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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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이름은 아직 안 정해졌습니다. 일단 개인용입니다. 색은 뭐 그냥 랜덤하게 뽑다 보니 미묘한 금색이 뽑혔습니다.



LIVE DEMO 보기




기본 화면일단 기본적으로 이렇게 생겼습니다.


일반 메뉴팝업메뉴 버튼을 누르면 메뉴가 뽑혀 나옵니다.


코멘트 입력란코멘트나 트랙백 넣는 곳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크 누가 만들었는지 겁나 이쁘다.


아이폰 가로모드 기본화면아이폰 가로모드 등의 환경도 완벽하게 지원(하려고 )합니다.


아이폰 가로모드 메뉴팝업메뉴 버튼을 누르면 상단 고정 메뉴가 쭈르륵 내려옵니다.




사용된 외부 리소스:

  • pureCSS (grids, buttons, forms)
  • jQuery + jQuery UI
  • FontAwesome


남은 작업:

  • 트랙백/코멘트 수 표시, 각종 로그페이지 구현(을 할 것인지 어떤지 결정하기)
  • 공유 버튼 추가
  • 기본 메뉴가 지나치게 길 경우에 대한 가로/세로 레이아웃 대책마련 (overflow: scroll 이란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먹히는건지 알아보고 구현할 필요)
  • footer에 이것저것 몰아넣기
  • 실제 태터툴즈 구조에 맞도록 id, class 조정 ← 서로 엉키지 말아야할텐데…
  • 최종적으로는 마크쿼리 스킨과의 차별성 확보. 사실 좀더 어그레시브하게 짜고 싶은 요소들이 많았는데 그렇게 하면 indication 내지 direction이 안될거같아 그냥 좀더 노멀하게 가고 있다. 아작스 로딩화면이니 첫화면 슬라이드니 하는 거창한 것들은, 이게 내 블로그를 위한 작업이지 남을 위한 것은 아직 아니므로, 일단은 구현하지 않을 생각.


이 블로그 스킨도 사실 꿰매고 기운 곳이 많아서... 이제 곧 싹 갈아엎은 이쁜 블로그 스킨으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하시라 ㅋㅋ

Posted by 엽토군
:

자기만의 100점

2015. 2. 3. 20:01

누구나 자기만의 100점이 있다.


답안지에서 마지막으로 펜을 떼는 순간 "아 됐다"라는 탄성이 절로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자기만의 100점을 받는 순간이다.

사실 모든 원점수, 등급, 표준편차 따위는 그 성취감을 위한 계량적 보조적 지표에 불과하다.

자기만의 100점을 받는 기준은 자기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남의 100점이 자기의 50점에 못 미칠 수 있고, 자기의 100점이 누군가에게는 200점일 수도 있다.

잘 하느냐 못 하느냐의 낮은 차원에는 서로 비교 가능한 채점 결과로서의 점수가 있고, 그 점수와 아무 상관이 없이 내가 얼마나 스스로 잘 해냈느냐를 따지는 더 높은 차원에 바로 자기만의 100점이 있다.


자기만의 100점은 굉장히 따기 어렵다. 자기합리화를 하지 않으면서, 객관적으로도 잘 하는 수준에 있으면서 스스로 보기에도 잘 했다, 다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기란 여간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그게 한 번 달성되면, 사람은 드디어 다음 수준으로 올라간다.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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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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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Prologue


정말 끔찍한 일은 말이지, 하고 그가 새벽 세 시 오 분 경의 무거운 침묵을 조용히 들어올렸다. 나는 우선 그의 들어올리는 목소리와 여전히 키보드 위에서 탭댄스를 추는 열 손가락을 관전만 하고 있으려고 했다. 정말 끔찍한 일은 내일 일어나지 않을 거야. 잠시 후,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앗차, 나도 그만 그 침묵의 링 안으로 난입했다. 그럼 언제 일어난다는 건데, 내일 일은 별로 안 끔찍하단 소리냐, 무슨 말을 그렇게 모호하게 해, 나도 모르게 너무 자질구레하게 되물어친 다음에 들려오는 컴퓨터 본체 냉각 팬 소리는, 그래서 무슨 야유처럼 내 말이 끝나고서부터 38평형의 텅 빈 사무실에 붕붕 메아리친다. 탭댄스가 잠시 멈추었다. 그가 안경을 고쳐 썼다. 그리고 정규방송이 중단된다.

