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사철은 괴롭다
Minor Humanities Majors
文史哲はツライ


(아름이가 홍일점이라는건 자기 학과 내 동기들 중에서 그렇다는뜻입니다.)

요즘 너무 만화를 안 그리(다 보니 사람이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일부러 구상하기 시작한 캐릭터들. 착상할 땐 몰랐는데… 짜놓고 생각해보니 아마도 ​인문계 Ver. 빅뱅이론을 만들고 싶은 것 같다! ㅋㅋㅋ

에피소드 일정수량 이상 구상이 되면 바로 시리즈 시작하겠습니다. ​기대하시라
이참에 방송국가시내도 자주 올리라고 악플을 달아 주시면 좋습니다

'1 내 > ㄷ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상파 가시내 64  (0) 2016.02.27
방송국 가시내 63  (0) 2016.01.18
공중파 가시내 62  (0) 2015.04.25
지상파 가시내 61  (0) 2015.03.24
공중파 가시내 60  (0) 2014.11.20
Posted by 엽토군
:



옥편을 찾아보면, ‘경기도’라는 말은 정확히 ‘수도권도’를 뜻함을 알 수 있다. 경 은 서울 경 자고, 기라는 자는 애초부터 (아마도 주나라 시절부터!) 아예 ‘수도권’, ‘서울 주변’만을 지시하려고 일부러 만든 글자다.
이렇게 놓고 보면, “경기”라는 것은 단순히 서울 밖과 강원도/휴전선/충청도 사이의 어딘가를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서울을 위해, 한양 주변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경성 둘레 오백 리로서만 규정되는 목적적 지역 개념이 바로 “경기”다.

이 나라의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는 바로 이 “경기” 개념이 살아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여타 국가가 멜버른, 워싱턴, 타이페이로만 인구가 몰려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 옆이지만 서울과 상관없이 살아도 좋다는 인식과 여건이 돼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닌가? 왜 일본인들은 도쿄로 몰리는가? 도쿄23구가 너무 커서 그렇다. 실제로 수도 역할을 하는 지역의 크기에 비해, 서울 근교이기를 희망하는 지역이 너무 넓고 가까운 탓이다. 우리나라는 뭐 말할 것이 더 있을까.

요즘 사람들이 서울에 가는 건 딱 네 가지 이유가 있다. 대학 가려고, 얼마 안 남은 오락실 가려고(이건 과장이 아니다!), 공연 보려고, 출근하려고. 이 네 가지만 일단 해결되면 애써 서울까지 만원버스 만원전철 올림픽대로 타고 다닐 이유는 하등 없다. 당장 나 사는 곳이 서울 바로 옆 동네인데 마을에 영화관 하나가 없어 서울로 가는 판국이다. 이 무슨 낭비, 이 무슨 허약한 의존인가? 이럴 거면 군에서 시로 승격한 이유가 뭐야?

수도권이니 경기도니 하는 의존적인 개념이 동작하는 한 경기도는 하나의 “도”로서 작동하지 못하고 점점 더 큰 베드타운, 점점 더 초라한 ‘역세권’이 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기의 도가 아니라 어떤 자치 행정구역으로서의 경기도가 필요하다.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가 좋은 사례다. 기업을 유치하고 자치가 가능함을 과시하면서 사람을 끌어다가 거슬리는 것 없게 해 주면 솔직히 그걸로 충분하다. (이미 제주도나 경상남도 같은 곳들은 그렇게들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로컬 개념이 와르르 무너진 근대 초기의 한국인데, 통일 후에 이북 동포들까지 서울에서 뭐 해보겠다고 함경도에 전철 깔리기 전에 이 역할 분산, 아니 경기 개념의 해체를 좀 어떻게 해봐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어휴 피곤해


'1 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산성의 덫  (6) 2015.12.09
그 유물론은 성간 안팎으로 선전하기 참 좋은  (8) 2015.07.18
자기만의 100점  (0) 2015.02.03
너네 집 변기 몇 개야?  (0) 2014.10.18
(근황) 성실에 대하여  (0) 2014.07.21
Posted by 엽토군
:

백업

2015. 6. 16. 23:20

다음클라우드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하는 이 시점에, 바이두와 360클라우드에 올려 놓은 만화 파일들을 익숙하게 다운받아 보다가, "야 어진아 혹시 몽촌토성 영상 원본 없지?"라는 물음이 와서 "내가 지웠을 건데 함 찾아볼께요" 하고 집에 와서 옛날 하드디스크들 열어보다가 문득 생각하는 것은, 내가 정말 많이 변하긴 변했구나 싶은 것이다.


