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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육백만 명의 몽정

2025. 4. 2. 10:37

방금 다시 찾아봤는데, 이 친위쿠데타 잡범을 대통령 만들어줬던 사람들이 1600만명이 넘는다.
정확히는… 천육백삼십구만 사천팔백 열다섯 명이다.
백만 명씩 모듬을 잡아도 이런 그룹이 전국에 열여섯이나 된다.

이게 대체 다들 누구일까.
지금쯤 현시국 앞에 무슨 생각을 할까.
아니 과연 그건 정말 "생각"일까? 혹시 그들은 지금도 몽정 중인 것은 아닐까?

혹시 그들은 그때도 지금도, 울상 된 이재명이 엄청나게 큰 어깨를 가진 윤석열에게 영원히 두들겨맞는(이 그림은 실제로 존재한다 "짤림 방지"로 지금도 어딘가에서 쓰인다), 사탄마귀 이재명의 추락과 "애국보수"의 천년왕국이 영원히 되풀이되는 대안서사로서의 계시록을 눈앞에서 생생히 보는 꿈을 꾸는 중인가? 혹시 그건 모종의 분출 실패한 육욕이 스스로 만드는 포르노인가? 그래서 그 꿈을 꾸는 이들마다 이토록 잠꼬대가 심하고, 뭐에 홀린 사람처럼 흥분해서, 제정신이라면 안 할 언동을 골라서 하는 것인가?

메이지와 일제가 태어난 곳이 요시다 쇼인의 송하촌숙 임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 학당은 문자 그대로 두메산골 오막살이다. 그런데 그 요사(妖師)는 거기에 아이들을 몇 명 모아놓고 지나치게 야한 꿈을 지나치게 강력하게 계속해서 꾸어댔다. 대륙! 제국! 천황! 그 꿈이 어찌나 선정적이고 음란했던지, 원자폭탄 두 번이 있고서야 그들은 겨우 대동아공영권의 잠꼬대와 카미카제의 몽정에서 깼다.

야한 꿈이 위험한 것은 몽정을 시킬 수 있는 까닭이다. 다들 경험이 있으실 터이다. 어 이게 뭐지 뭔가 형체도 분명찮은 것이 너무 기괴하고 혼란스러운데 그 와중에 견딜 수 없이 꼴린다. 일어나서 보면 알지 못하는 배설물로 침상은 더러워져 있고 배설에 의한 쾌감은 여전히 잔잔하다. 제대로 사춘기를 끝낸 성인은 여기서 불쾌해하며 이불을 치운다. 오직 미성숙한, 혹은 포르노에 절여진 이들만이, 그 경험을 좋았다고 여긴다.

요컨대, 지난 역사 그리고 각자의 성장기를 통해 알 수 있는 바, 미성숙한 인격(들)이 평소 제대로 배출해놓지 않은 음탕한 정욕을 꽁꽁 숨기고만 살고 있다가, 덜컥 야한 꿈이라도 한 번 잘못 꾸어 버리면, 그때는 큰일이 난다는 것이다. 예상치도 대비치도 않았던 개인적 낭패를 당하는 건 물론이요, 그 규모가 조금이라도 크거나 그 파급이 조금이라도 실제적이었다가는, 고스란히 아시아를 파괴하는 파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개인과 집단의 차이가 있다면, 개인은 몽정을 일부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지만, 집단은 서로의 음란한 꿈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점일 테다.

문재인과 이재명이 구속되고 노무현이 추락하는 꿈을 은밀히 혹은 공연히 거듭 품고 있는 이들을 생각한다. 그들 중 천육백만의 유권자로 진입한, 전광훈의 바짓가랑이 밑에 모인, 성조기와 태극기와 육각성기를 빳빳이 세우고 흔드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진입하는 데까지 이른 그들의 그 음란한 꿈을 생각한다.

