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편을 찾아보면, ‘경기도’라는 말은 정확히 ‘수도권도’를 뜻함을 알 수 있다. 경 은 서울 경 자고, 기라는 자는 애초부터 (아마도 주나라 시절부터!) 아예 ‘수도권’, ‘서울 주변’만을 지시하려고 일부러 만든 글자다.
이렇게 놓고 보면, “경기”라는 것은 단순히 서울 밖과 강원도/휴전선/충청도 사이의 어딘가를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서울을 위해, 한양 주변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경성 둘레 오백 리로서만 규정되는 목적적 지역 개념이 바로 “경기”다.
이 나라의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는 바로 이 “경기” 개념이 살아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여타 국가가 멜버른, 워싱턴, 타이페이로만 인구가 몰려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 옆이지만 서울과 상관없이 살아도 좋다는 인식과 여건이 돼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닌가? 왜 일본인들은 도쿄로 몰리는가? 도쿄23구가 너무 커서 그렇다. 실제로 수도 역할을 하는 지역의 크기에 비해, 서울 근교이기를 희망하는 지역이 너무 넓고 가까운 탓이다. 우리나라는 뭐 말할 것이 더 있을까.
요즘 사람들이 서울에 가는 건 딱 네 가지 이유가 있다. 대학 가려고, 얼마 안 남은 오락실 가려고(이건 과장이 아니다!), 공연 보려고, 출근하려고. 이 네 가지만 일단 해결되면 애써 서울까지 만원버스 만원전철 올림픽대로 타고 다닐 이유는 하등 없다. 당장 나 사는 곳이 서울 바로 옆 동네인데 마을에 영화관 하나가 없어 서울로 가는 판국이다. 이 무슨 낭비, 이 무슨 허약한 의존인가? 이럴 거면 군에서 시로 승격한 이유가 뭐야?
수도권이니 경기도니 하는 의존적인 개념이 동작하는 한 경기도는 하나의 “도”로서 작동하지 못하고 점점 더 큰 베드타운, 점점 더 초라한 ‘역세권’이 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기의 도가 아니라 어떤 자치 행정구역으로서의 경기도가 필요하다.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가 좋은 사례다. 기업을 유치하고 자치가 가능함을 과시하면서 사람을 끌어다가 거슬리는 것 없게 해 주면 솔직히 그걸로 충분하다. (이미 제주도나 경상남도 같은 곳들은 그렇게들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로컬 개념이 와르르 무너진 근대 초기의 한국인데, 통일 후에 이북 동포들까지 서울에서 뭐 해보겠다고 함경도에 전철 깔리기 전에 이 역할 분산, 아니 경기 개념의 해체를 좀 어떻게 해봐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어휴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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