옥을 만들어버린 내 삶으로부터 즉각 하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박근혜는 다른 박근혜로 교대될 뿐이다. 아, 우리는 이 지옥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김규항님)

우리가 만든 것은 물질이 생명을 압도하는 나라였습니다. 사회의 주요한 시스템이 오직 물질적 이익에 의해 움직이고 그 시스템을 정부와 관료, 법령이 뒷받침하는 괴물, 그 괴물에게 우리 아이들이 희생당했습니다.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몇 몇 희생양을 찾아내고 그들을 엄단하여 사태를 마무리 짓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재난 시스템을 손질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나라는 기본에 충실한 나라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을 삼는 나라, 성공보다는 안전을 중시하는 나라, 공공의 이익이 사적 이익에 우선하는 나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분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위험에 처한 국민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국가의 모든 자원을 지체 없이 쏟아 부을 수 있는 나라입니다.

(김상곤님)

이 나라는 그 어디도 망가지지 않았다. 부자부터 가난한 자 까지, 합심하여 전통을 지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성수대교 붕괴에서 세월호 참사까지, 모두 그저 전통이 무사히 지켜지고 있다는 신호에 불과하다. 모든 참극은 성장주의 계획의 파편이며, 그 계획이야 말로 우리가 망가뜨려야 할 대상이다. 선거 때까지 기다리자고? 맙소사, 우리는 이윤보다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을 확인하는데 투표가 필요하단 말인가?

절벽으로 질주하는 고속도로를 우회하는 길은 거친 숲길 뿐이다. 생명의 대척점으로 가는 경로에서 과속을 주장하는 이 정권을 제거해야 한다. 그 후로 더 이상은, 이 경로를 폐기하려 하지 않는 그 어떤 정권도 진입을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 (중략) 저 놈들을 당장 쫓아내자!

(청년좌파 공식 입장)

이번 사고가 정파의 문제인가. 이념의 문제인가. 국가 시스템의 근간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는 국가 시스템의 근간이 뿌리째 허물어져 있으며,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절대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했다. 이 문제야말로 여야 가리지 않고 정당이 나서야 하며, 이념과 학문적 입장 가리지 않고 지식인과 전문가 그룹이 발언해야 하는 사안 아닌가. 이번 일을 당하고도 대한민국이 시스템을 바꾸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깊은 절망과 냉소주의로 흐를 것이며, 이 나라는 어쩌면 퇴행을 거듭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형태는 남아 있되, 실제로는 망해버린 나라가 된다.

(선대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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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12월 28일 민주노총 총파업 포스터 4개, 故 이남종님 추모 포스터, 페북친구 사진 가지고 만든 visual joke, 그외 그냥 삘받아서 오밤중에 만들다가 잠들어 버린 그림들입니다.

이 블로그에 먼저 올렸어야 했던 것을 SNS에서 먼저 설레발 친 것이 조금 후회됩니다.




#총파업 #포스터 1. 28일 총파업 소식을 듣고 그냥 갑자기 영감이 샘솟아 넷북으로 뚝딱뚝딱 만들고 보니 마침 총파업포스터경진대회 가 자발적으로 열리려 하길래 1등으로 참가했다. 덕분에 트위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RT를 받았다.


#총파업 #포스터 2. '묵과하지 않겠다'라는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 무서운 엄포인지도 모른다. 그 말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말대꾸를 하고 싶었다.


#총파업 #포스터 3. 이걸 올릴 때쯤 포스터 경진대회는 끝물을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태평로라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고, 가로로 긴 것 세로로 긴 것만 만들었으니 이번엔 정사각형을 하나 내놓자 싶어서 굳이 하나 더 작업함.


#총파업 #포스터 4. 유머랍시고 써넣으면 RT를 막판 러쉬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이거 만든 뒤로 SNS 활동에 회의를 약간 가지게 되었다.


故 이남종 씨가 열사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저 필적을 따면서 느낀 건 어째서인지 굉장히 급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빚이 갚기 싫어서 죽으려던 차에 이렇게 된 거 내 죽음을 가지고 연출이나 해 보자는 심정으로 중도하차 직전 최후의 장면을 기획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든 어떻든 나는 그를 추모하고 싶었다. "우리는 좀더 자연스럽고 비정치적인 이유로 죽을 권리 내지 의무가 있다."


내 아는 페북친구의 셀카를 만진 것. (내 사진이 아니다;;;) 근로장학생 첫 출근 복장이 정장이어야 한다면서 셀카로 그걸 남긴 것인데, 그냥 지나가려다 보니 사진 각도라든가 색감이 여러모로 패션 화보 느낌이었다. 그래서 RGB 레벨 좀 수정하고 아무 브랜드 로고나 갖다넣었다. 좀더 진짜같이 할 수 있었는데, 능력이 없어 이 정도에서 그침 (원래는 WELLDONE을 넣으려고 했다는...)



M for Monarch #1. 롯데슈퍼타워 공사현장에 써 있던 표어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음.


M for Monarch #2. 영어듣기 공부에 여념이 없는 친구들에게 묘한 기분을 심어주고 싶었다.


M for Monarch #3. 이 시리즈의 핵심은 ‘게시되는’ 언어의 전제군주성을 드러내는 데 있음.


