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also goes on to say that he then would die and be buried in a rich man’s tomb. And that, then, he would resurrect from death and he would see the light of life and be satisfied. And he would be our humble, suffering servant through his life, death, burial and resurrection, bringing our gift of salvation.
그분이 죽은 후에 부자와 함께 있었도다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그는 사망에서 일어나시고 생명의 빛을 보고 만족하게 여기시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겸손히 질고를 당하신 의로운 종으로 사시고 죽으시고 장사되시고 부활하셔서 우리에게 구원의 선물을 주신다는 거죠.
And then Jesus comes. And Jesus tells us that he is, in fact, a humble servant. And in this, I want you to see that Jesus was a rebel who was counter cultural. I know, in our day, rebel means sinner. But, everyone is sinning, so it’s no longer rebellious to sin, right? You’re just a conformist if you’re drunk, and naked, and driving around on a loud motorcycle, smoking cigarettes, and breaking commandments, and getting pregnant out of wedlock. Everyone’s done that. That’s so tired.
그리고 예수님이 딱 오셨습니다. 오셔가지고 하시는 말씀이, 자기는 겸손한 종이라시는 거에요. 그리고 여기서 여러분이 보셔야 할 것은 예수님이 반문화적인 반항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반항자라고 하면 죄인이라고 생각하죠. 근데 솔직히 다들 맨날 죄를 지으니까 이게 반항이 아니야. 안 그래요? 여러분이 술 먹고 밤에 놀고 폭주족 노릇하고 담배 피고 율법 어기고 혼외정사하고 사는 게 적당주의가 됐어요. 아주 지겨워, 개나 소나 다 하니까.
(Laughter)
(웃음)
If you really wanna be a rebel, get a job. Cut your grass. Read your Bible. And shut up because no one’s doing that.
정말 반항아가 되고 싶으시면, 취직해서 집 앞 청소하면서 성경 읽으면서 입 다물고 사세요. 그렇게 사는 사람이 없거든요.
(Laughter)
(웃음)
That’s rebellion. That’s the only rebellion left, okay? And we’re gonna encourage you to be counter cultural rebels like Jesus. And Jesus rebelled against culture and religion by coming as a humble servant because both culture and religion tell you not to serve, but to be served. And not to be humble, but to be proud. And Jesus came, in humility, to serve. He says this in Matthew 20:28. He says it himself. “The Son of Man”, which is a title from Daniel about Jesus being God, “The Son of Man came not to be” what? “Served.” We live in a service based economy. Many of you have service jobs. You get paid to serve people who walk in and act like they’re God.
그게 반항이죠. 이제 마지막 남은 반항이 이거 아니에요? 예수님처럼 이 시대 문화에 반항하시기를 도전합니다. 예수님은 시대의 문화와 종교에 반항하실 때 겸손히 섬김으로 반항하셨죠. 세상 문화와 종교가 우리한테 섬기지 말고 섬김을 받으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겸허하지 말고 허세 부리라고. 예수님은 오셔서 멸시를 받으시고 섬기셨죠. 마태복음 20장 28절 말씀에 "인자는", 그니까 다니엘이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말할 때부터 찾던 그 "인자는 섬김을" 뭐라 돼 있죠? "받으려 함이 아니라." 우리는 섬김을 사고파는 경제 속에 삽니다. 여러분 중 서비스업 하시는 분도 많고, 여러분이 돈을 벌려면 가게에 들어와서 하나님 행세를 하는 손님들을 받아야 되기도 하고요.
We live in a culture where the goal is to make enough money that people will serve you and religion exists in that same way, to get into spiritual authority so that people will serve you. Jesus says, “I didn’t come, though I am God, to be served, but to” what? “But, to serve.” God came to serve? This is absolutely unbelievable. And Jesus says, “And to give my life as a ransom or the payment for sin for many.” Jesus went to the cross and he served us. And Jesus served others during his life. He fed people. He cared for people. He healed people. He even washed the feet of his own disciples, which was the job of a poor slave. He even washed the feet of Judas Iscariot, a man who betrayed him and murdered him. There is no one as humble as Jesus. And there is no one who has served us as well as Jesus. And Jesus is still alive today. He hears our prayers. He answers our prayers. “He lives to intercede for us”, Hebrews says, and Jesus is still, to this very day, though he is our great God and Savior in glory, he remains, likewise, a humble servant.
우리가 사는 세상 문화는 돈 많이 벌어서 사람들을 서비스로 부리는 게 목표에요. 종교도 똑같아요. 영적으로 권위 좀 얻어다가 사람들한테 대접이나 받으려고 하죠. 예수님 가라사대, "나는 하나님이긴 하지만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뭐라고요? "도리어 섬기려 하고." 하나님이 섬기려 하고? 진짜 언빌리버블하죠? 계속 말씀하십니다.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심으로 우리를 섬기셨죠. 살면서 다른 섬김도 많이 하셨구요. 먹이시고 돌보시고 고쳐 주시고. 천한 아랫것들이나 하던 제자들 발 씻기기도 하셨고요. 자기를 팔아넘겨 죽일 가룟 유다 발까지도 씻기셨습니다. 예수님처럼 겸손하신 분이 없어요. 예수님처럼 우릴 섬겨 주신 분도 없고요. 예수님 지금 살아 계십니다. 기도 듣고 계세요. 응답하시고요. "그가 항상 살아서 저들을 위하여 간구"하신다고 히브리서에 써 있죠. 예수님은 오늘 이 시점까지도, 비록 영광의 구주이시며 만군의 여호와시지만, 또한 더욱 겸손한 의의 종으로 계십니다.
A. 그냥 괜찮길래 검토해 보기로. 정 안 되면 뭐 바로그찌라시의 호밀밭에라도 올리면 되지
B. 한눈검토
엔지니어링 차원에서는 충분히 개발 가능하며 야심을 품어볼 만하다. 자판은 웬만한 컴퓨팅 기계라면 다 갖추어져 있다(데스크톱, 모바일, 심지어 최신 아케이드 게임도). 플랫폼 확장성이 뚜렷하므로 히트를 친다면 원소스 멀티유즈의 끝을 보여줄 수 있겠다.
엔터테인먼트의 차원에서 오락성, 접근성, 친숙성 부족. 마니아층은 확보될듯. 이것은 게임 설계상의 과제.
시장성은 중간: 가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최신유행곡 적극 이용 가능성 저작권료 지불 필요성의 공존, 가사가 뛰어난 비주류 곡의 데뷔 무대로서? 가능성 보임.
기존 리듬게임으로의 편입 및 그와의 차별화가 최대 관건. 멜로디/리듬은 기존에 있었으나 가사는 없었다. 최초 긍정성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 타자연습 게임인가 음악 게임인가? 기획 단계에서의 과제.
스토리 디자인의 차원에서는 쉽지 않다. 자칫 오탈자 없이 타자연습만 하다 끝나는 단선적이고 흥미 유발이 없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자판을 두들긴다는 행위가 재미있는 것이 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획상의 과제.
C. 컨셉의 확립
자판의 언어는 각 악곡마다 다르게 한다. 예컨대 일본 곡을 영타로 치지 않게 한다.
게임의 핵심 재미는 음악에 맞춰 손으로 노래를 친다는 데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탁자 앞에 앉아 있다가 문득 있지도 않은 키보드를 두드려 아무 문장이나 공중에 입력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때 우리의 상상 속에나 있던 그 키보드와 그 키보드만이 줄 수 있었던 감각을 실제로 경험하게 한다.
다분히 몸을 쓰는 게임이 된다. 게임이 제공하는 키보드는 물리적인 느낌이 제대로 나야 하고, 할 수 있다면 아케이드용 자판은 기존의 직사각형이 아닌 새로운 무기 혹은 악기처럼 보이게 만들어, 양손을 몸 앞으로 모아야 하는 일상적 자판입력으로부터 '약간' 탈피시키면 좋겠다.
호환성을 위해 쿼티자판을 사용한다. 한글은 두벌식/세벌식의 선택을 해야 하고 영문은 26키로 확실하며 일본어는 로마자/가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가능한 쉬프트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게임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하드(소프트) 키보드 외에도 블루투스를 지원하여 게이머 본인의 키보드를 직접 쓸 수 있게 지원한다.
