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른 외모상의 특징들은 순전히 우연적입니다만, 다음 몇 가지 속성들은 의도된 스펙 되시겠습니다.
1. 머리 색: 전반적 시청률. 짙은 색일수록 높고 엷은 색일수록 낮습니다.
2. 가슴 크기: 예능/오락성. 클수록 오락성이 짙은 방송국입니다. tvN이 가장 크고 YTN이 가장 작습니다.
3. 엉덩이/허벅지 크기: 시청자 충성도(고정 시청자가 얼마나 많은가+시청자가 얼마나 오래 지켜보느냐). KBS(특히 제1채널), YTN, OCN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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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예고편 #2

2013. 4. 27. 07:14

단칸방.


고작해야 10평이 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것도 없는 방.

한쪽 구석에 문이 있고, 그 반대편 벽에 커다랗게 난 채광창으로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는 빛.

그 빛을 마주보고 방에 앉은 그분.

보좌에 앉아,

탁상 위의 서류들을 보고 일을 하고 계시다.

방을 가득 채우는 그 빛이 워낙 밝아서 서류의 글자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그분의 얼굴, 심지어 신체 윤곽마저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왼편에 서 있는 나.

아무 불편함이 없는 침묵.

문득 나를 쳐다보시는 그분.

나는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닫고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 침묵하는 웃는 얼굴을 보인다.

그때 분명히 웃는 것처럼 보인 그분의 표정.

다시 길고 긴 침묵.


일하시는 그분.

그분이 일하심을 그분의 왼편에 서서 보는 나.

그뿐인 방.

쏟아지는 빛.




http://bible.us/88/1co.15.20.k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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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예고편 #1

2013. 4. 20. 07:14

잔치상.


어마어마하게 길게 쫙 늘어져 있는 테이블.

접시와 잔과 식기와 진수성찬이 걸지게 차려져 있고 온갖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 먹고 마시고 있다.


그 많은 잔치상 한쪽에 자리가 딱 하나 비어 있다.

완벽하게 세팅된, 가서 앉아 들기만 하면 되는 한 자리.


내 자리.




http://bible.us/88/1co.15.20.k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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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도대체 이게 얼마만이야!!!

 

 

안녕하세요, 2003년에 김어진정자10이라는 웹폰트를 내놓았던 엽토군입니다. (그땐 중3이었지...)

정확히 10년만의 업데이트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jeongja10.ttf가 해당 파일입니다.

보이지 않으시면 여기로→ https://www.box.com/s/3ro1hwuxy8yvwegk4e1e)

 

+ 지금 보니 FCP로 남의 폰트를 개조해서 만든 폰트라 그런가 아무래도 PostScript 정보 등에서부터 문제가 있네요. 혹시 패밀리명이 Jeongja10이어야 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급히 FontForge로 이름만 바꾼 파일을 공유합니다. https://app.box.com/s/vnvo98n9bl6ysfhv8zvwyuy5x41b4axk

 

v2.9 업데이트 내역

글립(자소) 7개가 추가되었습니다. 눝, 늍, 똠, 쎼, 쎾, 쑛, 찦

일부 자소의 kerning 및 정밀화를 실시했습니다.

 

 

배포는 오직 이곳에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위의 box.net 링크 또는 이 홈페이지(yuptogun.tistory.com)을 중개하는 방식 외의 "다운받아 다른 곳에 재첨부하기", "직접 다른 사람에게 복사해주기" 등등을 일체 엄금합니다. 그 외의 거의 대부분의 사용은 자유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저작권자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제약조건이오니 부디 지켜 주십시오.

 

v3.0 업데이트 예고

완성형에서 조합형으로의 확장 이전을 단행합니다. (11172자를 전부 쓰실 수 있게 됩니다.)

 

 

 

더보기

1. 어느 날 통신기업 SK*가 “LTE를 새로보면 눝”이라는 해괴망측한 마케팅을 시작했더랬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제 살아야 할 삶이 있었기에 열심히 C학점 받아가며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더랬습니다. 애당초 스크 유저도 아니었고 개티지만 ㅇㅇ

근데 아무래도, 지금이 엽토체와 김어진정자체를 업데이트할 타이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느 날 밤 문득 들었습니다.

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업데이트를 실시했습니다. 시험기간에.

