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박스 쓰고 눈구멍 통해서 실제 공연 관람을 했던 그 10분을 생각한다.
앉아서 보고 있던 것은 "청이와 삼둥이"였다. 휴대폰만 들고 급히 달려가서 각도를 확인하고 자리를 잡고 포즈(?)를 취한 뒤 사진 나온 걸 확인하고 잠시 후 합류하겠다고 아주 잠깐 10분 정도 앉아있었다. 도대체 청이와삼둥이가 뭐하는 창극인가 애초에 창극이 뭔가 나도 좀 알자 싶어서. 가사 중간에 심청 얘기가 슬쩍슬쩍 나오길래 아 그거 맞구나 하고 확인만 하고(이 사실관계가 정말 그렇게 중요했다) 다시 또 뭔가에 쫓기듯이 슬며시 자리를 떠 다음 장소로 이동했던 걸로 기억한다.
홍보 콘텐츠로서 이 포스팅은 말하자면 배우 앞에 배경이 등장해 배우를 다 가리는 B컷이다. 단국대의 누가 나오는지(당사자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커리어 아니겠는가?) 배비장전이 뭐 하는 창극인지(사실 아직도 모른다. 이제 찾아볼 생각) 그걸 정말로 앉아서 즐겨보니 어땠다든지(그때 내 감상은 잘은 몰라도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는 정보값은 정작 빈약하고 관객석의 누가 이상하다느니(사진 초점도 무게비중도 무대 주인공에 없다) "참신하고 유쾌"하다느니(내가 본 무대는 딱히 그렇지 않았다) 순 군말뿐이다. 공연을 미리 잘 알고 그걸 실제로 만끽하고서 감동을 느끼며 소식을 전해도 주인공들에게 각광을 줄까 말까인데 나는 이때 최후 수단이랍시고 비상물자처럼 갖고 있는 광목 한복 가져가서 당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누굴 탓하거나 죄줄 생각은 없고 그냥 그랬다는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안 되었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즉석카메라 사진처럼 피어올라 이제야 좀 잘 보이는 느낌이다. 우리는 프로들이 뭔가 약은 요령으로 쉽게쉽게 식상하게 해낸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프로들은 즐길 것 다 즐기고 알 것 다 알아 가면서 제대로 치기 때문에 그게 쉬워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3년간 꿈을 꾸고 일어나서 생각해 보자면 어쩐지 그렇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자체는 훌륭하다. 돈많이벌어 성공하면 5년에 한 번은 갈 생각이다. 전주 자체는 지금도 외국인들에게 서울 대신 추천할 만치 좋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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