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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예산이 어쩌고저쩌고 하도 시끄러워서 경제뉴스 특히 예산 관련 뉴스를 보게 되는데(사실 오늘부터 열심히 보기로 하고 걍 구글뉴스 봤는데, 그리고 사실 이 글도 그렇게 길게 쓸 생각이 없었는데 힝)…

재정적자 19兆 훌쩍… 나라살림 '경고등'
첨에 6월밖에 안 됐는데 19조 넘게 적자란 말만 듣고 바로 기겁했다. 왜지, 사회보장성기금수지라는 항목이 너무 숫자가 큰거같은데, 하고.[각주:1]
그러고 넘어갈 뻔했는데, 근데, 문제는 단순히 공부 좀 해보려는 생각에 기사 내용 가지고 숫자계산을 하다 보니 도저히 앞뒤가 안 맞는데다[각주:2] 용어 정리부터 안 되는 바람에 빡쳐서 재정부 보도자료[각주:3]를 떠들쳐봤을 때 일어났다…

(보도참고자료)'11년 상반기 통합재정수지 잠정집계결과
작년과 비교해 보면 오히려 사회보장기금은 줄었다(18조→16.8조). 이 나라가 19조의 적자를 낸 주된 이유가 사회보장성기금수지에 있는 게 아니다. 재정수입은 가장 큰 폭을 보이며 작년보다 증가했다. 작년 6월에 143.3조 벌던 정부가 올 6월엔 154.3조를 번 것이다. 지출도 작년보다 2조 늘어났을 뿐이다. 내가 수치를 제대로 읽었다면, 요컨대 저번보다 열심히 돈 걷고 저축 좀 덜 하고 약간 지출을 늘린 건데 19조라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마이너스 수치가 나왔고, 올해 쓰기로 한 돈의 56%를 지난 여섯 달 동안 쓴 상황이다.[각주:4]
재정적자 상반기 11조1000억원 줄어
이쯤 되면 작년을 살펴봐야 한다. 이 기사는 작년 8월 20일에 6월까지[각주:5]의 누계자료를 기준으로 썼다. 30조원[각주:6] 적자를 면하겠다던 2010년 상반기에 이미 29조원의 관리대상수지 적자를 냈는데 왜 이렇게 지나가는 통계뉴스처럼 다뤄졌을까?[각주:7] 반대로, 그렇다면 왜 올해는 유난히 더욱 시끄러운 걸까, 혹시 보도자료에 추가로 안심시켜 주는 설명을 적지 않아서?

올 목표달성 ‘파란불’ 하반기 外風 최대변수
으아니 기자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파란불이라니! 재정이 파란불이라니!
물론 지금껏 살펴본 2011년 상반기 통합재정수지 관련기사 중에선 수치분석이 가장 적절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유독 이 신문만 아직 여유있다느니, 지켜보자느니 자신만만하고 다른 경제뉴스들은 다 벌벌 떨고 있다는 게 미심쩍다. 한 명이 뭘 모르고 뻘소리를 하는 건가, 한 명만 눈치 안 보고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 건가.[각주:8] 적어도 내가 지금껏 갑자기 열받아서 막 찾아본 끝에 내린 내 결론은, 이 적자상태 절대로 이렇게까지 설레발 칠 일이 아니다. 작년도 이거보다 심하면 심했는데 잘 넘어갔고, 지금도 그렇게까지 심각한 특이사항 보이지 않으며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스마트 요금제의 신종 노예들에 의해 점차 개선되는 중이라고밖에 안 보인다.

…진짜 경제뉴스 보다가 빡탱이 돌기는 오랜만이다. 숫자를 다루는 뉴스가 이렇게나 서로 말이 다르면 우린 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합니까? 수영이? (…)[각주:9]
 

이쯤 되면 궁금해서 잠이 안 온다. 우리나라 재정상태 괜찮은 거야? 누가 딱 꼬집어서 말해 주.