모든 꿈이 나쁜 것은 아니다. 나쁜 꿈은 첫째 깰 수 없는 꿈이요 둘째 잠꼬대와 몽정과 몽유병을 일으키는 꿈이요 셋째 자꾸만 현실을 그만두고 그저 그 꿈이나 더 꾸고 싶어지게 되는 꿈이다. 파시즘이니, 대안우파니, 후기자본주의의 하부구조적 병폐가 정치사회 상부구조에 전가되는 경향이니 복잡한 말이야 얼마든지 쓸 수 있을 테지만, 전반적으로, 그저 음란한 꿈을 꾸며 집단 몽정 중인 이들이 있을 뿐인 것 아닌가 생각한다. 조금만 제정신으로 보면 분명한 형체 없이 흉측하기만 한, 그러나 꼴린 기분에 취해서 보면 분명 더할 나위 없이 원초적으로 야하고 흥분되게 뵈는, 확실하게 발기시켜 주고 사정시켜 주는, 그래서 더 꾸고 싶어지는, 그 꿈 때문에 일어난 일들에 점점 개의치 않게 되는, 오히려 그 꿈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일들에 더 취하게 되는, 그 은밀하게 더러운 꿈을.

헌법재판소의 내란수괴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이제 다음 질문이 필요하다.
아직도 꿈을 못 깬 그들은 누구고 어디 사는가?
그들이 꾸는 꿈의 구체적인 효과와 해몽은 무엇인가?
그 꿈으로만 발산되고 있는, 사실 그러지 말았어야 할 그 억압, 그 욕정, 그 악은 무엇인가?
이것을 일깨울 원자폭탄은 무엇이고 몇 개인가?

당신은 휴대폰으로 무슨 갤러리 무슨 유튜브를 온종일 돌아다니며 백주대낮에 몽정하는 이들과 앞으로도 같은 나라를 쓸 생각인가?

이 공화국은, 그 천육백만명의 몽정을 끝낼 수 있는가?

Posted by 엽토군
:

OZ751

2024. 8. 27. 22:33

여기가 어딜까.
비행 고도 10972m.
대략의 위치는 싼야 와 마닐라 사이.
도대체 여기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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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소재의 웬 POS 개발사에 개발자로 취직했다.

그런데 막상 그토록 별렀던 외국에서의 돈벌이 생활을 출발하고 보니 심지어는 제일 재미있어야 할 0일차부터 설렘이며 기대감, 자기효능감 따위는 없고 은은한 긴장과 불안만 있을 뿐이다. 여권이 가방에 있는지를 두 번이나 확인했고, 내 발밑 짐칸에 내 캐리어가 없을 경우에 대한 걱정을 해보고 있다. 나도 내가 이렇게 걱정 많은 인간인 줄 몰랐다. 아마도 이번에는 내가 뭔가를 입증해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겠지. 영어로. 없는 머리 열나게 굴려서.

머리를 비우고 생각을 없애는 방식으로 충성했던 회사가 날 권고사직한 이후 여태까지의 몇 개월은, 내가 되고 싶은 게 정녕 무엇이었더냐는 질문을 피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난 뭐가 되고 싶지? 시니어? 팀장? PM? 풀스택 웹개발자? PHP 엔지니어? 그냥 어디에선가든 어떻게인가든 하여간 돈을 벌어 집에 보태는 장남? 뭔가 잘난 힙스터? (정말 그거였던 걸까 까지도 생각해보고 있다. 진지하게 스스로를 프로파일링해 볼 필요가 있어서.)

소름 돋을 정도로, 나는 내가 되고 싶은 게 뭔지 모른다. 그저 어떤 교통수단, 커리큘럼, 분기 목표 따위에 날 태워 앉히고 어디로든 가면 뭐든 되겠지 하는 인생이었다. 맘만 먹으면 지금부터도 한동안은 그럴 수 있겠지. 일단 가서 뭐라도 하면 어떻게든 안 되겠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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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남은 비행 거리 2050km.
바깥 온도 -43°c.
난 대체 어디를 가겠다고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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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

그래서 지금 그 바다를 건너가고 있다. 이 일터에서 저 일터로의 이동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마치 고물에서 주무시는 주님을 깨우던 그 제자들처럼 지난 몇 달 몇 주 사이에 유난히도 호들갑이었다. 갈릴리는 그들의 평생의 일터였겠지만, 여기서 저기로 가는 과정이 조금만 흔들거려도, 그들은 아이고 나 죽는다고 잠자는 주님을 깨워 가며 비명을 지른다. "주여! 주여! 우리의 죽게 된 것을 돌아보지 아니하시나이까?"

