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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티거군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한번 질문을 해서, 내가 그 때 '꿈' 의 예를 들어준 거 같다.[각주:1] 인식은 할 수 있지만 설명이 되지 않는 세상은 분명히 존재한다. 잘 연결이 안 되는 듯하지만,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을 '언어'라는 매개를 가지고 전달할 수 없다는 의미로 본다면, 말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의견 쪽으로 갖다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교수가 던진 '언어 없이 사고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언어 없이'에 대해 최근 깊이 생각하고 있다가 떠올린 현대적 물음은 이것이다. 과연 검색사이트는 무엇까지 검색할 수 있는가? 사이버 세계는 언어와 소통에 관한 담론들의 기정사실과 같던 전제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가령 시공간이 필요하다든가 내용이 전달되는 물리적 거리에 한계가 있다든가 등등. 그리고 마치 기존의 소통 방식과 언어적 상호교류 방식의 한계를 비웃기나 하는 듯이 인터넷 검색사이트들은 별의별 검색들을 지원한다. 언뜻 보기엔 인터넷 검색 덕분에 그림, 지하철 노선도, 맛집이나 관광코스, 동영상, 심지어 전문자료의 본문에 이르기까지 정말 별의별 정보에 대해 어떤 간접적인 매체나 중간표현 없이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여전히 아주 기본적 형태의 언어인 텍스트가 그 모든 종류의 검색들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칙대로 말하자면, 이미지 검색이란 그 이미지의 이름을 알아내어 그 이름을 검색해 원본파일을 얻어내는 검색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와 가장 흡사한 것을 찾아내는 것일 터이다. 그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 가능해야 한다. 어떤 만화의 한 장면이 기억나, 그것을 대충 따라 그리고 색칠도 비슷하게 해서 스캔해 입력하면, 그와 흡사하게 닮은 이미지들을 출력해 주는 것(물론 여기서도 반론은 가능하다. 자세히는 아래에서 다루겠다). 내가 알기로는 이것과 비슷한 검색(자기와 닮은 얼굴을 찾아주는 서비스 등)이 시도되고 있는 듯하다.
비슷한 것이 벅스에서 한때 얘기가 나왔던 계이름 검색[각주:2]이다.[각주:3] 사실 이것이야말로 음악검색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난제가 남아 있다. 당시엔 음정이 확실한 최신가요만이 입력되어 있었고 좀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만 크게 나왔었다. 아마도 클래식이나 전자연주 등의 음악은 설령 계이름으로 검색한다든지 직접 녹음을 해서 매치시킨다든지 하는 서비스가 확실하게 굳어져도 검색하기 곤란할 것이고, 여기엔 여전히 전문가의 축적된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마디로 정리하면, 비록 사이버스페이스가 프로그래밍이나 멀티미디어 등의 비약적인 발전의 첨단에 있다 할지라도 여전히 이것들은 어떤 형태로든 언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태란 뜻이다. 내 머릿속의 무엇과 실세계가 곧장 직결되어 사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는 무리다. 아니, 사이버 공간 자체가 하나의 매개체이므로 어떤 식으로든 언어를 동원하지 않고는 곤란할 것이다. 혹자는 반론할지도 모른다. 위에서 말한 대로, 어떤 그림을 찾기 위해 내가 기억을 더듬어 그려 본 그림을 분석해 검색해 준다면, 이건 매우 직관적이지 않느냐? 여기에 언어가 개입될 소지가 있느냐? 나는 여기서, 따라 그려 본 그 그림이 또 다른 언어의 일종이라고 본다. 다른 모든 것도 마찬가지다. 정확도에 따라 자료들을 나열해 주는 검색결과라는 것, 그걸 출력하기 위해선 입력쿼리를 분석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어떤 식으로든 분석언어가 사용되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서비스가 있다. 어떤 음악 파일이 온전할 경우, 단추 하나만 누르면 전세계 파일DB를 검색하여 그 파일이 어떤 앨범에 실린 누구의 무슨 노래인지를 알려준다. 아마도 음조나 음량 변화 등등을 일일이 스캔하여 그 정보와 매치되는 것을 찾아주는 듯하다. 그런데 내가 전부터 알고 싶던 어떤 아카펠라 노래에 대해 이 단추를 눌러 보니 전혀 관계가 없는 락음악 아티스트 노래라고 ID3 태그를 씌워버렸다. 물론 파일이 녹음판이라 온전치 못하긴 하다. 그러나 이렇게나 언어가 없어 보이는 검색에서마저도 일종의 분석도구로서 특수한 형태의 언어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해도 나오는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할 이야기가 참 많은 고전적 얘깃거리(떡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인다. 실컷 적고 보니 처음의 물음, '언어 없는 사고' 즉 언어에 기반하지 않은 사고의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말았다. 뭐, 상관없다. 그렇게 위대한 논제는 내 깜냥이 안 되고, 일단 난 그 물음을 발단으로만 삼아 끝말잇기를 한 끝에 좀 엄하긴 하지만 비슷한 문제를 생각해보았을 뿐이라고 해 두자.