 
  1. 아마 대부분의 경제신문(과 그 신문들이 떠받드는 신자유주의의) 애독자들이 이런 인스턴트 반응을 보이고 지나갔을 것이다. 딱 그렇게 설계된 헤드라인과 기사였다. [본문으로]
  2. 알고 보면 굉장히 간단명료한 산출공식이다. 수입 빼기 지출은 '통합재정수지', 거기서 "사회의 저축"을 빼면 '관리대상수지'. 근데 대부분의 신문기사는 말과 숫자를 종횡무진으로 혼잡하게 배치해서 이해하기 어렵게 해놓았다. [본문으로]
  3. 어떻게 된 게 보도자료 분석한 뉴스보다 보도자료가 더 이해하기 쉬울 수가 있지? 경제신문이라는 것을 신뢰하기가 어려워진다. [본문으로]
  4. 보도자료도 굉장히 담담하게 (원래 그렇게 쓰는 것이겠지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눈에 띄는 특기(特記)사항이 없이, 뭐 하여간 그런 계산이 나왔습니다, 라는 느낌이다. [본문으로]
  5. 조사하면서 알게 됐는데, 6월은 보통 납세액이 5월보다 적다고 한다. 세금 걷는 종류가 달라서라는 모양. [본문으로]
  6. 이 2010년의 목표치는 예상되는 2010년 GDP의 -2.7%를 환산한 금액이다. 잘은 모르지만 올해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25조 적자라는 목표치도 실은 이렇게 막연하게 '한번 던져 본' 수치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더더욱 의문이 생긴다. [본문으로]
  7. 작년 재정부 보도자료 뒷부분에는 "올해 유난히 돈을 앞당겨 쓴 일이 많았는데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전망이라 목표치 30.1조원 적자보다는 나아질 거예요"쯤 되는 말이 적혀 있다. [본문으로]
  8. 아마 이것이 좌우가 돈을 다루고 생각하는 기본 기조일 것이다. 앞으로 정치와 경제를 본격적으로 부전공하는데, 확실히 짚어보고 잘 생각해 볼 문제다. [본문으로]
  9. 이 포스팅을 쓰고 나서 며칠 뒤에 그녀는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해 활동을 일시중단하는 지경이 됐다. 미안해 수영아 난 소녀시대 중에서 그래도 니가제일괜찮던데 ㅠ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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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방송관계자 여러분, 나님이 하는 일에 뭐 할말 없읍니까?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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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박(가명)씨는, 처음에는 이토록 유명해질 생각이 없었음에 틀림없는 사람이다.
지금 그가 보여주는 트윗 번개, 중국행, 온갖 뉴스와 온라인 단편영화 퍼나르기 등의 기행과 쇼맨쉽은, 적어도 대단히 순박하고 다분히 장난스럽다는 점에서, 작당하고 악의를 품었거나 테러리즘, 반달리즘에 기반했다거나 정치색을 드러내고 여론을 선동하여 대중의 주목을 받기 위한 기획된 연출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냥 골때리는 괴롭힘 앞에서 어쭈구리 너만 그렇게 나오면 안 되지 하고 맞받아치는, 차라리 전형적인 대한민국 30대 남성의 조건반사라고 봐야 한다.

 

나는, 그를 팔로우하면서도, 사실은 상당히 씁쓸하다. 그 이유는 첫째 그의 유머가 촌철살인 대신 초보적인 비아냥과 ㅋ으로 도배되어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다는 데 있고, 둘째로는 그런 재미없는 사람의 B급 농담이 정말 재미있는 쇼가 되게 판을 짜 준 이 고도로 정치적인 사회 때문이다. 그가 방송통신심의위에 직접 제출한 웃음기 쫙 빼고 진검 뽑아 쭉 써내려간 의견 진술서 등을 읽고 있으면, 오히려 한탄이 나온다. 그는 결코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성인이다. 열받는 정치권 이야기에 열받고, 웃기는 동영상과 예쁜 소품들 앞에서 그냥 우스워하고 예뻐라 하는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인데, 그의 일반적인 반응이 "이메가씨팔놈아"라고 읽(힐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읽는 거야 자기 맘대로임이 틀림없)는 이름을 빌어 나온 순간부터 모든 게 만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사회는, 웃자고 시작한 트위터에 죽자고 덤벼드는 정권을 용인 중이라는 사실이.