 

2. 열어보니 가관입니다. 그리드에 맞춰서 짠 도형이 하나도 없어요. 죽어라! 10년 전의 나. 그땐 정말 아무라도 뭐라도 좋으니 무료로 쓸 수 있는 9pt짜리의 무난한 웹폰트 하나가 그렇게 부족했던 때였구나, 그래서 아무도 이 퀄리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만에 FCP 켜고 글립들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는데 와 이건 정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는 지옥도가 따로없ㅋ엉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그랬을까?

 

3. 그래서 이번 방학에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이번 방학 중에 엽토체와 김어진정자체의 v3.0 업데이트를 단행합니다.

그때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전부 조합형으로 바꿀 겁니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못하는 게 어딨어 안하니까 문제지

 

4.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인터넷 세상은 1024*768 화면을 각종 gif 도트와 배경음악과 자바스크립트로 열심히 채우는 노가다와 양적 충만감과 '자작'의 세상에서, 깔끔한 UI 아래 끊임없이 토크와 업데이트를 하지만 결국에는 입으로만 떠들고 뭔가 생산하지는 않는 세상으로, 그저 공유와 RT와 '좋아요'만이 무미건조하게 반복되는 비생산적인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UCC란 원래는 동영상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거든요. 그나마 그런 용어조차 너무나 기만적인 것이었고. 이제는 폰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너무 좋아서 굳이 카메라를 따로 이용해서 콘텐츠 생산을 하는게 무의미해져 버렸고요. 폰트는 말할 것도 없지요.

그 사이에 저도 그만 머리만 커지고 손발이 작아졌습니다. 행동력이 적어졌다는 부채의식에서 항상 괴로워해 왔습니다. 죽기 전에 완성시킨다던 가분수, 원데,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엎어진 아이두 지정서체, 사람의 생각, 픽토그램 서체, 그것들은 여전히 저의 죄책감입니다. (하드에 여전히 저장돼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또 노가다 작업을 오랜만에 하니까 뭔가 제가 살아 있는 기분이 들더군요. 심지어 글립이 어디쯤 있겠다는 것도 척척 알아맞히게 되었어...

역시 난 '업'으로, 결과물로 말해야 되는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말년에 군부대에 있으면서 "사회 나가서 이거 꼭 폰트화해야지"하고 열심히 원도 그렸던, 그래놓고 장롱에 처박은 손글씨 서체들 원도를 다시 꺼내볼 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방학이 오면 말이죠! (...) 전 지금 수업에 늦을 거 같아서 이만 갈께요! 사실 작업하다가 수습못하고 늘어벌려놓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저도 지금 미치겠어요! v3.0에서 다 수습할꺼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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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저번 CFF때 나눴던 것.



11:40

제 비전은, 비전이라기보다 앞으로 살게 될 방식인데, 요즘 들어 제가 준비하고 있는 삶은, 뭐랄까, "실망스러운 삶"이에요.


11:41

사람들이 그러겠죠. "야, 나는 쟤가 진짜 나중에 뭐가 돼도 크게 될 놈인 줄 알았는데, 그냥 저렇게 살다가 그냥 가버렸구나" 하는 거예요.


11:42

예전엔 그렇게 사는 게 싫었거든요. 이런 거죠. 나는 하나님의 연필이 맞는데, 연필은 뭔가 막 만들고 쓰고 그리려고 있는 거잖아요.


11:43

근데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필은 밑그림을 그리려고 있는 건데, 그 밑그림은 작품 칠하고 나면 다 지우개질하는 거 아닌가 하고.


11:44

제가 세상에 무슨 밑그림을 그리고 갔는지 아무도 모르고, 그렇게 사람들의 기대를 다 저버릴 수도 있겠죠?


11:45

모세가 그렇게 살았던 거 같아요. 주님께서는 모세 외의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에 가게 된다고 하셨고, 모세는 그 땅들을 다 보고 죽죠.


11:46

요즘 하는 생각은 뭐냐면, 뭐 그렇게 사는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그렇게 이상할 게 없잖아요.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 거예요.


11:47

스데반이 그랬고 모세가 그랬듯이. 세상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조용히 살아내는 인생 말이죠.


11:48

그렇게 살아야 할 때 제가 그렇게 살 수 있어야겠다고, 실망스러운 삶을 준비해야겠다고 요즘 그렇게 생각해요. 네,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800년대에 아프리카에 선교사로 갔었던 데이비드 리빙스턴은 스코틀랜드에서 의사로서 훌륭한 장래가 보장되는 것을 뒤로한 채 선교사로 떠났다. 그의 형은 그를 꾸짖었다. "너는 네 원대로 너의 인생을 그 정글의 미개인들 속에 묻어버리겠지만, 나는 이곳 영국에서 명성을 얻을 것이다."

