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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를 위한 서민학개론


오리엔테이션

이 글은 어디까지나 레포트 쓰기 연습. 논리적, 학문적으로 많은 뒷받침이 필요하므로 이 뻘글을 읽는 누구나 되는 대로 트랙백 등으로 건설적인 추가논의를 구하는 바.
최근 정치계의 최대 화두는 '경제 살리기'이며, 모 대통령의 정략적 방향에 따라 그 경제는 곧바로 '서민'을 위한 경제로 연결되어 이야기되고 있다. 과연 그 서민은 누구이며, 그들이 어떤 역사와 특성을 지니고, 현대 서민의 대체적 특성과 대한민국 서민의 특수 상황을 견주면서 '서민의 경제'는 어떤 특이점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현재 '대한민국 서민의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를 함께 논의해 보자.

제 1강 서민의 정의와 역사

서민(庶民)이란 단어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1.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일반 사람.
2.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
비교되는 유의어 '평민'과 '백민'은 둘 다 단순히 '벼슬이 없는 일반인'의 의미를 띠고 있다.[각주:1] 그러므로 여기서는 용어의 문제에 있어서, '서민', '평민', '백민'을 전부 같은 의미로 취급하되, 특히 '서민'이라는 단어를 핵심어로 전개하기로 하자. 서민의 '서(庶)'의 새김은 '여럿'이다. '첩의 아들', '가까움' 등의 훈도 있으나 대체로 '흔하게 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주를 이룬다. 영단어에서도 서민을 지칭하는 명사 common people(folks), commonality, the folks 등등에는 어김없이 '공통적인, 허물없이 가까운'의 의미를 지닌 어휘들이 보인다.
굳이 외국어와 한자까지 들먹인 이유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서민'이 지니는 이미지가 확연하게 두 가지로 요약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상기한 1번 정의의 두 가지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벼슬이 없다'와 '일반적이다'가 그것이다.
벼슬이 없는 일반인을 서민이라고 부른다면, 신분·계급적 특권을 가진 계층이 없거나 딱히 일반적이라고 지칭할 만한 집단이 없는 사회에는 서민이 없거나 그 의식이 희박할 것으로 생각된다.[각주:2] 대부분의 국가나 사회에 서민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대부분의 그 나라들이 세계사적 일반 담론에서 말하는 봉건사회를 거쳤기 때문이다. 군주가 있고 몇 명의 영주 혹은 지방 수령들이 나머지 구성원들을 통솔·지배하는 봉건사회, 그 구조가 안정되는 시점에서 서민계층이 생겨났다. 상하귀천이 확실했고 또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 같던 사회에서 이렇다 할 이름이 없는 '장삼이사'는 생겨났다.
그러나 일반인들 가운데 한 번 형성된 서민의식은, 마침내 특권층의 모순과 부조리를 혁파하기 위해 다 함께 들고일어나기까지 점차 강하게 뿌리박힌다. 그 이유는 중세 사회가 '관직(벼슬)'을 기준으로 내집단과 외집단이 뚜렷이 구분되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신분은 상하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유일하게 획득 가능한 정치적 특권은 곧 경제적 특권으로 이어졌으며, 그 두 가지가 모든 사회적 신분을 말해주던 시대에서 지위불일치[각주:3]는 일어나지 않았기에(물론 후대로 가면 부르주아 등의 불일치가 일어나지만 여전히 소수이다), 자연스럽게 내집단으로서의 서민적 의식이 고착되기에 이른 것이다.
근대를 지나면서 점차 신분 상하이동이 자유로워졌다. 그것은 기실 일련의 근대적 사회 개혁이 추구했던 실질적 목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누구나 출세할 수 있다는 현대사회에서 평민의식은 대체로 건재하다. 아니, 오히려 일부 사회에선 훨씬 강력하다. 왜 그러한가?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외집단 의식과 역사가 그것이다. 다양한 지위가 등장한 현대사회이니만큼 자기 자신이 어떤 처지에 속해 있는지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나, 누구나 높다고 말하는 특권층은(그게 어떤 의미에서의 특권이든지간에) 뚜렷하게 구별되어 매스미디어와 생활 속 실제적 영향력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외집단에 대한 확연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자신의 집단을 서민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또, 서민들로서는 대대로 서민으로 남으며(일개 여염에서 인재가 나오는 것을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표현하지 않는가?) 특권층을 우러러보아 온 역사가, 신분 상승을 이루어낸 역사보다 훨씬 길다. 이러한 역사적 장단은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서, 집단적 의식과 기억에 영향을 끼쳐 '서민들의 사고방식'이 만들어지는 데 일조한다.
모 대통령이 말하는, 일자리의 유무를 기준으로 한 서민의 정의는 역사적이나 사회학적으로 제대로 된 근거가 없다. 일자리는 모든 서민에게 있어 왔다. 또 '무엇의 유무'를 가지고 특권과 일반을 나눈다면 그 '무엇'은 정권, 부동산, 교수 이상의 사회적 명망 등 계층적으로 확실한 구분 기준이어야 하는데 '직업'이란 도무지 다양하고 상대적이어서 평민을 정의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가 없다. 오히려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사회적 극빈자이고 나머지는 모두 밥벌이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일반적인 국민'을 의미하는 서민은 차라리 '일자리가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각주:4]
그렇다면 도대체 오늘날의 서민은 무엇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서민으로 여긴단 말인가? 그에 대해서는 2강에서 좀더 논의하자.



제 2강 오늘날 서민의 특성에서 계속... 내가 미쳤나 이걸 왜 공개했지? 갑자기 책 찾아읽어야되네
저보다 많이 배우신 분들의 가르침을 학생의 자세로 기다리겠습니다. 다같이 만들어봐요
우와 몸이 벌벌 떨려 (아니 진짜로;)
  1. 참고: '표준국어대사전(인터넷판)', 국립국어원 [본문으로]
  2. 예시할 만한 사료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도움을 구하는 바. [본문으로]
  3. 어떤 사람이 두 개 이상의 사회적 계층에 대하여 한 계층에선 높은데 다른 계층에선 낮거나 하는 불일치가 나타날 때, 이 사람은 지위가 불일치한다고 한다. 사회적으론 존경받으나 경제적으론 빈곤한 사람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본문으로]
  4. 그렇다면 이런 물음이 가능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 2번에서는 분명히 중류 이하의 사람이라고 되어 있지 않은가?'라고. 필자의 대답은 이렇다. 크게는 같은 의미일지라도 어감 혹은 문맥상 조금씩 다르게 사용하는 유의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장삼이사', '갑남을녀', '평민' 등과 '서민'은 모두 크게 보아서는 '특권(특징) 없는 일반인'이라는 큰 의미가 있는데, 단어의 사용과 그 오랜 관습에 있어서 '서민'이란 다른 단어들보다 특히 '잘 살지 못하다', '남들보다 뒤떨어지다'라는 의미를 더하는 것으로 굳어졌을 수 있다. '庶'라는 한자가 조선시대 내내 첩의 자식을 뜻하는 '서얼(庶孼)'이나 적자와 그 나머지 자식을 의미하는 '적서(嫡庶)' 등의 단어에서 사용되어 왔음을 감안하면 억지 궤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넉넉지 못하다'라는 말을 볼 때, 2번 풀이가 그런 '어감'을 묘사하는 수준에서 그쳐 있다고 여기는 것은 필자뿐인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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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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