 
프레드릭 제임슨이 청사 선생과의 대담에서 우리 사회를 "아직도 고도로 정치적"이라고 했다. 고도로 정치적? 이 사회는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정치적이다. 다른 게 정치적인 게 아니다.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할 때 거기에 2차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정치적인 거다. 그딴 게 어딨어? 그냥 열받으니까 욕하는 거고 싫으니까 싫어하는 거고 가 보고 싶으니까 촛불집회도 가 보는 거다. 배후세력이 누가 있긴 있었는지, 내가 종북 좌빨인지, 이 모든 게 정치적 음해인지는 나도 전혀 모른다, 아니 그런 생각은 당신들을 빼고는 아무도 안 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단순하게 움직인다. 그것은 졸지에 제 2의 미네르바가 되어버린 송모 씨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정치권은, 모든 걸 철저하게 이용해 먹기 위해, 전부 다 정치적이라고 말한다. 눈앞이 깜깜해진다. 뭘 함부로 할 수 없는 세상, 이건 뭐 공안이 돌아다녔다던 DDD 시절보다 더하다. 우리는 아직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뻔히 답이 나오는 관리와 사찰과 감시와 처벌 앞에서 그 명분에 법조항을 붙여 가며 싸우기 바쁘다. 그렇게 해야 하는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초고도로 정치화한 사회.


이제 어느 영화감독은 우리에게 묻는다. 2MB18nomA가, 알고 봤더니 착하고 꽤 예쁘고 별반 못된 구석 없는 여인이라면, 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벤데타 가면을 쓰고 다닐 수밖에 없는 그가 어떤 사람이길 기대하는 걸까. 영웅? 떠오르는 무소속 정치인? 아니다. 아주 의외의,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친숙한 주변의 촌부이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럴 것이다. 그것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팔로우하고 별로 재미는 없는 그의 트윗을 지켜보고 그가 받는 탄압을 전력으로 저지해야 할 단 하나의 이유다. 우리도 솔직히 한번쯤은 '이메가씨팔놈아'라고 속으로라도 중얼거려 본 적이 있는, 몹시 불법하고 유해하고 도처에 널려 있는 다 똑같은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P.s ㅅㅂ 느낌이 좋지않다. 헌병대에서 날 잡아갈 것 같다.
만약 한 달이 넘도록 블로그/트위터 갱신이 없으면 부모님께 전해다오 인커밍폴더는 보지마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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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두 개

2011. 8. 13. 00:52
1. 영원과 찰나 (the eternity and the transitoriness)
도대체 예수님은 왜 날 만나주신 걸까?
그분은 영원을 살고, 나는, 이 육신은 그 영겁 중의 찰나를 살아간다. 기독교 선교 역사를 듣다 보면 더욱 소스라치게 새삼스럽다. 나는 왜 DOS디스켓 시절에 태어나 라이코스 시절을 지나 아이폰의 시대를 살게 되었는가—그리고 영원을 바라보며 살게 되었는가? 이것은 과연 얼마나 절묘하거나 혹 우연한 것일까? 몇 년 전에 그만 작고해 버렸을 수많은 고인들에게는 그들의 찰나가 얼마나 그러하였을까…
묘하게도 영원함과 잠시잠간은 둘 다 계산이 되지 않는 그래서 꽤나 관념적인 시간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나는 찰나를 살다 죽는다. 그럼 왜? 왜 나는 굳이 그 영원하신 분을 계속 신경쓰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아니 살게 되었는가? 혹시 실은 나도 그 영원의 지경에 닿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찰나는 살아봤다 쳐도 아직 영원이 무엇인지 살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정말 모르겠다.

