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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여러분 수능 대박들 나시라! 이 더러운 세상을 위해서!
 
아마존 수족관 - 최승호[각주:1]

아마존 수족관[각주:2] 열대어들이 / 유리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
세검정 길[각주:3],
장어구이집[각주:4] 창문에서 연기가 나고
아스팔트에서 고무 탄내가 난다
열난 기계들이 길을 끓이면서 / 질주하는 여름밤[각주:5]
상품들은 덩굴져 자라나며 색색이 종이꽃을 피우고 있고 / 철근은 밀림, 간판은 열대지만[각주:6]
아마존 강은 여기서 아득히 멀어 / 열대어들은 수족관 속에서 목마르다.[각주:7]
변기 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각주:8] / 여름밤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하니[각주:9]
노란 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이고 / 아마존 강변에 후라지아 꽃들이 만발했다.[각주:10]



“예를 들어 내가 쓴 ‘너구리, 너 구려. 너 구린 거 알아’라는 시를 보자. 이게 모국어의 맛과 멋이다. 그런데 이 시의 주제가 뭐냐. 시의 사조(思潮)가 뭐냐. 시인은 어느 동인 출신이냐 묻는 게 수능 시험이다. 그런 가르침은 ‘가래침’ 같은 거다.
- 최승호, 관련 인터뷰에서
  1. 이 시가 서울시교육청 모의고사에 출제된 걸 시인이 응시했는데 한 개도 못 맞췄다고 하기에, 대체 뭐 그리 어려운 시인가 하고 내가 읽어봄. 오랜만에 시 읽어보는건데 잘 됐을랑가 [본문으로]
  2. 다음 로드뷰에서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십중팔구 세검정길 주변에 실제로 있는 상호명일 것임. 누구 아시는 분? [본문으로]
  3. 시인은 아마도 서대문구 한구석에 사는 사람으로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아마존 수족관이라는 관상어 파는 가게를 본 모양이다. [본문으로]
  4. 장어구이집은 몇 개 있었지만 힌트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ㅈㅅ [본문으로]
  5. 바로 윗줄 즉 '아스팔트에서' 나는 '고무 탄내'의 부연설명. [본문으로]
  6. 세검정길 로드뷰를 보면 인공물과 잡초 가득한 언덕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시인은 여기서 그 수족관이 아닌 세검정길 이곳을 아마존으로 발견한다. 일관성 없이 아무렇게나 포장되고 진열된 상품들, 튀어나온 철근들, 천박한 간판들은 밀림, 그 열기, 그 속의 꽃이 된다. [본문으로]
  7. 수조 한가운데에서 먼곳을 바라보며 의미 없이 마냥 뻐끔거리는 열대어가 눈앞에 보이는가? [본문으로]
  8. 세검정길은 서대문구 홍은동을 가로지르는 편리한 차로이며 보도가 발달돼 있지 않다. [본문으로]
  9. 농담이 아니라 문제가 된 그 문제 출제한 선생들은 시 가르칠 생각일랑 그만둬라. 무난하고 괜찮은 시 한 편을 발기발기 찢어 화장실 변기커버 일러스트 정도로 만들어놓는 재주는 인정하겠다. [본문으로]
  10. 이 시를 소재로 한 단편영화가 있다면, 아마 이 장면쯤에서 트럭과 승용차가 쌩쌩 오가는 여름밤의 세검정길은 갑자기 고요해지고, 그 대신 풀벌레 우는 소리와 함께 컴퓨터그래픽에 의해 신비롭고 몽환적인 노란빛을 받으며 시인과 열대어 사이에 열대우림이 쑥쑥 자라나 찬란한 열대야를 보여줄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엽토군
:

놈4 유감

2010. 5. 1. 18:48

게임빌에서 놈4를 내놨다. 자칭 놈 브랜드 매니아로서 놈 시리즈에 유감이고 신봉구에게 유감이다.

'놈'이라는 이름을 걸 거라면 적어도 4탄쯤 되어서는 좀 비상식적이면서도 전위(vanguard)적인, 좀 새로운 걸 내놨어야 했다. 그게 놈이라는 브랜드가 갖는 감각이었다. 놈1이 핸드폰 돌리기와 원버튼, 놈2가 외계 메시지 송신, 놈3가 추상화된 스테이지를 보여줬다면 놈4는 좀더 '깨는' 것이어야 했다. 그 식상한 "증강현실"이나 하다못해 '폰카메라로 비추는 주변이 게임스테이지가 되는' 아니면 '360도 회전시키면서 플레이해야 하는' 정도는 돼 줬어야 하는 거다(이런 것들은 혼자 구상하던 것들인데 하도 화가 나서 지금 한번 이야기해 본다. 누가 커닝하진 않겠지?).

놈0에서 이미 싹수는 노래지고 있었다(그 대중적인 게임에 신봉구 선생님이 이름을 팔아줬을 거라고는 추호도 믿지 않았었다!). 이제 놈은 더 이상 놈스럽지 않다. 그냥 다른 롤플레잉 캐릭터들처럼 그냥 오른쪽으로 마냥 달려갈 뿐이다. 한마디로... 이건 놈4가 아니고 놈-1이다! 놈0에서 한 번 더 뒤로 후퇴한 느낌!

막장드라마는 욕하면서 본다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군인이라 어차피 못 놀지만, 안 받을 거다. 군인 신분만 아니었더면 정말 가산디지털단지 찾아가고도 남았다. 신봉구게임연구실은 연구비 반납하고 각성하라! 천팔백 놈 시리즈 팬들에게 사죄하라!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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