노트는 기본적으로 모아쓰기로 제공되며 가사나 노래의 상황에 맞게 손이 편하도록 풀어쓰기, 변형표기 등을 시킨다. 핵심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흥겨움을 자판 입력에 부여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더위 먹은 갈매기"의 '더위 먹은 갈매기/왔어' 부분의 경우 다음과 같다. ([대괄호] 안의 글자들은 동시에 모아치기, {중괄호}는 순서대로 이어치기) [ㄷㅓ][ㅇㅜㅣ][ㅁㅓ][ㄱㅡㄴ][ㄱ] [ㅁ][ㄱ] [ㅇ]{ㅘ}[ㅆ][ㅓ] "コネクト"의 맨 첫 부분의 경우, 로마자라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kwst}[ya][k][s][k] [w][s][r]{nai}[y] "American Idiot"의 맨 첫 가사라면 이렇게 될 것이다. (괄호 속의 괄호는, 겉 괄호를 누른 상태에서 추가로 속 괄호를 눌러야 함) [d][w][b][a[m]{rc}][i][di][ot]
판정은 괄호별로 한다. 괄호 안에서 순서 틀린 건 상관없다.
D. 해결해야 할 문제
음보의 밸런스 문제 - 노트 설계자들의 탓으로 돌린다. 드럼머신과 신디 건반의 중간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곡의 발음 타이밍과 다소 틀리거나 생략이 많더라도 일단은 노래를 즐길 수 있도록 음보를 짠다.
곡의 문제 - 문학적이고(가사 자체의 아름다움을 감상케 함) 양손을 자연스럽게 나눠 칠 수 있을 만한 가사를 죽어라고 찾는다.
무상급식 자체가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 단계적 방안이 낫다고 생각해서 투표했다.
복지정책으로 혜택받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그래도 이 정도 경제수준이면 어느 정도 복지는 필요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했으면 좋겠다.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자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상처받는다는 이유를 드는데 너무 시야가 좁다. 재정이 넉넉하면 전 백성이 다 먹어도 되지만 나중에 세금을 어떻게 감당하나?
잘 사는 사람들이 시야가 넓다.
우리나라는 잘 사는 사람들을 깎아내리려는 문화가 있다.
오세훈 시장도 어느 정도 사는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 오 시장이 하는 모든 것을 반대한다.
이명박이나 오세훈은 자기 주머니를 채우려고 하지 않고 애국심을 가지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정치 싸움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은 반대한다. 전면 무상급식이 좋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 유럽이 힘들지 않느냐?
다음 선거에서 집권당을 꼭 찍지는 않겠지만 무상복지를 말하는 후보는 찍지 않을 것이다.
언론이 가관도 아니다. 타워팰리스에 무슨 재벌이라도 사는 것처럼 말하는데, 왜 이번 투표에서 타워팰리스를 콕 집어서 말하나?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 기사에 대해 난리다. 재벌도 있겠지만 우리는 소박하게 살고 있다.
계급투표 NO!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이성판단이 나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투표했다. 투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 안 살아보면 모른다. 나는 이곳 사람들은 가치관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리더라고 생각한다. 사는 환경과 국가관은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가 망하지 안해야 되는 과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내 손자가 나중에 (무상급식으로 인한) 빚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우리나라 세금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집 한 채인데, 미국은 40억짜리 집에 살아도 1주택자에게는 세금을 이렇게까지 안 매긴다.
투표는 했지만 주민투표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두 가지 안의 차이가 크지 않은데 유난을 떨었다고 본다.
투표할 필요가 없으니 안 했을 것이다. 주민투표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다들 투표하라는 분위기였다. 다들 세금을 더 내기 싫어 투표했다.
주변에 투표를 안 한 사람은 나와 남편 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들 부모가 부자인지 여부가 밥 먹이는 문제와 무슨 상관인가?기본적으로 국가가 교육과 먹는 문제는 책임져야 한다.
이번 화에서는 연주 장면이 있다. 일설에 따르면 이 작품에 쓰려고 만든 데모 부틀렉이 스튜디오애니멀 본사 창고에 있다는 모양인데 실제로는 접해 보지도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은 필자가 상정한 이미지에 맞는 곡들을 가지고 억지로 묘사를 해 보기로 한다.
분량이 갑자기 길어졌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13회 안에 구겨 넣으려다 보니 안배가 안 되기 시작하면서 좀 조급해진다. 원래 시나리오를 전부 하나가 되게 써 놓은 덕분에 토막을 내기가 어렵다. 발상을 바꾸어 읽을거리가 많아졌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말이 너무 길어졌다. 나머지는 이제부터 재개할 서사로 말하겠다.
세팅이 끝났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조악하게 마감되어 음악을 연습하기에는 한없이 부적절한 그 격납고 안에, 세미한 하울링이 무슨 환청 혹은 백색 소음처럼 울리고 있다.
소희가 마이크 스탠드를 붙잡고 앞으로 기대는 자세를 하고 있다가, 그녀의 뒤에 자리한 세 명을 한 번 쭉 둘러보고 물었다.
“준비됐지?”
잠시 후 형준이 스틱을 네 번 치고, 4인조 플래닛셰이커의 역사적인 첫 연습이 시작됐다.
지구방위고등학교
#2 우리는 지방고 플래닛셰이커였다
형준의 드럼이 잠시 쿵짝거리며 독주를 하는가 싶더니 동철의 기타와 형직의 베이스가 동시에 들어오면서 메인 모티브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일단 연주는 별다른 변주 없이 각자의 악보대로 진행됐다. 베이스 라인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기타 역시 지난 며칠 간의 맹연습으로 커버한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카피를 보여주었다. 물론 아직 연습이 더 필요한 수준이긴 했다.
세 명의 그루브가 아직은 맞는 듯 안 맞는 듯 위태위태한 가운데 30초가 훌쩍 지났고, 이제 소희가 특유의 당찬 소리 대신 일부러 그 발성을 죽인 듯 조심스러움이 느껴지는 음성으로 연주에 올라올 차례였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난 정말
항상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이젠 아냐 이제 난 당신 없인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
사실 이 곡은 메인 모티브가 거의 연주의 전부를 차지하고 semi-chorus에서의 제2모티프 그리고 후반부 ‘달리는’ 파트에서만 신경을 쓰면 되는, 무난한 모던록이다. 원곡의 달리는 파트에서는 신디사이저가 메인으로 들어오지만, 키타(숄더 키보드라고 하는 건반악기)나 신디사이저가 없는 것도 문제고 있다 해도 관리가 어렵고 해서 여러 이유로 신디 파트는 소희가 육성으로 카피하기로 덮어둔 채 플래닛셰이커에 신디는 생기지 않았다.
그리하여 현재 플래닛셰이커는 기타리스트 보컬과 기타, 드럼 그리고 방금 막 들어온 따끈따끈한 베이스의 4인조 진용을 갖추었다.
내가 좋아하던 많은 것들도
이제 내게 의미가 없고
이제 난 당신과 함께할 뿐
소희의 목소리가 사운드 전반을 덮고 있는 동안 동철은 자기 연주 잡기 바빴고, 형준은 동철과 소희의 눈치 그리고 형직의 눈치를 번갈아 살피기 바빴고, 형직은 이 곡의 주된 루프를 파악하자 점점 눈치를 보지 않고 있었다.
이때 verse의 마지막 한 줄을 남겨 놓고 소희가 나머지 세 명 쪽으로 돌아섰다. 신호를 주는 것이었다. 이제 세미코러스로 넘어갈 것이었으니까.
그게 나의 행복이에요
과연 이제 막 들어온 베이스는 처음 보는 악보를 재빠르게 읽어내고 아까와는 사뭇 다른 리프를 카피할 수 있을 것인가? 하이햇이 퉁탕퉁탕 두드려 맞고 있고, 소희는 ‘요’를 한참 길게 뽑고 있었다. 이제 세미코러스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잠깐.”
소희가 왼손을 들어 연주를 멈추었다. 그 신호를 알아차린 순서대로 드럼, 기타, 베이스가 연주를 그만두었다. 다들 영문을 잘 모르겠다는 듯 소희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이스 진짜 안 들린다.”
“그러니까.”
형직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두었다가, 형준의 대답을 듣고는, 쟤가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본다. 소희가 거기에 덧붙인다.
“넘어갈라 그랬는데, 앰프 터질 거 같애서 안 했거든.”
“잘 했어.” 동철도 한 마디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존의 기타 라인, 보컬 라인에 더해서 이번엔 베이스까지 한 개의 앰프에 다 꽂아 쓰다 보니 동철 역시 아까부터 입력이 오버될까 봐 시원스럽게 스트로크를 긋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베이스까지는 무리인가...”
소희가 이제 생각을 해 보겠다는 뜻으로 말끝을 흐리는데 이번엔 형준이 오른손을 들고,
“내가 말야.”
발표를 시켜주길 바라는 눈치다. 모두가 주목하는 것 같자 형준이 잽싸게 들어온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생각해본 게 있거든.”
“?”
이번엔 모두가 어리둥절해했다. 형준은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다려 봐.”