2. 앞뒤를 따질 때와 딱 보았을 때
앞뒤를 따져 보면 분명히 옳거나 분명히 그른데 정작 전체를 딱 보았을 땐 어쩐지 그렇지만도 않다는, 아니 아무리 봐도 앞뒤 따졌을 때와 전혀 다르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때가 있다.
내가 말하겠다. 그런 경우엔 보통, 딱 보고 느낀 그것이 '온당'하거나 적어도 간과할 수 없는 상위 차원으로서 '진실'한 무엇이다. 신이 인간에게 직관을 부여한 것은, 어느 날인가 사탄이 지독하게 영리하여져서 누구라도 속여넘길 수 있게 되었을 때에까지라도 기어코 다시 진실을 걱정하고 다시 찾으라는 뜻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믿고 싶어한다. '기면 기고' 아닌 건 아닌 거라고. 아무리 사정 복잡한 일에도 분명히 간명하고 '달리 더 고민할 필요 없는' 무슨 형이상학이 있으리라고 말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영원에 속한 것이다. 우리가, 그럴 수 없음이 분명한데도, 여러 상황에 대한 지금 우리의 판단과 자세가 후세나 선대 때도 먹히는 것이었으리라고 자못 자연스레 기대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류 경제학은 대체로 말해서 실로 찰나의 학문이다. 그래서, 경제 경제만을 되뇌이게 된 오늘 우리는, 찰나의 비본질적인 입씨름과 말장난에 목을 매달며, 우리의 맨눈이 직접 보라고 쉬지 않고 다그치는 '딱 보았을 때의 그 무엇'을 다시 증거 불충분으로 폐기하고 있다. 증거? 증거나 알리바이를 다 떠나서, 때로 우리는 차라리 무엇이 그냥 옳은(그른) 것이기를 혹은 어떤 정황이 옳아야(틀려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걸 온당하다고 하는데, 이는 합당함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디자인 서울이니 단계적 무상급식이니 신형 신호등이니 하는 요즘의 '말을 들어보면 앞뒤는 맞는' 정책들을 의심 없이 납득하지 말자. 무엇 앞에서 "잘은 모르겠지만 거부감이 드는" 그 순간 여러분이 할 일은 그 거부감이라는 사탄 마귀를 쫓아내는 게 아니라, 어찌됐든 분명 실재하는 그 의혹의 이유를 묻는 것이다. 그때에야 그 감정과 여러분의 직관은 영원의 지경으로 이끌려 올라가고, 그 무엇인가는 더이상 혼자 떠들지 않는, 여러분의 판결을 기다리는 사소한 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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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개봉일에 보려고 했는데, 원래 개봉 날짜에는 사정이 안 좋았고 해서 그 다음 날 적당한 시간에 느긋하게 가서 보고 와야지 했습니다. 근데 웬걸 개봉이 하루 앞당겨지더군요-.-;; 그래서 웬만한 한애갤 햏들보다 무려 이틀이나 늦게, 시끄러운 단체관람 초글링들 속에 파묻혀서 관람. 시끄러워!