그의 형은 후에 당대에 알려진 의사가 되었지만 오늘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유명한 선교사 데이비드 리빙스턴의 형'이라고 겨우 한 줄로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반면에 데이비드 리빙스턴은 무려 14단락으로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는 죽으면서 자신의 심장을 아프리카에 묻어 달라고 요청했다. 사람들은 신체의 나머지 부분을 영국으로 가져와 왕족의 예식으로 장례를 치렀고, 그의 유골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중앙제단 옆에 안치되었다.[각주:1]


  1. 로렌 커닝햄, "네 신을 벗으라" p.8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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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새내기 친구 안녕? 정말 반갑다. "이 모든 입시제도와 고등교육은 망한 것이다. 대한민국 학교 다 지옥가라 그래"를 속으로 몇십 번 외치면서 결국 끝내 시험을 쳐서 여기 들어온 게 자랑스럽겠지. 서강고등학교에 온 걸 환영한다. 수업 종이 울리는 6교시의 학교 생활은 아마 익숙하게 적응할 수 있을 거야.


사물함 배정공고. 정하상관 3층


사물함 배정은 받았니? 그래, 좋겠다. 네가 자주 수업을 듣는 정하상관, 그것도 가장 편리한 1층에 배치를 받았구나. 나는 한 번도 이용해 본 적 없는 사물함. 편리하지. 귀한 책과 노트북과 무릎담요를 넣어놓고 유용하게 쓰길 바랄게.


음? 왜 그래? 무슨 문제가 생겼어? 아, 너의 사물함이 자물쇠로 잠겨 있단 말이지? 저런, 어떡하니? 네가 어렵게 신청해서 어렵게 마련한 소중한 너의 수납 공간을 누군가가 침범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주변 눈치를 잘 봐서 너도 예전의 사물함 사용자를 위한 포스트잇을 하나 붙여야겠지?


퇴거 요청이 붙은 사물함. 정하상관 1층


그래, 마음이 불편한 거 나도 잘 알아. 옆에 붙은 쪽지들을 보니 다들 "강제철거", "자물쇠 자르겠습니다", "꼭 빼 주세요" 등등 굉장히 부담스러운 말들로 반 공갈협박을 하고 있다는 거. 그걸 따라하는 건 좀 양심에 걸렸지만, 어쨌든 그 사물함은 너의 자리이니 그렇게라도 해서 너의 사물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수순을 밟는 게 맞을 거야. 뭔가 미안하니까 '죄송해요ㅠㅠ 꼭 빼주세요ㅠㅠㅠ' 같은 문자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너의 연락처도 적어야 할 테고.


자, 이제 전 주인이 사물함 자리를 내어줄 것을 기다리며 밥을 먹으러 가야겠지? 어디 갈까? 엠마오관이 깨끗하고 좋다는데 마침 가까우니 거기로 갈까?


구 삼민광장 자리. 최양업관에서 내려다봄


응? 저 네모난 유리상자들은 뭐냐고? 아, 저거? 아직 곤자가 플라자는 안 가봤구나? 저 유리상자는 사실, 저 아래 지하층에 있는 곤자가 플라자라는 지하상가의 천창(天窓)이야. 원래 곤자가 플라자가 지어지기 전에 방금 네가 지나온 저 이상한 공간은 삼민광장이라는 곳이었대.

왜 우리 학교에는 대학의 상징인 잔디밭 하나가 없을까 궁금하지 않았니? 있었어. 08년도가 오기 전만 하더라도 말이지. 내가 입학할 때쯤에 온통 잔디밭이었던 저 공간을 갑자기 공사장으로 만들었대. 그리고 '민자사업 유치 기숙사' 건설과 함께 지하상가를 만들고 그 위에는 미묘한 공터를 만들었어. 그게 방금 네가 지나온, 아무 이름도 없는 공간이야. 길이 좀 불편하지? 저 비좁은 길로만 다녀야 하는 이유, 사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옛 삼민광장.


그곳에서 우리는 원래 이렇게 앉고 모이고 드러눕고 공부하고 놀고 기타 치고 햇빛 쬐고 할 수 있었대. 청춘의 공간이지.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함부로 없앨 수 없었던 공터였던 거야. 솔직히 너도 이렇게 좁은 학교에 변변한 광장 하나 없는 게 얼마나 갑갑하니?

