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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종말에 관한 지나치게 짧은 일화 하나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

이 말씀을 읽고 벌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잠들었다
꿈에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서 수많은 재앙을 보여주며 내일모레에 지구가 망한다고 하셨다
꿈을 꾸는데도 그만 보고 싶고 벌벌 떨리고 말 대신 터져나오는 눈물이 뺨에 느껴질 정도였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빨리 옷만 챙겨입고 나가서 하루종일 지구종말을 외칠 생각이었다
세수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거울을 보니 뒤에 처음 보는 사람이 한 분 서 있었다
나가긴 어딜 나가, 나도 모른다고 말 했잖아, 사람이 이렇게 맹해요, 허허참
그래서 난 기절했다 깨어난 후 그냥 아침밥만 일찍 먹었다 다음날도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다

난 이것도 창피해서 어디 가서 얘기한 적도 없었는데 요새는 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다
아, 물론 이런 경험을 실제로 했던건 아닙니다. 詩니까요.



당신이 지구를 멸망시킬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언제 멸망시키는 것이 가장 좋겠는가? 대낮에? 전 지구가 한꺼번에 대낮일 때는 없는데, 그럼 당신 생일에? 내후년에? 백만 년 뒤에? 당신 스스로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뜬금없는 때, 아무도 종말이라는 걸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 확 멸망시켜야 뒤가 깨끗하지 않겠는가? 지금 사람들이 한창 2012년을 시끄럽게 떠들고 마야 달력을 운운하는 걸 보면 아직 주님 재림까지는 시간이 있는 모양이다.
ONE FACT. 날짜를 꼬집어서 말해주는 종말론은 모두 순도100% 공갈이다.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가 올 때에도 그러할 것이다. 홍수 이전 시대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 가고 시집 가며 지냈다. 홍수가 나서 그들을 모두 휩쓸어 가기까지, 그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다. 인자가 올 때에도 그러할 것이다." (마24: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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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소고

2009. 9. 1. 11:27

공백 소고


여기는 한 페이지 찬집이다

세상에는 싯귀보다 행간이 더 많고
행간보다 공백이 더 많다
그 여백은 빈곤하거나 아름답거나 견딜 수 없이 가볍고
공백을 메꿔나가면 삶이 된다

맨 공백 한가운데 자기 손바닥 하나 찍고 죽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그들을 거장이라고 부르고
보통은 남의 의논과 도장을 새겨 공백을 메꾸는데
글 한두 줄 건질 만한 벽화만하다
성인군자들은 두어 문단 적다 죽었고
폭군들은 낙서를 갈기다 죽었다
그리고 아직 공표는 못 할 지각판 위의 글재주들

세상에는 싯귀보다 행간이 더 많고
행간보다 공백이 더 많다
여기는 한 페이지 찬집이다, 이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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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武鉉

2009. 5. 25. 10:39

노무현 - 09.05.24


아 힘들다, 요즘 참 날이 때아니게 더워. 내가 청문회 하던 자리가 꼭 이렇게 더웠지. 전직 대통령도 이 더위는 못 피하는 모양이야. 어디 그늘 없나... 그냥 감세.
자네도 참 고생이야, 여기까지 날 따라오고. 이제 꽃샘추위가 쫌 가나 싶더니 초여름부터 와 이래 덥노. 이 마을도 인젠 바람 맞고 먼지 맞아가 참 힘든 여름 되겠어. 그리고 자네, 나 너무 열심히 지키지 말어... 담배 한 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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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운동장 09.04.08


아침
저기 한구석
유치원생 여덟 명과 남선생
7호선 색의 대학교 앞치마
파마머리에 고무장갑
머리 두 개는 더 큰 선생과의 체조
이윽고 2열 종대로
웃으며 앞뒷사람의 어깨 안마
안타깝도록 화창한 4월 대학교 운동장에서
미화노동자들이
웃는 웃음

나의 초라한 젊음이여
수고하십니다 그 한 마디를 하지 못하고
무표정히 그 피고용인들을 구경하며 지나친 걸 후회하는
너는 그리고 나는 놀이동산의 일회용품 쓰레기도 아닌 것이
안타깝도록 화창한 4월 대학교 운동장을 도대체 무슨 젊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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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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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2008. 10. 11. 22:05
바퀴벌레 - 08.10.09


너를 잡아죽이려는 시선들 앞에서
만일 너가 바퀴벌레보다 못하지 않다면

너는 다리를 벌려 죽을 힘으로 말하라
나도 달릴 줄 안다고


"언젠가 나도 입사시험을 보겠지→취미가 뭐냐고 묻겠지→시 쓴다고 해야지→지금 시를 하나 읊어보라고 할지도 모르지→뭔가 채점관들을 놀래줄 만한 걸 읊어야 되는데→음..."
해서 좀 뜬금없이 떠올려본 제재가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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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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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

2008. 4. 25. 09:58
아침밥 - 2008.4.24, 2009.1.24 퇴고


아침밥을 그냥 먹으려다가
결국 세수를 먼저 해야 했다.

아침밥은 왜 이렇게 깨끗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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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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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들, 서울 상공 비행

기사입력 2008-4-31 21:07 | 최종수정 2008-4-30 06:31


‘하늘에서 아이들이 날아다녀요’

오늘 서울시 상공에 20여 명의 학생들이 느닷없이 출몰해 약 2시간 가량 비행하다가 경찰에 의해 제지되어 연행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비행을 한 사람들은 전부 10대들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특히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중3이 주를 이루었다.

