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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한신학보, 김진솔 http://him.hs.ac.kr/news/articleView.html?idxno=2908

굵게 친 문장은 통화하면서 내가 말해준 표현, 엷은 색 괄호 문장은 내가 이 맥락에서 생각해 보았거나 얘기해 보았는데 하여간 생략되어, 지금에 와서 괜히 추가해 보고 싶어지는 나의 생각.

한 19대 국회의원 출마자가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출마했다. 이 소식은 SNS를 통해 빠르게 전해졌다. 이 출마자는 본격적인 예선이 시작되는 7월 전에 선거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망언'을 했다. 입으로 인해 화를 본 국회의원 출마자는 또 있다. 한 청년 비례대표가 자취집 전세를 빼서 받은 3천만 원만을 선거 자금으로 사용한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은 그 후보가 공적인 자리에서 강조하고 자주 언급하는 공약이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조금 다른 듯 보이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사건이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개인의 역량으로 모두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이해하려는 태도와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정치가 지향해야 할 정상적인 방향과는 다르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는 대표의 자리에 누가 있던지 전혀 상관이 없어야 한다. (민주주의란 인민의 자기통치를 의미하며 여기에서 대리자가 누구인가는 궁극적으로는 대단히 사소한 문제이고 또 사소한 문제여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가수다>처럼 선거는 순위를 매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것이 순위를 매기는 작업인 것처럼 이야기되어 본래 의미가 대단히 무색해지는 일이 적지 않다.) 선거 출마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출마자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하나만: 이 유일성 조건이 실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각종 경합 프로그램이 결국엔 중복투표를 허용하는 것은 우연도 꽁수도 허접함도 아니다. 유일 선택은 나머지 전부를 포기하더라도 그 하나를 제일로 삼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선거 결과는 스펙트럼으로 이해되어야지 순위로 이해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선택해서 투표하는 것이다. 지금은 이미 방영이 끝났지만 <나는 가수다>는 <나는 꼼수다>나 <나는 꼽사리다> 등 여러 패러디 작품을 남기며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제목은 '나' 즉, 개인적인 자질을 더욱 높이 평가하는 현대 한국 사회의 의식이 반영 된 것이다. (다른 게 아니라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적 스탠스다. 그것은 구조와 체제와 계급 대신 개인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개인환원주의 기조는 뛰어난 역량을 지닌 개인이 나타나는 것 이상의 대안과 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한계에 봉착한다. 임재범이 나왔을 때 프로그램 이름이 '나만 가수다'로 바뀐 줄 알았다던 출연진들의 인터뷰를 기억하는가? 쫄지 말라고 외치는 해적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전면에 내세우며 '쫄지 않'는 대신 출연진 4인방을 추종하다시피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 이유야말로 <나는 꼼수다>가 근본적인 정답은 되지 못하는 이유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스타성’이 있는 몇몇 뛰어난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이끌어 간다.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그 ‘스타성’은 더욱 빛이 난다. 그리고 지금 시대의 정치는 국민과 국민의 생각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개인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하려는 국회의원 출마자는 선거를 하나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 (사실 이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것이 언론과 미디어와 연예오락 등으로부터 긍정적 원시관념을 확보했고, 정치활동과 경제산업 전반이 이것을직간접적으로 재생산하면서 언론과 미디어로 하여금 이런 은연중의 사상을 표현케 하는, 쿨해 보이는 사상이 악순환적 카르텔을 맺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요컨대 방송사는 좀더 '체계적'이고 '공정'해 보이는 '무한개인경쟁' 오락프로를 짤 것이고 이것이 리얼국민경선 캠페인 등으로 되먹여진다는 것이다. 국민의 역할이 날로날로 ARS 눌러주는 기계 혹은 '거수기(擧手機)'가 되어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라. 이게 지금 잘 하는 짓인가?)
정치인은 본질적으로 스타성이 있는 사람이나 개인의 자질이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인을 통해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인의 본질일 것이다. 정치권이 오디션장으로 바뀌고 선거가 '나는 국회의원이다'가 되어 버리면 안 될 것이다.
Posted by 엽토군
:

입요환님의 "이젠 악플 익숙하다"란 말에 용기내어 트랙백으로 꺼내 길게 씁니다. 솔직히 좀 부럽습니다.