하지만 경영학을 전공하신 전 총장님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봐.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토지는 산업화 내지는 토건 개발의 대상일 뿐이었던 것 같아. 어쨌든 방금 막 들어온 총장님 당신에게 있어서는 그곳도 방금 당신이 물려받은 자기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니까. 마치 네가 지금 막 사물함을 배정받은 것 같이 말이야. 빨리 국가에 신청서를 내서 개발 계획을 배정받고 몇 월 며칠까지 사람들을 치우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하겠다는 안내도 붙여서 말이야.


북아현 재개발 구역 현장 사진.


우리 학교에서 2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지금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

북아현이라는 곳이야. 재개발을 명목으로 사람들이 강제 철거되고 안내문이 나붙고 자물쇠를 자를 줄 아는 용역이라는 이름의 깡패들이 끊임없이 출동하는 곳이지. 누가 그러는 거냐고? 누구일까? 생각해 보자. 누가 사물함 철거를 원할까―원래 주인 아니면 새 주인? 새 주인이지. 누가 북아현 철거를 원할까―원래 주인인 주민들 아니면 새 주인인 건설자본과 모피아 관료들? 그분들 입장에선, 마치 네가 방금 배정받은 '너의 권리가 있는' 너의 사물함을 빨리 사용하길 원하고, 전 총장님들이 방금 배정받은 '당신들의 권리가 있는' 당신들의 삼민광장을 빨리 유용하게 이용하길 원한 것처럼, 북아현도 그런 곳일 뿐이야. "죽어도 이 사물함을 빼 줄 수 없다, 나는 이 사물함을 이용해야겠다"라고 박박 우기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저기서 살고 있어. 그래서 아직도 이곳은 개발이 되기는커녕 서울시장님도 풀지 못하는 문제 지역으로 남아 있는 건데...


아, 미안해. 너랑은 관계없는 이야기야.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자, 밥도 먹었으니 다시 강의실로 가 볼까?


곤자가 플라자 위 가로수


무슨 수업 들어? 철학 산책? 음, 좋은 수업이지. 맘 편하게 듣고 족보 꼭 찾아보고. 그 교수님이 기독교 얘기 많이 하실 텐데 불편하면 그냥 흘려 듣고. 흠, 이 가로수들은 완전 반토막이 났네. 뭐? 왜인지 아냐고? 나야 모르지! 내가 가로수를 심어봤어야 알지.

근데 참 저 나무들은 참 불쌍해. 지리산이나 중국이나 아니면 핀란드, 하여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어딘가에서 잘 자라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뜯겨져 온 거지. 그리고 사람들은 다짜고짜 자기들을 여기에 꽂아넣었어. 일단 흙과 물과 빛이 있으니 살 수는 있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지금 보니 자기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깊이가 한정이 돼 있었던 거야. 아까 뭐랬어, 이 밑에 지하상가가 있다고 했지? 나무 뿌리가 지하상가까지 뚫고 들어가면 안 될 거 아냐? 그래서 아마도 저 나무의 뿌리 끝은 견고하고 두꺼운 콘크리트 벽에 가로막혀 있을 거야. 게다가 사람들이 자기들의 뿌리를 둥그렇고 조그맣게 말아서 오랜 시간 운반해 온 바람에 깊고 웅장하게 오래오래 뿌리내린다는 게 뭔지 잊어버리기 시작해. 그리고 어느 날인가에는 자기의 목 언저리가 잘려 나가도 이렇다 할 항변 한 번 하지 못하고 생을 지속해. 그나마 다시 뿌리뽑혀 내어버려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면서, 고작 지하 1층 깊이도 되지 않을 그 몇 줌 안 되는 흙의 영양분을 빨아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대학생들, 현대인들, 자기라는 하나의 생(生)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영영 모른 채, 그저 비좁디비좁은 그 한 평 땅뙈기에 잠시 얕은 뿌리나 찔끔 내려 놓고 그걸로 뭘 빨아먹어야 '서바이벌'할 수 있을지에만 목을 매달게 된 존재들.


어휴, 너무 철학적인 얘기를 해 버렸나? 안 되겠다. 빨리 수업 가자. 계단으로 가는 게 빠를 거야.