내일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야. 하지만 지금껏 날 곁에서 지켜본 너만은 내일 그렇게 많이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 끔찍한 일은 내일 일어나는 일 같은 건 아닐 거니까. 내일 너무 놀라거나 끔찍해하지 마.

그럼 정말 끔찍한 일이란 건 뭔데.

음, 그가 잠시 그답지 않게 잠시 뜸을 들이더니, 수천 년 전 제 나라 임금의 죄상과 차후 멸망상을 예언하러 가는 선지자가 그렇게 했을 법한 억양과 분위기로 조심스럽게 표현의 2차 시기를 시도했다. 이런 거 생각해 본 적 있어?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어느 공항의 모든 교통편과 운항 일정이 전부 끊겼어. 사람들은 갈 길이 멀고 바쁘지만 아무 방도가 없으니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지. 그런데, 이게 중요한데, 공항 측에서 자꾸 무슨 표를 발급해. 어떨 때는 공짜로, 어떨 때는 돈 있는 몇 사람에 한해서. 잠시 후 비행기가 도착하면 제일 먼저 타고 나가게 해 주겠다, 버스가 오면 순서대로 타고 나가라, 소포나 중요한 걸 따로 보낼 수 있게 해 주겠다 운운하면서 말이지. 밖은 위험하니까 절대 나가지 말고 교통편이 올 때까지 무조건 실내에 있으라면서 심심하지 않게 음악이나 DVD도 틀어 주고 말이지. 그런데 이 공항의 유리창엔 온통 선팅이 되어 있단 말야. 왜냐면 밖은 이미, 음, 공항 주변이 싸그리 원폭을 맞고 무슨 호수 한가운데 인공섬처럼 고립되어 버렸거든. 그리고 공항에 직원은 없어. 모든 건 방송과 기계에게 맡겨 놓고 폭격 직전에 참모부터 말단까지 모두 대피했으니까. 사람들은 내일이면, 모레면, 두 시간 되면 다시 원래대로 일정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별 의미도 없는 순번표 수십 장을 지갑 속에 꽁꽁 숨겨놓고 웅크리고 있는데, 공항은 그 반경 5km 근방이 민간 절대 통제 구역으로 영구 지정되는 거야. 자, 그가 속사포같이 쏟아내던 등골 서린 괴담을 중단하고 날 보았다. 그가 고쳐 쓴 안경이 번득이며 내게 물었다. 며칠이 걸릴까, 공항 내 생존자 절멸까지는?

붕, 붕, 냉각 팬 회전하는 소리가, 붕, 붕, 38평형의 텅 빈 사무실에서 수도 없이 메아리쳐 울었다. 그는 다시 모니터로 그 안경을 돌리고, 몇 번의 거액의 주식거래를 대강 마쳐둔 뒤, 마지막으로 몇 개 은행의 개인 계좌 잔액을 확인하고는 망설임 없이 USB 메모리를 뽑고 드라이브 포맷 작업을 예약해 두고 일어났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까지는 대강 짐작했다.

이제 어떡할 거야?

글쎄, 신문배달을 할까 싶어. 나도 내집마련의 꿈을 좀 이뤄야지, 안 그래?

우리는 웃지 않았다. 그 그가 무슨 작은 종이를 두 장 내밀었다. 무슨 영수증이 한 장, 하와이주 어딘가를 가리키는 주소가 적힌 쪽지가 한 장이었다.

이게 뭐야?

천국으로 가는 주소랑, 그건...

조선일보 구독 신청 영수증을 왜 나한테 줘? 이거 우리 집 주손데?

지옥을 보여준다는 순번표야.

나는 영수증에서 떼지 못하던 나의 시선을 번쩍 들어 그를 보았다. 어딘가 대단히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몹시 불쾌해하는, 흡사 지옥 문 앞까지 잠시 순찰을 나간 성 베드로 사도처럼 내게 말했다... 아니 웃어보였다. 드드득, 예약 작업이, 드드드드득, 시작되어, 드드득, C드라이브가 바스러지고 있었다.

너에게 지옥을 보여줄게.




