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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아무것도 준비를 하지 않았다. 나는 들어와서 아무도 만나서 오늘에 대한 이야길 한 적이 없다. 그러고 뭘 써가지고 나온 것도 없다. 왜냐? 하고 싶은 얘길 있는 그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래서 혹시 얘기 중에 두서가 없거나 말이 좀 안 맞는 게 있어도 이해를 해달라. 끝까지 질문하지 마시고, 오늘은 제가 얘기할 차례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테니까, 끝까지 들어주셔야할 책임을 갖고 있는 분들이다. 여기는.

나는 그냥 소문난 것 적기만 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챙겼어야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썼기 때문에 조금 쓴 것 뿐이야? 방조자다. 나는 한 줄도 안 썼어?  방관자다. 적어도 말도 안 되는 억측을 써내려갔을 땐, 대한민국 언론 중 한 군데라도 '아, 이건 아니다. 우리 신중했어야 한다.' 말 한 마디라도 나왔어야 했다. 그래서 난 끝까지 안 나오려 했다.

이렇게 공연하려면 성공적 공연 하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이건 언제 만나자. 어떻게 하자 약속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제 공연 구경 왔을 때, 그 기대를 하는 건 제가 만들기 때문에 오신 분들하곤 무언의 약속이다. 그래서 오신 분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게 공연하는 게 약속이다. 물론 공연 펑크 난다든지 공연을 지 멋대로 스케줄 바꾼다는 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거다.
두 번째, 진실해야 한다. 진실이란 말은, 우리처럼 긴 세월 노래하면 노래를 잘하는, 쉽게 하는 법을 알 수 있다.  느끼실지 모르지만, 처음 안 그러지만 세월 가면 박자를 당겼다 내렸다, 힘든 부분은 슬쩍 도망간다. 이걸 오시는 분들이 다 안다. 그래서 무대에서 거짓말하지 말고 노래해야 하고, 노래 전체를 거짓 없이 해야 한다. 그 땀이 나게 돼있다. 무대에서 땀을 댓 바가지로 흘리더라도 진실 되게 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 이게 제일 중요하다. 첫 번째 약속, 두 번째 진실해야 한다는 건 하자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하자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바로 꿈이다. 우리는 꿈을 파는 사람들이다. 무대 공연할 때 몇 억씩 하는 조명 하나가 수십 개 달린다. 그리고 무대 출연하는 사람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예쁜 옷, 보통 거리에서 입지 못할 고급 옷들 입고 나간다. 막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그 무대는 꿈이어야 한다. 두 시간 이상 혼자 끌어나가기엔, 이 꿈이 없이는 힘들다. 꿈이 더 필요하다.

'코는 코대로 간다'란 경상도 말이 있다. 진실은 시간 걸릴 뿐이지 꼭 발견 된단 말을 난 믿는다.

그 다음에 어느 나라엔 사원인데 거기에서 시체를 태운다. 내 눈앞에 흐르는 시냇물을 건너서 사후에 시체가 타고 있었다. 맨 오른쪽에 있는 시체는 거지요. 맨 왼쪽에 있는 시체는 상당히 부자 시체였다. 그런데 그 타는 모습은 똑같았다. 난 움직이지 못하고 거기 앉아서,
난 남 앞에 울 줄 모른다. 울면 약하다 안 된단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뱄는데, 그날은 가슴이 어떻게 할 수가 없고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이 뜨거워지는 건 가끔 있는 일인데, 결국 수건까지 꺼내야 했다.
뭔가 모르지만 마음이 약해진 건지 모르겠다. 이 얘길 왜 꺼내냐? 나는 그날 가슴이 아프고 막 했지만, 내 가슴은 꿈은, 그런 게 참 많이 들어와야 한다. 내가 쓴 가사 중에, '고니'란 제목의 노래가 있다. '살다보면 알게 돼요……. 임이 그리워…….' 그런 거 보면서 이런 가사 말을 쓰는 거다.
그런데 14개국을 다녔다. 그 도시까지 합하면 스물 몇 군데를 다닌 거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까 3류 소설이라고도 볼 수 없는, 기가 막힌 거다. 야쿠자가 등장한다. (잠시 침묵, 탁자를 노려보다) 제가 공부하는 중간에 'Seeing is believing'이란 말이 있었다. 지금부터 여기 올라서서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