1층~2층 층계참. 정하상관


저기 얼룩덜룩 붙어 있는 게 뭐냐고? 동아리나 학회나 각종 콘서트 같은 거 홍보하는 전단지 붙어 있던 자국이야. 지금은 다 철거를 해 버렸네. 완전 깨끗하다. 너도 동아리 할 거야? 하는 게 좋아. 대학생쯤 됐으면 행사도 개최해 보고 선배들도 만나고 저렇게 전단지도 붙여 봐야지, 안 그래? 근데, 전단지를 붙일 때는 '자진철거를 언제 하겠다'라는 내용을 전단지에 적어서 붙여야지, 안 그러면 청소하시는 노동자 어머니들이 저렇게 가차없이 떼 버려. 오래 붙어 있어봐야 소용이 없거든. 저 자리에 전단지를 붙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너무, 너무 많단 말야. 그게 현대 사회야. 별로 넓지도 않은 공간을 자기가 차지하겠다고 덕지덕지, 남의 것 위에 자기 것을 붙여 가면서, 자진철거 기간이 지난 것은 담당자가 떼기 전에 자기가 우드득 뿌드득 찢어 뜯어버리면서, 자긴 영영 붙어 있을 작정으로 갖은 애를 쓰는 저 지하 1층 깊이도 안 되는 땅, 또는 저 좁디좁은 층계참 벽 같은 것 말이야.


잘린 사물함 자물쇠. 정하상관 1층


잘린 자물쇠 보여? 저렇게 부질없이 잘려 나간다니까. 아무리 튼튼한 자물쇠를 사다 놓고 네가 너의 사물함 자리를 영영 쓰고 싶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한 학기야. 다음 학기에 졸업이나 휴학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매 학기 사물함을 바꿔. 그때마다 저렇게 처참하게 잘린 자물쇠와 가차없이 철거된 사물함들을 볼 수 있어. 사물함 속의 교재와 무릎담요와 귀중품들은 쓰레기처럼 내버려지지. 그게 뭐나 된다고, 결국 마지막엔 그렇게 내다버릴 거면서 다들 악착같이 자물쇠를 자르고 예전 주인을 내쫓고 재개발을 하고 민자사업을 유치하고 사람을 철거한단 말이야.

그러니 이걸 꼭 기억해. 누군가가 다음 학기에 너의 귀한 것이 가득 들어 있는 "너만의 사물함"을 갑자기 강제철거하더라도 너무 화내지 마. 그날 너는 네가 왜 철거되는지 모를 테니까. 사실은 서로가 서로를 철거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철거당하는 게 이 사회에 의해 왜곡되고 강압된 모순적 존재양태라는 이야기를, 너는 내가 얘기해 주지 않았다고 기억할 테니까. 난 간다. 수업 잘 들어! A+ 많이 받고.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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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한국어 자막 있습니다. CC 버튼에서 Korean을 찾고 보세요. (물론 영어 실력이 괜찮다면 그냥 보셔도 좋습니다.)


(Sure you're never an another #fallingplates?

Take a look, you every Korean stu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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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https://www.facebook.com/mindFULL.creative/posts/10200155824190968

아까 아이폰으로 구글에서 서울 중구청장이 누구인지 검색했는데 안드로이드에 있는 Google Now에서 서울 중구청까지 가는 길이 어떻게 되고 몇 분 걸린다고 뜨는 거 보고 소름돋았다.

좋아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이건 기술의 혁신이 아니다. 재앙이다.




그러나 그 재앙은 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이 세대에게 catastrophe라는 것은 인지되지 않을 것이다. 애당초 이 단어를 알기는 알까 싶은 마당이니.