그러고는 일어나 모두를 가로질러, 로봇의 오른팔 아래를 지나 일직선으로 저쪽 가장자리의 정비반으로 들어간다.
정비반 내부는 여기저기 그을리고 잘려나가는 등 한 번도 교체해본 적 없어 보이는 단단한 작업용 나무 책상 몇 개가 있고, 벽 한 쪽을 가득 메운 각종 공구며 자재며 아직 덜 끝난 작업물로 가득한 찬장이 있다. 그 반대편 벽 저쪽 구석에 달린 출입구를 열고 들어온 형준이 불을 켜자, 보호창으로 덮인 형광등과 전등갓을 쓴 백열전구에 그리 밝지 않은 빛이 들어왔다. 깜박거리며 켜지는 형광등 빛을 헤치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발걸음으로 형준은 문이 달린 정 반대편 구석으로 급하게 걸어와 찬장 제일 안쪽 아래층 구석을 뒤지며 중얼거린다.
“보자... 그 선을 내가 여따 놨는데...”
그리고 과연 거기서 어떤 검은 선들이 한 무더기 나온다.
“아, 있다!”
그 뭉치를 한아름 안고 형준은 아까 갔던 그 경로 그대로 다시 돌아와서는 나머지 셋 앞에 서는 것이 아니라, 이게 웬일, 통제탑으로 달려가고 있지 않나? 모두가 한참 어리둥절해 있다가, 그가 기어코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야, 너 어디 가냐?”
표동철이 약간 큰 소리로 불러서 묻는다.
“통제탑에,”
형준은 뒤룩뒤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디를 올라가는 운동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덩치의 소유자였다. 계단을 올라가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면서, 대답을 할 때나 이따금 옆을 돌아보아 답을 던져 주었다.
“방송실, 있잖아?”
“너 설마?”
“어, 그 설마야!”
방송실이란 말을 듣고서야 다들 그 검은 줄들이 뭔지를 눈치챘다.
“이게 라인 젠더랑 연장선이거든?”
지금 형준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면 상상도 못 했고 실천도 못 해봤을 만한 계획을 실행해 보려고 하는 것이었다.
“대식당이 3번인데 여길 기타로 깔구, 병기반이 왼쪽이니까 여기따 5번 라인 줘서 베이스 틀고, 6번 라인으로 시공반 쪽에 깔아서 드럼이 출력되게 하는 거야.”
음, 눈치 없는 독자들을 위해 설명하겠다. 한마디로, 지금 형준은, 통제탑에 있는 격납고 방송 시스템을 멋대로 만져서 각 구역의 스피커를 악기 연주에 이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여기쯤 말했을 때 이미 형준은 통제탑의 허술한 출입문을 따고 들어가 전방 강화유리 창문을 열고 있었다.
소희가 묻는다. “그럼 보컬은?”
“보컬? 아 그거야,”
창문을 열고 상반신을 한참 앞으로 뻗어 내민 형준이 득의양양하게 머리 위를 가리킨다. 천장 H빔 서까래에 달린 조명 사이사이의 스피커들이 보인다.
“당연히 1번 중앙방송이지!”
이때 형준의 안경이 천장 조명을 받아 쨘 하고 번득였다.
형준이 위에서 “이건 베이스!”, “이건 기타!” 등을 외치면서 선의 한쪽 끝을 집어던지면 아래에서는 시키는 대로 그걸 악기에 연결해서 세팅하고, 위에서는 gain과 전체 프리셋을 맞추면서 소리를 테스트해 보는 식으로 세팅이 되고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데, 기술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고,
“지잉~”
“와 쩔어!”
뭘 하나 설치할 때마다 감탄하기 바쁜 탓이었다.
둥둥. 챙챙.
“우와 대박!”
디리리리리-익, 뜬뜬 뜨든.
“이거 신기한데?”
아, 아, 하나 둘 하나 둘.
“이거 지금 내 목소리야?”
“테스트 계속해 봐!”
“싫~어!”
“야 소리지르지 마! 여기선 더 크게 들린단 말야! 아나 보컬 gain을 줄일 수도 없고...”
두 번째 세팅이 끝났다. 이번엔 드럼 쪽에도 마이크를 하나 놓고 빈손이었던 소희도 세컨드 기타를 잡았다. 그렇게 세팅해도 중앙방송 믹서는 자리가 남았다. 형준이 이걸 알았을 때 탐을 낼 만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말하자면 여기가 거대한 돌비서라운드 시스템 같은 거거든!”
물론 스피커는 조잡한 방송용이지만, 여러 곳에서 여러 개의 스피커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견할 만했다 하겠다. 다시 형준도 통제탑에서 내려와 드럼 자리에 앉았고, 이제 소희가 신호만 주면 시작할 수 있었다.
“준비됐지? 간다!”
다시 시작된 드럼 독주 두 마디는 이번엔 모두의 오른편에서 들려왔다. 시멘트 벽에 울리는 메아리를 받아 겹쳐 들려오는 드럼은,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원곡의 드럼 소리와 흡사했다.
그리고 기타와 베이스 리프. 그들의 바로 등 뒤 왼편에 있는, 학생 및 교직원 전체의 최대 150%까지 수용할 수 있는 지하대식당에서는 기타의 메인 모티브가 시원시원하게 울렸다. 오른쪽에서만 들리던 드럼의 비트 위에 베이스가 왼쪽 병기반 스피커로부터 가세하면서 이제 쿵쿵거리는 느낌이 양방향으로 들려왔다. 이건 대단한 감각이었다.
소희가 잡은 세컨드기타는 일단 4번, 모두가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는 정비반으로 깔았다. 분명히 아까는 네 명의 곁에 있던 앰프에서 세밀하고 자잘하게 나던 소리가, 이번엔 지구방위로봇이 들어찬 거대한 지하 벙커의 사방에서 마치 우연의 일치로 노래를 틀어놓고 합친 것처럼 크고 엉성하게 섞여 들어왔다. 아주 색다르고 좋았다. 그러나 전율을 느끼기에는 아직 이른 것이었다.
소희가 노래를 시작하자, 메인 보컬의 목소리가 천장에서, 보컬의 등 뒤가 아니라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전체 통제 방송 아니면 수업 종소리만 나오는 그 스피커에서, “...이젠 아냐 이제 난 당신 없인...” 노래가 완전 라이브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소희는 순간 얼떨떨해서 하마터면 가사를 놓칠 뻔했다. 자기 귀로 자기 목소리를 듣는 데 실패할 정도로 신기한 것이었다. 모든 교실과 작업실마다 베이스, 기타, 드럼이 산발적으로 소리를 뿜어 섞고 있고, 그 위로 어떤 크고 조용한 목소리가 “...목마르고 숨쉴 수 없이 거칠어...” 노래를 포괄하여 얹는다.
마지막 하이햇 일곱 번.
4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마지막의 모두 같이 쫙 커지다가 확 멈추는 부분은 실패한 채 기타와 드럼의 잔향이 남아 있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 지금은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하여 경탄할 때였다. 한참 넋이 나가 있던 소희가 “와우! 하이파이브!”를 외치고 뒤로 돌아 점프를 뛰며 나머지 세 명에게 번갈아 하이파이브를 건넨다.
“어때 죽이지?”
형준이 씩 웃으며 손을 들어 맞춰준다.
“어, 끝내줘! 목소리가 막 천장에서 울리니까 짜릿짜릿한데?”
소희의 왼손이 오늘따라 힘차고 화끈한 동작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치우고 가자’ 제스처를 했다. 베이스를 해체하는 동안 형준은 나머지 두 명에게도 소감을 재촉한다.
“야, 형식아, 괜찮지?”
쳐다도 안 보고 베이스 만지며 대답하던 형직이, 이름을 잘못 불린 데 대해서는 지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는지
“아까보단 잘 들리는데... 그리고 난 형직”
까지 말하면서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형준은 동철에게 쫓아가 있었고 형직은 안중에 없었다. 동철도 한창 고무고무 고무되어서 형준과 떠드는 중이다.
“그냥 앞으로도 이렇게 가자! 너 이거 어떻게 생각했냐?”
“어, 그냥, 뭐, 나도 드럼 마이크 써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뭐랄까...”
소희가 마이크 라인 정리하면서 한 마디 거든다.
“가만 보면 형준이가 전기기술에 소질 있어.”
형준은 아주 당황스러워한다. 누군가가 언젠가 자기에게 말하리라고 생각했던 그 말을 문자 그대로 들은 사람의 표정이었다.
“응? 내가? 내가 무슨 소질이 있다고?”
“사고치는 소질이 있지.”
