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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5 11일 밤에 후임한테 한 이야기 2

여기서 얻어가는 게 한 다섯 가지 정도 있는데, 심폐소생술 배워가고, 병영문학상 해서 입선 한 번 해 봤다는 그거 얻어가고, 내가 지금 손글씨 개발하고 있는 게 있단 말이야, 그래서 그거 얻어가고, 뭐 책 읽고 생각 좀 하고, 그런 거나 얻어간다. 남들은 뭐 인내심을 배워서 나간다 그러는데... 그건 내가 봤을 땐 아닌 거 같애. 여기서 배우는 인내심은 아무 쓸모가 없어. 여기서 배우는 인내심은 정말이지 인격을 도야하고 도덕적인 인간이 되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인내심이야. 그냥 '표정을 안 돌리는' 인내심이지. 내 생각은 그래. 표정 돌아갈 수도 있는 거 아냐? 사람이 사람이고 보면 뭔가 불만족스러운 거도 있을 수 있고,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인상 구겨지고, 하면 거기서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를 따져서 그 문제를 없애 주고 해결을 해 줘야지 왜 인상 돌리냐 하고. 내가 욕 먹는 건 그렇다 치고, 기분이 나쁜 건 나쁜 거대로 팩트 아냐. 그 팩트를 인정을 해 주고서 어떻게 해야지 뭐가 돼도 제대로 되지, 이건 뭐 무조건 표정 돌리지 말라 하고, 마냥 웃으라고만 그러고. 안 그러냐? 너 사회에서 화나는 거 참고 살았니? 아니잖아. 불만이 있으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기분이 나쁘면 풀 수 있어야 되는데 여기는 그거 자체를 용납을 안 해. 그러면서 그냥 참으라고 하지. 이건 인내가 아니야. 내가 아는 인내는 아니라고. 이딴 인내가 쓸모가 있어? 없어! 이건 그냥 처세술이야. 그냥 박박 개기고(버티고) 꽉꽉 눌러 참는 더럽고 추잡한 처세술이지 이게 무슨 도덕적으로 숭고한 인간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내의 덕목? 뭐 그런 게 아니라고. 여기서의 윤리는 잘못됐어. 어. 그래. 여기서의 윤리는 잘못됐어. 이거는 아니야.
(침묵)
내가, 한창 몇 달 전부터 줄곧 하던 생각이 그거야. 왜 나한테만 그러나. 내 선임도 하고 내 후임도 하고 내 후임의 후임도 하는데 왜 나만 못 하나. 생활관에 내 후임도 있고 걔 후임도 있는데 맨날 나더러 뭐 버려라, 뭐 해와라 맨날 나한테 그래. 물론 내가 군번이 꼬여서 라인 막내고 내 밑으로는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니까 그러려니 하긴 하는데... 그래도 서운하단 말야. 도대체 왜 나만 그래야 하나. 왜 남들은 안 해도 되는 걸 나는 해야 되나, 하고. 그러고 있었는데, 한 2주 전인가, 교회를 갔는데 목사님 설교가, 너무 지루한 거야. 그래서, 원래 그러면 안 되는데, 성경책을 다른 데를 펴서 좀 봤거든. 보는데, 마태복음 5장, 산상수훈 거기가 나와서 좀 봤어. 근데 이런 말이 써 있어. 혹시 아냐? '원수를 사랑하라' 그게 거기 나오거든? 거기 보면 이렇게 써 있어.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고 너희는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널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고 네 원수를 사랑하라. 누가 너에게 시비를 걸어 네 겉옷을 달라 하면 속옷도 내어 주고, 너로 억지로 명하여 오 리를 가게 하거든 동행하여 십 리를 가 주고, 네 왼뺨을 치거든 오른뺨도 돌려 대고, 네게 구하는 자에게 꾸어주며 네게 요구하는 자에게 인색하지 말라.[각주:1] ...어디에도 비교하는 말이 없어. 내가 이번에 그걸 발견하고선 좀 놀랐지. 가만히 보니까, 어디를 봐도 남들에 비하여 너는 어쩌고 하는 내용이 없더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건 그런 게 아니야. '네 선임이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십 리를 동행하라'가 아니고, 남들이 어떻고 니가 어떻든지 너는 네 원수를 사랑하라, 그거였어. 여기서의 윤리는 뭐야? '네 밑에 후임이 있으면 너는 봉사병을 나가지 말찌며 상병이 꺾이면 침상에 눕고 네 선임을 사랑하며 네 후임을 미워하라'잖아. 그게 아니라고. 적어도 예수님이 우리한테 요구하신 도덕의 완성은 그게 아냐. 그냥 남이야 어떻든 내가 어떻든 오른뺨도 돌려 대 주고, 속옷도 내 주고 그러는 거라고. 그래서 그게 왜 어려울까, 생각해 보니까 그래.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따르는 윤리에 따르면 자기 '밥'에는 그게 안 된다는 거지. 내가? 내 밥에? 이 짬밥 먹고 날더러? 라는 거지. 근데 예수님한테는 그게 아무 상관이 없어. 밥이 필요가 없다는 거야. 그렇게 보면 그게 맞아. 그게 윤리지, '선임이 꾸짖으면 참을지며 후임이 돌리는 표정을 참지 말지어다' 뭐 그런 게 윤리가 아니야. 여기서의 윤리는 잘못됐어. 여기가 군대고 내가 군인이니까 어쩔 수 없이 박박 기면서 이것이 옳은 것이려니 하고 너무 오랫동안 따르다 보니까 잘 모르고 살았는데, 맞아. 이게 옳은 게 아니야. 이건 잘못됐어. 그걸 알아야 해, 여기의 윤리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거야. 음, 그렇다. 말해놓고 보니 진짜 그렇다.
(침묵)


초소 한구석에 기대 서서 나 혼자 뇌까린 넋두리나 잠꼬대 비슷한 거였는데 알아들었을지. 알아들었다면 내가 가서 좀 물어봐야겠다 무슨 내용이더냐고.

  1. 마5:38-48. 다시 살펴보니 내가 좀 대충 외웠구만;; http://holybible.or.kr/B_GAE/cgi/bibleftxt.php?VR=GAE&VL=40&CN=5&CV=9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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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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