사전을 찾아보면 catastrophe는 손실을 일으키거나 사태를 파국으로 이끄는 갑작스럽고 급격한 변화를 일컫는데 수시로 일어날 수 있는 disaster와는 다른 의미로서 '대단원적' 재앙이고 이것이 우리가 겪는 재앙이다. 우리는 갑작스럽고 급격한 변화를 신물이 나도록 겪고 있고, 그 가운데서 손실 역시 엄청나게 겪고 있다. 불과 105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OECD 국가중 최장 노동시간과 최악의 노동강도를 버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89년생과 94년생이 서로 세대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추측조차 하지 못했으며, 5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차도 1차선을 쌩쌩 달려오는 버스가 몇 분 뒤에 도착하는지를 차도 한가운데에 떡하니 세워진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전광판과 주머니 속 스마트폰으로 체크하게 될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는, 분명히, 그 5년 동안 유난히 더 많이 지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일을 많이 하면 경제가 강박적으로 활황으로 돌아서고 노동력이 구매력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삶의 질이 좋아져야 할 것 같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혁신이란 뭔가에 새로이 변화가 일어나서 혜택을 보게 되는 또는 감동이 일어나는 어떤 것일 것이다. 그런데 이 세대가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은, 사실 대부분의 경우 재앙이지 혁신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눈이 멀어서 새롭고 변화하는 '양상'에만 주목하느라 그것이 진짜 혜택인지 아니면 단지 손실과 파국의 다른 '양태'일 뿐인 것인지에는 아무 관심이 없게 (또는 관심을 갖지 않기로 결정하) 되었다. 구글이 내가 묻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너무나 완벽하고 정돈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혁신일까 재앙일까? 이 질문은 사실 다음 질문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일단 나에게) 유익인가 해악인가, 그리고 혹시 그것이 실상은 어떤 더 큰 규모의 궁극적 실패와 패망으로 치닫는 일부인 것은 아닌가.


그리고 이 세대는 재앙을 알아보는 안목이 없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우리가 이 따위로 살게 될 거라고 행여 꿈이나 꾸었는가? 지금의 삶을 '이 따위로 산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조차 갸웃갸웃하지 않은가? 애매한 걸 딱 정해주자면, 우린 지금 이 따위로 사는 게 맞다. 우리는 생명복제니 광과민성 발작이니 생화학무기니 주가 폭락이니 하는 것들을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었단 말이다. 그렇게 변화가 만연하고 갑작스러운 사태의 양적 완화가 자행되자, 하도 나쁜 일이 흔해져서 이제는 뭐가 재앙이고 뭐가 변화이고 뭐가 혁신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시절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그것들이 변화인지 혁신인지 재앙인지 서로 헷갈린다지만, 거의 예외 없이, 한꺼풀 벗겨놓고 보면, 거의 대다수가 재앙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기는 어렵지 않다. 보통 2년 할부 계약으로 구입하는 스마트폰들 중 한 브랜드의 3차 기종이 나온 지 6달이 지나지 않아 4차 신기종이 발매되는 것은 혁신인가 재앙인가? 그냥 정답을 말해 주겠다, 이것은 재앙이다. 그러나 어느 초등학생에게 물어보아도 이것이 재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초등학생들의 평균 학원 등록 수가 3곳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혁신인가 재앙인가? 정답은 재앙이다. 우리나라의 핵발전 원자로가 21기라고 한다면 이것은 혁신인가 재앙인가? 4대강은, 여성가족부는, TED 컨퍼런스는, 전자파는, 유로화는, 석유와 플라스틱은?


이쯤 되면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그럼 대체 재앙이 아닌 것이 뭐가 있단 말이냐? 바로 그 지점이다. 바로 그렇게 여겨질 만큼 재앙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 시대에는 아무 재앙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더 큰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이제 더 이상 우리는 그게 재앙인지조차 모른 채, 그저 트위터에서 욕하고 다음 아고라에서 서명을 주고받고 그 와중에도 자기 살 길부터 먼저 찾는 비루하고 지난한 삶을 영속하는 데 골몰할 것이다. 너무나 광범위하고 흔한 멸망들. 망할 대로 망한 것에 대한 전혀 새로운 종류의 무감각 내지는 감각 증발. 이 시대가 겪고 있는 실로 거대한 인지부조화다. 재앙은 어제 일어났고 오늘 일어난다. 그런데 재앙이 어디 있느냐고 되묻는다. '충격'과 '경악'으로 가득한 오늘 조간뉴스를 보긴 보고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일까? 그런데 사실 이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길들여졌고 훈련되었다. 이것은 재앙이 아니다. 하나의 놀랍고 뛰어난 인류의 새 도전이고, 전혀 새로운 방식의 새 세계이다, 운운.


졸려서 결론을 짓지 못하겠는데 하고 싶은 말은 대략 다 했다. 재앙이라, 대체 얼마나 더 큰 일이 일어나야 "이건 아니구나,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까? 아무리 더 큰 일이 일어나더라도 사람들은 정상적인 반응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런 시대로 오지 않았는가 싶기도 하다. 이 지독한 나르시시즘과 무구조 탈권위 몰계몽의 사회. 자기의 반응과 속내와 밑천을 다 쏟아내어보여주면 손해와 패배가 따르고, 당연하고 건강한 것을 묵묵하게 하자는 캠페인 대신 나쁜 것을 나쁘게 팔아야 관심을 받으며 판매되는 세계. 사실은 이것―대재앙이 오는지 마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바로 이 상태―야말로, 언급할 가치가 있는 오늘날 유일한 최악의 재앙(the only remarkable worst catastrophe today)인지도 모른다.