이 목소리는 선생님 2의 목소리다. 음, 그러니까 어른들의 사정상 구체적인 이름은 밝히지 못하는 선생이, 방금 이들이 걸어 내려왔던 계단의 저 위쪽 거의 꼭대기에서 펜스를 붙잡고 내려다보며 혀를 차고 있었던 것이다. 셋이 다 그쪽을 주목했다. 그래야만 했다. 누가 이 시간에 여길 온 것은, 그들에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선생님 2의 목소리가 큰 폭으로 불분명하게 울린다.
“이게 누구야, 지구는 안 지키고 사고나 치는 사고메이커들 아니야?”
표가 발끈한다.
“누가 사고메이커에요?! 우리 이름은...”
선생님 2는 그의 말에 관심이 없다. 그냥 하려던 말을 계속한다.
“이놈들아, 공부도 지지리 못하면 지구라도 열심히 지켜야지 놀고 있냐?”
하형준이 송형직 쪽을 한 번 눈으로만 쳐다본 뒤 대꾸했다.
“우리라고 다 공부 못하는 거 아니거든요?!”
그러거나 말거나 난 너네들을 잡으러 간다는 억양으로, 선생님 2는 하던 말을 계속하며 느긋하게 계단을 내려간다.
“오냐 그래 그 똑똑한 머리로 뭔 짓을 하길래 이렇게 시끄럽게 구나 볼까?”
위를 쳐다보던 네 명의 시선은 자연히 다시 서로에게로 모였다. 뭣됐다. 이제 어떡하지? 나머지 세 명이 자연스럽게 형준을 본다.
“...얘들아?”
“?”
“내가 뛰라고 하면...”
형준이 허리를 굽혀 집어든 한 가닥 전선의 끝을 보여주자마자,
“전선 뽑아들고”
한 번 숨을 들이쉬고,
“뛰어!”
거기서 꽥 소리를 지르니, 지금 뛰라는 건지 좀 있다 뛰라는 건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자동으로 자기 악기와 한 가닥 줄을 아무거나 집어들고 아무 데로나 뛰었다. 형준은 잽싸게 반대편 끝을 뽑아 주러 통제탑으로 달려갔다. 선생님 2는 저 위 우측계단에서 아직도 한창 내려오고 있었는데, 지키는 사람이 없는 좌측계단으로 애들이 올라가 도망치면 그땐 잡기 어려워진다는 걸 뒤늦게야 알아차리고는 다급한 마음에 몽둥이를 휘두르며 괜히 목청만 높인다.
“야이놈들아! 거기 안 서?”
“서란다고 서는 병신이 어딨긔”
고함소리와 계단 뛰어내려가는 또는 올라가는 소리가 탭댄스 돋게 오후 여섯 시의 격납고에서 신나게 울렸다. 이것이 역사적인 4인조 플래닛셰이커의 첫 연습이었다.
플래닛셰이커가 4명을 모아 학교에서 연습한 게 역사적인 사건으로까지 강조되는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야, 너 밴드 안 할래?”
“네? 저요?”
“그래 너. 너 이름 조안나지?”
사실 그날 안나는 굉장히 놀라고 있었다. 입학식 날부터 며칠 내내 영 말이 없고 뭔가 대단히 불만족스럽다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쏘아보듯 하는 눈매로 1학년 AP반 맨 뒤에 앉아 자기 등을 째려보고 있던 ‘소문에 따르면 이 학교 교장 손녀딸’인 신소희가, 갑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아침부터 자기에게 그렇게 다짜고짜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놀랍게도 한 번도 안나의 자기소개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소희가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그러나 소희에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말해 보았자 입만 아프다.
“아 됐고, 밴드 할래 말래?”
”글쎄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갑자기 그렇게...”
“근데 넌 왜 존대말을 쓰냐?”
“제가 생일이 느려서...”
물론 이건 변명이다. 그녀에겐 특히 소희가 더더욱 남으로 느껴져서인 것뿐이다. 소희는 밴드를 할 생각이 없는 1인을 재빠르게 무시하고 대화를 끊는다.
“아 어떡하지? 밴드를 해야 되는데.”
다리를 앞으로 뻗고 상체를 젖혀 의자를 뒤로 넘길 듯 까딱거리던 소희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도, 교실에 들어오는 보조승무원마다 다 불러세워서 일일이 “야, 너 밴드 안 할래?” 물어보고 있었다.
물론 아무도 락밴드 따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상상해 보라. 장소는 무려 지구방위고등학교고 때는 2027년이다. 버스로 지하철로 걸어서 학교 교실까지 납시어 자리에 앉아 주시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 감사해야 할 지경인 사회였다.
다음 날 소희는 A4지에 흑백으로 이따만큼 뭔가를 복사해 왔다. 한 손에는 투명테이프, 한 손에는 그 광고지를 들고 교실 게시판마다 복도마다 화장실마다 그걸 붙이고 다녔다. 라이브 공연 중 고함을 지르는 것 같은 모습의 락커 사진으로 지면을 꽉 채운 뒤 그 위로 짧고 굵은 광고문이 올라와 있었다.
지구방위고등학교
유일의
락밴드
REBORN!!!
planetshakers
문의 1-AP 신소희
신소희는 ‘소문에 따르면 이 학교 교장 손녀딸’이었다. 뭐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소희가 광고지를 학교 사방에 붙이고 다니면서 아무나 붙잡고 “야 너 밴드해 보고 죽을 생각 없어?”라고 물어본다는 소문이 전교생에게 퍼진 것은, 비단 소희가 그렇게 ‘나댈’ 것 같이 생기지 않은 세련되고 귀여운 외모여서만은 아니었다.
“플래닛셰이커를 알아?”
“1학년이?”
“야 이거 플래닛셰이커 재결성인가?”
3학년의 나희영, 김국환 그리고 2학년의 윤덕희가 뿜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플래닛셰이커의 팬클럽 <새틀라이트>의 멤버였다.
돌발 과학퀴즈 하나. 행성을 도는 위성이 있다고 치자. 어느 날 그 행성이 ‘갑자기’ 없어져 버리면 그 위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1번, 같이 없어진다. 2번, 행성이 없어지던 순간의 진행 방향으로 투포환이 날아가는 원리와 같이 날아간다. 3번, 폭발한다. 4번, 돌던 궤적을 점점 축소시켜 한 자리에 고정된다. 음, 실은 나도 정작 문제는 냈지만 답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적어도 몇 년 전 지방고 동아리 통폐합 대집행 때 플래닛셰이커라는 행성을 잃어버린 새틀라이트에게, 정답은 1번이었다. 학교의 명물이 될 수도 있었던 이 락밴드는 면학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안 된다는 학교의 탄압을 받아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그때의 영광을 아련히 기억하던 선배들 몇 명만이 구전으로 그 존재를 전해 왔다. 그것을 나희영이 1학년일 때 2학기에 당시 3학년이던 몇 명이서 부활시켰다. ‘지구를 지키는 고등학교’의 락밴드 동아리는 패기부터가 다르다. 나희영과 김국환은 그때 보았던 기절초풍할 감동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배들은 훌쩍 졸업하고 중견 기업에 취직해 가 버렸다. 그게 끝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게 끝인 줄 알았는데
“플래닛셰이커 벌써 두 명 들어갔대는데?”
“진짜?”
“저 봤어요.”
“아 깜짝아. 누구세요?”
“저 덕희에요. 윤덕희. 왜 그 재작년 기말 공연 때 중학생인데 왔었던...”
“아 그게 너야?”
“뭘 봤는데?”
“지금 보니까 드러머랑 기타가 들어왔어요. 제가 혹시나 해서 C섹터 가봤더니 있더라고요. 그래서 Anthem 가르쳐줬어요.”
“니가 Anthem을 알아?”
“아 그때 들은 곡들은 제가 다 안다니까요! 어, 근데 저 죄송하지만 이름이...”
“어, 나는...”
나희영과 김국환과 윤덕희가 이 일을 계기로 원년 새틀라이트 멤버로서 자연스럽게 서로 통성명을 하게 되면서 일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2학년 중에는 윤덕희와 더불어, 첫눈에 소희의 당당한 모습(과 아마도 외모 버프 때문)에 반해 버린 AP 석미령이 주모하여 새틀라이트의 부활을 도모했고, 1학년 중에서는 주로 멤버들의 친구 위주로 플래닛셰이커의 부활과 새틀라이트의 재집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제대로 된 활동을 한 게 없으니 나설 기회가 없었다 뿐이지, 일이 여기까지 오자 플래닛셰이커의 부활과 새틀라이트의 존재는 학교에서 공공연한 것이 돼 버렸다. 다만 이번 학기에 기말 공연 잡혔네 멤버가 벌써 4명으로 갖춰졌네 하는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 일이 진행되는 것이 없어서 판을 벌인 소희 입장에서는 초조하던 차에 오늘 드디어 베이스를 영입했고, 뜻밖에 격납고 믹싱 체제까지 성공해서 몹시 기분이 좋았다. 다만 망할 놈의 당직선생 때문에 저녁 일곱 시나 다 되어서 복날 개처럼 헐떡일 수밖에 없었을 따름이었다.
