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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5 Fast Food Nation (패스트푸트의 제국, 2006) 4

패스트푸드의 제국(2006)에서

퀴즈 하나. 오른쪽의 아이들은 장차 어떻게 될까요? 리뷰를 읽으시면서 아실 수 있습니다.

- 닥갤에서 추천받아서 받았습니다. 광고문구는 '화씨9/11 이래로 미국에 가장 큰 돌풍을 일으킬 문제작'이라고 하더군요. 화씨9/11이랑 대질 않나, 닥갤러가 권해주질 않나, 해서 일단 다큐겠거니 하고 받았습니다. 웬걸, 아주 멋진, 논픽션보다 더 심각한 픽션.

- 크게 세 줄거리가 있습니다. 순전히 영업의 차원에서만 미키햄버거를 먹어 왔던 영업사원 라울은 햄버거 고기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되고 진실을 찾기 위해 가축농장, 공장, 그 주변에 사는 고기 제조 경험자들 등을 만납니다. 다른 줄거리는, 남쪽에서 월경을 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라틴아메리카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살던 동네에서보다 돈을 더 준다는 이유로 햄버거 공장에서 일을 하죠. 실비아와 코코라는 두 여성이 주된 등장인물이고요. 나머지 하나의 줄거리는,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각종 위험과 비인간적인 대접에 눈뜨고 점점 어떤 행동을 취하기 위해 노력하죠.

- 라울의 이야기를 하자면...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아주 평범한 교양인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견학되는 고기 공장은 다 만들어진 고기를 검사하고 포장하는 곳뿐이죠. 그 공장에서 일한 적 있는 노인이 그에게 기가 찬다는 듯이 묻습니다. "무릎 높이까지 차는 피 속에 들어가 본 적이 있소?" 물론 햄버거를 소고기 덩어리와 바닥에 잠깐 떨군 식재료 일체 그리고 '알바생이 뱉는 침'으로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일반인에게 있어 그건... 직접 다가오지 않는 하나의 막연함일 뿐입니다. 다만 이건 좀 안 되겠다는 생각만 어렴풋이 하고 말죠.
-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하자면, 그들도 공장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패스트푸드 나라에 근부하면서 그들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목격합니다.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고, 자기들 스스로가 너무나 비위생적인 음식을 팔고 있고, 가게 문 여는 아침때 강도가 들이닥칠 걱정을 해야 하고... 급기야 일 잘 하던 카운터 여학생은 별다른 이유 없이 일을 그만두고,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클럽에 들어갑니다. 노상 토론하고 궁리하고 마침내 어떤 작은 행동까지 벌입니다. 그렇지만... 자세한 건 말하지 않는 게 좋겠네요.
- 가장 큰 줄거리인 라틴계 사람들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지루한 시간을 거쳐 국경을 넘습니다. 어떤 어린아이는 허허벌판을 걸어가다가 버려진 신발 한 짝을 발견하고 갖고 싶다고 조릅니다. 길잡이인 어른은 그냥 가라고 한 뒤, 따로 그 신발을 향해 십자가를 그립니다. 아무튼 이렇게 월경을 하고 나면 호텔방 한 칸에 열몇 명이 수납됩니다. 젊은 여자들도 돈을 벌기 위해 근처의 햄버거 고기 공장으로 들어갑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험하고 역겨운 일이 기다리는 그 생산라인에서, 여자들은 급기야 몸을 팔아 일자리를 얻기에 이릅니다.

- 이 영화 보는 내내 18세겠다 18세겠다 했는데 정말 18세. 하지만 괜찮아요! 필요해서 넣은 선정성 및 참혹성이라면 참겠어요! (...)
-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웬걸 영화리뷰 사이트에 광고가 뜨네요. iMDB 보니깐 우리나라에서 7월 10일 개봉이라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적극 추천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만들 거니까요(...)

- 안전도구를 착용하는 장면이나 공장 내부를 꽤나 긴 시간을 할애해서 보여 줍니다. 관광자가 아닌 노동자들이 보는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죠.
- 세 이야기는 전혀 엮이지 않습니다. 라울은 기껏해야 그 카운터 여학생과 처음 만나 잡담을 좀 했을 뿐이고, 공장 그것도 맨 뒤꽁무니 가장 깨끗한 곳만 한 번 휙 둘러보고 말았을 뿐입니다.
-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전개와 대화만을 넣어놓아서 오히려 더 참담하기만 합니다. 원작자는 다큐멘터리가 더 논리적이니까 그런 걸 만들고 싶었지만 결국 필봉을 휘둘러 원작을 썼다고 하죠. 영업사원 라울이 고기 공장 중역 대머리 아저씨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질문하자, 그 중역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가 먹는 것엔 뭐든지 아주 조금씩이지만 똥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어요. 교통사고가 얼마나 많이 나는 줄 알아요? 이건 아무것도 아니요."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요.
- 현실적인 건 젊은이들의 행동 역시 마찬가집니다. 노상 노가리만 까요. 아니면 기껏해야 항의서한만 쓰겠다는 정도고. 물론 과격파도 있죠. 그래서 결국은 소떼를 가둬놓은 울타리를 부수러 갑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장면에서 우리는 이상(적인 소)과 현실(의 사육된 소)의 괴리를 볼 수 있습니다.
- 무엇보다 과장되었으리라고 생각하기 힘들어지는 건 라틴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고로 다리를 잃어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앞에서 이미 노인이 말한 바 있습니다. "거기선 사람들이 예삿일로 다쳐요." 또 여자들은 조금만 예쁘장하다 하면 감독직 남자의 트럭으로 불려갑니다. 그것이 결코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나중에는 "내가 그를 한 번 만나 보면 아마 너한테 일자리를 줄 거야"라며 이용하려는 자세까지 보입니다. 물론 그건 철저히 이용당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만요.
- 가장 감명깊었던 장면은 역시 도축장 장면일 겁니다. '왜 쇠고기 공장을 다루는 영화에서 도축장 같은 명소(?)를 안 보여줄까' 했는데, 그건 점층법 때문이더군요. 피가 끝없이 튀기는 그 역겨운 공간에서 한 여자는 콩팥을 제거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근무처까지 지나가며 보는 광경들은 백색의 공간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시뻘건 선지를 쏟아내고... 고참은 '몸으로 익히면 별로 어렵지 않다'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여자는 자꾸만 흘러들어오는 내장들을 큰 눈으로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 세 이야기의 갈래가 전혀 엮이지 않는 것은, 그것이 또 하나의 현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노동자, 사용자, 제3자가 서로에 대해 전혀 상관하지 않고 독자적인 세상을 꾸려나가고 있고, 그래서 세상은 점점 즉석식품의 나라가 되고 있노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 맨 마지막, 먼저 건너온 라틴계 사람들의 자식들로 보이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또 월담을 합니다. 그들을 맞는 운전사가 이번에도 총을 보여줄 건가 했더니, 미키 빅원 햄버거를 내밉니다. "미국에 온 걸 환영한다"라며 그 어린이들이 알고 있는 미국, 미키 빅원 햄버거를 내밉니다. 그 아이들이 장차 배울 미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그렇죠. 패스트푸드 네이션입니다.

-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픽션이면 약간 재미도 넣어 줘야지 이건 뭐 보는 내내 다큐 보는 기분이었으므로. 학생들 가르치기엔 딱 좋은 영화지만, CGV 같은 멀티플렉스에서 개봉하기엔 솔직히 무리가 있습니다.
- 다음 리뷰는 슈퍼사이즈미가 될 거 같습니다. 요새 햄버거 관련 작품만 봐서 그런지 햄버거 하나쯤 사먹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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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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