당장 2012년 5월께만 하더라도 나는 몽촌토성에서 나 한 명이 구르는 비디오가 그렇게 일회적이고 두 번 다시 재현 불가능한 것일 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냥 공식 유튜브 계정과 내 아이팟에 최종본을 넣어 놓았으니 이걸로 그만이겠지 하고 정말 어리숙하게 원본 파일들을 지워 버렸다.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다. 미친 거 아냐? 최종본은 없어도 원본은 남아 있어야 될 거 아냐? 지금도 그걸 veg파일, sfk파일과 함께 통째로 싸그리 없애 버린 내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그 시절의 나는 백업 개념이 완전히 틀려먹어 있어서, 백업할 파일을 골라서 업로드했었다. 뭐 지금도 남아 있는 버릇이긴 한데, 같은 파일이 두세 번 올라간다든가 정말 하등 쓸모없는 파일이 업로드되느라 시간이 지나간다든가 하는 걸 잘 못 봐주는 편이다. 이제는 그런 게 아님을 알고 최대한 날것 그대로를 있는 대로 몽땅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참 많이 변했다.


"그때가 좋았지" 하면서 두고두고 옛날을 되씹고 싶지는 않다. 잊고 있던 옛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그걸 매일 반복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곤란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것들은 다 어디에 저장해 놔야 유지가 된단 말인가. 2테라바이트를 주는 바이두 정도가 일단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으니 함부로 종료하지 못할 것이고 그래서 이거 정도가 그나마 안정적일 것이다. 세월이 좀 지나면 저장장치 용량들도 좀더 늘어날 테니, 아무 생각 없이 파일들을 짱박는 것이 좀더 쉽고 값싸지겠지.


이 모든 데이터들이 어느 날인가는 그냥 스러지고 없을 거라고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흔히들 디지털 자료는 영원할 거라고들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그 무엇보다 핵심적인 근거는, 그 디지털 자료를 찾을 만한 사람이 사라지고 없어지는 날이 언젠가 반드시 온다는 점이다. 바로 그 시점에서 그 자료들은 아무 의미도 소유주도 얻지 못한 채 유실되어 버리는 것이다. 누군가가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야 자료가 다시 위로 올라오고, 다시 한번 read가 되고, 캐싱이 되고 하는 거지 싶다.


이를테면 우연히 영화 소개 TV프로그램에서 봤다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내 컴퓨터》라는 작품이 있다. 이 영화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현재 씨네21의 글을 클리핑한 진보넷 아카이브에 남아 있다. 이 영화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것은, 영화 맨 마지막에 주인공이 우연히 쇼윈도에 진열된 컴퓨터를 보고 그게 자기가 옛날에 빼앗긴 컴퓨터임을 알아차리는 장면 그 하나뿐이다. 그런데 그 씬 하나가 그 어린 마음에 엄청나게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나도 내 컴퓨터를 알아볼 수 있었으니까. 수 년 전에 잃어버린, 자기가 가꾸어 놓은 바탕화면의 '내 컴퓨터'가 그 모양 그대로 쇼윈도에 놓여 있는 걸 보면, 무슨 감회가 들까.


여균동 감독은 《내 컴퓨터》라는 영화의 원본 필름을 갖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안 그럴 수도 있다. 마치 내가 지금 TAILER의 핵심 역량 중 하나인 추진력과 기동력을 선전하는 바로 그 행사의 바로 그 원본 영상을 안 갖고 있듯이 말이다. 이제 그것은 어처구니없고 죄스러운 일이 되었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일 것이다. 완벽한 기억의 보존이 철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면, 내가 남겨야 할 것은 어느 정도까지일까. 더 많은 백업은 그것을 더 많이 보장해 줄까. 어차피 언젠가 스러질 자료들이고 기억들이라면, 어떻게 스러지게 하면 좋을지를 좀 미리 생각해 두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생각이 엉킨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내일부터 대학 생활 마지막 시험이다. 이제 정말로 학창시절이 완전히 끝나고 세상으로 던져진다. 낙서공책을 모으고 모든 것을 백업해 두고 마냥 내 아이팟을 들여다보며 애지중지 이 모든 게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는 유아적인 생각은 그만둔 지 좀 되었지만, 실존적으로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스러지고 싶지 않은 것인지 좀 잘 스러지고 싶은 것인지, 스러지게 내버려두기 싫은 것인지 어떤 것들은 스러지도록 내버려두고 싶은 것인지―잘 모르겠다.

'4 생각을 놓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AWS로 워드프레스 호스팅시 주의사항  (0) 2015.12.14
아 XE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0) 2015.09.16
둠칫둠칫  (0) 2015.05.14
초조함  (0) 2014.12.20
확인받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0) 2014.01.04
Posted by 엽토군
:

둠칫둠칫

2015. 5. 14. 09:34
어제 그럴 일이 있어서 저녁 6시 반경에 신촌 유플렉스 앞에 있었다. 흰 티에 민트색 하의로 깔맞춰 입고 나온 20대가 한 스무 명 정도 모여들고 있었다. 그러더니, 스피커가 설치되고, 그들 중 여자 다섯 명이 가운데로 나와 레드벨벳 최신곡에 맞춰 커버댄스를 정말 능숙하게 선보이지 않겠는가? 민트색 치마는 치어리더 스타일이어서 있는 대로 나풀거리고, 표정은 어쩜 저렇게 프로페셔널하게 미소를 유지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고정돼 있는 광경을 봤다. 적잖은 남성 행인들이, 흐뭇한 미소를 띠고 그 공연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왠지 우리가, 그들이, 모두가 조금 가엾다고 생각했다.