숨을 고른 소희가 주변을 둘러보니 번화가로 들어온 길이었다. 코코아톡 알림이 와 있었다.
표동철: 다들 어디야?
표동철: 난 일단 선생 따돌림
표동철: 나만졸라따라와 미친병기
하형준: 일단학교근처에 짱박혀있는중ㅋ
송형직: 집.
소희가 답장할 말을 생각하다 말고 궁금해서 물어본다.
신소희: 벌써 집갔어?
송형직: 학교 옆이야, 우리집.
신소희: 헐ㅋ
다시 위치 파악으로 돌아간다. 다들 족히 15분은 뛰거나 숨거나 따돌리기 바빴기 때문에 서로 잘 피했는지 어떻게 됐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신소희: 학교근처 어디
하형준: 나PP렌트
형준은 지금 만화 소설 비디오 종합대여점 체인으로서는 현재 유일하게 살아남은 PP렌트 한구석 CCTV 바로 아래 초조하게 쪼그리고 앉아, 미처 다 넣지 못한 라인을 얼키고설킨 그대로 책가방에 우겨넣고 있었다.
송형직: 거긴 왜?
하형준: 아직라인정리 다못했거든ㅋ가봐야돼
신소희: 가긴뭘가? 내일해
표동철: 그래 그만하고 내일하지
이때 소희한테 전화가 온다. ‘할아버지’다.
“여보세요?”
“방금 당직선생이 전화가 왔는데, 너 또 학교에서 밴드했냐?”
“...네.”
코코아톡 알림은 통화 중에도 계속 온다. 귓전에 댔던 휴대폰을 좀더 떼야 했다.
하형준: 아맞다
“너 하고 싶은 거 하게 해 준다고서 억지로 지방고 다니게 한 건 내가 미안한데,”
하형준: 내일 창군기념일이잖아
이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던 형직도, 골목에서 다시 나갈 길을 찾던 동철도, 와이파이가 잡혔다 안 잡혔다를 반복하는 복잡한 상점가 속의 소희도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근데 자꾸 수화기 스피커로 할아버지가 귀찮은 얘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너도 그 나이나 됐으면 공부할 생각을 해야지, 마냥 가수놀이나 하자고 학교 갈 거냐?”
결국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서 핸드폰 화면을 봤다.
하형준: 낙원상가가자
“그럼 당연히 가야지!”
“응? 뭐?” 기가 차서 터져나오는 한숨이 두어 번 이어진다. “너 진심이냐?”
“네? 아, 아니에요. 그 얘기 아니에요. 저 바쁘니까 끊을게요. 지금 가요.”
송형직: ㅇㅋ.
신소희: ㅇㅇㅋㅋㅋ아개웃겨
표동철: 뭐가 웃겨
신소희: 아몰라 낼 말해줄게 오늘 수고했고 낼봐
곧이어 형준은 PP렌트를 나오며 주변 눈치를 살핀다. 그때 소희는 네거리를 지나 점점 어두워지는 저쪽의 버스 정류장을 찾아 달려가고 있었다. 동철은 일반 주택 반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는 중이었고, 형직은 불도 켜지 않고 옷도 벗지 않은 채 가방만 던져 두고 자기 방 침대에 엎어져 있었다.
지난 4월 3일에 폭발하여 인기 해쉬태그로 떠올랐던 트위터의 Trending Topic은 #InOurGeneration (우리세대는)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시사하는 듯하여 몇 가지 번역을 올립니다.
#우리세대는 아직도 인종차별철폐 투쟁중
#우리세대는 해리 포터와 함께 웃고 울고 싸웠던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해리포터 세대다.
#우리세대는 이딴 걸 음악이라고 듣는다. 아놔...
#우리세대는 더 이상 문간에서 노크하질 않아. 전화나 문자로 불러서 밖에 있다고 알리지.
#우리세대는 열여섯 살에 애를 가지면 칭찬하고 마약하는 것은 예쁘게 말해요. 사회가 인정한다고 해서 옳은 말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세대는 카우보이를 하기엔 너무 늦고 로봇이랑 싸우기엔 너무 이른 시절에 태어났다. 이뭐병
#우리세대는 한마디로 지트페! 지식iN 트위터 페이스북
#우리세대는 살아야 된다고 얘기하는 방식대로 살았다. 90년대에 소년소녀였던 너이자식들 화이팅
#우리세대는 무슨 짓을 해놓고도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한번뿐) 라고 둘러대지
#우리세대는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랑 그에게 죽자고 덤벼드는 여친 얘기가 인기다. 안 멋지다.
#우리세대는 피자 배달이 경찰 출동보다 빠르다.
#우리세대는 사람들이 당신에게...
#우리세대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똑같은 성공은 하고 싶어하면서 그와 똑같은 과정은 거치기 싫어한다.
사람들이 관계는 원하면서 친교는 원치 않는다... 하필 #우리세대는!
#우리세대는 사람 좋은 사람이 되면 갈 곳이 없다
#우리세대는 스마트폰을 스투피드피플이 쓰죠.
#우리세대는 예쁘거나 사망 직전인 것에만 관심을 보인다.
#우리세대는 이런 인간관계는 본 적이 없겠지!
#우리세대는 하나님의 길을 떠나 사회의 법도로 자꾸 탈선하고 있습니다
#우리세대는 하느님의 판단보다 사람의 판단을 더 무서워한다.
#우리세대는 레이디가가를 구세주로 떠받들 만하다. 예수님이 물 위를 걷는마냥 가가는 10인치 넘는 힐을 신고 완벽한 퍼포먼스를 하지 않나.
#우리세대는 대부분 예수님 얘기보다 드레이크(※YOLO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얘기를 들으려고 한다. 왜냐면 예수님 말씀에 우리 인생은 한번뿐이 아니라서...
알 수 있는 것들
- 정조 관념이 몹시 희박해지고 있다. 이 세대가 특히 빠른 성장을 요구받았던 세대여서 성적 성숙 역시 속성으로 이루어졌다는 변명이 제기되고 있다.
-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위험 수준에 있다. 친구와 적을 구별해 말하기 어렵다고 한다. 성관계 대상으로서의 주체 hoe(섹파, 상년놈)와 그로 인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는 깊은 관계의 문제를 무시할 수가 없다.
- 외관으로 사람이 평가되고 있다. 자아형성이나 자존감 확보는 하지 않고 항상 겉치장을 한다고 자조하고 한탄한다.
- 뭔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대신 발달된 초고속 통신 기술로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을 취하거나 송신하고 이 과정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반면 세부적이지는 못하다. 따라서 축약어와 통신어를 남발하면서 정작 중요한 문법적 차이는 놓치고 만다.
- (이들이 기억하는) 과거의 단순 명료하고 '말끔한' 유머로서의 옛 오락거리들을 그리워하는 정서가 팽배하다. 반면 지금의 서사와 오락은 자극적이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아닌 척을 하고 있고 무엇보다 솔직히 쿨하지 않다고 말한다.
- 그럼에도 여전히 이 모든 것이 문제이고 싫은 현상임을 인지하고 있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의 해결을구식이라 할 만한 기독교 복음 등에서부터 찾으려는 시도가 힘겹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역시 미미하다.
굵게 친 문장은 통화하면서 내가 말해준 표현, 엷은 색 괄호 문장은 내가 이 맥락에서 생각해 보았거나 얘기해 보았는데 하여간 생략되어, 지금에 와서 괜히 추가해 보고 싶어지는 나의 생각.
