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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배고픔

2012. 3. 28. 00:41

서울YWAM 2지구 봄캠프 저녁 도시락이 남아서 그걸 들고 그대로 합정역에서 하남시까지 왔다. 지하철에서 먹어야 하나 버스에서 먹어야 하나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러 가는 그 길에서 먹어야 하나 끝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참고 마침내 집에 갖고 들어와 자정에 한솥도시락 치킨마요를 비벼 먹는다.

언젠가 나도 허기(虛飢)란 것을 잊어버리는 날이 올까.
이 끔찍하고 익숙한 배고픔을, 돌아서면 배고프고 먹어도 배고픈 이 부당(不當)한 배고픔이 잘 기억나지 않는 날이 올까.
그때에야말로 나는 인간(人間)을 폐업(廢業)해야 할 것이다.

진짜 배부름은 천국에 있다. 이곳은 중력(重力)이 내 육신(肉身)을 억죄어 누르는 지상(地上)이다.
그리고 허기란 어쩌면 인간의 근본 처지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배고플 때 모두 평등하다, 모두가 급식만을 먹는 세상에서 경제는 마침내 발전을 멈출 것이다. 예수님을 뜯어먹지 않고서야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이 부당한 배고픔은.



그런데, 다 좋은데, 왠지 천국에선 이 배고픔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니 그건 그것대로 어딘지 서글퍼진다, 천국에서 뭘 요리해서 먹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 배고픔과 작별하는 식일 것인데 어쩐지 씁쓸하다, 나는 기분 좋게 배불러 보고 싶다, 언젠가 토할 듯이 많이 먹고 집으로 가던 중 길가에서 지나친 편의점 앞을 서성여 보았던 나로서는, 과연 천국에서는 이것도 해결되겠는가 하면, 그건...


20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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