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경제와 철학을 함께 공부한다는 게 어떤 건지 이제 조금씩 감이 오기 시작한다. 왜 이 전공과정이 비인기인지는 자명하거니와 중간시험을 한 달도 안 남긴 지금에 와서야 조금씩 실감이 난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인민의 자기통치만을 혹은 독재타도만을 부르짖어 끝날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니 계수는 미국, 호주, 영국보다도 낮은 프랑스나 캐나다 수준이다. 철인 정치는 한 개인과 사회가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개념이다. 우리가 위대한 철학자로 쉽게 말하는 데카르트와 칸트는 형이상학을 탁상공론으로 한정해 버린 주범들일 수도 있는 것이고, 토지가 개인의 사유재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 학교 경제학과 기도모임 담당교수가 그에 찬성하는 논문을 쓰는 주제이며, 우리가 신뢰해 마지않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은 그 어휘 자체가 내부모순과 갈등을 안고 있는 개념이다.
경제는 정치적이며 정치는 철학적이고 철학은 경제적이다. 정치는 경제적이며 철학은 정치적이고 경제는 철학적이다. 세상은 왼쪽과 오른쪽, 위와 아래, 이상과 현실, 이론과 실제, 개념과 사례로만 나누어지지 않으며, 그러므로 중요한 건 두 줄기 자체가 아니라 그 중간과 바깥과 뿌리일지도 모른다.
이 마당에 초급라틴어까지 배우고 있다. 장차 배워서 전공하려는 이것들을 써먹자고 하면, 난 뭘 해서 돈을 벌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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