한 19대 국회의원 출마자가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출마했다. 이 소식은 SNS를 통해 빠르게 전해졌다. 이 출마자는 본격적인 예선이 시작되는 7월 전에 선거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망언'을 했다. 입으로 인해 화를 본 국회의원 출마자는 또 있다. 한 청년 비례대표가 자취집 전세를 빼서 받은 3천만 원만을 선거 자금으로 사용한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은 그 후보가 공적인 자리에서 강조하고 자주 언급하는 공약이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조금 다른 듯 보이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사건이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개인의 역량으로 모두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이해하려는 태도와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정치가 지향해야 할 정상적인 방향과는 다르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는 대표의 자리에 누가 있던지 전혀 상관이 없어야 한다. (민주주의란 인민의 자기통치를 의미하며 여기에서 대리자가 누구인가는 궁극적으로는 대단히 사소한 문제이고 또 사소한 문제여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가수다>처럼 선거는 순위를 매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것이 순위를 매기는 작업인 것처럼 이야기되어 본래 의미가 대단히 무색해지는 일이 적지 않다.) 선거 출마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출마자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하나만: 이 유일성 조건이 실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각종 경합 프로그램이 결국엔 중복투표를 허용하는 것은 우연도 꽁수도 허접함도 아니다. 유일 선택은 나머지 전부를 포기하더라도 그 하나를 제일로 삼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선거 결과는 스펙트럼으로 이해되어야지 순위로 이해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선택해서 투표하는 것이다. 지금은 이미 방영이 끝났지만 <나는 가수다>는 <나는 꼼수다>나 <나는 꼽사리다> 등 여러 패러디 작품을 남기며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제목은 '나' 즉, 개인적인 자질을 더욱 높이 평가하는 현대 한국 사회의 의식이 반영 된 것이다. (다른 게 아니라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적 스탠스다. 그것은 구조와 체제와 계급 대신 개인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개인환원주의 기조는 뛰어난 역량을 지닌 개인이 나타나는 것 이상의 대안과 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한계에 봉착한다. 임재범이 나왔을 때 프로그램 이름이 '나만 가수다'로 바뀐 줄 알았다던 출연진들의 인터뷰를 기억하는가? 쫄지 말라고 외치는 해적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전면에 내세우며 '쫄지 않'는 대신 출연진 4인방을 추종하다시피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 이유야말로 <나는 꼼수다>가 근본적인 정답은 되지 못하는 이유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스타성’이 있는 몇몇 뛰어난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이끌어 간다.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그 ‘스타성’은 더욱 빛이 난다. 그리고 지금 시대의 정치는 국민과 국민의 생각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개인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하려는 국회의원 출마자는 선거를 하나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 (사실 이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것이 언론과 미디어와 연예오락 등으로부터 긍정적 원시관념을 확보했고, 정치활동과 경제산업 전반이 이것을직간접적으로 재생산하면서 언론과 미디어로 하여금 이런 은연중의 사상을 표현케 하는, 쿨해 보이는 사상이 악순환적 카르텔을 맺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요컨대 방송사는 좀더 '체계적'이고 '공정'해 보이는 '무한개인경쟁' 오락프로를 짤 것이고 이것이 리얼국민경선 캠페인 등으로 되먹여진다는 것이다. 국민의 역할이 날로날로 ARS 눌러주는 기계 혹은 '거수기(擧手機)'가 되어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라. 이게 지금 잘 하는 짓인가?)
정치인은 본질적으로 스타성이 있는 사람이나 개인의 자질이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인을 통해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인의 본질일 것이다. 정치권이 오디션장으로 바뀌고 선거가 '나는 국회의원이다'가 되어 버리면 안 될 것이다.
우선 이능력 배틀물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순수하게 이능력 배틀을 위한 장르월드-아니 배틀 스토리 월드를 구상하는 것입니다. 격투게임의 스토리라던가 슈퍼 히어로, 또는 무협 등과 같이 배틀이 이야기 드라마의 중심으로 사용되는 것을 배틀 스토리 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싸움이 이야기의 갈등이 되고, 싸움이 갈등을 푸는 해결책이며, 싸움이 주된 사건인 것이 배틀 스토리 월드입니다. 이능력은 이런 싸움을 주인공이나 적에게 각각 유리함을 주는 도구로서, 또는 싸움 자체의 수단으로서 활용됩니다. 그런 것이 이능력 배틀물이지요. 이처럼 순수하게 배틀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월드-배틀 스토리 월드를 작가님이 상상한 이능력을 중심적인 수단으로 하여 구상해내는 것이 첫 번째 방법입니다. 비쥬얼 노벨계에서 나왔던 [Fate/Stay Night]가 이러한 배틀 스토리 월드에 속합니다.
두 번째는 다른 장르의 서사에 이능력 배틀을 더하는 방법입니다. 이능력 배틀은 대부분 현대물입니다만, 현대라는 배경은 순수한 배틀 스토리만으로는 드라마가 자칫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보다 풍부한 드라마로 바꾸기 위해 현대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장르 서사와 이능력 배틀 스토리를 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때는 이러한 장르융합형의 이능력 배틀 스토리가 중심이 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능력 배틀이 더해지는 장르로 자주 쓰인 것은 미스테리나 스릴러, 또는 범죄소설 등과 같이 주로 현대를 이야기 배경으로 사용하는 장르가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청춘 소설 등에 이능력 배틀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다른 장르의 긴장감에 이능력이라는 소재를 긴장의 강화, 또는 하이라이트의 화려한 재미를 주는 요소로서 활용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장르가 가진 드라마를 하나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이 방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장르가 가진 각각의 재미를 분명히 아는 것과 이능력이라는 소재가 다른 장르의 어느 부분에 들어갈 수 있는가를 분명히 아는 것입니다.
이능력 배틀은 현대라는 배경을 보다 장대한 이야기로 바꿔줄 수 있는 장르입니다. 이능력 자체만으로 이루어진 월드의 디테일에서부터, 현대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좀 더 풍부하게 구비하신다면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후략)
Nardack님이나 Anmi님 등의 일러스트 때문에 요즘 시드노벨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이런 걸 발견해서 함 진지하게 봐야지 싶어졌다.
라노베 작가 지망생들은 누군가가 이세계 배틀물 따위에 대해 저렇게나 진지하게 공부하고 독해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이렇게나 있다는 걸 생각이나 할까? 진지하게 궁금하다.
원래 90분 내지 100분짜리 장편 극장용 시나리오로 짰던 이야기를 1쿨짜리 TVA 시나리오로 바꾸다 보니 스토리 전개에만 260분을 소요하는 좀 늘어지는 듯한 시나리오가 됐다. 이 이야기가 만약 재미없다면, 그것은 순전히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었던 원래의 엄청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TV판으로 수정했기 때문이거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 못한 채 글로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분명히 재미있었다.
나머지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서사로 말하겠다. 미리 말해두는데, 이 농담은 아주 치밀하다.
원안
스튜디오 애니멀
그것이 다가오고 있었다.
거기서 카메라 줌을 아주 크게 당겨 잡으면, 저쪽에 조그맣게 창백한 푸른 점 하나가 보일 듯 말 듯한 거리에서부터, 어두컴컴한 무중력과 진공의 공간을 거의 일직선의 같은 속도로, 그리고 무엇보다 예전에도 그렇게 찾아왔듯이, 이번에도 지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이.
각본
엽토군
화창한 화요일이었다.
지구방위고등학교 1학년 시공B반 교실은 창문을 있는 대로 다 닫고 있던 탓에 그 교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가 밖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다.
오른쪽 턱을 괴고 창 밖으로 눈을 고정한 시공생 표동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는 표정이다. 햇빛이 사선으로 비쳐 들어오는 교실에서 혼자 무심하게 창 밖을 보고 있다니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같다. 그리고 잠시 후 동철의 책상 서랍에서, 그가 바라보고 있는 창문 너머에서, 전학생이랍시고 교실 앞문을 열고 미소녀들이 등장할 것인가? 그런 일은 한국에서는 없다. 대신,
“조용히 안 해?”
수업시간과 쉬는시간을 혼동하고 미친 듯이 떠드는 3류 실업계 고등학생들을 조용히 시키려고 애꿎은 교탁만 매질하는 미묘한 미모의 여교사가 있을 뿐이다.
동철은 그때에야 표정을 무슨 생각 비슷한 것이 났다는 표정으로 조금 바꾸며 교실 앞을 본다.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감수
전경진, 김진혁, 허희정, 고지영, 장선녀, 조은수
쿠구구구구구구구...
그것은 낮고 육중하게 울리며 직감적인 공포를 일으키는 소리를 내며 푸른 별 지구를 향해 가속도 서행도 하지 않고―음, 잠깐, 방금 내가 진공의 공간을 날아오고 있다고 했던가? 그러면 그것은 소리를 낼 수가 없겠군. 다시 말하겠다.
(무음)(무음)(무음)(무음)(무음)(무음)(무음)(무음)(무음)...
그것은 별다른 소리는 안 내며 한결같은 속도로 푸른 별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협찬
디시인사이드 한국애니갤러리
동철이 고개를 반사적으로 앞으로 돌렸다가, 문득 오른편으로 시선을 옮겨 교실을 한 번 훑어본다.
국어 교과서를 구겨 판치기를 하는 놈들, 뛰어다니는 놈들, 불량식품 간식 먹는 놈들, 서로 낙서를 주고받는 놈들, 자는 놈들, 잠꼬대에 욕을 섞어 꽥 지르고 다시 자는 놈들.
음, 별일은 없다.