군대에서 물려받아 쓰던 노트에 적혀 있던 초고. 김진혁님의 "너에게 지옥을 보여줄게" 한 문장에 꽂혀 있던 시절에 쓴 것이라 구체적인 시놉은 없고 프롤로그밖에 없다. 이걸 쓸 당시에는 그저 막연히 상상만 했을 뿐인데, 정말 이 그림에 대충 들어맞는 사건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뭐라 할 말이 없달까 도리어 창작 의욕이 솟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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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쓸모가 있는 지하철 5호선 노선도가 필요하신 분들은 차라리 네이버 지도다음 지도로 가세요! 여기 올린 노선도는 쓸모가 없는 노선도입니다!


실로 그림 카테고리에 뭐 올리기는 오랜만인데... ㅈㅅ합니다.
업데이트: 네이버 검색에서 괜히 들어와봤다가 실망하시는 분들이 있는 듯해 RSS 갱신차 최신으로 올립니다.


흔히 볼 수 있는 5호선 노선도는 이런 식입니다. 5호선이 T자형으로 뻗어 있고 나머지 노선들은 환승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없지요.


"그럼 도대체 저렇게 5호선 밖으로 뻗어나간 나머지 노선들은 어떻게 맞물리는 걸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해서, 아주 잉여로운 프로젝트로, "5호선을 T자형으로 쫙 펴서 먼저 그려 놓고 5호선 위주로 나머지 노선을 그 위에 억지로 왜곡해 그려보자!"라는 기획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꼬박 3시간 걸려서) 실제로 했습니다.


5호선 위주로 보는 서울 (C)2013 by yuptogun.tistory.com130227 제 1.0판입니다. 클릭하시면 1920 사이즈로 보실 수 있을겁니다.


The total length of this line is 52.3 km and it is the 3rd longest fully underground subway line in in the world just behind Guangzhou Metro Line 3 and Beijing Subway Line 10 (see world's longest rapid transit tunnel).

이 노선의 총 길이는 52.3km로, 광저우 3호선과 베이징 10호선에 버금가는 세계 3위 최장 전체 지하 노선이다. [출처]


  1. 이 노선도의 저작권은 엽토군(김어진)에게 있습니다. 무단 도용을 엄금합니다.
  2. 역은 기점들만 표시했습니다. 심지어 노선 번호도 표기하지 않고 나머지 노선 색깔도 입히지 않았습니다. 서울을 5호선 위주로 보는 사람을 위한 지도입니다. 만약 이 노선도를 굳이 활용하겠다고 한다면 '*호선 ~방면으로 환승하는 ~역', '~역과 ~역 사이의 목적지 *역' 하는 식으로 읽는 수밖에 없겠지요. 뭔말인지 모르면 말구
  3. 5호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은 정확도보다 아름다움(?)을 중시하기 위해 (그리고 도저히 다른 노선을 일일이 왜곡시키는 짓은 손과 머리로만은 할 수가 없어서) 역간 거리 비례가 거의 맞지 않습니다. 예컨대 신도림과 대림, 구로와 가산디지털단지 등이 엄청나게 과장되어 있습니다. 2.0으로 판올림을 하게되면 서울 남서부 저쪽도 어떻게 건드려질라나 근데 엄두가 안ㅋ남ㅋ
  4. 따라서 이 노선도는 거의 실용성이 없고 그냥 서울을 다른 모습으로 보는 목적만 실현한 셈입니다. ㅋ...ㅋㅋ... 나란녀석 못난녀석




원본 파일을 올려둡니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CC라이선스를 따릅니다.


JPG 3537*2464 2MB+ / PDN 6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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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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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집 변기 몇 개야?

2014. 10. 18. 10:20

집안 변기의 개수가 그 집의 계급이다.


