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생들의 PISA(전세계 단위 경시대회) 수학, 과학 분야의 성적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과연 점수만 잘 받아오는 우리 청소년들을 보며 무조건 좋아해야 하는가?
사람이 배우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학습 목표란 배우고 익히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그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것이다. 그리고 성취 목표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는 '좋은 성적'이다. 고로 성적과 성취 목표 달성률은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경향성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했다. 학습 목표가 뚜렷한 피실험자들은 제한시간 동안 풀 수 있었던 문제와 풀 수 없었던 문제 중 못 푼 문제를 다시 한 번 풀고 싶다고 응답했고, 성취 목표가 뚜렷한 피실험자들은 그 반대였다. 분석해 보면 전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그 자체를 원했고, 후자는 '아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정책과 우리의 관행이다. 선진국이 성취 목표의 문제점과 학습 목표의 잠재력을 인정하여 이것을 위주로 교과 과정을 설계하고 실제로 학업을 시행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 나라는 당장에 눈에 드러나는 성취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교과서를 만들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자연히 우리 청소년들은 날로 떨어지는 성적에 울고, 석차 때문에 옆 짝이 다니는 학원과 과외를 동시에 수강하며 피차간에 견제하게 된다. 성적은 단지 성적일찐대 이 얼마나 비본질적(非本質的)이요 소모적인 이야기인가!
학습 목표야말로 어찌 보면 교육이 진정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PISA 고득점 획득자들이 오히려 그 과목들을 '마지못해 잘 하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말 우리 아이들은 '제대로' 배우고 있는가? 과연 누구를 위한 배움인가(이 의문은 맨 마지막 장면―강의하는 학원강사의 머리 위로 CCTV가 학생들을 내려다보는―을 통해 말없이 프로듀서가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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