이 내용은 전문자료에 거의 의존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멍청하게 이거 복사해 가서 적당히 꾸며다가 레포트를 쓰거나 해피캠퍼스 같은 곳에 올리면 고발하겠다. 왜? 내가 창피하니까. 그저 이런 아이디어도 있다는 정도로만 읽어달라.

  1. 티거군 응답 좀 해주오. 그때 먼얘기 했었는지. 이건 딴얘기지만, 소위 '이과생'들에게 인문학적인 얘기를 들려주면 매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은 적절한 처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본문으로]
  2. 현재 벅스에서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사실 관계가 파악되면 정보를 달라. [본문으로]
  3. 이 아이디어는 필자가 아주 오래 전 스스로 그 필요를 느껴 벅스뮤직에 한 번 건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연관은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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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8 17: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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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히 꾸며서 학교에 내야..............
  2. 2008.04.1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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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미리견의 국제사업기기회사(IBM)에서는 허밍만 하면 노래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이미 수년전에 개발하였지. 그리고 미리견의 갈색대학(Brown University)에서는 신경세포에 칩을 박아서 생각을 읽는 장비를 인간에게 이식하여 작동하는것을 성공하기도 하였으니, 조만간 텍스트 없는 검색도 가능할게지. 무소부재셈틀질(ubiquitous computing)에 약간의 찌질한 BT가 더해지면 틀림없이 이루어질게야.
    여기에 몇몇가지 선결조건이 있겠으나 내 전공이 이쪽도 아니고, 게다가 아직 전공도 없이 교양만 존내 듣고 있으니 생략...
    • 2008.04.19 08: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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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세상이 좋아놔서 그 부분은 그런 얘기가 상상만은 아니겠군요. 하지만 여전히 신경세포 칩 등을 통해 전달되는 것들이 '또 다른 분석언어를 통해서인지, 아니면 사고 그 자체인지' 등등의 말질거리는 남아 있을 거 같습니다.
      음~ 나도 교양만 듣고 있는데 이런 얘기 적으니 대략 난감
  3. 2008.04.19 10: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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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재미있어요. 그런데 '또다른 분석언어'라는 말은 결국 '표현할 수없지만 어쨋든 언어'라는 것도 되는데..언어학을 공부해야하나..-_-;
    • 2008.04.19 17: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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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하지 마세요 지금은 시험준비만 하세요
  4. 2008.04.19 19: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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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기간이라 들렀음(사실 검색어탔는데 일로왔어요)
    사실 그간 바뻐서 잘 블로그를 잘 못봤습니다.