고은 시인은 <지붕>이라는 시에서 "지붕이 그 집의 사주팔자다"라고 읊은 바 있다. "기와만년 기와집은 기와로 지붕을 하고 / 굴피천년 굴피집은 굴피로 지붕 얹고 / 초가삼간 지붕이야 짚으로 지붕 이고" 산다고 말이다. 오늘 아침 샤워를 하던 어머니를 쫓아내다시피해서 헐레벌떡 화장실에 들어가 급한 일 보고 나오는 길에 문득 생각이 미친 것은, 지금 시절은 지붕 말고 집안의 변기 개수가 바로 그 집의 팔자, 못해도 현재 처지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금 이 나라 대부분의 집은 내부에 화장실이 있고, 세면실과 욕실을 겸한 경우가 많다. 그 개수는 아마도 한 개인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어떤 집에 변기가 하나 달리는가? 뻔하지, 단독주택 월세방이나 연립주택이 그러겠지. 변기가 하나만 있어도 저들끼리 어찌어찌 잘 융통하고 살아갈, 그래서 굳이 변기를 두 개 이상 달아 줄 이유가 없는 생활의 사람들, 피차 일이 많아 집에서 일을 볼 일이 많지 않은 소가족 혹은 1인 가구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 테다. 그들은 자기가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다른 식구에게 폐가 되는지 어떤지를 항상 주의하고 있으며, 그래서 모종의 시간 배분을 만들어 행동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 한 사람의 볼일 때문에 나머지 모두가 씻지도 못하고 빨래도 못 걷고 큰일도 못 보는 불상사가 생기니까. 요컨대 집안에 변기가 하나인 집은 그렇게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정량의 번잡스러움에 수시로 대응하며 살아간다. 그 빈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그것은 정확히 그 집에 무단정차 과태료 통지서(그렇다, 변기가 하나 딸리는 집에 그 집 전용 주차공간이 주어질 리 없지 않나, 그래서 변기가 하나 있는 집은 딱지도 자주 떼는 것이다), 보험료 자동이체 안내 이메일, 최신 휴대폰 무상교체 운운하는 광고 전화 따위가 방문하는 정도의 빈도이다.


변기가 두 개 딸리는 집은 주로 아파트다. 건설 현장에서 숱한 세대를 거쳐 보건대 짐작할 만하다. 현관 근처에 공용 화장실이 크게 있고, 주로 "부모님 방"(으로 쓰라고 건축학적으로 강요하다시피하는 굉장히 직설적인 모양의 방)의 한쪽 구석에 붙박이 옷장처럼 샤워 큐비클과 변기가 같이 놓인 조그마한 화장실이 있다.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적어도 한 명의 큰일 때문에 나머지 모두의 행동이 올스톱되지는 않는다. 대신 그 방의 짜임이, 그 변기의 위치가 그 사람들의 삶을 탁상시계 만들듯이 딱 떨어지게 조립해 놓는다. "부모님들"의 하루 동선은 방, 방에 딸린 화장실, 식탁, 현관, 밖, 다시 현관, 거실 TV 앞, 다시 방으로, 당최 "아이들 방"이나 큰 화장실에 갈 일이 없다. "아이들"도 엄마아빠 방에 들어갈 일이 별로 없기는 마찬가지다. 가끔 둘 중 하나가 큰일이 길어질 때나 화장실 일 보러 부모님 방을 잠깐 스쳐 지나가겠지. 분명히 삶은 좀더 윤택하고 여유시간은 조금 더 확보되는데, 그 '거슬림 없음'이 어쩐지 어색하다. 그 어색한 '거슬림 없음'이란, 비유하자면 대형마트에 설치된 무빙워크에 쇼핑카트를 끌고 들어갈 때나, 22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8층에서 잡아 타고 내려갈 때나, 중앙현관에 달린 "세콤"에 터치열쇠를 가져다 대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의 느낌이다.


그리고 이 나라에는 변기가 세 개 이상 있는 집도 분명히 있고, 집안에 변기가 없는 집도 분명히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변기 세 개 달린 집의 비율과 변기 없는 집의 비율이 한심하리만치 바로 그대로 이 나라의 상위 1%와 하위 10%의 비율에 일치하리라고 예상된다는 것이다. 변기 세 개 달린 집에서의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은 대다수 우리와는 생각 자체가 다르다. 아니 집안 식구가 세 명인데 그럼 당연히 변기도 세 개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집안에 변기가 두 개밖에 없으면 애 일 보고 마누라(바깥양반) 일 볼 때 자기는 어떡하냐며. 아니 그럼 경비원을 경비라고 부르지 뭐라 부르냐며, 택배 좀 받고 청소 좀 하는 게 뭐 대수라고 지가 전태일도 아니고 분신 주접을 떠냐며. 그들은 똥 누러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자기 변기가 확보돼 있으니까. 그들이 무슨 논리적이고 팩트에 근거한 안전하고 상식적인 냉정함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순전히 그들 집안의 변기 덕분이다. 당장 변기 두어 개 막혀 보라지. 일이 너무 급해서 아주 가끔 집 밖 공중화장실로 나가 봤던 사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볼썽사나운 "똥 누러 갈 때"의 추태를 보여줄 것이다.