안심한 동철은 다시 앞을 본다. ‘교 훈’, ‘지구를 지켜라’가 걸린 액자 아래로 지구방위사를 가르치는 여교사 구지영이 서툰 솜씨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주의를 끈다.
“얘들아 집중 좀 해. 이제 끝났어. 정리해 줄 테니까.”
그 말을 듣고 집중을 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동철은 선생을 보고 있었지만, 그건 그냥 달리 볼 것도 없는데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려 두면 혼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서였을 뿐이니 무효라 하겠다.
교탁에 내려놓았던 분필을 급하게 집어들며 선생은 말한다.
“자 다시 정리해보자. 뭐랬지? 10여 년 전만 해도 외계인이나 UFO의 정체는,”
칠판으로 휙 돌아선 지영의 오른손이 칠판 가득 어지럽게 적힌 글자들 중의 ‘無’ 자에 닿자마자 분필은 그 글자를 동그라미 치고 선생이 말한다.
“없는 셈쳤다고 했지?”
교사의 말이 칠판에 적은 내용과 큰 차이 없이 겹치기 시작하면서 동철의 귀에 선생의 말은 점점 들리지 않았다. 칠판을 가만히 살펴 보니, 판서는 크게 3단으로 되어 있었다.
그것은 현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고비에 관한 것이었다.
UFO. 외계인.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이것들은 이 세상에 ‘전면적이고 총체적으로 등장’한 일이 없었다는 이유로 과학계로부터 이미 귀납적 존재 증명을 하지 못했다는 최종 결론이 내려져 있었다. 그 해 12월 3일까지만 말이다.
미 국방부는 그 날 있었던 일을 공식적으로 Invasion by Monster’s Falldown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지구방위사 교과서에 따르면, 그 날 “거대 외계도약체”가 서울 테헤란로에 낙하하여 2시간 가량 “축소”한 후 “급팽창”해 다시 날아갔다. 불과 9시간 동안 지구에 닿았다가 사라진 외계 생물은 우리에게만 25조 원 규모의 막대한 참사를 일으켰다.
당장 다음 해에 UN 직속 지구방위회의가 신설되었고, 전세계적으로 군비가 증강되었으며, 한미연맹은 한국전쟁 이후로 가장 강력해졌다. 우리나라는 그 외계도약체의 피해를 가장 적나라하게 받은 나라로서 특히 이 문제에 모든 관심을 쏟았다. 국민들의 대처 역량을 강화하고 한미연합 및 지구방위회의를 위한 전력과 인재를 증강하는 목적의 특수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지구방위고등학교’가 설립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동철이 칠판의 세 번째 단쯤을 보고 있는데 마침 교사가 목청을 높인다. 아마 수업시간이 지났는데 종이 울리지 않아 마지막으로 속도를 높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너네가 이 명문 지방고에 다니고 있는 거잖니? 어때, 알아야겠지? 시험에 나오겠지?”
누군가가 핀잔을 준다. “몰라요.”
명문이었던 건 정말 한때였다. 그때 훈련은 본격적이었고 장비는 최첨단이었으며 학생들은 전세계의 기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듬해에 ‘거대 외계도약체’는 오지 않았다. 다음 해에도 오지 않았다. 사실은, 그렇게 지난 지 벌써 10년째다.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벌써 2027년인 것이다.
그리고 구지영이 무슨 핀잔인가를 더 주려는데 드디어 종이 울렸다. 선생은 급하게 교과서와 다른 소지품을 챙겨 나가며 마지막으로 잔소리를 한다. 사실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시끄러운 교실이었다.
“얘들아 제발 중간고사 준비 좀 해. 아무리 시공반이라지만, 응?”
누군가가 한 번 더 선생의 등을 떠민다.
“아, 어차피 또 시공반일 텐데요 뭐.”
이쯤 되면 그냥 빨리 나가는 게 상책임을 알고 있는 여교사는 앞문도 닫지 않고 1-시공B 교실에서 도망간다.
이제 이 학교에는 긍지도 없고 지구를 지킨다는 생색도 없다. 이제 지구방위고등학교, 줄여서 ‘지방고’는, 그냥 진학률 낮은 수많은 동네 골칫거리 3류 실업계 고등학교 중 하나일 뿐이었다.
말없이 지켜만 보던 동철은 입맛을 한 번 다시고는 머리를 벅벅 긁는다.
“아이씨, 공부를 하긴 해야 되네.”
혼잣말이 끝나려고 하는데 앞문이 세차게 탕탕거리며 옆 반에서 온 웬 놈이 “야 대박! 완전 대박!” 소리를 지른다.
동철도 그렇지만 웬만한 시공B반 학생들은 모두 다 그를 주목했다. 그가 뜸 들일 겨를도 없이 바로 결론을 말해 버린다.
“지금 신소희가 플래닛셰이커 얘기한대! 중대발표!”
교실이 순간 들썩이고 동철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데 눈치 빠른 몇 놈들이 창가로 뛰어왔다. 창가 자리에 앉은 동철이 그 주변 분위기를 한 발 늦게 파악하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을 때쯤, 이미 동철은 창 밖 운동장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가 하고 쳐다보려는 꼴통 시공생들 때문에 사방으로 우겨싸여 있었다.
간신히 밖을 확인하니, 세상에 무슨 싸구려 일본 드라마도 아니고 구령대 한가운데에 일렉기타를 멘 신소희가 마이크 하나 들고 위풍당당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분위기의 동급생이 포커페이스를 하고 서 있었다.
소희가 학교 창문에다 대고 왼손으로 특유의 삿대질을 해 가며 외친다.
“야 잘 들어!”
가뜩이나 우렁찬 기차 화통 목청에 교장 전용 마이크 라인을 사용하니 안 들을래야 안 들을 수가 없었다.
“오늘부로 플래닛셰이커에 베이스가 생긴다!”
애먼 동급생들과 선배들을 삿대질하던 소희의 왼손이 그 포커페이스로 휙 돌아간다.
따라서 모두의 시선도 그에게로 휙 쏠린다.
“송형직이라고 한다!”
쿵!
“이번 기말고사 직후에 한 건 할 테니까,”
쿠웅!
“그런 줄 알고 있으라고!”
쿠구웅!
“이상!”
왠지 이리저리 카메라로 왔다갔다 해야 할 것 같은 강한 임팩트의 외마디 연설이 끝나고, 신소희가 “가자.”라며 형직의 어깨를 툭 치고 마이크 라인을 정리하고 있는데,
“헉, 헉, 헥헥...”
3층에서 한걸음에 뛰어나온 표동철과 하형준이 구령대와 정문 사이에서 헐떡거리며 신소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맞다.”
둘 중 누군가가 먼저 입을 떼긴 뗄 건데 숨이 차서 둘 다 말을 못 하고 있는 상황임을 파악한 소희가, 허리에 오른손을 얹으며 그들을 내려다보고 일러준다.
“내가 너네한테 먼저 말하는 걸 깜박했네.”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 애니멀
음, 방금 내가 아까 그것이 한결같은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던가?
정정해야 할 것 같다.
다시 보니, 그것은 신소희와 하형준과 송형직과 표동철의 머리 위로, 지구로, 10년 전에 지났던 그 궤적을 타고―점점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지구방위고등학교 #1 이것저것 다가오고 있었다
제작
지구방위고등학교 입학처
새틀라이트
스튜디오 애니멀
이 네 명이 잠시 후 햄버거 먹으러 들어간 패스트푸드점 역시, 밖에서 보면 조용했다.
시끄러운 최신 가요 때문에 가게 안의 손님들은 거의 악을 썼고, 그 때문에 이 네 명 역시 거의 악을 썼다. 그리고 혼자만 2인분을 시킨 하형준은, 패티를 우적우적 씹으며 하던 얘기를 한다.
“아니, 그럼 얘기만 미리 좀 해 주지.”
표동철도 동의한다.
“그러니까. 베이스가 필요하긴 필요했잖아.”
“근데 그게 너무 이렇게 갑자기 말이야.”
둘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신소희가 한 마디 해 준다.
“그니까. 내가 좀 서둘렀지? 미안미안. 아니 근데 진짜, 얘를 빨리 영입을 해야겠는 거야. 그래서.”
형준이 패티를 삼킨 후에 조심스레 묻는다.
“이름이...?”
“송형직.”
이번엔 동철이 소희에게 묻는다.
“얘가 그렇게 대단해?”
“내가 얼마 전에 집에서 교회 가래서 한번 갔거든?”
그런데 학생부 예배 시작 전의 어수선한 틈에, 어디서 많이 본 애가 강대상에 혼자 올라가 앰프에 라인 꽂고 혼자 베이스를 치더란다.
“너 교회 다녀?”