    1) 크레용씨가 말한 유비쿼터스 컴퓨팅+BT(정확히 말하자면 뉴로사이언스랑 기계공학을 넣어야되지만서도)를 할라면 NT,IT,BT의 Consilience가 필요한데 각설하고 저런 기술을 바이오엔지니어링이라하여 카이스트등 대학에서 바이오시스템학과에서 연구중인거로 알고있고, 세계적으로 이래저래 개발중인것입니다.
    그치만 어진씨가 말한 내용은 이것만으로 모자라는게 심리학자들이 쎄빠지게 고생좀 하셔야아 뇌가 이따구로 돌아가는구나 라고 아는데 지금 저 뇌과학 분야가 정성적인데다가 일반적인 경향성 정도의 연구가 계속되는걸로 들었어요.(친구가 이주제에대해서 연구를 하는것이있는데, 왠만한사람은 뇌 스캔하는 연구 대상도 못된다던.. 진짜로 평범한사람이어야된다고..)
    한마디로, 저런거 하려는사람 많고, 돈도 엄청쏟아붇고 서너방향에서 달려들고있는데, 결과는 잘 안나오는 뭐 그렇다구요.

    2) 꿈이라니좀더자세히..

    3) 이건 논외지만, 소위 그 '이과생' 이란놈들로 가득차있는 이학교에서 인문학적인 과목들은 이래저래 학점채우기로 외면당하는게 현실이라.. 과목에 흥미를 느껴야되는데 해치운다 는 사람도 있고, 또한 이 학교에서 인문학적 내용을 채우는건 그리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4) 아 그리고말인데 '언어' 가 뭔가요?(김어진씨가 생각하는 정의로)
    • 2008.04.20 17: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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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근히 검색어가 잘 걸리는 졸블로그. 남들이 잘 안 하는 소리만 잡다하게 늘어놔서 그런가?
      1) 이성철학에서부터 최첨단 과학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학문한다는 사람들의 오랜 난제 중 하나가 '사고 추적' 혹은 '사고의 매커니즘 규명' 뭐 그런 거였죠. 쉽게 될 거 같진 않네요.
      2) 나도 잘 기억은 안나는데 언젠가 모여갖고 얘기막 하다가 학술적인 떡밥이 나와서 그런 얘기까지 갔었던듯. 기억할줄알았는데
      3) 그 문제는,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배움이 수단이 된 사회'에 큰 탓이 있고,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솔직히 전공하기도 빡세 죽겠는데 웬만한 학구열 아니고서는 전공 아닌 거 재미로 배우는게 말처럼 쉽지가 않고 하니까... 나도지금 내일 대학수학 시험치는데 지금 안구에 쓰나미가;;;
      4) 둘 이상의 사고(혹 개념) 사이의 매개가 될 만한 외적 표현을 언어라고 정해 보렵니다. 엄마야. 이제 저 말에 어떻게 책임을 지지?
    • 2008.04.21 21: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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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검색어가 검색해봤자 몇개 안나올만한거라...
      1) 원래 인간은 인간공부하는게 가장 재밌지요 ㅎㅎ
      3000년동안 공부해도 모르는게 인간
      2) msn은 아니니 기억해내기 힘들겠어요...
      '언젠가 티거군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한번 질문을 해서, 내가 그 때 '꿈' 의 예를 들어준 거 같다.(주석문 1)'
      의 '비슷한 문제' 가 무엇인가요 그거라도 생각하면 같은식의 사고연상작용을 거칠지도모르죠..
      3) 하긴 아무래도 취미로 '공부' 인 상황이니 흔치않은거죠..
      4) 호오...
    • 2008.04.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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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ko.wikipedia.org/wiki/%EC%96%B8%EC%96%B4

      citation이 없는 나쁜글이지만 비슷한정의시도가있었으니 책임은 안지셔도될것같네요
  5. qnseksrmrqhr
    2009.09.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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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시도인 것 같습니다....좋은 결과까지 기대하겠습니다.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2009.09.21 11: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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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비슷한 게 나오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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