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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생전에 불과 17편의 시편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난해서 노동자 숙박소 등을 전전했지만 하모니카와 시 노트만은 꼭 갖고 다녔다. 한 여배우와 동거했지만 사랑에 실패하고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정신착란증에 시달리다 북에서 숨졌다. 그는 평생 한 권의 시집도 펴내지 못했지만, <해바라기의 비명> 만큼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 문태준, <해바라기의 비명(함형수)> 해설 중

일전에 세계를 크게 보고 사는 위대한 인간을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무능하게 하는 세상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손을 못 쓰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해 굉장히 거칠게 쓴 바가 있었는데... 이제 좀 노후화된 전향을 해야지 싶어졌다. 말을 바꾸려고 한다.

소인배여도 괜찮지 않을까?
사람이 그렇게 꼭 대규모로 살 필요가 있는가? 애당초 그렇게 살아지긴 살아지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거인'은 없다. 스티브 잡스도 세종대왕도 누구도 누구도, 동네 뒷산 나무만큼도 크지 못하다. 삼성도 구글도 어디도 어디도 뭐 그래봐야 결국엔 형식상으로는 주식회사다. 서태지 전 문화대통령도, 이명박도, 누구도 누구도, 앞에서는 도무지 인간의 성과라고 믿기 힘든 것만 보여주겠지만 뒤에선 컵라면에 김밥 찍어먹으리라는 게 뻔한 이야기다.
위대해서 위대한 게 아니라 무슨 이유가 있어서 위대한 것이고, 그 위대함의 이유도 사실은 대단히 인간적인 것이지 어디서 뚝 떨어진, 아예 차원이 다른, 체로빔 날개 사이에서 빛나는 광명이 될 수는 없더라는 거다. 바로 이 문제와 또 하나의 문제, 그 두 가지를 해명할 길이 없어서 내 지향을 좀 돌리려고 한다.

만약 세상의 전면에 나서는 '초신성' 같은 '스타'들만이 대단하고 괜찮고 '적절한' 삶일 양이면, 도대체, 매일 새벽 가늠조차 되지 않는 시각에 꼬박꼬박 일어나 구부러진 허리를 이끌고 동네 교회 예배당 불을 켜고 한구석에 쪼그리고 어제 올린 기도를 다시 올리고 다시 집으로 꼬부랑꼬부랑 들어와 어제 지었던 아침을 또 짓는 저 수많은 이 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은 누가 위대하다고 불러줄 것이냐는 말이다. 도대체 저 굉장함은, 숙연해지는 무게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까지는 나이를 먹어보지 않은고로 사변적으로나마 이해하고 논리적으로나마 알아드려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위대한 것이 이 세상에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품고 살 수 있는 그 정신이요 광명이다. 놀고먹는 삶이니 무법방종이니 하찮은 것을 품고 사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소인배가 되고, 겸손이니 소망이니 하는 빛나는 가치를 바라보고 걸어가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해발고도를 걸어가며 사는 것이고 위인이 되는 것이고 거인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크기에 있어서 삶의 크기는 상관없다. 규모가 필요를 보장하지 않는다. 사람이 고결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화려한 경력이나 떵떵거릴 힘, 번듯한 학벌, 유명세 뭐 그런 게 아니라 고결함인 것이다.

별! 문득 나는 별을 생각한다. 오리온자리의 허리, 우리 눈에는 꼭 같은 크기와 밝기로 다함께 한눈에 들어오는 그 세쌍둥이 별은, 사실 거리와 밝기와 크기가 전부 다르다지. 어떤 것은 가까이 있지만 어둡고, 어떤 것은 한없이 멀리 있는데도 그토록 밝다고 한다. 슈퍼스타니 오페라스타니 '스타'를 막연히 우러러보고 그리 되려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나는 불현듯 별을 생각한다. 어떤 별도, 일월이 아닌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찬란하게 번뜩이지는 않는다. 스타들이 가득하다는 밤하늘은 사실은 한없이 컴컴하고, 다만 각자의 조그만 자리에서 보일 듯 말 듯 그러나 분명히 보이는 빛을 깜박이며 스타들이 반짝거릴 뿐이다. 그게 우리가 선망하는 '별'들의 진짜 삶이려니 한다.

