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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프레스를 약간 할 줄 알게 되면서 느끼는 건데 이게 살짝 조립PC 느낌이다.


  1. 2000년대 초반에 “PC를 삼보컴퓨터에 가서 사지 않아도 조립해서 쓸 수 있다!!!”라는 사실이, 우선은 너드들을 중심으로 굉장한 충격을 안겨주면서 퍼져나갔었더랬다. 아직은 그런 게 가능하긴 하냐는 분위기였다.
  2. 이후 막 너도나도 조립을 해보았다드니, 실패했다느니 성공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막 오고갔다. 여기까지는 뭐 그냥 신기한 이야기.
  3. 그런 시절이 지나고 나니까 부품들이, 부품 생산 업체들이, 조립이 가능하게, 아니 조립에 좀더 최적화된 부품들과 옵션들을 내놓기 시작을 했다. 여기서부터 일반인들이 ‘어? 그럼 나도 이거 이거 사서 후기글 보고 여차저차 하면 되나?’ 하고 괜히 도전해 보기 시작한다.
  4. 그러더니 저렴하게 PC를 조립해 주는 회사들이 브랜드를 달고 나타났다. (주연컴퓨터라느니 여우와늑대라느니… 맞나? ㅋ 나중에 다시 조사해보기로) 이 단계쯤 오면 이제 “컴퓨터 좀 아는 형”들이 등장해서 동생들 컴퓨터 구매에 충고를 해 주고 그런다.
  5. 메이커 업체들은 AS가 잘 된다는 것과 품질을 보증해 준다는 메리트를 가지고 승부를 했고, 이런 대응이 있을 때쯤 용산과 강변에서는 뭐 그냥 PC 조립해주는 것이 핵심 사업이 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PC를 조립해서 쓸 수 있다는 건 상식인데 이제 그 구체적인 내용이 대중화되지는 않는 단계.
  6. 그 다음 수순이 되니까 이제 메이커들은 아예 다른 시장(노트북, 휴대폰…)을 개척해서 나가 버리거나, 아주 약간의 데스크톱 PC 시장 지분만 운용하는 정도고 이제 PC 구매만큼은 메이커와 조립PC 사이에서 충분히 잘 알아봤느냐 안 알아봤느냐, 내가 직접 하느냐 남한테 돈을 주고 시키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선택의 결과만 놓고 보면 그 모든 옵션들이 서로 아무 차이가 없게 되었다. 이 시기쯤 되었을 땐 이미 486 586 같은 단위는 사라진 지 오래고 부품을 끼우면 끼운 부품 값을 컴퓨터가 그대로 하는 아키텍쳐가 다 돼 있고 웬만해서는 누가 어떻게 해도 큰 문제 안 일어나게 기술 튜닝이 돼 있는 때였으니까…
  7. 그리고 한참 잠잠히 있다가 슬슬 다음 파도가 밀려오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라즈베리 파이, 아두이노 같은 툴킷 컴퓨터가 아니겠는가 추정됨. 이제 관건은 이 대상의 얼마나 깊숙한 잠재력을 끌어내서 얼마나 대중적으로 만드느냐에 달리게 된다. 이거 잘 하면 위대해지는 거고 못 하면 뭐 그냥 팔로워 되는 거지.


뭐 대충 이 수순을 대입해 보건대, 앞으로 워드프레스 기반 웹 빌딩 전망은:


  1. 2010년대 초반에 “이 모든 사이트가 워드프레스 기반이다!!!”라는 게 업계 뉴스였다.
  2. 전반적으로 영어 거부감이 적어진 시대 덕분에 codex를 더듬더듬 읽어서 설치를 해 보고 “와 이거 정말 되네!”라며 운영 시작한 파워 워드프레서러 등장. 이때 대다수 일반인들은 뭐 그런 게 있는지 어떤지도 모른다.
  3. 이런 시기를 지나고 워드프레스가 안정화를 하니까 플러그인들과 각종 유무료 테마들이 갖다 쓰기 좋게 막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워드프레스 관련 책이 나와서 이거 보고 자기 블로그 제작에 도전하는 일반인들이 나오기 시작.
  4. 이제 워드프레스 홈페이지 구축 대행업자들과 각종 빌더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워드프레스 좀 쓸 줄 아는 형 오빠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지금 여기!
  5. 이제 슬슬 더 많은 영세 컴퓨터 관련 업자들이 워드프레스 홈피 기본 구축을 부업 삼기 시작할 거다. 그리고 각종 유수 업체들은 프리미엄 관리니 뭐니 하는 것 갖다붙이거나 아예 다른 툴을 도입하거나 할 것이다. 적당한 장래에 다들 워드프레스 필수 플러그인 목록을 모르지는 않는데 그게 왜 필수인지는 잘 모르는 때가 올 거다.
  6. 좀더 시간이 지나면 업자(여기서는 뉴스 사이트, 쇼핑몰 등)들은 파이선이나 ror나 노드js 기반 웹애플리케이션으로 아예 넘어가 버리고, 다들 도메인부터 테마/플러그인 편집기까지 매뉴얼대로, (주로 돈 받고 대행해 주는) 누가 어디서 골라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깔아서 고만고만하게 꾸려 운영하게 될 것 같음. 다들 큰 문제 없이 잘 굴러가지만, 그 사이트들이 크게 고급화되거나 확실하게 기술적으로 진보하는 일은 더 이상 안 일어나지 않을까.
  7. 그리고 지금은 웹애플리케이션 관련해서 이렇달 시동이 안 걸려 있는데 이제 슬슬 걸린다. 예를 들어서 다음 네이버 같은 데서 갑자기 파이선 무료호스팅을 해준다거나… php가 소개됐을 때 제로보드가 만들어졌듯이 이 시즌에도 무슨 프레임워크가 만들어질 거다. 그리고 그게 다음 시대의 워드프레스가 될 것임.


결론: 이 사이클은 항상 있어 왔던 관계로 항상 두어 스텝쯤 빨리 있지 않으면 파도타기는 절대로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니까 올라운더가 되고 싶다면 파이선을, 웹만 죽어라 팔 거라면 노드js를, 너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으면 루비를 (그리고 더 심각한 너드가 되고 싶으면 LISP를) 지금 당장 배우기 시작합시다. php는 이를테면 프로그래밍 업계의 복사실 같은 곳이라 여기서 탈출 못하면 향후 20년 이 업계에서 밥 빌어먹기 힘들 것. 난 자바스크립트 이상은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는 관계로 node.js로 갈 예정.


PS: 난 스페이스보다 탭. 1타에 되는 걸 2~4타로 하라는 것은 인류에 대한 죄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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