- 영화의 줄거리야 여러분 아시는 대로입니다. 씨암탉들이 노니는 마당을 바라보며 양계장 축사에 고개만 내밀고 모이만 쪼며 살던 감수성 풍부한 암탉 잎싹이 어느 날 드디어 폐사한 체해서 양계장을 탈출합니다. 나그네 청둥오리의 도움을 받고, 늪의 공인중개사 달수 수달을 만나고, 나그네가 첫만남 때부터 싸우고 있던 외눈박이 족제비 때문에 배우자를 잃고, 그녀가 남긴 알을 통해 자기 알을 품어보고 싶다던 잎싹이 드디어 알을 품게 되고, 나그네는 떠나고, 알이 깼는데 웬걸 병아리가 아니라 청둥오리 새끼입니다. 나그네 말대로 늪에 와서 살게 되었지만 아들은 엄마와는 다르게 하늘을 날고 싶어하게 되고... 하여간 한 시간 45분이 너무 짧은 그런 영화입니다. 정말 눈이 행복할 새도 없이 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 본론부터 말할게요.
이 이야기는 한 여자가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차라리 아동용이라기보단 페미니스틱하다 하겠습니다. 마당에만 나오면 될 줄 알았던 그녀의 앞에 마당은 없고 (이 부분이 전체 비중상으로는 매우 적게 나옵니다. 그런데 거기서도 잎싹의 감수성을 보여줄 건 다 보여줍니다. 여기서 여고생의 삶을 연상해버리면 이상한가요?) 닭을 파묻는 구덩이가 있고 빗물 새는 찔레덤불이 있고 늪이 있고 천적이 있는 야생이 나타납니다. 자식은 자기가 생각했던 마냥 귀엽기만 한 삐약삐약 병아리가 아니었고, 어느 새 머리가 커서 배냇머리가 자라고 보니 자기와 같은 벼슬이 달렸지 않음을 확인해야만 하죠. 게다가 본의 아니게 아비 없는 자식이 되어버렸고. 늪의 주민들은 냉담하고, 초록이가 따라가야 할 새떼에 초록이를 들여보내려면 그가 혹독한 순위경쟁을 해야 함을 알기에 미친 닭처럼 그의 발에 묶여 있던 리본을 끊어줍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피차일반 새끼 딸린 입장인 외눈박이에게 자기까지 내어줘 버리죠. 실로 이 땅의 20~30대 여자들, 어머니들, 고모들, 할머니들이 살아오는 방식에 다름없습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저는 <친절한 금자씨>를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만, 논란이 되었던 금자씨 포스터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친절하다는 금자씨가 실은 결코 친절하지 않고 또 되도 않게 친절하려 애쓰는 모습 전혀 보여주지 않으면서 "너나 잘하세요" 으르는데다가 좀 '미친년' 같듯이 잎싹 또한 꼭 그러합니다. (게다가 두 여성 다 섹시해요 누구 말마따나) 그것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는 범주가 강요하고 자승자박을 해 온 여성상, 모성상, 주인공의 개념형에 전혀 매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성이라면 일정량 이상의 매력을 뿜어주면서 독보적으로 돋보여야 하고, 어머니라면 자기 새끼에게 지극정성의 관심을 쏟으며 자기 새끼에게 자신을 헌신해 줘야 할 것 같고, 주인공이라면 스크린 위에서 죽어버려서는 안 되는 겁니다. 전부 다 배반해요. 그냥 잎싹이는 마음은 만년 소녀인 그런 여자예요(나만 그렇게 본 건 아니었어). 마치 금자씨가 영화제목(과 금자씨의 주변인물들의 기대)을 배반해 버리듯이.


문제는, 금자씨에게 그러했듯이, 이야기의 그 배반에도 당위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닌게아니라 영화를 따라가면서 생각해 보자니까 또 그게 오히려 말이 맞아요. 제 태에서 안 나온 자식을 키운다는 게 공익광고나 일일연속극에서처럼 마냥 극복되어 즐겁기만 한 생활은 아닐 거고, 세상에 좋은 놈과 나쁜 놈이 OX퀴즈 하듯이 딱 갈리는 것도 아닐 테고, 모성이라는 건 자기가 낳은 새끼를 사랑한다기보다 그냥 세상의 새끼들을 사랑하는 마음일 수도 있는 거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착한 애들로 돌아와서 대화합을 이룩하는 결말이 아니어도 되는 거예요. 물론 정말 기본적인 모자간의 애틋함이나 이야기가 주인공 위주로 돌아간다는 점 등의 룰은 기본적으로 지켜지지만, 그 외의 것에 대해서는 꽤나 불편하고 낯설 수 있습니다.


- 잎싹뿐 아니라 이 이야기 자체가 모든 전형성에 대한 관객의 일말의 기대를 단칼에 거절하고, 그것에 나름의 앞뒤 사연이 있음을 설득하면서, 가공되지 않은 삶은 그러면 어떻게 굴러가는가를 반추하게 만듭니다. 바로 그 점이 원작과 그 애니메이션 영화의 성과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디즈니가 받았다면 누구 말마따나 "둘이 행복하게 오손도손" 산다는, 오히려 더욱 말이 안 되는 그림으로 마무리지어 버렸을 수도 있고, 지브리가 받았다면 그림만 예쁜 판타지로 전향시켜 버렸을 수도 있는 거예요. 바로 그런 점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을 봤습니다. 일본도 미국도 하지 못할, 나쁘게 말해서 암울하고 좋게 말하자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그래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서사를 우리만의 어조와 색채와 허구적 움직임으로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것.