동철의 질문에 형직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사실 형직은 함부로 거기 올라가면 안 되는 것이었고, 잠시 후 준비 완료된 찬양단이 올라오자 형직은 당황해서 서둘러 라인 뽑고 내려가려다가 보기 좋게 굴러떨어졌다.
“쭉 봤는데 잘 치더라고. 그래서.”
그러더니 소희가 콜라 컵 커버를 벗기고 한 모금 벌컥 마신 다음 컵을 땅 내려놓고 형직을 가리키며 득의양양
“알고 보니까, 얘 오피. 오피.”
뭔 말을 하려고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뭐라고? 형준과 동철이 동시에 물었다.
“너 OP야?!”
형직은 당황해서 쑥스러워하는데 소희는 문득 괘씸한 생각이 불끈 솟았다.
“야 너네 뭐냐? 내가 초A급 AP인 건 놀라지도 않냐?”
“아니 너야 원래 할아버님한테 배운 것도 있고 하니까 보조파일럿 하는 거고.”
동철이 그 부분은 짧게 지적한 뒤 다시 고개를 돌려 묻는다.
“야 근데 OP는 머리 좋아야 하는 건데?”
“너 머리 좋아?”
형준까지 그렇게 한없이 단순하게 질문하니 형직은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몰라 한참 뜸을 들이더니,
“...어, 좋아. 머리.”
“야~ 잘 왔다! 너 아주 잘 왔어!”
형준은 몸을 뒤로 젖혀 가며 반가워하더니 몸을 앞으로 확 일으켜 건너편에 있는 형준의 어깨를 툭툭 친다.
“야, 우리 플래닛셰이커가 말야, 공부도 지지리 못 하면서 맨날 논다고 얼마나 눈치 받고 살았는지 아냐? 이제 우리도 공부 잘 하는 애 있다고 해야겠다, 그지?”
하형준의 오버액션을 쌩까며 소희가 일어나 말한다.
“됐고, 일어나자. 다 먹었지?”
“어 잠깐만!”
형준이 그래 말해 놓고 남은 설탕 덩어리 샐러드를 허겁지겁 먹는 동안 나머지 세 명은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동철이 물었다.
“연습 가?”
“야, (우적우적) 그럼 당연히 가야지, (꿀꺽) 엉? 새 멤버가 왔는데!”
“다 먹고 말해. 제일 늦는 사람이 내일 빵 사기.”
“기다려, 소희야!”
이제는 삼면을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인 지방고의 운동장은 그래서 더욱 크고 허전하고 쓸쓸한 노을빛으로 물들려 하고 있었다. 그 오후 네 시의 텅 빈 운동장을 그 넷이서 오른편으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근데 얘가 그렇게 잘 쳐?”
“작살난다니까?!”
학교의 오른편 현관은 자전거 자물쇠로 잠겨 있다. 앞장을 선 소희가 그 잠긴 현관으로 걸어가며 자세를 자연스럽게 낮춘다.
“오늘도 이 모양이네.”
문 앞에 쪼그리고 다가가서 문을 밀어 충분히 열리는 현관문 틈새로 오리걸음을 걸어 들어가는 소희의 뒤를, 나머지 셋이 그대로 따른다.
“도둑 들어도 모르겠다.” 형준의 뒤를 따라 들어가는 동철이 면박을 준다. “훔쳐갈 거나 있냐.”
모두가 동의하는 뜻에서 잠시 별다른 말이 없었다. 우측 현관에서 가운데 쪽으로 좀 걸어가면 아래로 이어지는 널따란 계단이 있다. 지하로 하염없이 내려가고 또 내려가는 이 계단을 걸어갈 때 이야기를 하면, 소리가 위아래로 쩌렁쩌렁 울린다. 동철이 입을 연다.
“근데 여기 원래 이 시간에 잠그는 거 아니래매.”
“진짜?”
형직이 반응을 보이자 형준이 바로 대답해 준다.
“몰랐어? 원래 정비는 여기 5시까지 무조건 남아서 점검하고 가야 돼.”
이건 천하의 신소희도 몰랐나 보다.
“근데 왜 안 남아?”
“왜겠냐? 점검할 게 없으니까 걍 집에 가는 거지.”
“원래대로 하면 너네도 학교 끝나고 내려와서 교육 받고 가야 된대.”
동철의 말이 금시초문이라는 듯 소희가 묻는다.
“누가 그래?”
“원래 그게 규칙이야, 몰랐어?”
“진짜?”
대화가 이쯤 되었을 때는 그들이 학교의 지하 1층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불 꺼진 ‘격납고’는 최소한의 빛만 보이는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거기서 동철이 익숙한 발걸음과 동작으로 스위치가 달린 벽을 더듬어 불을 켠다. 펑, 펑, 펑, 저쪽 먼 구석부터 이쪽으로 천장 조명이 점등되고 있었고, 발 밑이 제대로 보이게 되자 그들은 다시 하던 얘기를 하며 걸음을 다시 떼었다. 소희가 앞서 가며 뒤편에 대고 물었다.
“야, 그럼 원래대로는 우리 지금 다 땡땡이야?”
“그런 셈이지.”
“근데 뭐, 학교에서 문을 잠그잖아.”
형준과 동철의 대답에 소희가 맞장구를 친다.
“아 맞네. 완전 웃긴다.”
그렇게 앞서 가는 셋과 거리를 점점 벌리고 있던 송형직을 하형준이 문득 알아차리고 뒤를 돌아본다.
“뭐해, 형식아? 여기야 여기.”
다시 형준이 돌아서서 가던 길 가는 것을 확인한 형직이 몇 걸음 바삐 따라잡으며 혼자 궁시렁거린다.
“...형직인데.”
천장 높이만 30m를 넘는 격납고의 정 중앙에는 상시 출격 가능 상태의 거대 로봇이 태권도의 준비서기 자세로 학교를 등지고 서 있다. 그 로봇의 머리 위로는 운동장이 있다. 3층짜리 학교 건물의 밑에는 로봇의 왼쪽 뒤편에서부터 지하 대식당과 파일럿 대기실, 비상 발전시설이 위치해 있고 통제탑은 파일럿 대기실과 발전 시설 중간쯤에 따로 높이 서 있다. 로봇의 왼쪽엔 병기반, 오른편엔 시공반, 앞에는 정비반이 있다.
원래는 여기서 밤낮없이 지구방위 기술을 훈련받고 교육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제 여기는 매년 하는 교육훈련만을 정규 수업 중에만 대충 시키는 장소에 불과하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방과 후의 격납고는, 미승인된 밴드 동아리가 한 대의 거대 로봇을 관중으로 세워 놓고 매일 고래고래 연습을 하는 초대형 연습실이 되었다. 드럼과 앰프와 마이크 세트를 짱박을 장소는 진작에 찾았을 정도다.
자기가 칠 드럼을 발전실에서 끌고 나오며 낑낑거리는 형준을 뒤로 하고 동철은 한창 튜닝 중이었고, 형직이 조심스럽게 소희에게 묻는다.
“저기, 이런 건 C섹터에서 해야 되는 거 아냐?”
C섹터라 함은 학교 건물 등 뒤에 동아리 전용으로 조잡하게 조립해 놓은 가건물 구역이다. 항상 학교 뒤쪽 아파트의 그늘 아니면 학교의 그늘에 가려져 있어 끔찍할 정도로 음습하다.
“아, 그건 걱정 마.”
“그래도 좀...”
잠자코 튜닝하던 표동철이 듣다 못해 한 마디 한다.
“야, 그럼 넌 그 곰팡내 나는 데서 베이스가 치고 싶니?”
형준도 마침 마지막으로 양손에 심벌을 들고 나와서 거든다.
“그리고 거기서 연주하면 주민신고 땜에 쫓겨나서 안 돼.”
형직은, 납득은 하고 있었지만, 모르는 게 많아 불편하다는 심기를 애써 감추고 있었다. 소희가 그걸 알아차렸다.
“됐고, 얘 악보 줘. 일단 쉬운 걸로 한 곡 가자.”
형직은 악보를 한 번 훑어보고서야 할 일은 하겠다는 표정으로 아까부터 메고 있던 베이스 가방에서 기타를 꺼내 앰프에 꽂고 조율을 했다. 물론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드럼 세팅이 훨씬 더 늦게 끝났기 때문에 베이스 때문에 시작이 늦어지지는 않았다.
세팅이 끝났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조악하게 마감되어 음악을 연습하기에는 한없이 부적절한 그 격납고 안에, 세미한 하울링이 무슨 환청 혹은 백색 소음처럼 울리고 있다.
소희가 마이크 스탠드를 붙잡고 앞으로 기대는 자세를 하고 있다가, 그녀의 뒤에 자리한 세 명을 한 번 쭉 둘러보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