그래. 난 어차피 엉망진창이고, 여러분 손에 찢어져 아무것도 없다. 꿈이고 자시고 없다. 아주 엉망진창이다. 괜찮다. 오늘 제가 얘기한 토대로 멋대로 써라. 여러분 쓰고 싶은 대로 써라. 그런대 마지막으로 여러분, 김혜수, 김선아 우리 후배 처자들, 바로잡아 달라. 꼭 바로잡아 주십시요. 바로 잡아주셔야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십시오. 그래야 대한민국 연예계 언론이 하나 더 업그레이드 하지 않는가.


도움준 사람들.
오마이뉴스 조은미 기자, 그걸 퍼온 twinpix씨, 거기에 '한국인은 남의 글을 안 읽는 악습이 있다'라고 트랙백한 크레용씨.
링크를 달아놓으니 곧바로 이런게 들어오는구나. 뭣잡고 반성할 일이다.

도움이 안 된 사람들.
나훈아가 바지를 벗었다는 타이틀을 내보낸 초기 기자회견 타전기자 일당, 나훈아 씨의 '꿈'에 대한 집착과 열정에 대해 한 마디도 안 적은 리포터 일당.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거의 감동에 가깝다)를 읽어버렸잖아. 도대체 여기 갔던 기자들은 뭘 전달해왔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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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꿈을 꿨다

2007. 12. 19. 12:43
우리집에 남동생이 하나 생겼다. 갓난아기이던 게 방금 전 같더니 어느 새 내 또래 정도로 불쑥 자라서 교복 입은 그녀석이랑 다 큰 동생이랑 다 큰 나랑 하하호호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도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도시 속의 저택이었다.
안마당을 바라보며 집을 보고 있었는데 바깥에서 웬 이상한 옷과 방독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몇 들어오더니 급기야 문을 두드렸다. 날 찾더니 대뜸 가자고 한다. 깨끗하고 좋은 집, 행복한 가족을 두고 어디론가 가기 싫었지만 설마 별 문제 없는 날 데리고 무슨 해코지를 하랴 싶어 순순히 따라가줬다.
봉고차 안에는 날 포함해 네 명이 타고 운전수와 조수가 탔다. 다들 무균복을 입고 있었다. 나도 그들이 주는 옷을 입었는데 여기저기 찢어지고 해어져 있었다.
아무튼 가는데 이런저런 얘기가 나와서 듣고 보니 거기 탄 사람들 대부분의 이름이 김어진이었다. 나중에 집합한 같은 복장의 사람들 수는 대략 몇십 명 되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모종의 결사단이며, 그들은 지금 뭔가 큰일을 벌이러 가는 거라고...
그 다음부턴 종잡을 수가 없다. 이런 길도 갔다가 저런 곳도 갔다가 뒤죽박죽이었고, 두 사람씩 짝지어서 바다 속으로 들어가라느니 싫다느니 이러쿵저러쿵 그랬다.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히 기억나는 건 거기 왔던 사람들은 모두들 자기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가 거기 왔다는 것이었다.

꾸고 일어나서 생각해 본다. 그 결사단은 무엇일까. 왜 모인 것이었을까. 좋은 일을 하려고 모였던 건 아니었다. 뭔가 나쁜 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일들이었던 거 같다. 그렇다면 왜 행복하게 살고 있던 사람들의 시간을 잡아끌고 오는 것이며, 왜 그들은 인질이나 포로가 아닌 '결사단'이 되어 있었던 것일까.
이상한 꿈은 많이 꿔 봤지만, 이건 뭔가 이유가 있을 거 같아서 그래서 더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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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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