그 5명의 훈련된 웃음과 배운 대로 추는 춤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큰 의미 없이 웃는 시선 처리와 사람 홀리는 치마의 비주얼 단지 그 둘 때문에 이런 무대에, 여성 아이돌에 홀리는 사람들이 있겠다 싶었다. 사람들의 주목과 카메라의 포착 없이는 성립이 되지 않는 그 ‘섹시도발’을, 한순간 진실한 것으로 믿어버리고 욕망하게 되는 것 말이다.
하지만 동아리방을 드나들 때마다 춤동아리의 연습을 봐 온 나는 안다. 군무라는 건 심각하고 따분하고 진지한 과업이다. 저 민트색 치마는, 지금이야 길거리 깜짝 공연에서 최고로 주목받는 주인공일지 모르지만, 그 직전까지는 그냥 딱 한두 번 입어보고 어디 박스에 다시 개켜두었을 물건이고, 아마도 저 다섯이 저 “섹시 댄스”를 연습하던 대부분의 시간에 그들은, 내가 봐 온 게 일반적이라면, 아마 헐렁한 츄리닝 바지 차림으로, 전혀 섹시하지도 도발적이지도 않게 마냥 고생하고 있었을 거다.

다만 그들이 배운 대로 따라했을 그 춤, 그들이 수도 없이 들었을 “Give me that give me that icecream cake!” 따위 가사가 포함된 음악을 제공한 자들의 저의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크게 의심하게 된다. 뭐 하자는 것일까. 더 많은 5인조 여성팀이 더 확실하게 이 춤과 음악을 따라하게 만들면, 더 나은 세상이 온다고 믿는 것일까?
하! 그럴 리가 어딨어? 이번 “시즌”에 “애들”을 “굴릴” 때 쓸 “최신곡”이 뭐든 하나 필요하니까 팔아치우려고 즉석 떡볶이로 볶아내 놨겠지!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의 복합을 본 사람들이 괜히 성욕이나 일으키는 거대한 오해와 허위와 가공의 세상이 되든 말든, 음원 수입에 행사 출연료만 두둑히 받아 챙기면 그만일 테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떼놈이 챙긴다더니!

선비질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춤을 추거나 보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춤은 필요하다. 문제는 그게 허구화되고 우상화되어 소외될 때다. 약 4분간 숨가쁘게 공연된 그 춤에서, 정말 이 동작이 필요한가? 싶은 순간이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딱 하나 목적이 있긴 했던 것 같다. 관객에게, ‘지금 내가 당신에게 진심으로 애교를 부리고 있다고 믿어 주세요’의 신호를 보낸다는 그 한 가지 목적. 하마터면 나조차도 그 목적을 달성시켜 줄 뻔했으니, 그 자리의 많은 사람들은, 우리는, 뭐 오죽하겠는가. 이런 식의 것들이 밤낮 없이 유통되는 세상에서 성추행, 성폭력, “맞다 개같은년” 운운하는 방송이 없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5인조 무대가 끝나자 주변에서 대기하던 20여명의 동료들이 합류해 다음 공연을 시작했다. 이제 그만 이동을 해야 해서 자리를 뜨다가, 문득 그들의 가방으로 추정되는 가방의 더미가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어제 그 저녁 시간 게릴라 공연의 자리에서, 그들의 춤이 뭘 의미하는지를 맨 처음부터 지켜봐서 아는 것은 오직 저 맥없이 널브러져 있는 가방들뿐이었다. 그리고, 천만 당연하게도, 아무도 그 가방 더미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제부터 그들이 딱 한 번 보여줄 잠깐의 쇼로만 사태 전체를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들과, 그렇게 하라고 설계된 “둠칫둠칫”만이 가득히 있었다.

'4 생각을 놓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XE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0) 2015.09.16
백업  (0) 2015.06.16
초조함  (0) 2014.12.20
확인받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0) 2014.01.04
요즘  (0) 2013.12.14
Posted by 엽토군
:
페이스북 ㄱㅅㄲ 해봐!








웹진 회의 중 잠깐 남는 시간에 그린 건데 내가 봐도 pointless하기가 노답이다… 이건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웃기지도 않고…

'1 내 > ㄷ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송국 가시내 63  (0) 2016.01.18
문사철은 괴롭다  (2) 2015.06.27
지상파 가시내 61  (0) 2015.03.24
공중파 가시내 60  (0) 2014.11.20
쓸모없는 5호선 노선도  (0) 2014.10.18
Posted by 엽토군
: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797)
0 주니어 PHP 개발자 (7)
1 내 (320)
2 다른 이들의 (254)
3 늘어놓은 (37)
4 생각을 놓은 (71)
5 외치는 (76)
9 도저히 분류못함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달력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