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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무슨 검색대회 중입니까?

천재는 악필이라는 말이 있다. 대개는 이런 얘길 하면, 천재인데 악필이 아닌 사람을 가리키며 '그냥 하는 소리다'라고들 하는데, 암만 생각해 봐도 '배우 K가 가수 J를 좋아한다' 따위처럼 괜히 나오는 말은 아닌 거 같다. 그 이유라면 이유랄 수 있는 근거들을 몇 개 적어본다.
  1. 천재들의 생각의 속도는 빠르다. 그런데 생각이란 여름날 뜰에 뿌린 물 같아서 방심하는 순간 날아간다. 괜찮은 생각은 더 그렇다. 그러니 글자꼴을 생각할 여지 없이 일단 적어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2. 또박또박 예쁘게 적어내려간 글씨는 보는 사람에겐 좋지만, 그걸 쓰고 있거나 고쳐써야 할 사람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그 글에 대해 많이 생각해야 한다면, 언제 어떻게 지우거나 덧붙여 적더라도 이상하지 않도록 허술한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굳이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3. 손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노라면 뇌가 움직여 생각이 다양해진다. 특히 불규칙적이고 예외적인 움직임의 흔적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준다. 글씨에 굳이 모양을 주노라면 그 모양이 주는 이미지에 사로잡혀 자칫 생각을 놓칠 우려가 있다. 오히려 '펜대 가는 대로' 마구잡이로 움직인 선들이 자유롭고 다채로운 생각엔 알맞다.
  4. 천재들은 다른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이것이 무엇이냐' 혹은 '이 글이 무슨 뜻이냐' 따위의 설명을 요구받을 때가 아주 많다. 그리고 그에 대해 해명하고 합리화하는 것은 매우 짜증나고 귀찮고 불안하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이 쉬이 접근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읽기 어렵게 적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5. 정형화된 글자엔 감정이 하나밖에 없지만 아무렇게나 적은 악필엔 확실히 감정이 실린다. 어떤 마음,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써내려갔는가를, 예쁜 글씨론 잘 알 수 없지만 개발괴발 적힌 글자에선 다소 확인할 수 있다.

뭐 내 생각이다.
실컷 적고 나니 '느리게 쓰는 악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논증이 되었다. 그거에 대해선 좀더 생각해봐야겠다. 근데 확실히 느린 악필도 고려할 필요가 있긴 하다.
사실 샤프를 쥐고 글을 쓰고 싶지만,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하는 습관이 있어서 잘 안 된다. 대학에서도 노트북이 생길 때까진 천생 공책에 필기해야겠지. 뭐 그때 잔뜩 하겠지.

생각거리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농담에 대해 논해놓은 그 글을 좀 맘먹고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론이란 조금은 우스꽝 혹은 당연스러워 보이는 직관에서 시작한다. '스쿨'의 어원은 '노닥거리다'이기까지 하잖던가.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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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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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 한표 날리고 갑니다.
  2. 2008.02.15 14: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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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필인데 천재가 아닌 저 같은 경우는...OTL
    • 2008.02.1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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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죠. OTL
  3. 2008.02.16 03: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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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번엔 살짝 공감이고, 나는 명필이니 이 명제는 성립하지 않아?
    • 2008.02.16 08: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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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가 내가 지은 말들인데 다들 나보다 열심히 해석하고 있어...
  4. 2008.02.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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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어는 명필인데 천재가 아니지. 반면에 나는 천재인데 악필인거라.
    • 2008.02.16 20: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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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이런이야기는 당사자끼리 원만하게 버디버디로~
    • 2008.02.17 02: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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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Excretion아 남의 집에서 아웅다웅할테냐?..
  5. 2008.02.19 01: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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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나 한울이나-_-
  6. 악필이 천재가될 확률이높다.
    2008.06.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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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필로 글을쓰면 며칠지나면 자기가 쓴글의 단어를 몰라본다.
    그래서 자기가 쓴 글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단어를 추측해낸다. 즉 자기글을 읽으면서 머리를 많이쓰게된다..
    따라서 글을 못쓰는사람은 글을 잘쓰는 사람에 비해서 머리를 많이 쓸 기회를 갖게되는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자기가 써놓은 공식을 못알아보고 계속 머리를 굴린다. 생각날때까지 ... 머리가 좋아질수밖에없다. 그러나 악필로 써놓고 안읽으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악필중에도 머리가 나쁜사람이 많은것이다.
    • 2008.06.22 09: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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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건 종이에 적어서 담당선생님께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7. 천재라
    2019.11.1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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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천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상당히 기분이 좋은 일이지요,천재가 악필이라는 우연한 글을 보고 혹시 나와 동일한 논리를 편 글이 있을까 싶어서 검색하여 보니 저보다 많은 생각이 담긴 글과 역시 같은 생각이 담긴 글을 보며 기분이 좋네요

    천재가 악필인 이유에 대해서 생각이 빨라서 이다 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었습니다. ( 뭐 겨우 생각이 빠르다고 천재일까마다는 )
    저도 상당히 악필인데, 악필 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생각은 많고 빠르게 사라지는데 손은 느려터져서 생각을 적지 못하니 자연히 글씨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천재가 악필이라는 이유가 이런 것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본인이 천재라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천재라고 생각하는 순간 자유롭던 사고는 경직되고 더 자유롭게 뻗어나갈 수 있는 많은 생각들이, "나는 천재니까 이정도는 범인이 생각지 못하겠지" 하는 우스운 교만에 사로잡혀 허접한 수준에 머물고 마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타자라는 것이 생겨서 생각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받아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논제를 바꾸어서
    요즘은 희안한 경험을 합니다. 생각은 어떤 단어를 생각하고 글을 쓰는데 나중에 보면 희안하게 한 두 글자가 전혀 써지지 않아서 문장이 흐트러지는 것을 보고는 합니다. 이것도 빠른 사고와 연관이 있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천재는 악필이다가 아날로그 버전이라면, 천재들의 문장, ( 교만하니-교만해보이니 로 썼습니다만 이제 보니 교만하니로 써졌네요, 말하는 내용의 예시인지라 남겨둡니다- 생각이 빠르다로 정정하지요, 그러나 이것도 재보지 않았고 잴 수도 없는 일이니 남들보다 빠르다고 생각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쓰잘데기 없는 교만에 잡히-게 되[이것도 예시네요]-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 은 한두 당연한 단어들이 빠진다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생각의 문장이 기록되고는 한다는 -것이[예시]- 디지털 버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혹시 연구해보고 싶으신 분 계시다면 ㅋㅋ gjxodud1002@gmail.com 으로 메일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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