일단 나부터 다시 한 번 되새기려고 한다. 설령 내 야망이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내가 하잘것없이 살다 죽을지라도, 일단은 시를 가슴에 품고 살 줄 아는, 다시 성경을 새로워하며 읽을 줄 아는, 끊임없이 묵상하고 철저히 실천하고 끝끝내 책무를 다하는―비록 그 스케일은 조그맣겠지만―인생을 살아야겠고, 그런 인생이야말로 커지든지 작아지든지 위대한 인생이 되는 거라고 전파하고 다녀야겠다. 그런 인생이 커지면 애플이니 뭐니 하면서 한 세대를 호령하는 게고, 안 커지면 동네 골목교회 새벽기도회가 다시 열리는 게다. 그리고 인간들의 해발고도는 높아지는 것이다.

작은 별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밤하늘에 '슈퍼스타'가 떠 있지 않은 데는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위대한 시인 함형수에게 바친다.
당신이 보여준 해바라기꽃밭과 끝없이 펼친 보리밭 사이로, 오늘도 노고지리는 날아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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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었지

2011. 3. 23. 14:38

   E                  A2                 E                        A2
1. 컴퓨터 책상에 흩뿌려져 있던 누룽지색 쪼가리를 그냥 하나 집었는데
C#m/E             B2/E                              E    A2/E     E      B2/E
                                 방금 내가 뭐 먹었지

2. 학교 동아리방의 선배 노트북 옆의 무색의 액체가 든 종이컵을 들었는데
방금 내가 뭐 마셨지

C#m/E                     D2/E
* 구급차에 실려가든지 맛있는 거 잘 먹었든지
A2/E                                  B2/E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내가 뭐 먹었지? (*2)

F                             G    F                           G
+ 뭔 놈의 물이 이렇게 달아 누룽지가 원래 부드럽던가 (*4)

3. 12월 31일 밤 열한 시에 밖에 왜 나가냐며 영화 한 편 다 봤는데
방금 내가 뭐 먹었지

갑자기 툭 떨어진 붕가붕가레코드 스타일의 자작곡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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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입니다! 1탄+2탄














이제 기존 공중파 가시내들에 이어 tvN, YTN, OCN, m.net의 '지상파 가시내'들이 합류함에 따라, 만화는 점차 '방송국 가시내'가 되어갈 예정입니다. 일단 번호만 통합일련번호로 하고 제목은 지상파 가시내로 해둠.
앞으로 한동안 업데이트 아주 잘될거빈다. 스무몇편 그려놓고 스캔다떴음ㅋ굳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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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팬 마봉춘

제가 알기로 장기하가 마봉춘이랑 이배속은 좀 알아주는데 심박수, 김비서한테는 듣보잡이더군요.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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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4컷만화 쉬어감.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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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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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 보호 캠페인

요즘 이배속 VOD서비스 존내 복잡해져서 다운이 안되는게 섭섭하네
그러고보니 각캐릭터 설명하는 4컷들도 하나씩 그려야되는데 못했네요. 알아서들 보시길
매주 금요일에 업뎃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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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공지

2011. 2. 11. 19:15

카이조가 애니로 나온다는 건 확정이 된 와중에...
http://websunday.net/kaizo/


愛蔵版『かってに改蔵』【ドラマCD付き特別版】2月18日ごろ発売
애장판 제멋대로 카이조 드라마CD 붙은 특별판 2월 18일경 발매


제멋대로 카이조 4월 27일 OVA 발매 결정

...쿠메타 씨, 자꾸 일감을 만들어주시면 곤란해요.

이번엔 원서 전권을 받을 차례인가 봅니다.
저한테 카이조 한국어판 스캔본 전권이 있다는 게 아직도 안 믿겨지네요. 큰 행운.
절망선생은 더 이상 안 나올 거라는 아주 강력한 예감이 드는 바, 일단 이걸로 갑시다.
제 생각에 쿠메타 프로덕션의 절정은 카이조의 재발견에서 이루어질 겁니다.
신보, 쿠메타, 기대하고 있겠어. 그리고 mp0(aka 사야바시 치에)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P.s 소식 늦으신 여러분을 위한 목소리 출연진 정보:
카이조는 사쿠라이 타카히로, 우미는 키타무라 에리, 쫄따구에 사토 치와, 스즈 님에 도요사키 아키, 미인으로 소문난 반장 야마다에는 무려 호리에 유이.

P.s 2 절망선생, 여자락, 나루에, mlaatr 등의 번역을 기다리시는 분들께:
아무래도 말입니다... 휴가 나온 짬에 자막을 한다는게 참 그러네요;;; 다른건 신작이 나오는 대로 꼬박꼬박 제가 챙겨보고는 있는데, 여자락은 참 곤란. 여러분이 스캔본을 구하시거들랑 혹시나 yuptogun 쥐메일로 쏴주시면 혹시나 외박나가서 PC방 한구석에서 번역을 해올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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