예전에는 이 대목이 한심하게 우습다고 생각했는데, 일자리가 안 구해지는 시기며 면접 전형 결과를 몇 날이고 며칠이고 초조히 기다리는 시기를 지나니, 나도 이 소리가 절로 나왔었다. 근데 실은 그 이동은 내가 자초했고 내가 원했고 내가 책임져야 했고 그러겠다고 호언장담해 놓은 것이었다. 경력자라면, 이 바닥을 안다면 문제 없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과신한 오만의 결실이 지난 몇 달의 고생길이었던 것이다. 기술면접을 한국어로 망칠 때는 내내 몰랐는데 이번에 영어로 망치고 나니 그제야 겨우 자각했다. 아 나는 내가 내 실무를 보여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난 기술면접을 못 보는 사람이었구나. 나는 엔지니어도 아니고 PHP 엔지니어도 아니고 그저 PHP라는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그 풍랑 속에서 뒤집히기 직전의 배에서 주님을 흔들어 깨우던 제자들에게도 갈릴리가 그랬을까? 그들 역시, 그 바다가 정확히 어떤 호수인지, 그 물의 기후라는 게 뭔지, 애초에 기상악화라는 게 뭔지 하나도 모른 채로 그저 노 저어 그물 칠 줄만 알던 몸이었음을 뼈아프게 자각하게 되었을까? 그들도 자기들이 처한 상황이 수치스러웠을까? 자기들이 노 저어 나아온, 자기들의 생업의 터전이던 곳에서, 제일 아마추어 같은 꼴로 곤란을 당하고, 내 인생 이러다 어떻게 되는 거냐고 진짜로 불안하게 긴장해야 했던 그 상황이?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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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을 잔잔하게 하신 사건 자체는, 일반적으로는 그저 예수님의 초자연적 권능을 증거하는 기적으로 그러나 다분히 일화적이고 부수적이며 다른 비슷한 사건들 사이에서 독창성을 뽐내지 못하는 해프닝으로 회자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자기만의 갈릴리 호를 건너고 있는, 그 바다를 매일 뻔질나게 주님과 드나들며 사는, 그러다가 바로 그 바다 위에서 곤경에 빠지는 모든 이들을 위한 복음인지도 모르겠다. 결론만 놓고 보면 나는 어쨌든 그 어렵다는 해외 개발자 취업을 거의 성공한 입장이고, 제자들은 자연이 잠잠해지는 권능을 목격한 것이다. 나도 그들도 그저 “이 어떠한 사람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고?” 소리밖에 못 하는 건 그래서다.

자 그러면 이제는 그 바다를 건넌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제는 무엇이 되고 싶어야 할까. 일단 제자들은 그 갈릴리를, 그 사람 예수님을 전하고 다니다 죽었다던데. 그것만 해내기도 짧은 인생, 그것마저 못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는 모양인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게 될까.