그런 추태는, 자기 집 안에 변기가 없는 집에서는, 도무지 나오지 않는다. 그들의 화장실은 항상 공용이며, 그들의 집은 항상 어디 셋방이며, 그들이 화장실에 있을 때 변소 문을 노크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옆집 사람이다. 화장실에 들어간다는 것은 첫째 귀찮음이며, 둘째 불편함이며, 셋째 잡념의 시작이다. 하지만 그 잡념은 두루마리 휴지처럼 이내 끊기고 만다. 옥외변소의 겨울은 똥 냄새가 얼어 있고, 옥외변소의 여름은 똥 냄새가 끓고 있는 그런 곳인데, 그런 곳을 자기 화장실로 쓰는 사람들에게는 불평도 사치가 되니까. 그저 빨리 일 보고 물 내리고 닦고 나가기만을 바라게 되는 그런 장소를 자기 집 화장실로 쓰다 보면, 자연히 꼼꼼히 씻는 것도 부단히 가꾸는 것도 좀체로 몸에 익지 않는다. 그냥 화장실은 일 보는 곳, 집은 잠 자는 곳 따위가 되면 오히려 그런 골방과는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TV나 컴퓨터, PC방 따위에 몰두하기 십상이다. 중요한 사실은, 여전히 변기가 집안에 없는 집이, 이 나라에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도대체 집안에 변기가 어떻게 없을 수가 있는지 그러고도 사람이 사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오늘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숱한 사람들의 발과 얼굴과 머리끝을 둘러보며 생각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선가는 씻고 일 보고 나온단 말이지.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화장실이 있다. 거기에 앉았을 때 가장 안심하고 큰일을 볼 수 있는 자기만의 변기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집안에 몇 개나 구비돼 있는가의 문제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정확히 계급적이다. 화장실이 집안에 하나 있던 가족은 집안에 화장실 없는 집으로는 두 번 다시 이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가족이 집안에 화장실 세 개 딸린 집으로 이사 갈 일이 생기면, 그들은 그것을 좋은 기회로 보지 분수에 지나친 것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개수의 변기를 쓰는 사람들끼리 공중의 공간에서 마주칠 때, 그들은 이따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 이것은 양극화하게 될까? 적어도 <지붕> 말미에서 시인이 밝힌 사태 하나만은 한동안 그대로일 것으로 보인다. 그게 지붕 때문이든 변기 때문이든, 주거 조건에 최소한의 기본 평등이 없는 한에서는.


어느 하늘놈 막아주나

어느 귀신년놈 막아주나

김어구네 오막살이 그뿐이 아니구나

동고티 김기백이네도

쇠정리 관선이네도

헌 지붕 노래기깨나 떨어진다

한동네 한식구라는 말

두레라는 말

말짱 헛것이여 물감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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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안에 초코파이를 두어 개 넣어본 적이 있다면
같이 좀 고민해보자

왜 작고 힘없는 것들은
맨날 밑바닥에서 짓뭉개져 나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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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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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성실에 대하여

2014. 7. 21. 11:48

지난 금요일 예비군 3년차 동미참 훈련 사흗날 오후 3시 반쯤이었을까, "전원 조기퇴소라매?" "집에 좀 가자!" 툴툴거리는 예비군 아저씨들 틈에 끼어 야전 교육장에서 부대로 복귀하던 도중에 실수로 폰을 떨궜다. 군용 시멘트는 특별히 더 단단한 것인지 정말 어이없게 앞면 유리가 바스락 깨졌다. 조금 난감했다. 어떤 사람들은 박살나다시피한 폰을 그냥저냥 쓴다지만,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사적이고 활용도 높은 액정 화면이 이렇게 금이 가 있어서는 곤란해서, 그리고 돈이 마침 얼마간 있어서, 오늘 당장 수리 가능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찾다가 생각해 보니 강동역과 천호역 사이에 애플 공인서비스센터가 있는 것이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안 받더니 두 번째에는 받았다. "7시까지 하는 것 맞나요?" "일단 내방은 상관없으신데 부품 재고가 있어야 수리를 해 드려요." 시세를 알아 보니 공인대리점 수리비는 22만원 정도라고 한다. 한숨을 푹 쉬고 시간 계산을 했다. 여기서 강변역 가는 빨간 버스를 타고 강동까지 가는 데 1시간 반, 수리하는 데 최대 1시간, 그러고서 강동에서 학원까지 출근하는 데 30분. 넉넉잡고 7시에 간다고 봐야겠구나. 한숨을 한 번 더 쉬었다.