처음 서너 명의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우발적으로 날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시민들은 너무 높게 날고 있는 학생들을 눈치채지 못했으나, 맨 처음 경찰에 접수된 "서울 하늘에서 아이들이 아무것도 달지 않고 날아다녀요"라는 주민신고를 장난전화라고 무시하지 않은 마포경찰서 수사2과 조 모 경관이 조사에 나선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서 본격적인 경찰 대응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의 비행현상 발생 후 1시간 정도가 경과해서야 시민들이 불안감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멀리 혹은 가까이 날아다니는 학생들을 보던 시민들은 "무슨 영화를 합성도 하지 않고 무식하게 찍나 보다", "신종 스포츠인가보다"부터 "드디어 자녀들이 예언할 것이라는 그 날이 이르렀다", "나무관세음보살"이라는 종말론적 걱정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날아다님으로써 오늘 하루 서울 시민들은 하늘을 마음 편하게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날았을 뿐’…안전대책 전무, 유사현상 방지 시급해

오늘 경찰에 연행된 '비행청소년'은 모두 25명으로, 몸에는 아무런 장치도 달지 않은 채 평소 다니는 차림으로 공중을 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25명의 청소년들은 사는 지역도 전부 달랐고 남녀의 차별도 없었다. 성적도 전교 10위권의 우등생부터 학교를 그만둔 자퇴아까지 다양했으며, 가정형편도 60평대 아파트에 사는 학생부터 최저생계보조금을 받는 소녀가장까지 넓은 폭으로 분포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전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연치 않게 날아올랐더니 그것이 오늘이었고, 또 날고 보니 자기처럼 날아오른 친구들이 많았다고 진술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학생 중 하나인 김 모 군(16)은 어떻게 날 수 있었느냐고 물었을 때 '잘은 모르겠지만, 교실이 너무 답답해서 점심시간에 옥상에서 쉬고 있다가 문득 갑갑함을 풀어 보려고 뜀을 뛰어 보았더니 떠오르더라. 그래서 조금 연습한 후엔 속도나 고도, 방향까지도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서울을 한 바퀴 돌아볼 생각으로 날다 보니 경찰 헬리콥터가 다가와서 체포됐다'라고 했다. 실제로 모든 학생들이 비슷하게, "날아가고 싶다"라든가 "갑갑한 데서 풀려나고 싶다"라고 강력하게 소망했더니 떠오를 수 있게 되었다고 진술해 경찰들을 곤혹케 하고 있다.

마포경찰서에서는 "현재 이들을 다룰 법안이 없어서 일단은 시내 안전을 혼란시켰다는 정도로 경범죄 훈방조치를 내렸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 그것도 서울 상공을 날아다니는 사람이란 법적으로나 형사상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전혀 가이드라인이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뿐 아니라 "이와 같은 현상이 서울에서만 일어나라는 법은 없다, 필시 어디선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므로 각 도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이에 대해 주의를 주어 제2, 제3의 비행청소년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좃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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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비행청소년이어서 지어봤는데 여기에도 올린다. (그러므로 018이란 숫자는 본문과 관련없음) 과연 티스토리나 올블 사람들은 얼마나 낚여 들어올 것인가. 아직도 눈치못채신 분들을 위해 한마디 적자면, 기사입력 및 최종수정 시간을 유심히 보시고 속지 마십시오.
관련해서 생각해 볼 이론은 낙인 이론. 범죄자로 규정하지 않으면 범죄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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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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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별

2008. 1. 18. 14:12
오늘


카메라가 있는데 찍을 것이 없다.
펜이 있는데 적을 것이 없다.
오디오가 있는데 들을 것이 없다.

시간이 있는데 할 게 없다.
인생이 있는데 목적이 없다.
목숨이 있는데 삶이 없다.







어렸을 적 별은
반짝이지 않았다.
작은 별이나 큰 별이나
다 또렷또렷 별빛이었다.
어른들은 반짝반짝 작은 별이 아름답게 비친다며
못 믿을 말을 했다.

오늘 별은
반짝인다.
공기의 흐름이 빛을 산란하여
약한 별빛과 센 별빛이 있는 거라고.
어느 날 내가 어른이 되면
제일 약한 별부터 하나둘 반짝이다가 사라지고
마침내 캄캄한 밤만 남을 거 같아
겁이 나
반짝이는 작은 별을
서럽게 아름다워하고 있다.

상당히 즉흥적이다. 다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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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73cm

2007. 12. 20. 15:38
해발 173cm


제주 바다는, 제주의 짠바람처럼,
빠지고 싶은 그리움의 푸른색으로 아직도 넘실거리는구나.

나는 해발 1m 가량의 소년이었다.

해안은 언제나 위도 파랑 아래도 파랑 옆으로는 한없이 검은 돌
시가지에서 조금만 빗겨나 가로 놓인 도로를 따라가면
항상 내 머리 위를 날으던 비행기, 비행기

조금 높아진 고도로 다시 보는 제주는, 고향도 환상의 섬도 아닌,
그저 제주로구나.

나는 세상을 해발 1m 정도에서 바라봤었다.

걸었던 길 보았던 자리 끓는 애를 숨기고 찾으면
좀 낮은 눈길로 다시 보라는 추억의 귓속말
그리고 펼쳐지는 바다, 바람, 그 순간

지금 바람을 맞으며
섰던 자리에 선다.

아아 나의 해발고도(海拔高度)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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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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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설의 시작


관악산 밑 한 대학교 강의실의 어느 날
한 생물학교수가 열변을 했다
창조론은 미신이에요! 모든
생물은 합리적으로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해온 것입니다! 인간도
원생류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그리고
현생인류로 발전한 것이고요! 억에 하나
창조론이 사실일 것 같으면 우리 과학하는 사람들은
펜 놓고 산에 가서 주여 주여 굿하고 있게요?

다음날
이 교수가 퇴화(退化)를 했다는
그래서 오늘도 관악산에 원숭이 한 마리 숨어 산다는
도시 전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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