----

일단은 가자.
비행 속도 907km/h.
남은 비행 시간 2시간 1분.
오늘 밤에는 이 바다를 건너는 것까지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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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배우에게 젤 중요한 건 얼굴이다. 잘생겼다 예쁘다 이런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더불어 자기 얼굴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배우를 할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 얘기들은 모두 배우에게 먼저 들은 후 많은 배우들을 관찰/대화해본 후 나도 공감하게 된 이야기.
연기를 '안 하는' 배우들이 자꾸 뭘 하려고 하거나 쪼가 심한 배우보다 연기가 빨리 는다는 말을 어떤 감독이 했었는데 그 말도 공감... 뭘 해야 하는지 모르던 사람들이 뭘 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갑자기 깨우치게 되면 어느 순간 연기를 잘할 때가 있음;; 혹은 버릇을 버리는 훈련을 열심히 하거나

2024년 7월 28일, 임수연 씨네21 취재팀장

최근 유난히 유난스럽게 이직을 하면서 "나 뭘 잘 하지? 뭘 못 하지? 나는 뭐가 되고 싶지? 나는 뭐지?" 하는 "정체성 위기"를 좀 느꼈었고 그 시기 중간에 접한 이 통찰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유튜브를 꼬박 6년을 했으니 내 얼굴 내 목소리 내 생긴 꼴이 어떤지는 모르지 않는데, 일단 내 자의식이 이걸 모른 체하며 여전히 가상 자아를 갖고 살려고 하고 있고, 내 실천 자체도 남들이 이런 생김새의 내게 걸고 있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지 않기도 하다. 그나마 최근에는 바로 이 현상태 상황 자체가 좀더 생생히 와닿는 정도가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요컨대 '아.. 사람들이 나를 이러이러하게 보는구나.. 나는 나를 그렇게 보지 않지만 하여간 현실은 그렇구나..' 하는 자각이 온달까.

나라는 사람의 특이함에 대해 나 자신은 초등학생 때 진작 질리고 말았다. 지난 "PHP 엔지니어"로서의 삶은 어쩌면 그걸 주박으로 여겨 본 나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그리고 실은 시종일관 내내, 남들에게 내가 맘대로 써서 내줄 수 있는 공수표라곤 이게 거의 유일하다. 이 얼굴, 이 특이함, 지겹게도 지독하게도 그저 나이기만 한 내 모습. 이제는 내 얼굴을 받아들여야 하겠지. 내가 이렇게 특이하게 생긴 얼굴임을. 잘생겼다 예쁘다 그런 게 아닌, 그냥 이게 주어진 나임을. 그래야 한국이라는 현장, 2024년이라는 현장, 집이라는 현장, 회사라는 현장, 내 인생이라는 현장에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갑자기든 서서히든 깨우칠 수 있겠지.

다른 배우 인터뷰들도 좀더 읽어볼까. 아무튼 요새는 마음이 어렵다. 이 정도로 "정체성 위기" 겪은 적이 고3 이후로 있었던가.

Posted by 엽토군
:

2024년 고래주주 간담회 1차 일정을 다녀왔다. 엷은 봄비가 그칠 듯 그칠 듯 하면서 계속 내리는 토요일이었다. 그 자리에 손님으로 온 사람은 나까지 대략 8명 정도였던 것 같고.