첫째 날부터 발뒤꿈치에 물집을 잔뜩 만들어 준 "A급 전투화"를 아예 집에 던져두고 운동화만 신고 왔기에, 위병소에서 대여받은 예비군용 전투화를 가는 길에 반납하고 그곳에 숨겨둔 우산을 챙겨 나왔다. 내가 우산을 숨긴 곳에는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라이트노벨 몇 권이 먼저 숨겨져 있었다. 15분 가량 내가 타야 할 광역버스를 기다려 탑승하고, 강동에 내려, 애플 공인서비스센터로 가려다가, 그 건물 그 공인대리점 바로 아래층에 사설 수리업체가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로 경로를 바꿨다. 도착하니 6시가 조금 못 되었다. 그 사람은 12만원을 부르고는 유리를 갈아끼우는가 싶더니 전화 테스트를 몇 번 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다. "왜 그러세요?" "아니 딴 게 아니고요, 전화를 받으면 화면이 어두워져야 되거든요?" 다른 유리를 갈아끼우고 또 테스트를 자꾸 하길래, 치명적인 거 아니면 상관없으니 그냥 놔두라 하고 대금을 결제했다. 놀랍게도 이곳은 계좌이체로도 요금을 받더라. 방금 수리받은 폰으로 기분 좋게 이체를 실행해 주었고, 20분쯤 걸려서 그곳을 나왔다.

학원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늦어져서 정말로 7시에 도착했다. 학원 선생이 오늘 내게 준 긴급업무는 방학 특강용 교재로 쓸 기존 어법 교재 한 권의 특정 구간을 통째로 베끼는 것이었다. 왜 OCR 스캔을 안 해 주지, 야속하다고 생각하며 3시간 가량 보람차게 타이핑을 했다. 한 5/7쯤 했을까, 지금껏 그래 왔듯이 Ctrl+S를 눌러 저장을 하려고 했는데 "오류가 있어 종료해야 합니다" 창이 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보내지 않음"을 눌렀다. 그리고 다시 파일을 열었는데, "문서를 읽는 데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만 뜨고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이제 퇴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복구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답이 없었다. 이대로 꼼짝없이 헛짓한 걸로 쳐야 하나 싶었는데, 선생에게 다음메일로 보내 놓은 첨부파일을 미리보기로 열었더니 웬걸 멀쩡하게 보이는 것이다. 선생이 불러서 본관으로 가 보니 "야 내가 네이버 오피스로 열어보니까 되는데 너 이거 몰랐지, 좀 똑바로 좀 해라" 생색을 내는 것이다. 예 예 하고 뒤돌아서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 바빴다. 원래 생각했던 퇴근 시간보다 30분 늦게 퇴근하는 김에, 엄마가 투잡을 뛰고 있는 홈플러스에나 들러 같이 귀가할까 싶어 발걸음을 돌렸다. 그래 그 금요일 밤에 학원에서 홈플러스로 걸어가는데, 사흘 연속 예비군, 이틀 연속 긴급작업, 발뒤꿈치의 물집과 빌려 신은 전투화, 엄마의 투잡 알바, 바스러지는 아이폰 강화유리를 생각하며,


문득, '성실(誠實, faithfulness)'을 생각했다.