- 비주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 본 직후에 간단히 쓰긴 했지만 잎싹과 달수로 대표되는 캐릭터 디자인도 웬만한 거물 스튜디오 못지않았고, 영상은 우포늪을 바라보며 그려서 그런가 더 칭찬할 말이 딱히 없을 지경이고 비행대결 씬은 모두가 극찬하듯이 작살납니다. 게다가 꼭 아름다운 것만 보여줄 이유는 없다는 듯 축사나 마당 등 사실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은 곳에 대해서는 정말 지저분하게 보여줄 정도로 정직하기도 합니다. 연출은... 아까도 적었지만 사실은 좀 급해요. 어린이용이었다는 점이 이 점에서 너무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할 여유를 줘 가면서 진행시켜도 좋았을 테지만... 뭐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정도도 적당한 길이인 건 맞습니다.


- 성우 문제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우리나라 더빙 업계에서 제대로 된 '아들래미' 연기란 게 있어본 적도 없다고 생각하고. 문소리 씨의 신음소리는 지병을 골골 앓는 소녀 돋는 암탉에게 의외로 잘 맞아떨어지면서 굉장히 섹시했습니다. 박철민 씨야 뭐 더 말할 것이 없고.
-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다섯 개 반. 꼭 봐라 세번 봐라. 나중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전환기를 상징하게 될 명작을 극장에서 못 봤다고 두고두고 한탄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지금, 극장으로 달려가세요.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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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무엇을 접하더라도 방심하면 안된다. 군침 흘리면서 엔하위키 디벼보다가 느닷없이
(전략) 실제로는 흥미 없는 부분은 요만큼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따라서 상식도 꽤 많이 부족한 편이다. (후략)
출처


아…….

흥미 없는 건 거들떠도 보지 않으면서 살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상식이 모자랄 이유는 없는데 대체 왜 그럴까 늘 궁금했다!!!

누가봐도 자폭이다..jpg
P.s 여담이지만 아키라 누님이 그런 점에서 오히려 한층 더 끌린다;;; 솔직히 부러워! 나도 4차원이지만 귀여우니까 용서받는 미소년이 되고 싶어! ㅜㅜ 현실은 형질이 빈빈한 냉엄한 세상이란 말여
Posted by 엽토군
:
그냥... 해보고싶어서...;;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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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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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오빠는 도대체 기분 좋을 때가 언제야"라며 나의 리액션을 불평한다. 동생이 웃기는 얘기라고 한창 웃기게 하고 있는데도 시큰둥해하고, 각 잡고 심각한 얘기를 해도 시큰둥하게 받아넘기며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으니 이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동생은 군대 핑계를 대지 말라는데, 그것 참 자꾸 군대 핑계를 대게 된다.

동생에게만 그런 게 아니다... 분위기를 띄우지 못하겠다. 성의를 보이기가 힘들다. 요컨대 어떤 상황의 방청객이 되어주기가 너무 힘들다. 뭐랄까, 결국에는 객관화해서 보게 된달까, 자꾸 개플동어가 나타난다고 해야 할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다는 것과 내가 무엇에 집중하면 되는지, 이 두 가지를 파악하기만도 버겁다. 머릿속은 내 낙서공책을 그대로 닮았고, 세상은 케이블TV를 그대로 닮았다. 서로 무슨 접점이 있겠나. 어렵다. 정신이 없다. 누가 그랬다. 어진이 너는 장인(匠人)을 하는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 틀어박혀서 뭐 하나만 뻔질나게 열심히 잘 만들어놓는... 듣고 보니 그것 참 예리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자막질(번역)이라든가 만화라든가 폰트 제작 등등이 그런 류의 작업이고, 나는 그런 쪽으로는 성의를 보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상황에 내가 집중하면 그만인 거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몇 가지 양념을 쳐 주면 되는... 글쎄, 내가 무슨 분야의 장인으로 살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내 속 편한 대로 살자면 그렇게 살게 될 텐데, 그때 난 어떤 성의를 보이고 있을까? 모르겠다. 쿠메타 코지를 찾아가서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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