P.S. 이런 인식의 토대를 깔고 지구멸망 __일째 트윗봇을 찬찬히 즐기시면 좋다. 사실 이 봇은 이 생각을 심어주자는 의도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세상은, 노아 이후로, 이미 한 번 망한 세계이며, 그리스도께서 직접 미리 말씀해 주신 이후로, 멸망이 정해져 있는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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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 현재 이 서비스를 지원하는 메조미디어가 서비스를 일시중단한 상태입니다.


dok.do라는 URL shortener(긴 주소 짧게 만드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스팸문자 보내는 사람들이 악용하는가 보더군요.)

http://dok.do



웹으로 들어가서 줄이고 싶은 원래의 긴 주소를 입력하면 바꿔 주는데, 대부분의 URL 단축기들이 지원하는 북마클릿(bookmarklet)이 없길래 실망스러워하다가, 조사해 보니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것 같아서 시도해 봤습니다. 난 자바도 소스 살짝 수정하는 것밖에 모르는데...


그리고 5분만에 해냈습니다!!!

-.-;;




Dok.do 즐겨찾기로 사용하기



1. 다음 자바스크립트 전체를 복사합니다. java 부터 text') 까지입니다.


javascript:void(location.href='http://dok.do/api/shorten?longUrl='+location.href+'&format=text')



2. 사용하고자 하는 브라우저에서 아무 페이지나 일단 즐겨찾기(북마크)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1



3. 즐겨찾기 수정으로 들어가서 방금 즐겨찾기한 페이지의 URL(주소)를 방금 복사한 자바스크립트로 바꿔치기합니다. 페이지 타이틀도 원래의 제목에서 'dok.do로 줄이기' 같은 걸로 바꾸면 좋겠죠.


예를 들면 이렇게 2



4. 이제 앞으로 주소를 줄이고 싶은 페이지에서 수정한 그 즐겨찾기를 누르면 이렇게 작동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3



원래는 goo.gl을 가장 많이 썼는데, 이 방법을 직접 찾아낸 이상에는 저도 dok.do를 좀더 많이 써보려고 합니다. 작동 원활하게 잘 됩니다.

이 단축URL 서비스가 오래 가면 좋겠네요. dok.do의 about에 들어가 본 외국인들이 독도가 한국령인걸 좀 알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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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Gyuhang Kim, “Gurus

We've already known the hundreds of wise gurus who'd enlightened the human history. However there have been much more gurus who are closely connected to the ordinary daily lives, not so great nor famous. They are the “nearby gurus”―who seem to be ones of the normal neighbor forks but have stocked a bunch of wisdom and sagacity derived from the human life. They've been named grandfather, sir, madam, brother or whatever to be there giving some clues and ways to the realization of the troubled world and the problems on daily living. What tragedy our society has is the fact that we have no more nearby guru. Capitalism, I mean the maximized Capitalism today, has always controlled and maneuvered the people living in their living field to find no prudence nor insight, which eventually would reveal that it's only the silly, slavish, subjective-to-capital living for many of them to consider nothing but the pleasure of their own self and family and to work day and night producing some productions which is finally consumed by themselves for the pursuit of pleasure. That is how the Capitalism has deleted the wisdom, perspicacity, and the gurus.


“Seoul Fireman”'s tweet

The “before & after” photos on the plastic surgery hospitals' ADs. Found something in common; every single different faces on the before side and all exact same on the after one.


Kimpoong's tweet

Was just an April fool in advance for you guys who never be fooled on the day! lol kkkk WTF twitter is the wasting of life huh? Goddamn here I come motherfucking wasting my whole life to blow up your mind make you never think its a waste! hahahahahaha lol


“Pato in DDanzi”'s tweet

No matter how the world is freaked up I care not to be haunted by the anger and hatred for the sake of it. It'll never go long; besides, who knows if my madness and dislike would possibly harm the world?




그냥 복사 붙여넣기로 퍼오기는 뭐해서 영어로 번역해 올려놓습니다. 오역이라고 생각되는 데가 있으면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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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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