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약관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등하굣길에 삼삼오오 웃으며 길을 다니는 직장인 분들을 부럽게 쳐다보곤 합니다.
힘들더라도 나름의 힘과 자신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상에 많이 있더랬습니다.
성인이라는 거 쉽게 되는 것이 아니더랬습니다.
대학교 들어가면 갑자기 공부 열심히 하고 사회비판에 철저한 멋진 청년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더랬습니다.
자신감이라는 것이 어디서 그냥 주어지는 것은 아니더랬습니다.
공부는 해야 하는 것이고, 취직도 응시해야 하는 것이고, 군대도 제 발로 찾아가는 것입니다.
요즘 절실히 느끼는 바,
자란다는 것은 점점 부모, 담임선생, 담당교수가 없어져가는 것입니다.
대신 수없이 많은 표지판들과 공지사항을 보고 서서, 그들을 읽어가며 걸어나가는 것입니다.
나는 자라고 있습니까? 자라지 못하고 있습니다. 늘 자기 앞가림하기 바쁜 삶이었습니다.
병무청 입영신청을 아직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표지판들과 공지사항과 안내문 앞에서 누가 시키거나 가르쳐 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관례는 딱히 치르지 않습니다.
그저 아침에 미역국 먹고, 옷 한 벌 사고, 케이크 한 번 자르고, 제 돈으로 산 아이팟 클래식을(주문으로부터 6일 지났음. 혹시 오늘에 맞춘다고 부러 늦은 건가) 선물 삼아 받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다만, 생각하는 것은, 그 사나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관을 썼을 것인가,
그들도 나와 비슷했겠는가, 내가 더 초라할 것인가 하는 그 정도...
마음에서 쑥 나오는 말이 아니어서, 생각해 보고 적은 말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다시 나야죠. 그걸 못 하고 있네요.
사례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