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평 포스팅은 실로 오래간만에 쓰는군요. 감상평 못 올리고 그냥저냥 밀린 영화가 한둘이 아닌데 어떡하지? 옛날에 쓰다 만 소설이나 써야지(...)
한판 경기라는건 무슨 경기가 됐든 역시 잔뜩 모여야 재밌죠.
- 돈도 없어 빌빌거리는 주제에 CGV왕십리까지 원정 나가서 봤습니다. 청소년 표로 끊었는데 티켓팅해 주는 직원분들은 그거 확인도 안 하시더구만요... 좋아 제대해서도 이대로 가는거야. (※그러면 못씁니다.) 의외로 어린이가 별로 없었고 의외로 화면이 7:4 정도의 애매한 비율이었습니다. 아니 왜! 혼자 간 바람에, 다른 사람이 왜 저러나 쳐다보는 것도 아랑곳않고 오그라드는 손발 다 오그라뜨려 가면서 봤습니다.
- 자막 현상한 필름이었습니다... 디지털로 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화면 오른쪽 끝에 아까부터 계속 비가 내리는 필름으로... 지못미 매드하우스. 근데 그렇다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기로 한 것이, 정말 제작진이 무지하게 고생했겠더군요. 특히 막판 고스돕 때리는 장면은... "와, 이 정도는 되어야 극장에 가서 돈 내고 애니를 보는 거로군"의 깨달음을 주더이다.
- 역시 동화 하청작업은 한국입니다. 이건 진리입니다. 특히 이렇게 움직임 강력한 애니라면 더 그렇죠. 근데 역자의 번역은, 아 얘가 시간이 모자랐나 왜 이럴까 싶은 번역... 누가 했더라? 아나 까먹었어 OTL 알면 저 좀 알려주세요
-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이름은 절대 못 외우겠고 그냥 얼굴만 대강 익혔습니다. 근데 성이 실제로 진노우치인 분들한테서 양해는 구하고 시나리오 제작했겠죠? 뭐 일본이니까. 아 그리고 오프닝 음악이 전투적이어서 좋았네요. 오프닝 음악만 구해볼까.
- 줄거리 곳곳에 대한 딴죽을 좀 걸죠. 서강대 철학과의 자의식과잉적 의무...
- '무엇인가를 알고자 하는 욕구'를 인공 프로그램으로 돌린다면, 이 프로그램을 파괴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넌 뭐냐, 너는 너 자신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보면 됩니다. 인간도 이 질문 때문에 망가지는 사람 많은데 하물며 프로그램된 이성이라면 십중팔구 자폭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다만 처음부터 등장하는 최종보스 캐릭터가 왜 있는지를 "뭐 그런 겁니다" 정도로 슬쩍 설명하고 넘어가려고 한 얘긴 거 같습니다. 전개에 문제 없으니 무효!
- 결국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대 맹점 중 하나가 세계의 중심이 일본이라는 발상인데 여기서도 여실히 나타납니다. 터져나오는 시스템적 문제는 일본에 국한되고, 전세계적 네트워크는 막판에 판돈 모자라니까 동원하는 정도고 말이죠. 일본어를 직역한 외국어 말풍선들도 대체 뭐부터 뭐라고 말해야 할지 감이 안 오는 발번역들 천지삐까리였고... 하다못해 고딕/명조 통일 정도는 해 달란 말이야!
- '모든' 통신망이 OZ 하나로 통합되어 있어서 이런 만화 같은 소동이 벌어졌다는 설정에 대하여, 현실적인 관점에서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바입니다. 그럴 리 없습니다. 리스크는 당연히 분산하는 것이고, 회선 설계하시는 공학자들과 시장을 나눠먹어 보려는 제2군 기업들이 둘 이상의 네트워크 체계를 그렇게 간단히 단일화할 리 없는 것입니다. 뭐 근데 그래야만 다음 얘기가 진행이 되므로 무효.
- 아직도 안 풀리는 의문인데 슈퍼컴퓨터는 고장 안 났나요? 하다못해 얼음들 다시 옮겨세우는 장면을 2초라도 보여 줬더라면 이런 거 안 적어도 되는데. 그리고 언제부터 통화가 가능해졌더라? 뭐 할머니의 전화기는 수동식이니 계정이 필요없다고 치더라도.
...이거 뭐 인젠 철학과가 뭔 상관이냐 싶은 딴죽들밖에 없으니 그만할께요. 세계 위기가 닥친다는 얘기에서 사실 되게 쫄았는데(과연 어떻게 가상현실을 예찬해줄 것가 하고...) 이 정도면 봐줄만하게 그럴싸하네요. -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친척 좋아하지 말자. 나중에 졸래 창피하다.
2. 인맥과 아날로그와 가위바위보와 고스톱은 인생에 있어 중요하다. (그러고 보니 닌텐도의 입김이 느껴지는군요. 화투짝도 그렇고 대놓고 등장하는 DS도 그렇고.)
3. 남자라면 코피가 나는지 마는지 모르도록 눈 부라리고 덤벼들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4. 사실 이 애니메이션은 각종 통신사들이 앞으로 사회를 어떻게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되는지에 대한 계몽영화다.
5.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것은 배가 고픈 것과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6. 누군가가 암호를 보내 오면, 아무리 쉬워도 함부로 풀지 말고 우선 발신자부터 확인하자. - 영화 캐릭터들 중 무려 세 명(켄지, 와비스케, 카즈마)이나 '뭐가 되려다 안 된' 사람들이 나옵니다. 제 멋대로의 해석이지만 그게 이 영화의 주된 곁가지 주제 중 하나라고 봅니다. 그것은 한없이 필연적이지만 어쨌든 가족만이 메꿔줄 수 있는 현대인의 영원한 한구석이라는 이야기. "당신 할 수 있잖수."라며 전화를 돌리는 할머니, "우리가 붙어 있으니 쫄지 말어! 너밖에 못 푸는 거잖아?"라고 격려하는 남의 집 가족들.
- 명대사? "뭐, 일단 다들 좀 침착해라." 뭘 어떻게 침착해, 이렇게 텐션 높은 얘기에!
- 한동안 애니메이션 작품이 뜸했더랬습니다. 방학 시즌을 기다렸던 걸까요. 암튼 UP도 보고 이것도 봤으니 일단 해소는 했고,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이제 동인 팬아트와 소장용 rip만 기다리면 되는건가요. (※그러면 못씁니다.)
- 평점을 매기겠습니다. 개노가다 뛰었을 CG에 1점, 진노우치 가족의 스펙터클함에 0.5점, 겐지에게 0.5점, 나츠키와 그 아바타에게 1점, 킹 카즈마에게 1점 그리고 이케자와 카즈마에게 1점, 도합 5점 만점에 5점. 일본 애니를 싫어하지 않으시는 모든 분들을 위하여 감히 추천!
- P.s: 594929405. 8*34533292027*66813283397*661705*292*3. (힌트: 청록색 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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