  • 내 입장에서 작년 2월경에 내 통장에는 돈이 썩어나게 많았다. 이게 썩 거북하던 차에 마침 규항넷에 고래주주 공모글이 올라온 걸 보고 반쯤 홧김에 질렀다. 한데 막상 1구좌 200만원을 납입하고 나니, 그 이후 나는 '주주'로서의 무슨 권리나 의무를 행사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고래를 따로 구독해서 읽은 것도 아니고, 얼마 전에 "4천고래동무" 캠페인에 자극 받아 고래동무 일시후원을 한 번 한 것이 전부고. 그러고 얼마 안 가서는 주주간담회를 한다기에 '음... 사정이 많이 궁한 모양이군...' 하고 가서 들어보니 아니나 다르랴 였다.
  • 이 이상 자세한 얘기는 출자자들끼리만 알고 있는 게 맞을 거 같아 각설하고... 대신 내 입장에서 몇 가지 새로운/놀라운 정보들을 접하게 된 바 그걸 좀 적어볼까 싶은데.
  • 한창 지면 개편을 해나가는 중이고, 그 일환으로써 대상 연령대를 지금보다 더 낮출 생각이란다. 더 쉬운 걸 더 고연령의 독자가 보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나.
  • 조국이 고래 구독자였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고 그게 좀 충격적이었다. 김규항 선생이 "조국 사태"에 입장이 유난히 각별한 이유가 이제야 납득이 된다. 말하자면, 고래가그랬어는, 조민을 만든 잡지인 셈이다.
  • 최근 몇 년 간 주변 상황이 좀 바뀐 바 그간의 노선대로는 강행할 수 없다는 입장인 모양이다. 일단 이제 소비자들은 고그를 오로지 어린이 교양지 상품으로서만 접하고 이해하고 구매한다는 것이다. 한때는 고그를 누가 만드는지, 왜 만들었는지, 뭘 하려고 만드는 건지 등에 동조한 사람들이 고그를 '후원'해 줬는데, 지금의 실제 고객 전환은 그냥 '물건 자체가 좋고 애들이 좋아해서' 발생한다나.
  • 비슷한 맥락일 텐데, "교육이 어때야 하고 사회가 어때야 한다" 하는 '토론', 현상태를 문제시하고 극복하자는 기조 자체가 담론장에서 아주 퇴출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이번에 선거에서 진보신당[sic.]이 한 석도 못 얻었잖습니까?" 듣고 보니 주간경향에서 연재하던 교육 자체 관련 칼럼도 스리슬쩍 우찌끼리 상태고. 그런 차원에서도, '사회가 어떠해야 하고 어린이의 삶이 어떠해야 하니, 고그를 읽어야/읽혀야 한다' 하는 당위 가지고는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지 말아야겠더라는 것이다. 사실은 속으로 '성인용 고그 교육지도서', '편집후기 뉴스레터'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입장을 이해하고 나니, 별 도움이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겠어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
  •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 특히 어른들은 "교육 탓"을 한다. 일선의 교육자들은 피나게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한국 성인 사회는 서로가 서로의 교양 부족을 욕하기 바쁜 아주 괴상한 수라장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여전히 '성인 대상의 무언가'를 추진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미련이 남는다.
  • 고래가그랬어가 괜찮은 어린이 잡지로 평가되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MSG 없이 좋은 재료로 콤팩트하게 만든 음식을 어린이들이 곧잘 먹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거라고 생각된다. 그건 정말 적게 정말 좋은 재료를 듬뿍 써야만 가능한 경지다. 아주 많은 사람들에 한번에 비슷한 맛을 먹이자면 MSG를 쳐 가면서 자극적으로, 해로운 성분을 섞어 가며, 필연적으로 부실하게 만들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싫어하는 어린이 대상 추천도서"는 그렇게 탄생한다.
  • 이게 '교육', '어린이' 도메인에 한정해 논할 사안은 아닌 거 같다는 막연한 의구심이 있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인지라 정신도 늘 일용할 양식을 찾게 마련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한국 성인들은 매주 일요일의 대형 교회, 이런저런 트위터 계정의 이런저런 주장, 포털 사이트 뉴스, 뉴스 댓글, 유튜브, 유튜브 댓글창 등등 영 먹을 게 못 되는, 싸구려인, 불량식품에 가까운 마음의 양식으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문득 EBS가 '딩동댕 대학교'를 런칭했던 것이 생각난다. 아니면 '성인용 구몬학습지' 같은 거(이건 주주총회 자리에서부터 연상했던 것이다). 그런 기획들은 왜 등장하는가? 오늘 우리가 어른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실은 별로 어른이 아니고, 시민사회의 근대화된 교양 개인은 어른들 가운데서도 썩 부족한 것이 아닐까?

근데 이 이상은 나도 구체적인 주장거리가 없어서 말을 못 잇겠다. 어린이가 아닌 사람, 구독자가 아닌 사람이면서 이 기획에 연대하고 싶은 사람은 당최 무슨 수를 내 주어야 좋을지가 막막하다. 돈은 둘째 문제다. 세상이 이렇다는데, 진짜 어떡하나.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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