M for Monarch #4. 사실 이런 식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맘에 드신다면 퍼가셔도 좋고 변형 자체제작하셔도 좋아요. 현수막으로 만들어 주시면 ^_^


M for Monarch #5. 나는 이 발언이 순수하게 싫다. 누가 누굴 묵과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M for Monarch #6. 이런 식으로 가끔 SNS에 써먹어도 될거같다.


"안심하시고 생업에 종사하십시오". Keep Calm and Carry On 포스터의 탄생 비화를 알게 된 뒤 그게 만약 한국에서 먼저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싶어서 2분만에 (직장 컴퓨터로!!!) 만들어봄.


아는 형이 제주에서 근황 사진이라고 찍은 것을 좀 만져봄. 소설 쓰러 갔다더니...


게임중독 관련 페이크 공익광고다소 불온한 게임중독 관련 인식 전환 촉구 포스터. 물론 kobaco 로고는 그냥 내가 붙인 것일 뿐이고 이건 절대 실제 공익광고는 아니다. 그냥 퇴근길에 문득 저 카피가 생각나서 만들어봄.




2017 사회적총파업 1 한자버전

2017 사회적총파업 2 영어버전

2017 사회적총파업 3 한국어버전올해도 총파업을 하긴 하는구나 싶기도 했고 싱잉앤츠 캘리그래피도 흥하고 해서 한번 심심풀이로 만들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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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이 글은 웹진으로 갔습니다. 웹진판으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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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문득 궁금해서 찾아본 진짜진짜 사소한 토막상식. 전문은 지식로그가 아니라 여기에 있습니다.



가장 짧은 것: 10자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가장 긴 것: 공백 제외 541자

 ①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③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④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⑤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

⑥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⑦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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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쓸만한 한글웹폰트가 왤케 없나 (그래서 예전엔 내가 아예 하나 만들었지만... 이젠 웹환경이 달라져서 그딴걸로는 택도 없다. -_-;) 싶어서 둘러보며 소스 뜯어보다가 혹시나 이게 img 태그로 먹히나 해서 보니 먹힘. 그래서 올려봅니다.



1. 폰트클럽 (산돌)

ReturnFontTextImage.asp

fontclub.co.kr의 폰트샵에서 사용하는 폰트 미리보기 서비스 코드. 적절한 파라미터 값을 주면 이미지를 반환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파라미터

FontName
사용될 폰트 이름. EUC-KR 인코딩. 유효한 값은 폰트샵 각개 폰트 미리보기 이미지 URL을 복사해서 해당 파라미터 부분 보고 찾으면 됨.


FontImageText
출력할 문자열. EUC-KR 인코딩.


FontSize
출력될 문자열의 크기. 자연수. 기본값은 24. 픽셀 단위는 아닌 듯.
출력되는 문자열 위에 빈 공간이 붙기 때문에 이 변수가 ImageHeight 변수보다 20% 정도 더 작지 않을 경우 글자 아랫단이 잘린다.


ImageWidth, ImageHeight
각각 문자열을 출력할 이미지의 가로 및 세로 크기. 이 캔버스 안에 들어오지 않는 문자열은 잘린다.

예제

http://shop.fontclub.co.kr/include/font/ReturnFontTextImage.asp?FontImageText=%C0%DF%B5%C7%B4%C2%C1%F6%BA%B8%B0%DA%BD%C0%B4%CF%B4%D9&FontSize=50&ImageWidth=720&ImageHeight=65&FontName=210%20%C4%DE%C7%BB%C5%B8%BC%BC%C5%B9%20B



2. font.co.kr (윤디자인)

preview.aspx

font.co.kr의 폰트샵에서 사용하는 폰트 미리보기 서비스 코드. 적절한 파라미터 값을 주면 이미지를 반환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파라미터

fontname
사용될 폰트 이름. 일반 URL 인코딩. 유효한 값은 폰트샵 각개 폰트 미리보기 이미지 URL을 복사해서 해당 파라미터 부분 보고 찾으면 됨.


text
출력할 문자열. 일반 URL 인코딩.


fontsize

출력될 문자열의 크기. 자연수. 기본값 없음, 0 이상의 자연수를 무조건 넣어야 함.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height 값의 0.85배(추측)보다 fontsize 값이 클 경우 출력 자체가 되지 않는다.


width, height
각각 문자열을 출력할 이미지의 가로 및
 세로 크기. 이 캔버스 안에 들어오지 않는 문자열은 잘린다.

예제

http://generatorutf8.font.co.kr/preview2/yoonfont/preview.aspx?text=%EC%9E%98%EB%90%98%EB%8A%94%EC%A7%80%EB%B3%B4%EA%B2%A0%EC%8A%B5%EB%8B%88%EB%8B%A4&fontname=Yoon%EC%9C%A4%EA%B3%A0%EB%94%95%20710&fontsize=40&width=350&height=47



뭐 고수분들은 이 정도 소스만 가지고도 이리저리 잘 활용하실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코드는 윤이 좀더 좋고 선택 범위는 산돌이 훨씬 넓네요. 어떻게 하면 잘 훔쳐쓸 수 있을까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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