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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073


어쨌든 그릇된 일인데 너무 뻔뻔하게 활개를 치면, 사람들은 그 죄목을 찾지 못한다.

나는 내게 철학을 가르치던 신부가 기공식용 미사 집전 된 것에 분노하여, 그 가설 무대 뒤에 누가 남겨둔 군만두를 집어먹었다. 그리고 조만간, 우리는 우리가 공부하는 교실 바로 밑에서 50% 할인 행사가 웬말이냐는 불평과 함께 카트를 두어 대 끌고 다니며 MT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다.

그른 일이 왜 그른지 알 수 없는 건, 자기가 그르기 때문이다.

왜 메가스터디가 인문관을 짓지 않는 걸까? 그러면 사탐이나 논술 과목 알바가 대거 공급될 텐데. 왜 교보문고가 로욜라를 경영하지 않는 걸까? 그러면 돈 낸 사람에게 무제한 대여를 해 주는 편리한 시스템이 가능할 텐데. 왜 공모전으로 조별 발표를 대체하지 못하는 걸까? 그러면 일석이존데. 학교에 홈플러스가 들어오는 게 뭐가 나쁜가? MT 준비하기 쉽고 좋은데. 가브리엘관에 CGV가 들어오면 왜 안 되나? 그러면 졸업하자마자 취직할 수 있을 텐데.

내 감상을 말하자면 오늘의 대학생들에겐 누구나 마음 속에 자기만의 홈플러스 인문관을 짓고 있다는 느낌이다. 교양이라는 적금을 부어 가면서 커리어를 쌓아 괜찮은 길목에 입주한, 그래서 적당히 배운 것도 있고 적당히 돈도 잘 버는 쾌적하고 합리적인 주상복합의 안전한 구조를 갖춘 인간으로 자기를 짓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건 하나도 나쁜 일이 아니고 오히려 너무나 권장되는 모델하우스다. 모두 다 그렇게 사는 건 절대 불가능함에도. 이 세상에 위층엔 강의실, 아래층엔 생활가전 매장이 있는 건물만 세워지는 것은 결코 아님에도.
그러니 진짜로 눈앞에서 홈플러스라는 괴물 같은 크기의 상업시설이 들어온대도 지금처럼 평온하게들 숙제하고 졸면서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사실 우리는 대학교에 돈 벌러 다닌다. 그러므로 우리 학교에서 돈 좀 벌겠다고 들어오는 홈플러스 앞에서 다만 반대하는 흉내밖에 내지 못한다.

우선 자기부터 청문하자. 우리가 공부하러 대학을 다녔던가? 거기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안의 홈플러스 인문관을 때려부수고 나서야 누구든 붙잡고 따질 수 있고 그때에야 얘기가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서강대학교는, 안타깝게도, 나를 비롯한 수많은 창의적이고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소시민 청년들 덕분에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겠다.[각주:1]

아, 복장 터진다...

  1. 천만다행으로 그러나 학생들의 힘이라기보단 주변 주민들의 힘으로 홈플러스는 입점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교훈을 기억할 수 있을까? [본문으로]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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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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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하니,
    "http://gall.dcinside.com/list.php?id=sogang&no=49874"
    이런 글이 나오는 군요.

    하아~
    • 2009.05.28 18: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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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서강갤은 안갑니다. 사연이 있어서
      역시 보자마자 갑갑함이 몰려옵니다.
  2. 2009.05.29 19: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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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을 좀 없애야 됨.
    • 2009.05.29 19: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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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이 그런말을 해도... 뭐 아주 허튼소리는 아니니 유효
  3. 2009.05.29 20: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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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뭐 메신저 안해요?
    • 2009.05.30 09: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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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원최 싸이 미소년 네톤 이런거랑은 안맞는그릇임
  4. 2009.06.1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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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날카로운 톱질소리가 지나갔습니다.잠시 뒤 새소리가 다시 들리고 그런 낮입니다.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 2009.06.16 1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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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 준비하느라 눈앞이 항상 캄캄합니다.
      좋은 날 되시길 바랍니다.
  5. 2009.06.21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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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엘리프 형의 소개를 받고 왔는데요, 같은 서강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블로그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이 게시글이 눈에 띄어 덧글 달고 갑니다.

    종종 오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 2009.06.21 15: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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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켘 연락이 왔어
      안녕하세요? 어쩌다보니 서강대 바깥 사람 중개로 서강인끼리 만나네요. ㅎㅎ

서강 20080018 민족사학 문학과 김어진

월요일 - 3교시 대학수학, 5교시 논리와 비판적 사고, 6교시 영어 I (12시 시작)
화요일 - 1교시 현대사회의 이해, 3교시 초급일본어 I, 5교시 중국언어와 문화 I (9시 시작)
수요일 - 5교시 읽기와 쓰기, 6교시 논리와 비판적 사고 (3시 시작)
목요일 - 1교시 현대사회의 이해, 3교시 초급일본어 I, 5교시 중국언어와 문화 I (9시 시작)
금요일 - 2교시 대학수학, 5교시 읽기와 쓰기, 6교시 영어 I (10시 반 시작)

매주 수요일은 기다려지는 날ㅋ
돈 모아서 뭘 사야 하나, 노트북을 어떻게 해 봤음 싶은데...
이름 외워야 하고, 돈 모아야 하고, 공부벌레로 낙인을 찍어야 되고. 또...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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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2 12: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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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과에서 한꺼번에 신청해버려서 수강신청이고 뭐고 없지...
    • 2008.02.22 13: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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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도 선배들이 권하는 과목 위주로들 그냥 갔다는... 디씨 서강갤 보니까 왜 논비사만 들으래요? 라는 글도 있고-.-; 그럴만하니까 그러겠지 뭐...
  2. 2008.02.26 12:0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독후감도 쓰셔야죠 -.-


4,436,000\, 2. 11(월) 16:30까지



일단 다행이다.
돈 벌어야겠다.
현실적으로 살아야겠다.
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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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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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5 15:3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축하합니다.

    + 이덕주, 한국교회 처음이야기, 홍성사.
    • 2008.01.25 21:1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덕담으로 알겠소이다.
      역시 책은 사서 읽어야지
  2. 2008.01.26 00:0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감축드립니다. :D
  3. 2008.01.26 02:3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고생 많았다 쓰담쓰담.
    • 2008.01.26 10:4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국민 여러분의 물심양면 덕분에 굽신굽신
  4. 2008.01.26 12:24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축하합니다~
    등록금 참 비싸네요.
    저렴하게 대출해드립니다^_^
    • 2008.01.26 12:58
      댓글 주소 수정/삭제
    • 2008.01.27 09:5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농담이에요;
      학교다닐 때 등록금을 대출해서 마련했었죠.
      그때는 공부하면서 그 돈을 마련할 방법이 안떠올랐어요.
    • 2008.01.27 18:4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농담인거 아니까 삭제안했죠ㅋ
  5. 2008.01.26 16:5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축하드려요ㅋ
  6. 2008.01.28 04:09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축하드려요/
    카페에 붙었단글은 차마 축하한다 란 말을 꺼낼수가 없었어요..
  7. 2008.01.29 16: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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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하드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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