인류가 적어도 근대 초기까지는 전승해 왔던 '가치'들 중 현대와 탈근대를 거치면서 거지반 화석화된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착한 사람"이라는 가치가 그렇고 친절이 그렇고 성실함이라는 가치가 그렇다. 전통 사회에서 성실함이란 무엇인가? 매일 아침 닭 홰치는 소리에 일어나 어제 하던 대로 밭 갈고 나무하고 모이 주고 그물 내리다가 밥때 되면 참 먹고 한잠 자고 다시 해 떨어질 때까지 밭 갈고 나무하고 우리 치우고 그물 걷어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자는 것, 꾀부리지 않고 다른 것 신경쓰지 않고 주어진 삶과 그 조건을 몸으로 받아내며 자기 몫을 해내는 모습이 성실함의 형태가 아니었던가? 이제는 그런 종류의 성실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매일 각자 조금도 겹치지 않는 빽빽한 스케줄이 있고, 그걸 소화시켜 줄 각종 탈것들이 교통 체증이라는 변수 속에서 매번 힘겹게 돌아다닌다. 퇴근해서 장 보는 사람들 때문에 마트는 11시까지 영업을 하며, 다음 주까지 만들어야 하는 교재 작업이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쏟아진다. 나의 의지나 예상과 상관없이 여객선과 열차가 어처구니없이 전복되고 환율은 떨어지고 대통령은 불의의 죽음을 맞는다. 예비군 갔다 온 사람을 출근시켜야 하는 긴급 상황이 생기고, 상사는 기껏 열심히 일한 사람의 속도 모르고 "아무개 씨는 왜 일을 꼭 그 따위로 해요?" 면박을 주고, 휴대폰 액정은 말도 안 되게 순순히 깨어진다.

상황이 이러니 현대인들은 조금 덜 성실해도 될 방편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훈련부대 지휘관은 맨몸으로 입소하는 예비군을 위한 전투복 세트를 위병소에 구비하도록 지시하고, 요즘 나오는 웬만한 문서 작성 프로그램은 백업 체계와 클라우드 저장소를 거의 기본 사양으로 세팅해 준다. 공인서비스센터 밑에는 약속이라도 된 듯 사설 수리업체가 들어서 있고, 대다수 편의점이 부의(賻儀) 봉투와 붓펜과 ATM을 구비한 지는 오래되었고, 비료와 조미료와 화장품은 더 교묘해져서 누가 어떻게 쓰더라도 그럭저럭 괜찮게 되었다. 딱히 '코리안 타임' 같은 게 아닌데도 그냥 정시보다 약간 늦는 것이 용서되는 분위기가 되었고, 그래서 심지어 이제는 극장 영화조차도 제 시간에 칼같이 상영되지 않는다. 특강을 들으러 온 학생들이 지급받는 몇백 쪽의 교재와 몇백 문제의 답안지는 사실 OCR 스캔과 "복사-붙여넣기"로 며칠 만에 양산된 것이며, 부서진 기계를 위한 어떤 초거대기업의 정책은 해당 제품 수리 보수가 아니라 '묻지마 교환'이 되었다. 어느 정도의 돈과 어느 정도의 요령이 있으면 성실성이 상당 수준 보장되는 세상, 그래서 사실상 '성실'이 흉내만 내어지고 있는 세상, '전화 연결시 화면 밝기 자동조정' 같은 걸 반복 검사하는 성실함이 어쩐지 '뻘하다고' 느껴지는 세상을,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엄마는 힘들 텐데 왜 왔어, 하면서도 반갑게 날 다른 알바 아주머니들에게 소개하며 좋아하셨다. 같이 장을 보다가 초밥과 삼각김밥이 떨이로 나왔길래 샀다. "김밥은 왜?" "나 내일 9시 반까지 양화진 가야 하니까 이건 내일 아침으로 먹으려고요." 집에 돌아와 단둘이 간장에 (아마도 기계로 개별 포장되었을) 초밥을 찍어먹으며 성실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엄마도 회사에서 괜한 이유로 혼난다는 푸념을 하셨다. "일을 하다 보면 거 좀 늦을 수도 있고 약간씩 틀릴 수도 있잖아, 그걸 가지고 그렇게 생트집을 잡고 그 난리야." "그니까요, 사실 그게, 어떤 의미에서, 진짜 성실함은 그런 거인지도 모르는 거거든, 다들 참 너무 무심해" 주고받고 있는데 마침 어떤 초밥의 비닐 포장을 벗겼더니 생선살 밑의 밥이 세 동강으로 와르르 바스러지길래 벌컥 성을 냈다. "옘병 뭔 놈의 초밥이 이렇게 불성실해??" 엄마와 나는 그 꼴을 보고 웃었다. 각자가 한 주 내내 성실하려고 애썼던 어느 금요일 밤 열한 시 반이어서 그랬는지, 나와 엄마는 생각보다 오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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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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