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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萬)년 뒤에도 억(億)년 뒤에도
우린 그때 그렇게 있을 것이라 한다.
모두는 끝나고
바다와 하늘뿐인
뙤약볕 사막벌의 하얀 뼈의 너
희디 하얀 뼈로 나도 너의 곁에 누워
사랑해, 사랑해,
서로 오래 하늘 두고 맹서해 온 말
그 가슴의 말 되풀이해 파도 소리에 씻으며
영겁을 나란하게
바닷가에 살아
우린 그때 그렇게 있을 것이라 한다.

―― 박두진, <신약(新約)>



나는 너무나 많은 첨단의 노래만을 불러왔다
나는 정지의 미(美)에 너무나 등한하였다
나무여 영혼이여
가벼운 참새같이 나는 잠시 너의
흉하지 않은 가지 위에 피곤한 몸을 앉힌다
성장(成長)은 소크라테스 이후의 모든 현인들이 하여온 일
정리(整理)는
전란에 시달린 이십세기 시인들이 하여놓은 일
그래도 나무는 자라고 있다 영혼은
그리고 교훈은 명령은
나는
아직도 명령의 과잉(過剩)을 용서할 수 없는 시대(時代)이지만
이 시대는 아직도 명령의 과잉을 요구하는 밤이다
나는 그러한 밤에는 부엉이의 노래를 부를 줄도 안다

지지한 노래를
더러운 노래를 생기없는 노래를
아아 하나의 명령(命令)을

―― 김수영, <서시(序詩)>


이런 명문들을 읽노라면 뿡알이 쪼그라든다. 이정도는 써져야 어디 가서 시나부랭이 쓴다고 깝칠 수 있는거구나.
Posted by 엽토군
:

아... 그땐 시 읽는 낭만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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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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