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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연씨가 나오고, 굴러요 퀴즈를 하고, 이제는 힘의 예능시대라고 대놓고 현수막까지 박고, 군부대다 비보이다 호텔리어다 농촌이다 여자 연예인들을 중노동시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아, 오래 못 가겠구나, 하고.

<영웅호걸>은 말하자면 아주 진지한 표정과 복장의 양복쟁이가 아주 진지하게 바나나 껍질을 즈려밟고는 한 5m쯤 미끄러지며 꽈당 쓰러지는 예능이었다. 좋긴 한데, 힘들어 보였다. 만드는 사람들에게나, 보는 사람들에게나... 좋긴 한데.
유감을 표한다. 굿바이.

Posted by 엽토군
:

뒷북이긴 한데...

와 멋지다. 정말 나오긴 나오려나보다. 출처



P.s 그러고보니 2010년 날짜로 천년여우 여우비 / 신 머털도사 TVA 떡밥이 투척됐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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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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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생전에 불과 17편의 시편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난해서 노동자 숙박소 등을 전전했지만 하모니카와 시 노트만은 꼭 갖고 다녔다. 한 여배우와 동거했지만 사랑에 실패하고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정신착란증에 시달리다 북에서 숨졌다. 그는 평생 한 권의 시집도 펴내지 못했지만, <해바라기의 비명> 만큼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 문태준, <해바라기의 비명(함형수)> 해설 중

일전에 세계를 크게 보고 사는 위대한 인간을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무능하게 하는 세상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손을 못 쓰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해 굉장히 거칠게 쓴 바가 있었는데... 이제 좀 노후화된 전향을 해야지 싶어졌다. 말을 바꾸려고 한다.

소인배여도 괜찮지 않을까?
사람이 그렇게 꼭 대규모로 살 필요가 있는가? 애당초 그렇게 살아지긴 살아지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거인'은 없다. 스티브 잡스도 세종대왕도 누구도 누구도, 동네 뒷산 나무만큼도 크지 못하다. 삼성도 구글도 어디도 어디도 뭐 그래봐야 결국엔 형식상으로는 주식회사다. 서태지 전 문화대통령도, 이명박도, 누구도 누구도, 앞에서는 도무지 인간의 성과라고 믿기 힘든 것만 보여주겠지만 뒤에선 컵라면에 김밥 찍어먹으리라는 게 뻔한 이야기다.
위대해서 위대한 게 아니라 무슨 이유가 있어서 위대한 것이고, 그 위대함의 이유도 사실은 대단히 인간적인 것이지 어디서 뚝 떨어진, 아예 차원이 다른, 체로빔 날개 사이에서 빛나는 광명이 될 수는 없더라는 거다. 바로 이 문제와 또 하나의 문제, 그 두 가지를 해명할 길이 없어서 내 지향을 좀 돌리려고 한다.

만약 세상의 전면에 나서는 '초신성' 같은 '스타'들만이 대단하고 괜찮고 '적절한' 삶일 양이면, 도대체, 매일 새벽 가늠조차 되지 않는 시각에 꼬박꼬박 일어나 구부러진 허리를 이끌고 동네 교회 예배당 불을 켜고 한구석에 쪼그리고 어제 올린 기도를 다시 올리고 다시 집으로 꼬부랑꼬부랑 들어와 어제 지었던 아침을 또 짓는 저 수많은 이 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은 누가 위대하다고 불러줄 것이냐는 말이다. 도대체 저 굉장함은, 숙연해지는 무게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까지는 나이를 먹어보지 않은고로 사변적으로나마 이해하고 논리적으로나마 알아드려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위대한 것이 이 세상에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품고 살 수 있는 그 정신이요 광명이다. 놀고먹는 삶이니 무법방종이니 하찮은 것을 품고 사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소인배가 되고, 겸손이니 소망이니 하는 빛나는 가치를 바라보고 걸어가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해발고도를 걸어가며 사는 것이고 위인이 되는 것이고 거인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크기에 있어서 삶의 크기는 상관없다. 규모가 필요를 보장하지 않는다. 사람이 고결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화려한 경력이나 떵떵거릴 힘, 번듯한 학벌, 유명세 뭐 그런 게 아니라 고결함인 것이다.

별! 문득 나는 별을 생각한다. 오리온자리의 허리, 우리 눈에는 꼭 같은 크기와 밝기로 다함께 한눈에 들어오는 그 세쌍둥이 별은, 사실 거리와 밝기와 크기가 전부 다르다지. 어떤 것은 가까이 있지만 어둡고, 어떤 것은 한없이 멀리 있는데도 그토록 밝다고 한다. 슈퍼스타니 오페라스타니 '스타'를 막연히 우러러보고 그리 되려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나는 불현듯 별을 생각한다. 어떤 별도, 일월이 아닌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찬란하게 번뜩이지는 않는다. 스타들이 가득하다는 밤하늘은 사실은 한없이 컴컴하고, 다만 각자의 조그만 자리에서 보일 듯 말 듯 그러나 분명히 보이는 빛을 깜박이며 스타들이 반짝거릴 뿐이다. 그게 우리가 선망하는 '별'들의 진짜 삶이려니 한다.

일단 나부터 다시 한 번 되새기려고 한다. 설령 내 야망이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내가 하잘것없이 살다 죽을지라도, 일단은 시를 가슴에 품고 살 줄 아는, 다시 성경을 새로워하며 읽을 줄 아는, 끊임없이 묵상하고 철저히 실천하고 끝끝내 책무를 다하는―비록 그 스케일은 조그맣겠지만―인생을 살아야겠고, 그런 인생이야말로 커지든지 작아지든지 위대한 인생이 되는 거라고 전파하고 다녀야겠다. 그런 인생이 커지면 애플이니 뭐니 하면서 한 세대를 호령하는 게고, 안 커지면 동네 골목교회 새벽기도회가 다시 열리는 게다. 그리고 인간들의 해발고도는 높아지는 것이다.

작은 별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밤하늘에 '슈퍼스타'가 떠 있지 않은 데는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위대한 시인 함형수에게 바친다.
당신이 보여준 해바라기꽃밭과 끝없이 펼친 보리밭 사이로, 오늘도 노고지리는 날아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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