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무슨 검색대회 중입니까?
천재는 악필이라는 말이 있다. 대개는 이런 얘길 하면, 천재인데 악필이 아닌 사람을 가리키며 '그냥 하는 소리다'라고들 하는데, 암만 생각해 봐도 '배우 K가 가수 J를 좋아한다' 따위처럼 괜히 나오는 말은 아닌 거 같다. 그 이유라면 이유랄 수 있는 근거들을 몇 개 적어본다.
천재는 악필이라는 말이 있다. 대개는 이런 얘길 하면, 천재인데 악필이 아닌 사람을 가리키며 '그냥 하는 소리다'라고들 하는데, 암만 생각해 봐도 '배우 K가 가수 J를 좋아한다' 따위처럼 괜히 나오는 말은 아닌 거 같다. 그 이유라면 이유랄 수 있는 근거들을 몇 개 적어본다.
- 천재들의 생각의 속도는 빠르다. 그런데 생각이란 여름날 뜰에 뿌린 물 같아서 방심하는 순간 날아간다. 괜찮은 생각은 더 그렇다. 그러니 글자꼴을 생각할 여지 없이 일단 적어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 또박또박 예쁘게 적어내려간 글씨는 보는 사람에겐 좋지만, 그걸 쓰고 있거나 고쳐써야 할 사람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그 글에 대해 많이 생각해야 한다면, 언제 어떻게 지우거나 덧붙여 적더라도 이상하지 않도록 허술한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굳이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 손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노라면 뇌가 움직여 생각이 다양해진다. 특히 불규칙적이고 예외적인 움직임의 흔적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준다. 글씨에 굳이 모양을 주노라면 그 모양이 주는 이미지에 사로잡혀 자칫 생각을 놓칠 우려가 있다. 오히려 '펜대 가는 대로' 마구잡이로 움직인 선들이 자유롭고 다채로운 생각엔 알맞다.
- 천재들은 다른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이것이 무엇이냐' 혹은 '이 글이 무슨 뜻이냐' 따위의 설명을 요구받을 때가 아주 많다. 그리고 그에 대해 해명하고 합리화하는 것은 매우 짜증나고 귀찮고 불안하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이 쉬이 접근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읽기 어렵게 적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정형화된 글자엔 감정이 하나밖에 없지만 아무렇게나 적은 악필엔 확실히 감정이 실린다. 어떤 마음,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써내려갔는가를, 예쁜 글씨론 잘 알 수 없지만 개발괴발 적힌 글자에선 다소 확인할 수 있다.
뭐 내 생각이다.
실컷 적고 나니 '느리게 쓰는 악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논증이 되었다. 그거에 대해선 좀더 생각해봐야겠다. 근데 확실히 느린 악필도 고려할 필요가 있긴 하다.
사실 샤프를 쥐고 글을 쓰고 싶지만,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하는 습관이 있어서 잘 안 된다. 대학에서도 노트북이 생길 때까진 천생 공책에 필기해야겠지. 뭐 그때 잔뜩 하겠지.
생각거리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농담에 대해 논해놓은 그 글을 좀 맘먹고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론이란 조금은 우스꽝 혹은 당연스러워 보이는 직관에서 시작한다. '스쿨'의 어원은 '노닥거리다'이기까지 하잖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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