두발제한폐지운동(대부분이 두발자유화라고 하는데, 용어에 대해서도 밑에서 얘기해보기로 하죠)의 과제는 언뜻 생각하기에는 교내 두발 관련 교칙 삭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두발제한폐지 운동의 진짜 목표는 따로 있습니다. 이 운동은 현실과 사실을 알리고 인권의식, 책임자유 의식을 신장하기 위한 캠페인이라는 거지요.
가만히 관찰해 보면 학교란 굴종, 조작된 동의를 아무렇지도 않게 학습시키고 생활화하는 계급사회입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로 일단 피지배 계급을 기만한 뒤에 아무렇지도 않게 동의서를 내밀지요. 군중 심리, 역사라는 우상, 일방적인 사회적 가치의 내면화 등은 이 동의를 조작하고요. 한 사회가 민주적이고 다원적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바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가'인데, 이 지표만으로 보면 현재 한국의 학교란 독재사회나 다름없습니다.
정치 과목을 배우셨다면 동의하시겠지만, 이런 꽉 막힌 신민형 체제에서는 하향 명령은 받고 상향 건의는 못 하는 전형적인 예스맨들이 양산된다는 겁니다. 구성원들(아니면 피지배층)이 명령 듣는 법만 알지, '니가 뭔데 나한테 명령이야'라던가 '내 서면동의도 없이 감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같은 말을 하는 법은 배우질 못합니다. 방금 예를 든 두 마디는, 아마도 부당한 세상 앞에서 한 번쯤은 외쳐 줘야 될 말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말은커녕 아침조회 시간에 교장이 하는 이야기에 '그런가 보다'하는 표정으로 박수나 치는 학생이 학교가 키우고 있는 인간군상이란 말입니다. 교육부가 뭐라고요? 21세기를 주도하는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지식인 양성? 열심히 꿈꾸라죠.
말이 길어졌는데, 아무튼지간에 한마디로 현재의 한국 교정은 너무나 비민주적입니다. 미래의 새싹들이, 절대다수의 구성원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 권리도 행사할 줄 모르는 사회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어두운 한국의 앞날을 걱정해서라도 이건 고쳐야 할 일이지요. 그리고 그 대변혁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얘깃거리, 즉 '두발'인 겁니다. 그래서 두발자유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겉으로는 머리 자르지 말라고 외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도 불만은 있다고, 우리도 자유롭게 동의할 권리는 있다고 소리치는 겁니다. 그래서 전 그 원래 취지 혹은 바람직한 취지를 생각해서 두발'자유'화라는 말보다는 두발'제한폐지'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머리카락만 맘대로 할 수 있게 된다고 다가 아니고, 오히려 학교의 구성원이자 절대다수로서 권리를 되찾고 일으켜 행사하고, 동의할 수 없는 모든 제한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돼지 신세로 진주를 받으면 뭐합니까, 사람으로 거듭나서 진주를 받아야지요.
물론 어쩌다보니 '우리도 패션을 따르고 싶고 우리 멋대로 하고 싶다'라는 쪽으로 와전되어 버려서(와전이라기보단 삼천포로 빠진 거겠지요?) 어른들이 '뭐 대단한 거 아니구만, 그런 건 지금 공부하고서 대학 가면 해'라는 얄미운 결론을 내고 있는 게 최근의 구도인 듯합니다. 그게 아닙니다. 제 생각에 이 운동, 이 캠페인은 철저하게 왜곡되었습니다. 홍보를 잘못 한 셈이지요. '우리의 머리가 막 잘려나간다'가 아니라 '우리의 권리는 어디 갔느냐'로 갔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게 현재 두발자유화 운동이 부딪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아마도 입요환님이 두발제한폐지에 회의적인 생각을 하시는 건 바로 윗단락에서 적어 본 최근의 경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래 취지를 헤아려 보신다면, 두발제한폐지 캠페인은 과소평가할 것이 못 되며, 오히려 민주적인 생활양식을 배우기에 좋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일이라는 게 제 견해입니다. 오래 전부터 그렇게 매듭지었고, 또 기회 되는 대로 여기저기에 말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넘어야 하는 벽은 높은 거 같습니다.

오래간만에 정말 길게 썼습니다. 아마 앞으로 이보다 더 열심히 두발제한폐지 문제를 논할 일은 논술시험에 나왔을 때 빼곤 없겠네요. 건설적인 논의 부탁합니다.


P.s 자진방법. 써놓고 보니 트랙백 본문과는 좀 멀어져 있군요. 이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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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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