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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성(Originality)

2007. 12. 1. 19:36

난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잡지에 연재한 지 대략 5년은 되었을 '나루에의 세계'가 왜 다른 만화에서 패러디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고많은 만화가 새로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하지만, 나루에의 세계는 상당히 그 원조성을 인정할 만한 이야기들로 잘 짜여 있다. (솔직히 요즘 들어서는 중3들이라 그런가 막장을 달리고 있지만) 처음에는 지구와 외계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기족, 전쟁, 시간의 오류 같은 다소 다루기 어려운 주제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상당히 원조성 짙고 새롭게 지어낸 순수성 짙은 요소들이 많은데, 그래서 나름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왜, 그런 진짜배기는 인기가 없고 대박낸 것들 패러디하면서 대충 모에와 그림빨로 먹고 들어가는 만화들은 그렇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돈을 벌까.

요즈음 애니(물론 전부는 결코 아니다)들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 어무이 말마따나 정말 이러다가 우리나라가 문화 식민지가 되면 어쩔까. 둘째, 쟤네들 저렇게 자기네들끼리 놀면서 얄팍한 즐거움만 갈아입다가 어느 순간 풍파가 몰아닥치면 그 추위 어떻게 견디려고 저럴까. 패러디를 위한 패러디, 일단 인기 끌고 상품 만들어 팔고 보자는 듯한 제작의도들, 자기만의 이야기와 세계를 짓는 일은 제쳐두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생산하는 제품들. 퍽 걱정이다. 내가 'NHK에 어서오세요'를 즐겁게 보았던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었다. 원조성이 있었다. 물론 아류작으로 오타쿠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쌔고 쌨지만, 그들이 성장하고 사회로 걸어나오는 이야기는 NHK가 본격적으로 다루었던 것이다.

각종 애니 자작 리믹스들이 말 그대로 봇물 터지듯하는 지금 문득 나는 명랑만화가 그립다. '꺼벙이'는 SBS에서 만화로 만들지 못할까? 10분 꽁트로 만들면 아이디어에 목 졸릴 일도 별로 없을 것이고, 장편으로 기획되었던 원작도 꽤 있으니 그걸로 기획해도 될 테니까. 명랑만화는 그 자체로 원조다. 시작이고 끝이다. 아주 독립적이다. 성실함의 차원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응당 그런 작품들이 건담 명대사나 중간중간 외워대는 만화보다 더 존경을 받아야 할 것이다.

아닌가? 아닐 수도 있겠다.



P.s: 원조성 논의는 한국철학연구소에서 '대중가요'에 국한시켜 논의한 적이 있다. 오감도 풀다가 봤다. 이제 또 코멘트엔 오감도 얘기만 달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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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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